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 타는 글이니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꼭 피해주세요. 제 글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공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개 상 강압적 장면 (체벌, 기합 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전혀 다른 가상의 세계관, 허구적 내용입니다. 
* 이 글에 작가의 가치관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김정우

이다온




낙오 : 뭘 해도, 안되는 날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어느덧 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만 남아있었다. 다온에게는 그 기말고사가 문제이긴 했다. 기말고사 성적 바닥이면 알지? 정우의 협박 어린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듣는지, 특별반 수업이 끝날 때마다 저런 말을 해대니 다온은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모의고사 점수도 낮아서 매일 혼이 났는데 (물론 전보다 높아졌지만) 기말고사에서 좋은 점수 맞는 건 더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요즘 다온은 틈만 나면 한숨을 쉬었다. 함께 다니는 선우가 복 달아난다며 난리를 칠 정도로, 아주 많이. 



" 아 쫌, 그만해. "

" 미안. "

" 한숨 쉴 시간에, 공부나 더 해. "



헐, 너 방금 완전 김정우 같았어. 야 개소리 하지 마, 어디서 그딴 소리를 지껄여! 김정우 같다는 말에 열이 잔뜩 오른 선우가 화를 냈다. 다온이 옆에서 배를 부여잡고, 껄껄대며 웃자 선우는 다온의 등짝을 때리며 그만 웃으라고 다그쳤다. 



" 미안, 큼, 너무, 큼큼, 웃겨서 "

" 후우, 미친 새끼. 공부나 해. "



한차례 소란스러움이 지나가자 둘은 다시 공부에 집중 했다. 시험 기간이라고 주말에도 학교를 개방해서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2시간째였다. 공부를 하라고 감시하는 정우의 눈을 피해 선우와 도망 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온의 집중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선우는 문제 풀이를 하느라 볼펜을 잡은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쟤는 생각보다 허당인데 공부는 잘한단 말이야. 다온이 바라보고 있는걸 눈치챈 선우는 볼펜을 탁 내려놓았다.



" 야, 왜! 자꾸 봐! 너 공부 안 해? "

" 해야지, 해야지. 미안 "



집중해, 집중. 선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볼펜을 들었다. 다온도 선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다시 책에 집중했다. 그래, 기말고사가 코 앞이니까 공부해야지. 공부. 



" 다녀왔습니다. "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자 정우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요새 종종 생각하는 거지만 김정우와 안 어울리는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요리가 아닐까 싶었다. 주말에 종종 보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익숙해지기는커녕,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지. 뭐, 그래도 나름 칼질은 어울렸다. 칼을 들고 있는 김정우. 칼과 일심동체 된 것 같달까. 으, 저기에 앞치마까지 했어 봐. 요리하는 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앞치마를 안 하는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던 다온은 천천히 방으로 들어갔다. 



" 야. "

" 헙. 네..? "



다온이 가방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다온이 깜짝 놀라 노트를 손에서 떨어트리자, 너 내 욕했냐? 라며 태연하게도 묻는 정우에게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그 격한 반응을 지켜보던 정우가 입에 침이라도 묻히고 말하라며 빈정거렸다.



" 밥 안 먹었으면 나와 "



뭐가 그리 급한 지, 정우가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닫고 나가자 다온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갑자기 저렇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하는 말이 밥 먹으라니, 알다 가도 모를 사람이라며 툴툴거린 다온은 그래도 공부를 해서 그런가 배고픈 것 같아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생각보다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다온은 자연스럽게 정우가 미리 차려 놓은 밥상 앞에 앉았다. 



" 잘 먹겠습니다. " 



물론 정우는 반응도 없었지만, 인사 무시쯤이야 익숙하다는 듯 다온은 아무렇지 않게 숟가락을 들었다. 역시 생긴 거와 다르게 음식솜씨가 좋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정우는 보지 못한 것 같지만. 정우가 밥을 다 먹었는지, 먼저 그릇을 정리한 후 밖으로 나가려는 것 같더니 다시 돌아와 다온의 앞에 섰다.



" 공부는 잘 돼가? "



큭, 켁. 갑작스러운 말에 다온이 사레가 들려 캑캑거리자 정우가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컵을 건넸다. 가지가지 한다. 물을 급하게 먹었음에도 계속 기침이 나오더니 이제는 눈물까지 맺혔다. 아니, 선생님이, 거기서, 공부... 다 옴이 여전히 캑캑거리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 이다온, 틈만 나면 맞먹으려고 드네. "

" 아니... 큼... 그게, 아닌데.. "

 


울상을 짓는 다온을 더 탓할 생각은 없었는지, 자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만 남기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저럴 거면 왜 굳이 사람을 건드려서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김정우는 잘 건드린다며 입이 댓 발 나와서는 남은 밥을 정리했다. 입 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들어가서 공부나 해야지.



" 하여튼, 재수 없어... 김정우 "



책상에 앉아 책을 편 다온은 기필코 시험을 잘 볼 거라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




" 이다온! "



아침에 기운 하나 없이 걸어가고 있는 다온을 본 선우가 손을 들고 불렀는데 다온은 듣지 못한 건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쟤는 뭐 하는데, 정신을 놓고 다녀. 다시 한번 다온을 부를까 하던 선우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다온의 뒤로 향한 선우가 튀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다온의 등을 '탁'하고 치며 소리쳤다.  



" 이다온!! "

" 으악! "

" 뭐, 뭐야, 왜 이래. "



다온이 화들짝 놀래며 바닥에 주저앉자 선우는 당황했다. 얘가 원래 이렇게 잘 놀랬던 가. 주저앉으면서 다온의 손에 들려있던 책들도 바닥에 흩뿌려졌다. 선우가 책을 주워 다온에게 넘겨주자, 고맙다고 말 한 다온은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데, 무슨 일인데? 선우가 걱정스럽게 말을 건네었지만 여전히 다온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다른 말이 없었다.  



" 말해 봐. 들어줄게. " 

" 아니, 다른 건 아닌데... 그냥, 좀 신경 쓰여서. " 



시험을 딱 일주일 남긴 시점부터 다온은 뭔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번 시험은 망칠 것만 같았다. 사람의 불안이 극도로 치 닫으면 의지할 누군가를 간절히 찾게 되어있다. 다온도 처음 느끼는 불안에, 생전 찾지도 않았던 신을 찾게 되었다. 신에게 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덧 온갖 미신을 믿게 되었다. 예를 들면,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으면 안된다는 것. 시험을 앞두고 무언가를 깨거나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그런 것들 말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다온은 혹여나 제가 그릇을 깰 까, 젓가락을 떨어뜨릴까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험을 하루 남겨둔 어제부터 불길한 징조들이 나타났다.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심지어 어제는 공부를 하다가 펜을 바닥에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다온은 시험에 대한 걱정에 밤새 잠을 못 이뤄 기운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 게다가, 놀래서 책도 다 떨어뜨렸어. " 



선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 형 밑에 있더니, 얘가 혹시 어디 아픈 건가? 형이 얘를 얼마나 잡았으면, 얘가 이래... 어이없는 마음도 있었지만, 정우 밑에서 고생하는 다온이 안쓰럽다는 마음이 반절은 더 넘게 차지했다. 정우가 시험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준 게 분명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선우는 다온의 어깨를 두드렸다. 



" 그런 건 다 미신이야. 나도 어제 볼펜 떨어뜨렸어. 걱정 마.  " 



선우의 위로를 받으면서도 다온은 마음이 뒤숭숭했지만, 그래도 선우의 위로 덕에 아까보다는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인 다온과 선우는 빨리 가서 공부 하자며, 걷는 속도를 올려 교실로 향했다. 아침 일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교실은 공부하는 아이들도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명문 학교 다운 학구열이었다. 그 분위기에 살짝 위축된 다온은 마음을 다잡으며, 오늘 시험 보는 과목의 책을 폈다. 마지막 시험이고, 이 시험이 끝나면 그래도 방학이라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면서. 



" 자, 다 책 집어 넣어. " 



1교시 시험 과목의 감독 선생님이 들어왔다. 책을 정리하고, 책상 위에 펜만 놓여있자 다온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시간 조절을 잘 해야 하는 교과인 만큼, 시험지를 받자마자 열심히 풀었다. 시험을 다 풀고 나서 OMR카드 마킹을 하는데 실수가 잦아, 카드 교체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다음 시험은 더 긴장한 상태로 체크를 했고, 마지막 시험까지 마친 다온은 책상에 엎드려 머리를 헝클였다. 망했어, 이제 첫 시험인데. 어떻게. 

잔뜩 절망하고 있는 다온의 곁으로 다가온 선우는 다 잊어버리라며, 빨리 다른 거 공부해야 된다며 다온을 끌고 일어났다. 선우의 말이 맞았다. 아직 다온에게는 이틀의 시간이 더 남았다. 고로 과목 수가 상당했다는 뜻이다. 선우와 함께 도서관으로 이동한 다온은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폈다. 남은 시험이라도 제대로 봐야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날도, 마지막 날도. 다온의 머리 속은 시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긴장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위도 콕콕 쑤시며 아프기 시작했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그리고 그 결과 다온은 시험을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     



" 시험 잘 봤어? "

" 하... 아니. 망한 것 같아. "

" 나도, 뭐. 그냥저냥. 근데, 김정우 기준에 절대 충족 못할 것 같아서. "



원래 상위권에서 놀던 선우는 다온과는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둘의 공통된 걱정은 '김정우에게 얼마나 혼이 날까'였다. 절대 혼이 나지 않는다는 전제는 두지 않았다. 선우는 물론 다온까지 정우가 정해 놓은 높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특히 다온은 불안한 마음에 가채점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시험 성적도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잘 봤는지 물어볼 줄 알았던 정우는 무슨 일인지 다온에게 시험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온은 하루, 하루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설연휴를 이불에서 보내버렸어요 ㅎ..ㅎㅎㅎ
죄송하다는 의미로 무료로 풉니다. 이번 편을 더 쓰려다가 끊은거라서, 
다음편은 낙오M+로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오겠습니다.(아마 성인글이지 않을까나요..)

제가, 시험 준비를 하나 시작해서... 
아마도.. 글이 조금씩 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선 최대한 열심히 비축분이라도 쌓아두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부터, 작심삼월 이벤트 참여로  '그 날, 그 곳' 주 1회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응원해주세요...
(매우 매우 걱정중입니다..) 


계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막간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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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취향 타는 글을 씁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분위기를 현실로 끌어오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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