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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로 천도했다. 꽤 씁쓸한 일이었다. 전조의 조정은 모든 백성들이 몽골의 유린하는데도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했는데, 현 조정또한 비슷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가. 전조의 잿더미에서 일으켜 세운 조선이 고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는게. 

 관서에서 올라오는 치계는 날이 갈수록 사정이 안 좋아진다. 의주, 정주, 안주는 개전 초기에 함락당했고, 평양마저 적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피해는 조선의 것이었다. 안그래도 왜란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았는데 호란으로 전국토가 유린됐다.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야 하건만 조정에선 언제나 탁상공론만 오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명의 연호 대신 청의 연호를 쓰는 것이 어떤가 하는 제의 때문이었다.우의정 오윤겸을 필두로 반대의 의견을 냈다. 대의에 어긋나는 일을 결코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척화파의 의견 중에선 명의 재조지은을 갚으려는 기개도 있지만, 명의 국운이 세락했다 한들 현 조선으로선 명조차 상대가 되지 않아, 후금과 명의 천명 다툼이 끝나지 않았는데 명을 두고 후금의 편을 든다면 후에 명에서의 보복을 두려워 하는 것도 있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딱 그짝이었다. 

 확실한 건. 척화나 주화나, 명이나 후금이나 한번 전진(戰陣)에 임했으니 발을 돌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아지는 건 없을 것이다.

 함사흔은 질렸다. 종질을 희생시켜야 했던 것도, 이 정답 하나 없이 위태로운 정국도. 조선에게 고난만 주는 세상도.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이 판국. 차라리 이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편해질까 싶다가도, 이미 조정의 중임으로 있는데 재야로 가든 말든 사화나 환국이 일어난다면 그는 벗어나도 벗어난게 아니니 연좌제로 엮일 것이다.

 지천명이 머지않았건만 함사흔은 아직도 세상 살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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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김성연)

해당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스토리텔러 김성연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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