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보호 일지 (aka. 이주연 길들이기)








*




이주연이 이상하다.


아니, 사실 따져보면 원래부터 싸가... 이상한 놈이긴 했지만 오늘은 정도가 지나치게 이상했다.




그니까, 이건 또... 이주연과 정체모를 대화를 나눈 후 강의가 끝난 직후의 일이었다.




수업을 듣는 내내 이주연이 했던 이야기를 곱씹었다. 대충 뭐 나한테 동물을 부탁하는 뉘앙스인 건 알겠는데, 하다 하다 안 돼서 나한테까지 부탁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와버린 건지는 모르겠다만 쉬이 납득이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왠지 기분은 좋았다. 아마도, 정체모를 큰 강아지에 대한 어떤 기대감 때문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패드에 의미 없는 줄을 죽죽 그었다. 여주야 너 뭐 해, 왜 계속 줄만 긋냐?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 동기덕에 엉망이 된 강의 자료를 보며 황급히 뒤로가기를 눌렀다. 무의식중에 한 획 긋기라도 한 모양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약간, 아주 약간 뻘쭘해졌다.




그렇게 의미 없는 수업이 끝나고 느릿느릿 강의실을 나서는데, 문 앞에 있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무리 내가 정신을 빼놓고 산다지만 바로 앞에 누가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 할 수준이 되어 버린 것에, 내 자신이 너무 놀라웠다. 생각이 다른데로 팔려 있던 터라 흐물텅하게 쥐고 있던 에코백이 떨어지고 제대로 넣어 놓지 않았던 펜들이 바닥에 또르르 소리를 내며 굴렀다. 아까까진 분명 복도가 텅텅 비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일단 얼떨떨하게 부딪힌 이마를 붙잡고 죄송,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드는데... 거기엔, 무려 이주연이 있었다. 얼굴을 본 순간, 솔직히 악연은 악연이라고 생각했다. 부딪힌게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딪혀도 하필.




"정신을 빼놓고 사네."


"...아 예, 죄송해요."


"전혀 안 죄송한 말툰데."


"아닌데요. 진짜 죄송한데요, 뭐 어디 가시던 길 아니었어요?"




진짜 싸가지... 아까는 지도 부탁할 거리가 있으니 좀 살갑게 굴어놓고서, 그렇게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어이없을만큼 원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하긴, 한 번 태도를 바꿨다고 그렇게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실수로 부딪혔고, 사과 받았으면 갈 길 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무슨 의도인지 그 자리에 뻣뻣하게 서 있는 이주연에게 굳이 눈길을 주지 않고 저 멀리로 굴러간 펜이나 줍기로 했다. 대충 가방 안에 쑤셔넣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또 바로 코 앞에 이주연이 있었다. 뭐 귀신인가? 인기척도 없이... 일단 왜요? 하고 의도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존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 나름 선배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한 10초 간은 기다려 주기로 했다. 10, 9, 8, 7, 6, 5....




"집이 어디야?"


"4... 네?"


"사?"


"아니, 아니. 집이요? 왜요? 저 영훈 선배랑 같은 건물이라니까요."


"몇 호냐고."


"...그건 왜요?"




갑자기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또 갑작스럽게 주소까지 캐묻는다. 도저히 말의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한 걸음 물러나 왜요? 하고 묻자 조금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개, 데려가게. 하고 대답했다. 아 강아지...




"직접 데려와 주시게요? 제가 데려가도 되는데..."


"너 혼자는 안돼."


"그 정도로 커요? 근데 많이 크면 저희 집은 역시 좀 그럴거 같은,"


"안 커."


"네?"







"...작아."




이랬다가 저랬다가, 지금 지가 하는 말이 뭔지는 알고 있는 걸까? 방금까지 크대놓고, 사진찍기도 어렵다 어쩌고 해놓고 순식간에 작다고 말을 바꾼다. 더 어이없는건 저 표정이었다. 너무 크면 좀 그렇다는 말에 무슨, 지한테 넌 거대해서 싫다고 한 것 처럼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대니까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꾸욱 말아 쥔 이주연의 흉흉한 주먹 크기를 보면서, 이주연에게 작은 모든 것들도 나에게는 클 것이 분명하다고. 그렇게 속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이 입양을 하는건 무리였다. 붕 떴던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더욱 그랬다. 아무리 가정에서 가정으로 옮기는 거라고 해도 말이지. 같은 강아지라도 성격과 성질이 모두 다르니 종이나, 크기나, 그런 여러가지에 따라서 환경도 바꿔야 하고 먹는 음식도 달라질 것이고... 그니까, 내게도 준비가 필요했다. 이주연과 어떤 껄끄러운 관계에 있고 말고를 떠나서, 아니 오히려 이런 관계니까 더 철저하게 해야겠지. 게다가 분명 돌고 돌다가 결국 나한테 까지 묻게 된 걸 텐데, 대체 그 강아지는 어떻길래 나한테까지 차례가 와 버린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왜 자꾸 말을 바꿔요?"


"..."


"사진 진짜 한 장도 없어요? 아님 무슨 종이라던가 이런거라도... 저도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뭐 장난감도 사야하고, 간식도 사야하고, 매트도 사야하고, 집이나 하다 못해 쿠션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무작정 맡기시면 어떡해요. 진짜 돌보고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건 말이 안되는데."


"...나중에 보여줄게."


"나중 언제요? 만나면 시비만, 아니... 아무튼 지금 보여줘요 그냥."




내가 생각해도 지금은 진짜 맞는 말만 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던 이주연도 다 티가 날 정도로 동공이 흔들리고 있다는게 증거였다. 정말 사진 한 장도 안 남기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키울 수 있을 리가 없지. 아 빨리요. 이주연을 재촉하니 그제서야 핸드폰을 꺼내 심각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위 아래로 움직였다. 누가 보면 뭐 심각한 일 일어난 줄 알겠다. 또 그렇게 가만히 있기를 몇 분, 슬슬 지루해져 아직 멀었어요? 라고 물으려던 찰나 갑자기 김영훈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김영훈 선배]


> 여주야

> 주연이랑 있어?


< 헐 네

< 어떻게 아셨어요?


> 본능적으로 알았지

> ㅎㅎ


< 아... 넵 ㅎ

< 근데 왜 연락 하셨어요?


> 주연이가 강아지 사진 좀 보내달래서

> 걔가 사진을 잘 안 찍거든 그리고 사실 잘 못찍어ㅎㅎ

> 예쁘게 보이고 싶었나봐


< 아아...





선배의 연락을 보고, 이주연이 내 생각보다는 섬세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마 사진을 진짜 더럽게 못 찍는 모양이었다. 대체 얼마나 사진을 못 찍으면 굳이 남한테 보여달라고 해? 하긴, 귀엽고 예쁜 모습을 골라서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지. 아마 여러 경로를 거쳐서 나한테 까지 온 걸 테니까 더더욱. 경계태세를 낮추고 여전히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이주연을 흘긋거리다 영훈 선배가 보낸 사진을 봤다. 근데, 얘 내 생각보다...




"귀여운데..."


"...사진 봤어? 나도 보여줘."


"네? 아 네네. 여기요."




생각보다... 작고 귀여웠다. 사진을 보내면서 [ 애기때야ㅎㅎ ] 라고 덧붙여줬으니 뭐 작을 만도 했지만, 어차피 얘가 자란 걸 테니까 커도 귀엽겠지. 받은 사진은 딱 봐도 미모가 뛰어난 회색 털의 어린 강아지였다. 참을 수 없는 귀여움. 이래서 귀여운 대상한테 벽도 부수고 아파트 뽑아버린다는 주접이 나온 건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부술 기세로 꽉 붙들고 감탄사를 내뱉고 있는데, 또 어느새 훅 하고 가까이 다가온 이주연이 본인 집에 있을 강아지의 사진을 굳이 보여주라고 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뭐 그런건가, 이렇게 귀여우면 그럴 수 있지, 납득.




솔직히 이주연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마냥 설렜다. 혼자 살게 된 이후 늘상 가졌건 생각이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었으니 들뜨기만 했다. 언제든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책과 영상과 잡지식까지 섭렵하고 심지어... 이건 좀 헛소리지만, 게임도 강아지 키우는 게임만 했을 정도니까. 아무튼 그만큼 원했다는 뜻이다. 근데, 이주연과 대화를 끝내고 강의를 듣는 내내 그 생각만 하다 보니 마음이 오히려 좀 차분해졌었다. 책임의 무게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막 결정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고, 특히 만약에 날 좋아해주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들도 다 취향이 있을테니까. 그래서 이주연을 다시 만나게 되면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려 했었다.




근데 정말 누군가 마법을 부린 것 처럼...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이 동했다. 꼭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괜히 키우는 걸 합리화 하고 싶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진 모르겠지만, 정말 보자마자 진짜 왠지 확 끌리는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참동안 영훈 선배가 보내준 사진 몇 장을 계속 바라봤다.




김영훈한테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 건 본인 일텐데 굳이 보여달라고 해놓고는, 막상 보여주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하, 이 사진은 대체 언제 찍은거야. 하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길래... 또 저러네, 라고 생각하곤 그냥 내가 궁금한 걸 물었다. 진짜 귀엽다. 막 찍어도 잘 나올 것 같은데 왜 사진을 안 찍어요? 뭐 완벽주의자 그런거에요? 고개를 돌려 묻자 이주연은 저 답지 않게 멈칫 하더니 한 발자국 물러나 나와의 거리를 넓혔다.




"이건 어렸을 때야. 지금은 나한테 사진이 없어."


"진짜 귀엽다... 근데 지금은 되게 큰 거면 오래 키우신 거 아니에요? 잠깐 맡으신게 아니고 좀 오래 키우신 건가...?"


"...아니, 생각보다 쑥쑥 자라버렸어."


"아아... 성장이 되게 빠른가보구나. 근데 뭐, 분명히 지금도 귀여울 거 같은데요. 확, 깨물어 주고 싶네."


"...깨물어?"


"아, 너무 귀여우면 그런 말 하잖아요. 막 아파트 부수고 싶다, 핸드폰 던지고 싶다 이런거."


"부수고... 던져?"




쿵, 걍 평범한 주접이었는데... 이주연이 사색이 된 채 한 발자국 더 물러난다. 왜 저러지? 이런 말 모르나? 싶어 황급히 너무 귀여울 때 그냥 하는 말이에요! 진짜 깨물겠단게 아니고. 하며 손까지 휘저으며 덧붙였다. 물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이주연의 반응은 그닥 좋진 않았다. 이렇게까지 할 일 인가 싶긴 하지만, 그 반응에 당황해버린 난 무려 십 분 동안이나 이주연에게 이 말들이 '요즘 그냥 하는 주접'이라는 걸 설명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몇 십 줄 되는 주어가 다른 주접글들을 죄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주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납득 아닌 납득을 했다. 물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부수고 던지는 건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아무튼 진짜,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진지한 놈이었다.


...강아지가 귀여우니까 참는다.







"먹는 거랑 뭐 여러가지 쓰는 건 내가 챙겨줄게. 따로 준비 할 건 없을거야. 걔도... 익숙한거 쓰는게 좋으니까 걱정 말고, 502호랬지?"


"네넵. 혹시 위치 잘 모르시겠으면 영훈 선배한테 물어보시면 돼요."


"굳이?"


"네?"


"너 있잖아. 바로 너한테 물어보면 되지."


"...아아 네. 저는 불편하실까봐. 그럼, 그렇게 하세요."




어찌저찌 이주연과 최장시간 대화를 끝냈다. 왠지 모르게 집주소까지 홀랑 넘기고는 좀 후회했다. 이미 말 한 후라서 주워 담을 수도 없으니 그냥 덤덤한 척 하긴 했지만. 언제 오실 건데요? 물으니 이주연은 정해지면 알려줄게. 하고는 또 인사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말 없이 멀어지는 뒤통수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개가 주인 닮았으면 어쩌지?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끝나고 드디어 집 앞에 도착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손이 불쑥 튀어나와 카드키를 찍었다. 익숙한 손이었다.




"여주야 또 보네."


"어, 영훈 선배 안녕하세요."


"주연이는 잘 만났어? 어때?"


"뭐 이주, 그분이 어떻냐고 말을 하기엔... 그냥 보호 하고 있는 애기가 있다길래, 저 동물 좋아한다는거 들으시고 저한테 입양을 생각하셨나봐요."


"...애기?"


"아아, 애기는 아니라고 하긴 했는데... 그냥 제 입에 붙어서."


"아아, 뭐... 애기...같기도 하지."




역시나, 익숙한 손의 주인공은 영훈 선배였다. 근데 김영훈도 그렇고 이주연도 그렇고, 애기라는 단어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았다. 그냥 귀여우면 우리 애기, 우리 애기 그럴 수도 있는거 아닌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던 영훈선배가 근데 여주는 카드키 잃어버렸어? 하고 말을 걸어왔다.




"아아 네. 제가 물건을 좀 잘 잃어버려서요. 이사오고 초반에 잃어버렸는데 재발급 하려면 2만 5천원이라길래 관뒀어요. 집은 이미 다 뒤져봐서, 아마 밖에서 잃어버린 것 같긴 한데..."


"찾아줄까?"


"네? 근데 저도 이 근방 다 뒤져봤는데, 결국 못 찾았어요."


"그래도 혹시 찾으면 말 해줄게."


"아... 넵."




그 얇은 카드 한 장을 어떻게 찾는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찾으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5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김영훈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내렸다.


드디어, 드디어 진짜 집에 왔다. 들어오자마자 왠지 기운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에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왜 이렇게 힘드냐 오늘... 씻지도 않고 몇 분이나 누워 있었을까, 내팽개친 핸드폰의 진동이 바닥을 울린 덕분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누구야, 귀청 나갈뻔 했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이주연 ]




이주연, 화면 속에 비친 세 글자에 몸을 번쩍 일으켜 앉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잠깐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지? ]


"저요? 어... 네시 쯤에 수업 끝나는데. 왜요? 내일 바로 데려오시게요? 저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정리도 해야하고..."


[ 알겠어. 어차피 내일 과제 때문에 봐야하니까, 자세힌 이야기는 만나서 해. ]




그대로 전화가 뚝 끊겼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유형인지 지가 할 말만 하고 뚝 끊어버리는게 이주연 답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하지만, 진짜 지 닮아서 감당 못해서 보내는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그냥 고개를 젓고는 핸드폰을 던져놓고 몸을 일으켜 서둘러 씻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한참 전부터 어두컴컴해저 있던 바깥을 보며 가만히 멍을 때리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큰 강아지가 한 번 뛰어 놀았다간 쑥대밭이 될 것 같은 상태였다. 결국,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다 치웠다. 처음 이사 왔을 때보다 정성을 들였던 것 같다. 그래도 좀 뿌듯하긴 했다. 그리고 이 뒤로는... 아마 그대로 소파에서 잠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생체리듬에 약간 적응한 몸이 반응해 일어나긴 했지만 알람도 못 듣고 자버린 탓에 이미 시간이 좀 지나있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기엔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불편하게 자서 그런가 얼굴이 퉁퉁 붓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결국 절대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택시를 타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돈이 줄줄 샌다 새. 서둘러 씻고 옷을 입고 모자까지 눌러쓴 채로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14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내려오더니 10층에 잠깐 멈춰섰다. 그럼 혹시 설마, 괜히 몰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확인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일단 모자를 다시 한 번 더 푹 눌러쓰고 열린 엘리베이터에 서둘러 몸을 실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진짜 그 안에는 영훈 선배가 떡하니 있었다. 여기에 산다는걸 알게 되기 전에는 정말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요즘은 또 너무 자주 만나는 듯 했다. 




"안녕, 여주 모자 썼네."


"넵. 안녕하세요. 이건 어쩌다보니 쓰게 됐네요."


"잘 어울린다. 학교 가는거야? 근데, 이거 소매 삐져나왔는데, 넣어줘도 돼?"


"네? 아 제가 할게요. 감사합니다. 좀 늦어서...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 그럼 태워줄까?"




당연히 모르는 척 하기는 실패했다. 오늘도 뽀송한 얼굴의 영훈 선배가 굳이 고개를 숙여가며 내게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겹쳐입은 탓에 레이어드한 긴팔 티의 소매가 아우터 밖으로 삐져나왔는지, 정리해주겠다는 말에 그냥 대충 소매를 집어 넣어 정리했다. 변명처럼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는데,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영훈 선배 차도 있구나. 태워준다는 제안에 솔직히 진짜 팔랑거렸는데, 괜히 신세를 지는 것 같아 한 번은 예의상 거절했다. 아니에요 뭐 괜찮아요. 그렇게 내뱉고는 3초만에 후회했다. 그냥 얻어 탈 걸.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고...




"그냥 타, 내가 태워주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지금 버스도 지하철도 사람 엄청 많을걸."


"그래도..."


"타주라아. 응?"




김영훈의 계속되는 부탁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저 얼굴로 애교까지 부려대는데 누가 안타고 배겨. 그나저나 누가 보면 내가 태워주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내가 빌어야 되는거 아닌가? 아무튼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탑승하겠습니다. 하며 고개를 숙이자 누가 보면 뭐 리무진이라도 태우는 줄 알겠어. 가자 여주야. 하며 내 모자 위로 잠깐 영훈 선배의 손이 슥슥 닿았다 떨어졌다. 마치 훈련 받는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으나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얻어 타는거 개이득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럴 것 같긴 했지만 역시나 영훈 선배는 차 내부도 깔끔했다. 괜히 어디 하나 잘못 손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조심스레 올라타 벨트를 매고 앉았다. 근데 선배도 학교 가는 길이에요? 물으니 그 쪽 거쳐서 갈 곳이 있어서.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가 고팠다. 그래도 여기서 저 배고파요, 라고 할 순 없으니까, 온 힘을 다해 꾸욱 참았는데 하필 노래 소리가 끊기던 순간 꼬르륵 소리가, 그것도 아주 크게 났다. 게다가 또 하필 신호등마저 정지 신호였다. 체감상 천둥처럼 울린 꼬르륵 소리에 잠깐의 정적이 맴돌다 영훈 선배가 입꼬리를 당겨 피식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배고파?"


"네... 아 제가 어제 좀 청소를 하다 자서."


"주연이 때문에?"


"뭐... 그 분 때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대충 비슷하죠."


"앞에 열어봐. 먹을거 있을거야. 어차피 난 안 먹는거라서, 진짜 먹어도 되니까 민폐라고 생각하지 말고 먹어."




신호는 다시 초록불이 되어 출발하고, 난 염치불구하고 진짜 앞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엔 아마 발렌타인데이의 여파로 받은 것 같은 초콜릿들이 가득 있었다. 인기 많을 것 같긴 했는데 진짜 많구나. 누가 봐도 어디서 받은 것 같아서, 이걸 진짜 먹어도 되나 싶어 눈치를 보자 영훈 선배가 웃으며 정말 먹어도 된다며 뒷말을 덧붙였다. 그럼 한 두개만 먹어볼까, 뭔가 수제 느낌이 나는 건 아무래도 찔려서 제일 기성품 처럼 생긴 낱개 비닐 하나를 집어들어 포장을 뜯었다. 근데, 짭쪼름한 향기가 나는게 아무리 봐도 초콜릿은 아니었다. 그래도 맛있는 냄새길래 일단 입으로 집어 넣었는데,




"성뱅님... 잉거 뭐에여?"


"응? 아, 여주야 그거... 여기 뱉어."


"웁, 맛 없는 건 아닌데... 안 씹히는데요...?"






"......그거... 강아지 간식이야."




...사람이 안 풀리려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 그 초콜릿 산더미 속에서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 골랐는데 무려 사람용이 아니었다. 아니 뭔 저 안에 강아지 간식을 넣어놔...? 그치만 배고픔을 못이겨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막 집어 먹은건 나였기 때문에 누굴 원망할 일이 아니었다. 영훈 선배가 건넨 휴지에 강아지 간식을 뱉어낸 후 같이 건네 준 물을 들이켰다. 

 김여주, 나이 2n살, 아무거나 열심히 먹다보니 강아지 간식도 섭렵하다. 어디가서 말하기도 민망한 경험이, 어쩌다보니 그닥 친하지도 않은 선배 앞에서 생겨버렸다.


 그리고... 두 번 밖에 안 씹어 봤지만, 솔직히 좀 맛은 있었다. 이건 진짜 비밀.




"요즘은 강아지 간식도 되게 잘 나오네요..."


"그치, 먹기 편하게."


"...근데 선배는 왜 강아지 간식을 넣어놓고 다녀요? 강아지 키우세요?"


"어? 어... 그건 아닌데, 음, 주연이 집에 있는... 애 때문에, 가끔 들러서 보고 오거든."




영훈 선배의 입에서 애기, 아니 그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가 쫑긋 섰다. 선배, 그 강아지 어때요? 귀여워요? 얼마나 커요? 사진은 없어요?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캐묻자 차를 주차한 김영훈이 ...궁금해? 하며 얼굴을 가까이 붙였다. 갑작스레 훅 좁혀진 거리에 멈칫했지만 호기심이 우선이었으니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로 아는게 없어서. 궁금해요. 이주연, 아니 주연 선배도 저한텐 말을 별로 안 하시니까, 아니 그러면서 입양 이야기는 꺼내고... 아무튼 좀 그래요. 선배가 대신 알려주세요. 최대한 눈을 반짝이며 간절하게 묻자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좀 있으면 다 알게 될 것 같긴 한데, 그럼 조금만 알려줄게. 하며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사진은 없고, 걔가 별로 찍는 걸 안 좋아 하거든."


"아아... 얼마나 싫어하길래, 아쉽다."


"크기는, 좀 큰 편이지? 대형견...정도?"


"오... 귀엽겠다."


"응, 귀엽지. 그리고 말도 나름 잘 들어. 여주 말은 잘 들을 것 같은데? 귀여운 사람 좋아하거든."


"...갑자기 훅 들어오시네요. 아무튼 말 잘 듣는다니까 다행이에요. 혹시 지금 주인 닮았을까봐 걱정했거든요. 참고로 이건 비밀이에요."


"하하하, 그래 비밀. 주연이랑도... 되게 닮았지. 근데 걱정 마. 원래 주인 하기 나름이잖아. 그리고 내 생각엔, 둘이 되게 잘 맞을 것 같아."


"그래야 될텐데... 저 걱정돼요."


"걱정 마, 나는 주연이가 부럽네.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네?"


"시간 다 된 것 같은데, 얼른 가야 하지 않아?"


"헐, 네네. 저 가볼게요. 진짜 감사합니다."


"응, 이따 보자."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고 식겁해 허겁지겁 차에서 내렸다. 하마터먼 차까지 얻어타고 지각할 뻔, 그 짧은 이동 시간동안 참 다양한 일이 있었다고 달리면서 생각했으나... 밀려오는 현생에 어느새 까맣게 잊게 됐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오후에는 개노답 조원들과 또 다시 만남을 가져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 그리고 개노답 조원들은 오늘도 여전히 개노답이었다.




"와... 미친 아무도 안 온다고, 조원이 그렇게 많은데"


"..."




...아무리 개노답이라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대참사였다. 다인원 조별 과제에서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린 탓에 모두가 정신 빼놓고 살면서 서로에게 미루는 광경을 보이다 못해 이제는 나와 이주연만 제 시각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창 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땐 아무도 말이 없던 단톡방엔, 변명으로 뒤덮힌 대화들이 가득했다. 이유도 아주 그냥 가지각색이었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서 어쩌구, 부모님이 어쩌구, 집 수도관이 어쩌구... 결론만 말하자면 다 늦거나 못 온다는 소리였다.




"영훈 선배, 언제와요...?"


[어 여주야, 미안. 나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서. 거의 다 끝나가, 좀만 기다려주라. 다른 애들은?]


"놀랍게도 아무도 안 왔네요. 사실 안 놀라워요"


[진짜... 여주가 말한대로 노답이네. 얼른 갈게.]


"조심히 빨리 날아오세요."




심지어, 영훈 선배도 늦는댄다. 그래도 영훈 선배는 변명에 진정성이 있어 내 맘대로 용서했다. 결국 나는 또 강제로 이주연과 단 둘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개 빡쳤지만 이주연 앞에서 굳이 더 화를 낼 생각은 없어 마음을 꾹꾹 눌렀다. 각자 할 일만 하면 되니까, 한숨을 크게 쉬고 바로 노트북을 펼쳐 이주연에게 조사한 자료들을 스크롤을 쭉쭉 내리며 빠르게 읊었다. 보여주는 내내 그 흔한 추임새 하나 없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사실, 뭐라고 말을 하는게 더 불편했다.




"됐죠, 선배도 하신거 보여주세요."


"너, 김영훈이랑 같이 살아?"


"...뭔 소리예요, 그냥 같은 건물 산다니까. 제가 그 선배랑 왜 같이 살아요."


"너한테서 걔 냄새가 엄청 짙은데, 꼭 같이 사는 것 처럼."


"개코예요? 뭔 냄새가 난다고... 아무 냄새 안 나는데요. 오늘 아침에 우연히 만나서 차 얻어타고 오긴 했는데, 그때 향수 냄새라도 배었나보죠. 근데 뭐 별로 나지도 않는구만..."


"우연이 참 잦네."




어쩌라고, 어쩌라고 어쩌라고! 안 그래도 빡치는데, 잠자코 과제나 할랬더니 이주연이 또 내 신경을 건드려댔다. 할 것만 딱딱 하고 빨리 끝낼 것이지 이제는 영훈 선배로도 시비를 걸고 지랄이네. 원래 빡쳐있던 걸 억누르고 있었어서 그런가, 신경질이 팍 오르고 머리가 띵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무슨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주연을 끌고 카페 옆 골목길로 가고 있었다. 이제는... 충분히 뿌리칠 수 있으면서 질질 끌려 오는 것도 짜증이 났다. 좁은 골목길, 더 좁은 간격을 두고 이주연과 대치해 마주봤다. 얼굴을 마주보니 더 짜증이 났다. 정말 참고 참고 또 참아보려고 했는데, 이거 뭐 부처가 되는 길도 아니고...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공원에서 만났을 때 왠지 못 다한 말들까지 다. 




"선배님, 저 싫어하시는 건 알겠는데... 그럼 차라리 교수님한테 말씀하셔서 조를 바꾸세요. 아님 제가 할까요? 그냥 할 일만 딱딱 하면 되는데, 왜 자꾸 그러시는거에요? 이제는 뭐, 제 인간관계도 싫으세요? 아님 영훈 선배랑 제가 좀 붙어 다니면 영훈 선배한테까지 제 냄새가 나서 싫으신가?"


"...다른 강아지 냄새 싫어해."


"누가요. 아, 그 선배 집에 있다는 강아지가요? 하, 그것도 그래요. 강아지 입양 이야기 꺼내실 땐 그렇게 착하게 말씀하셔놓고 평소엔 왜, 그리고 저 오늘 개는 본 적도 없거든요. 어쩌라는건지..."


"그러게, 누가 개인지 모르겠네. 아무나 따라다니고."


"뭐라는거야... 이거나 말해봐요. 입양 이야기 꺼낸 것도 뭐 마지못해 한 선택 그런거였어요? 돌고 돌다 안 돼서? 근데 막상 제가 좋아하니까 짜증나요? 왜 계속 저한테만,"


"...니가 아니면 안되니까"


"뭔 소리예요 진짜..."


"꼭 너여야 한다고. 걔한텐... 마지막이야."




고삐를 풀고 이주연에게 퍼부었다. 계속 말 하다보니 서러웠던 기억들이 하나 둘 더 떠오르는 바람에 말들이 끝이 없이 불어났다. 그러다 또 강아지 이야기를 꺼내는 이주연에게 찜찜했던 입양 이야기까지 이참에 따져 물었다. 그랬는데, 반응이 좀... 의외였다. 솔직히 이정도 했을 때는 나한테 욕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동안 욕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최악까지 각오했다. 나름대로 주먹을 불끈 쥐고 이주연을 노려봤는데, 갑자기 흉흉하게 뜨던 눈이 착 가라 앉더니... 쓸쓸해 보일 정도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더니 또 알 수 없는 말을 해댄다. 꼭 처음 내게 입양에 대한 부탁을 하던 때 같았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인가 싶어 주먹의 힘을 굳이 풀지 않고 계속 이주연을 노려보며 덩달아 조금 차분해진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니까, 돌고 돌아서 저한테 까지 부탁하신 건 알겠는데요. 선배 태도가 지금... 




"너랑 김영훈이랑 있는거 신경쓰여."


"..."


"나도 강아지처럼 굴면 돼?"


"...뭔......."


"나도 작아."


"...뭐가요...?"




말문이 턱 막힌다. 그럼 다시 이주연의 이해 할 수 없는 말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나랑, 김영훈이랑, 있는게, 신경쓰인단다. 솔직히 아주 잠깐 영훈 선배를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게, 반대의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괴롭히는 초딩 마인드도 아니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버버 하고 있자 이주연은 이젠 입술 까지 툭 내민 채로 말을 이어갔다. 







"너랑 김영훈이랑 있는거 싫어. 우연히 만나는 것도 포함해서. 넌 전부터 맨날... 다른 냄새가 나. 고양이였다가, 강아지였다가, 그것도 여러 마리."


"...전, 전 아무것도 안 키우는데."


"나도 좋아해줘."


"...네?"


"봉이는 좋아하잖아."




참고로... 여기서 봉이는 우리 학교의 유명인사인 고양이다. 내 근처에 봉이라는 사람은 없고, 안아본 적은 더더욱 없으니 주어는 고양이 봉이임이 확실했다. 아무데나 배 깔고 드러누워 애교를 피워대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교수님들이 이름까지 붙여주신, 학교의 마스코트이자 터줏대감 봉이. 그니까, 지금 고양이한테 한 짓을 자기한테 해달라는 건가...? 왜? 사실 그 전의 말들도 죄다 이상했다. 분명히 질투 같은데, 그 대상이 다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게 뭔 상관인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주연의 논리가 너무 어이가 없어 바로 따져 물었다. 무슨 논리든 저 횡설수설한 말 자체가 이해가 안되기는 했지만. 내 물음에 여전히 두 눈을 추욱 내리깔고 있던 이주연이 잠깐 고개를 들었다. 잠깐 스쳐지나간 얼굴은... 어딘가 서글퍼 보이기 까지 했다.







"누구는 이 세상에 너밖에 없는데, 정작 넌... 주위에 다른 놈들이 너무 많아. 게다가 다 귀엽다고 하고, 예쁘다고 하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면서... 정작 나 봤을 때는 도망갔잖아."


"제가 언제..."


"왜 그랬어?"




성큼 거리가 좁혀진다. 이주연의 눈이 빛을 받아 번뜩이는 것 처럼 보였다. 날 위협하거나 겁을 주지 않는데도 왠지... 잠깐 마주친 눈길에 오금이 저리고 몸이 얼어붙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안타깝고 조금 서툴러 보이기도 했다. 이게 공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달리 표현 할 방법은 없었다.









"...나도 예뻐해줘."




...아무튼, 분명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영감(?) 주신 분 : 주연이 프메

감사합니다......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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