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생축소설 ㅠ]




1. 강아지의 첫 만남



아이는 눈의 계절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새하얀 얼굴에 조금 붉은 입술을 보곤 부모님은 딸이 아닐까 싶었지만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선 남들 평균 이상의 키와 덩치를 가진 소년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모습에 비해 얼굴의 생김새는 어린아이처럼 순둥한 얼굴에 웃고 다니는 상에 적어도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선 이사를 와선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전해주는 떡을 다들 웃으면서 받아주곤 했는데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문제였다. 떡을 들고 문을 두드린 것 까지는 좋았다. 뜨겁다며 조심하라는 부모님의 말을 무시하고 넘겼고 제 노크에도 답이 없는 문에 점점 뜨거워지는 그릇에 손을 바꾸면서 다시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이 열렸고 그대로 얼굴이 부딪치며 지끈거리는 코를 부여잡았다.

이후 바닥에 그릇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손이 비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눈을 마주했을 땐 머리 위에 떡을 올린 채 눈을 질끈 감고 화를 참는듯한 표정에 울고만 싶었다.



" 하...괜..찮습니다 "
" 미안해요 내 손이 미끄러즈가 우짜지.. "
" 괜찮다고 했을 텐데요. 그리고 이거 가지고 다시 가세요 "



이도 저도 못한 채 망설이는데 남자의 말에 고개를 드니 비닐봉지에 떡을 넣어선 건넸다.
건네받고선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는데 문을 세게 닫고선 들어간 모습에 화났나 보다 생각하곤 다니엘은 울상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그릇을 주워들고선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를 처음 마주한 건 아니었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냐는 재환의 바보 같은 질문을 물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마주하자 제법 좋은 비율에 올린 머리 그리고 짙은 인상에 어울리는 흑발까지 ..심장의 두근거림에 한순간 사랑에 빠졌다.

좋은 첫인상을 주겠다며 떡을 가지고 갔던 계획은 산산이 무너졌다.



" 왜 울상이야 아들 "
" 엄마..내 마음 아파가 일못하긋다 "
" 아들 다시 부산갈래? "



미간을 찌푸린 채 단호한 말투의 말에 그럴 리가 오라며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짐을 들었다.
어떻게 얻은 자유와 독립인데 이걸 물린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제 위로 누나만 일곱 명이었다. 항상 누나들한테 치어 살긴 보다는 막내딸처럼 취급받아 오냐오냐 살았고 그게 질려서 서울로 대학가겠다는 제 충격적인 발표와 함께 못 보낸다는 누나들과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또다시 부산 가서 그 생활을 하라니 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었다.



" 큰누나가 니 자주 찾아온단다 "
" 내 혼자 잘한다 내도 으른이다 "
" 잘도.. 그리고 "
" 강아지로 변하는 거 조심하라는 거 .. 지금까지 골백번 들읏다 내 한만 더 들으면 귀에 못박히긋다 "



어련하겠냐며 핀잔주며 시무룩해있는 다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간혹 0.1%의 확률로 평범한 부부 사이에서 수인이 태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니엘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위 7명 누나 중에서 수인은 없었고 처음 아기를 품에 안은 부부는 귀와 꼬리가 나와서는 얼굴을 마주 보고 웃는 모습에 부부는 놀람과 동시에 마냥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놀람은 금세 웃음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아이가 크고 나서 보니 동그란 생김새에 어울리는 하얀색 사모예드라는 걸 안 이후 수인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은 사회다 보니 평범한 사람처럼 키워왔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었다.

주기 조심하라며 걱정 가득한 부모의 말에도 마냥 신나서는 멀어져 가는 차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얼마나 기쁜 건지 꼬리가 삐져나올뻔한 걸 참느라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와선 소파에 누웠다. 긴장이 다 풀려서 인지 귀와 꼬리는 어느새 나와서는 다리 사이에 간질 하게 흔드는 꼬리에 아까 마주했던 남자를 생각하니 금세 흔들었던 꼬리는 축 처졌다. 첫 단추를 잘 꿰매라는 둘째 누나의 말이 떠오르면서 실수를 어떻게 만회해야 하는 건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2. 고양이의 첫 만남


무료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글쓰기에 재능은 작가가 되었고 그날도 여김 없이 마감을 앞두고 글을 쓰고 있었다. 워낙 낯을 가려 하는 성격 탓에 집에 찾아오는 이는 가끔 이상한 잡상인과 제 담당인 민현빼고는 없었다. 타자를 치는 소리만 가득한 방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잡상인 인가 싶어 그냥 넘어가려는데 끈질기게 눌리는 소리에 타자를 치는 손은 멈추고 미간은 찌푸려졌다. 야행성인 탓에 잠을 거르고 일을 하고 있어서 안 그래도 신경에 거슬렸는데 한소리 할까 싶어 문을 열었다.



" 어ㅡ 어?!!! "



이런 경우를 엿 같은 경우라고 하던가.
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반기는 건 제 머리 위에 안착한 뜨끈한 떡과 하얀 얼굴에 동그란 눈을 하고선 당황하며 허둥지둥 거리다가 이내 시선을 마주하고선 미안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에 성우는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렸다. 엿 같은 경우 치고는 너무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제 갓 대학생이라도 되는듯한 얼굴에 제 모습과 어울리게 동그란 안경에 주황색 후드티에 모자를 쓰고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데 강아지 마냥 버둥거리는 모습에 자꾸만 미소가 새어 나올 것 같았다.

넌 입꼬리 함부로 올리지 말라는 무섭다는 민현의 말과 제법 있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귀여운 걸 수집하고 좋아하는 모습에 이질적이라는 말에 참고 살아왔는데 지금 제 앞에 있는 아이의 모습에 자꾸만 마음속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말로 나올 것 같았다.

더 이상 귀여움에 이성을 놓아버릴 것 같아 머리 위에 있는 떡을 현관에 두었던 비닐봉지에 안에 넣고서 건네주곤 미안하다는 아이의 말을 뒤로 한채 문을 닫았다. 저도 모르게 세게 닫힌 문에 혹여 오해하려나 싶었지만 더 이상 마주하기엔 제 심장이 심상치 않았다. 주인 맘과 같은지 제멋대로 뛰는 심장과 새빨개진 귀에 성우는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정확하게 첫눈에 반했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 그래서 마감을 못 지켰다? "
" 냐옹- "



민현은 제 앞에 뻔뻔스럽게 대답하는 성우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다 이내 생각을 거두었다.
사람의 형상이라면 등짝이라도 한대 때릴까 싶었는데 소파에 도도하게 앉아서는 대답하면서 그루밍 하는 회색 고양이 모습에 쥐고 있던 주먹만 폈다 쥐었다를 반복했다. 성우는 수인 중에서도 독특한 수인에 해당되었다. 보통 인간의 형상에서 동물의 모습을 변하면 말을 못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성우는 특이하게도 언어는 변하지 않았다 간혹 불리할 경우에 지금처럼 울음소리를 내는 것 빼고는..



" 너 사람말 할 줄 알잖아. 어디서 약을 팔아 "
" 좀 넘어가 주지.. 아무튼 이번 거 좀 일주일 미뤄봐 "
" 못 살겠다. 이런 답 들으려고 온건 아닌데 "



마감을 앞두고 연락이 없는 성우의 모습에 혹시 무슨 일 있나 싶어 온 자신의 모습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되돌리고 싶다며 한숨 쉬었다. 겨우 마감을 못 지킨 이유를 물었더니 첫눈에 반한 아이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글을 못썼다는 핑계를 대다니 생각할수록 두통이 오는 머리를 짚고 소파에 앉으려는데 산책 가자는 말에 민현은 다시 일어서 고양이를 안아들었다.


사람들이 없는 공원에 목줄을 한채 사뿐히 걷는 고양이 모습에 민현은 베이비시터라도 된듯한 모양새에 이직이라도 할까 생각을 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과 어울리게 야행성인 고양이 특성상 사람 없는 새벽 산책은 여유로웠다. 공원 한편에 잔디 냄새를 맡기도 하고 사람 없는 벤치를 뛰어올라선 걷기도 하고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데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성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 어? 고양이다!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올리니 며칠간 그렇게 찾았음에도 마주하지 못했던 아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때처럼 동그란 눈으로 마주하다 이내 함박웃음 지으면서 다가오는데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보고 싶었고 만져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몇 걸음을 남기고 아이는 민현을 바라보며 만져도 돼요?라며 묻고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그제서야 다가와 쭈그려 앉아서는 성우의 턱과 머리 이마를 쓰다듬었다.



" 니 윽수로 보들보들하이 진짜 이쁘네 "



사람의 모습은 그렇게 마냥 귀엽지는 않다는 입가에 맴도는 말을 꾹 참고서 민현은 아이와 성우의 모습을 번갈아봤다.
보통 다가오면 제 어깨에 올라타거나 손을 햘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지금의 모습은 피하기는커녕 아이의 몸을 부비적거리면서 되지도 않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애교 피우는 성우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 애교도 많고 고양이들은 내 싫어하던데 내한테 개냄..아이다 무슨소리를 하는교.. 잘 놀다가라 "



영문 모를 말만 주저리 하던 아이는 고양이 이마를 쓰다듬어주곤 민현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성우는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봤고 민현은 그런 성우를 안아들었다. 금세 어깻죽지에 올라타선 그르렁거리는 성우의 모습에 좋아하던 애 때문에 마감을 못 지켰다는 말은 허투루 한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3. 고양이의 경우

자신한테 고양이 냄새라도 나는 건지 귀여운 강아지를 보곤 다가가기만 해도 으르렁거리는 탓에 쉽게 다가서지 못했다. 고양이는 강아지를 싫어하지 않냐는 민현의 물음에 그건 평범한 고양이라며 답을 했다. 물론 그 당당함과 뻔뻔함에 치를 떠는 민현의 모습을 애써 무지했지만..

밥은 제때 챙겨 먹지는 않지만 고양이로 변한 뒤는 다르니까. 시선 피해서 모자 그리고 후드티까지 입고선 슈퍼로 갈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빨간색 후드티와 벗겨진 옷가지 그리고 하얀색 강아지가 울상 짓고 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어? 길 잃었어? "



울상 짓던 강아지는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고선 낑낑 거리다가 이내 흩트려져 있는 옷가지를 입에 물고선 성우에게 다가가 몸을 비볐고 그 모습에 금세 입꼬리는 올라갔다. 비비적대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옷을 드는데 주머니에서 떨어진 걸 보니 녜리 라는 이름이 적어져 있었다. 주인이 있는 강아지가 그것도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다니..



" 녜리? 이름이야? "



조곤조곤한 말에 성우를 보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짖는데 덩치만큼 우렁찬 목소리에 성우는 늦은 밤에 주인을 찾아주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강아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낯을 가리는 건 없는 건지 졸래졸래 따라와선 발 매트에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발을 닦고 집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에 자꾸만 눈이 휘었다.



" 녜리야. 배고파? 뭐 줄까? "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제 이름에 달려와선 꼬리를 아까보단 더 세차게 흔들면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소시지를 들고 있는 손을 이리저리 흔드니 시선을 소시지에 두고 고개를 돌렸다.



" 너무 귀엽다.. 너 "



소시지를 먹는 녜리를 쓰다듬으니 부드럽게 넘겨지는 털에 기분이 마냥 좋아서 미소가 자꾸 지어졌다. 그 새 다 먹어서는 성우의 손길에 눈을 접고선 헥헥거리며 웃는데 그 모습이 제 윗집 아이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강아지 치곤 눈 옆에 검은 얼룩이 져서 뭐가 묻은 건가 싶어 보는데 만져도 지워지지 않고 아픈 건지 낑낑대며 앞발을 올리는 모습에 미안하다며 쓰다듬었다.



" 녜리야. 녜리는 형이 좋아? "



보통 강아지들은 자신을 싫어하기 마련인데 이 강아지는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소파에 앉자마자 옆에 다가와서는 안고 있는 인형을 잡아다가 내팽개치고 선 큰 덩치로 제 품에 들어와선 어깨에 턱을 올리고 비비적거리는데 강아지 애교에 살살 녹는 마음에 자꾸만 보내기 싫어졌다.



" 너 진짜 애교 많구나 "



제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비비적거리는 녜리를 안고서 등을 쓰다듬는데 덩치에 걸맞은 큰 꼬리를 왔다 갔다 거렸다. 다리를 간지럽히는 꼬리털에 마냥 웃음이 나왔다. 부비적 거리던 녜리는 성우의 얼굴을 마주하고선 볼에 입을 가져갔다. 뽀뽀라도 한 건지 고개 숙이고 품으로 더 들어가려는 모습에 사람 같아 어이없으면서도 웃겨서 마냥 등을 쓰다듬어줬다.



" 뽀뽀한 거야? 아 안되는데 "



임자 있는데라는 제 푼 소리아에 품에 있던 강아지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고개 올려 쳐다봤다가 울상 짓고 선 품에 내려가선 소파 아래에 몸을 웅크렸다. 농담처럼 건넨 말에 기분 상한 건지 신기할 만큼 제 말을 알아듣는 녜리를 보며 의문을 두다가도 몰려오는 졸음에 웅크린 녜리를 안아들었다.



" 녜리덩치가 있어서 그런가 무겁네 "



그런 것치곤 가뿐히 안아들었고 갑자기 올라간 시선에 녜리는 품에 더 파고들었다. 성우는 침대로 가선 안아든 녜리를 침대 위에 올려뒀고 이불안으로 들어가선 옆을 손으로 쳤다.



" 자자 - 내일 주인한테 데려다줄게 "



그 말에 신나서는 다가와선 이불 끝을 물고선 뱅글뱅글 돌다 몸을 웅크리고선 눈을 감았다. 팔에 왔다 갔다 거리는 꼬리의 감각과 옆에서 고른 숨소리를 내는 강아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몰려오는 잠에 성우도 눈을 감았다.




4. 강아지의 경우

덜렁거리는 성격은 죽어도 못 고친다는 셋째 누나의 말이 저주 라도 된 건지 주말 앞두고 간식 사러 신나는 마음을 주체 못 하고 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가는 감각에 눈을 감았다가 뜨니 어째 시선이 너무 아래로 가있다 싶었다.

흐트러진 운동복 바지와 몸에 반쯤 걸쳐진 후드티에 손이 아닌 흰색 털이 가득한 제 앞발을 보곤 다니엘은 울고 싶었다. 집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변할 줄은 예상도 못했다. 적어도 하루 이상은 이 상태로 있어야 하는 건데 열쇠를 못쓰니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환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거고.. 생각하는 사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몸을 숨기자 생각하고선 열린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인영에 시선을 올려봤다.



" 어? 길 잃었어? "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첫눈에 반했던 그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냉랭했던 첫 만남보다는 훨씬 다정한 말로 쳐다보는데 방금까지 고민 가득했던 제 모습에 울상 짓고 쳐다봤다. 주저앉아서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착하지라고 말하는데 기분 좋아 웃으니 남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안 그래도 잘생긴 얼굴에 웃으면 대박이겠다는 생각이 현실로 보이니 환상적이었다. 왜 혼자 나와있냐는 물음에 정신 차리고 입으로 옷가지를 물고선 남자에게 다가갔다. 혹시 몰라서 주머니에 챙긴 이름표가 있었고 떨어진 이름표를 보더니 이름이 녜리냐며 물고 있는 옷가지를 들고선 쓰다듬었다.

수인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건 금세 사라졌다.
주인 옷 들고 장난친 거냐며 웃으면서 쓰다듬는데 기분 좋아 남자의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거 렸다. 늦었으니까 내일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대답하듯 짖고선 남자의 걸음을 따라나섰다.

집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발걸음에 맞춰 들어갔다. 혹여 먼지가 묻진 않을까 싶어 발 매트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발을 닦는데 잘 닦이지 않아 낑낑대니 제 앞발을 잡아들었다. 미안 발 닦아주는 거 몰랐어라며 세상 다정한 미소를 두고 털어주는데 첫 만남에 잘못 본 거 맞구나 생각하고선 다 됐다며 쓰다듬는 남자의 손길에 한번 짖고선 거실로 향했다.

남자의 모습을 뒤로하고 거실에 왔다 갔다 거렸다.
감시라도 하는 것처럼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냄새를 맡았다. 여자들 특유의 향수 냄새는 없어서 여자는 없구나 안심하면서 남자의 성격에 걸맞게 깔끔한 모습에 꼬리가 더 힘차게 흔들었다.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눈이 휘게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꼬리가 더 세차게 흔들었다.

손에 들고 있는 소세지를 보여주면서 배고프냐는 물음에 힘차게 달려가선 시선을 두었다.
소세지 소세지!! 짖으면서 빙글빙글 돌았다. 평소 주전부리가 심하다는 누나들의 건강 예찬론 덕에 맛보지 못했던 그것을 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라니.. 흔드는 소세지를 바라보며 왔다 갔다거리는 남자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웃으면서 이내 가져다주는 걸 덥석 물었다. 고기도 환상적이었지만 입에 달콤함이 남는 소세지맛에 다니엘은 더 먹고 싶었지만 빤히 쳐다보다 다시 제 털을 쓰다듬는데 부드럽게 쓰는 남자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 마냥 웃었다.



" 뭐 묻었다 "



다시 거실로 향하려는데 제 얼굴을 잡아끄는 손길에 제법 남자와 가까이 얼굴을 마주했다.
뭐 저렇게 생겼냐.. 연예인인가 싶어 안 그래도 부끄러운데 얼굴을 가까이하고 있으니 강아지인데도 열이 자꾸만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눈 옆에 얼룩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 옆에 점 있는 자리를 만졌다. 간혹 얼룩이라도 오해받긴 하지만 그건 점인데.. 제법 세게 문지르는 손길에 아파서 문지는 팔 위로 앞발을 올리고 낑낑대니 미안하다며 쓰다듬는 손길에 그새 풀려선 웃었다.

좀 쉴까 중얼거리며 소파에 앉는데 남자를 따라 옆에 앉았다.
곁에 있으면서 강아지의 모습이니까 품에 안아도 되겠지라며 남자의 품으로 몸을 들이밀었고 놀라기보단 여전히 미소 지으며 등을 쓸어주는데 기분 좋아 남자의 어깨에 제턱을 올렸다. 녜리는 형이 좋냐며 강아지인 제게 대답이라도 바라는 건지 연신 부비적거리는 제 몸을 쓰다듬으면서 다리를 간지럽히는 꼬리털에 웃음을 지었다.

연신 몸을 비비꼬면서 생각했다.
강아지의 모습이니까 뽀뽀를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수인이라고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 생각은 곧 현실로 마주했다. 부비적거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볼에 입을 가져가대고 뽀뽀를 했다. 놀란 눈보다는 귀엽다는 눈을 하면서 등을 쓰다듬는데 자신의 심장은 첫 만남 때보다 더 빨리 뛰었다. 강아지인 모습이라도 제 입술이 남자의 볼에 뽀뽀를 한건 맞으니까.. 어쩌지 너무 좋아 연신 주체 못 하는 방방 대는 꼬리에 남자는 진정하라는 듯 꼬리까지 쓰다듬었다.

임자 있는데 안되는데 남자의 소리에 놀란 눈을 하고 마주했다가 쓰다듬는 손길을 거절하곤 소파에 내려가서 거실한켠에 몸을 웅크렸다. 고백도 하기 전에 거절을 당하다니 분하기도 하면서 억울해서 울음이 나올 것 같아 몸을 둥글게 말고선 두 앞발로 얼굴을 가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들리는 감각에 고개를 드니 남자는 졸려서 자자 무겁네 몇 안 되는 단어를 느리게 말하면서 자신을 안아들었다. 안 그래도 무서운 거 싫은데 갑자기 올라간 시선에 무서워 품에 더 파고드니 미안 놀랬어라며 사과하는데 다정해서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폭신한 감각에 눈을 떠보니 거실의 모습과는 다르게 양옆에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과 책상부터 책장까지 귀여운 캐릭터투성이 모습에 자신이 꿈을 꾸는 건가 싶어 눈을 떴다 감았다 다시 떴는데도 여전했다. 심지어 남자는 그 인형들이 있는 침대에 들어가선 이불을 덮었고 방황하며 이불 끝을 물고 뱅글뱅글 돌다 이내 복잡해져 나중에 생각해야지 하고 몸을 웅크렸고 남자는 웅크린 자신의 몸과 꼬리에 팔을 올리고선 잠을 청했다.

혼자 자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선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옆에서 나른한 성우의 목소리에 금세 눈이 감겼다.



5. 강아지와 고양이는 서로를 보고 싶다.


남자의 집에서 깨선 주인을 찾아주겠다며 당당하게 구는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머릿속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문을 나섰고 아파트 입구를 나오자마자 큰누나와 마주쳤고 입꼬리 한쪽은 살포시 올린 채 강아지 주인이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와선 정말 고막 한 쪽이 떨어질 만큼 잔소리를 듣고 사람으로 변한 뒤로는 얻어맞았다.



" 니 함만 더 이런일 있으면 내 부산데꼬 갈끼다 알긋나 "
" 누나야..잘못했다 "



귀한 아이라고 누나들 사이에서 오냐오냐 키워서 인지 이런 상황 판단에는 유난히 느렸고 더뎠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어가기 일수였으니 독립하는 것도 결사반대했던 이유 중에 하나였고 잘 사나 보러 갔더니 헤실헤실 웃으면서 남자의 손에 이끌려 강아지의 모습으로 나온 제 동생의 모습을 마주했다. 충격 공포 그리고 두려움까지 한순간에 몇 안 되는 감정을 한꺼번에 느껴서인지 몸이 축 늘어졌다.



" 니엘아 니 진짜 조심해라 쫌- 아니 막말로 니 강아지로 변해가 못된사람이 데꼬 가블믄 우짤낀데 어? 거기서 사람으로 까지 변해봐라 니 누나들이나 가족이니까 이해하지 다른사람들은 니 팔아 넘겨쁜다 머시마야 "
" 누나아- 내 진짜 힘든데 1절만 하믄 안돼나 "



니가 잘했으면 내 이리하겠나! 얻어맞을 소리만 한다며 중얼거리며 기어코 등짝으로 내리친 손에 눈물 찡한 표정으로 소파에 무릎을 안았다. 한 소리 했더니 더 축 처져있는 모습에 부엌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타선 건네줬더니 화내지 마라며 눈가 그렁그렁 거리면서 말하는데 묵혔던 걱정 가득한 속이 좀 누그러졌다.



" 문단속 단디하고 누나 또 올끼다 알긋나 조심 또 조심 "



나갈 때까지 걱정 가득한 소리를 하고선 끄덕이는 제 고개에 머리를 쓰다듬고 나갔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고생인 건지 누나가 가고 적막 가득한 집에 소파에 있는 곰인형을 품에 안았다. 폭신폭신한 게 꾹꾹 누르니 잠이 올 것만 같았다. 어느새 누워서는 곰인형을 안고 눈을 감는데 지난밤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임자 있다며 웃던 그 다정한 목소리와 미소 가득한 얼굴.. 고백도 하지 못하고 싸늘한 거절이라니 그럼에도 남자만 생각하면 열이 올랐다.



" 보고 싶다 "



강아지로 있었을 땐 좋았는데.
뽀뽀도 맘대로 하고 강아지라는 핑계로 품에 안기도 하고, 걸리지만 안았다면 종종 강아지로 변해서 남자의 집으로 찾아가려는 제 계획은 누나의 선전포고에 생각을 저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선 부스스한 얼굴로 잘 잤냐며 끌어안고선 뽀뽀하는 남자의 모습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방방 대는 심장을 얼마나 쓸어내렸는지 선물이라며 건네줬던 작은 인형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 그러고 보니.. 고양이 키우나 "



잠이 와서 느릿느릿 인형을 만지작거리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봤을 땐 캣타워부터 고양이 화장실에 장난감까지 그러고 보니 고양이의 모습은 보지 못했었는데.. 만약 고양이가 있다면 그 남자가 더 고양이 같았다. 짙은 이목구비에 어울리게 러시안 블루나 검은고양이 정도면 어울리지 않을까.. 저번에 밤에 산책했던 고양이랑 묘하게 닮은 거 같기도 하고 그 고양이 또 보고 싶었는데 귀여웠는데.. 느릿느릿 생각이 느려지면서 몰려오는 잠에 눈을 감았다.



한타 한타 노트북 화면 속 글자가 입력되었다가 이내 지우고 반복하다 결국 성우는 노트북을 닫고선 썼던 안경을 내려뒀다. 평소 같았으면 집중해서 진작 끝냈을 일을 벌써 몇 시간째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아지가 없는 집은 예전 자신의 집과 같았는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건 왜 때문인 건지.. 자고 있을 때 몰래 찍었던 사진을 보는데 입 벌리고 자유분방한 자세로 자는 강아지의 모습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 귀여웠지 "



풍성한 흰 털에 동글해선 답지 않게 사뿐사뿐 걷고 낯가리지 않고 다가오며 애교 부리는 모습이 떠오르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아침에 주인을 찾아준다고 나서서 얼마 되지 않아 나이 든 여자는 제 강아지라며 들고 갔는데 묘하게 화가 나있어 보였다. 주인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다가도 집에 들어오고 나선 괜찮았는데 하루가 흐를수록 허전함은 배가 되어서 또 보고 싶었다.



" 그러고 보니 걔도 귀여웠는데 "



물론 사고는 있었지만 그 아이가 강아지 수인이었으면 그 모습이 좀 닮지 않았을까 싶었다.
제법 큰 키에 덩치도 있었지만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얼굴이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더 그래서 어울렸나? 귤색 후드티가 어린아이처럼 귀여웠다. 안경 쓰고 선 고양이로 변한 자신을 조심스레 만졌던 손길까지.. 생각하니 쓸쓸한 겨울밤이라는 핑계에 맥주 한 잔이 당겨 선 의자에 걸쳐둔 카디건을 챙겨 입고 편의점이나 갈까 싶어 문을 나섰다.



*



난감하다.
성우 속 머릿속에 가득한 단어와 더불어 제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 건지 손으로 이마를 짚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서 들고 온 것까지 좋았다. 새벽시간에 사람들이 없는 공원에 들려오는 콧노래에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앉아있는 건 사람인데 엉덩이 아래로 흔들리는 꼬리와 머리 위로 올라온 하얀색 강아지 귀에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도 똑같았다.

수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의 모습도 아닌 반수인 상태에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다니..
누가 봐도 저 잡아가세요 하는 꼴 아닌가. 가뜩이나 수인이 많이 없는 한국 사회 특성상 암암리에 거래가 된다는 흉흉한 소문은 듣지 못한 어린아이인 건지 성우는 동족을 만나 반가움보다는 어디서부터 알려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과 걱정에 콧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흐으흥- 조으타 헤엥 "



방심하지 말라는 누나의 충고는 금세 한 귀로 흘렀다.
시험이 끝나고 제법 기대보다 높은 점수에 신나서는 편의점에 맥주를 사고선 벤치에 앉아서 안주 없이 먹길 시작하길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추운 날씨에도 술이 올라 열이 오른 건지 오히려 덥게만 느껴졌고 기분 좋아 콧노래를 부르면서 마지막 한 캔을 따려는데 제 손을 막는 손길에 미간 찌푸리고 고개를 들었다.



" 어? 고먐미다 - "
" 하..? 너.. "



열이 오른다고 느꼈는데 그건 취기가 오른 거였나 보다.
흐릿한 인영 속에 어느새 초점이 맞혀지고 놀란 표정과 함께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보고 싶었다. 시험공부한다고 도서관에 가서 죽치고 살았고 매번 아침에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는데 위 아랫집 치곤 한 번쯤은 마주칠꺼라 생각했는데 한 번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리워하면 할수록 보고 싶었고 그리고 지금 그 얼굴이 제 앞에 있다.



" 너 수인이었어? "
" 응. 나 강아지- 왈왈 "



취한 건지 손으로 강아지 마냥 앞발을 들곤 짖으면서 웃는데 성우는 어이가 없었다.
마주했던 강아지가 묘하게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수인일 줄이야.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 옆에 제법 크게 보이는 눈물점에 그때 그 얼룩이 점이었구나 생각이 드니 머릿속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건 나중에 이야기로 풀면 되고 취해선 더 헤실헤실 웃으면서 꼬리를 흔들어대는데 이이상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어깨에 손을 올렸다.



" 녜리야 정신 차리고 집에 "



쪽- 제 입술에 닿아있는 입술이 누구 것이고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정신 차리라는 제발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들 땐 이미 늦었나 보다. 제 입술에 네리의 입술이 겹쳐졌고 뽀뽀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고 나서는 또 헤실헤실 웃었다.



" 너 기억 못 할 행동하지 마. 또 혼 날려고 "
" 왜. 나 혼나 ..왜요 녜리 혼나는거 싫으데 "



금세 꼬리와 귀는 축 처져선 울상으로 바라보는데 빨개진 얼굴과 뽀뽀를 했던 입술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린애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부축해선 일으키는데 제 허리께로 왔다 갔다 거리는 꼬리에 성우는 열이 오르고 귀여우면서도 묘하게 젖은 얼굴에 아래가 바짝 서는 걸 막느라 곤혹스러웠다. 집에 도착해선 문을 열지도 못하고 지베 간다고 이젠 울기 시작하는데 성우는 다시 제집으로 데리고 가선 침대에 뉘었다. 눕자 포근하다며 웃었고 물가 지러 갔다 온 사이 그새 잠이 들어있는 녜리의 모습에 성우는 웃음 짓고 협탁에 물 잔을 놓았다.



" 귀엽다. 수인인 줄 몰랐어 "



강아지일 때도 평범한 사람일 때도 귀여웠지만 반수인 모습도 귀여웠다.
잠이 들었어도 팔랑 팔랑거리는 꼬리와 귀에 성우는 제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혹시라도 도망가려고 하면 잡아야지. 처음이었다수인을 마주하게 된 건. 자신도 특이한 수인이었지만 평생 수인을 마주하지 못했는데 제가 첫눈에 반했던 상대가 수인이었다니.. 게다가술에 취했어도 저를 제법 알아보고 뽀뽀까지 한걸 보니 녜리도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있었다면 더 했지



" 좋다 "



잠든 녜리가 깨지 않게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선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손길에 몸을 살짝 떨더니 등을 쓸어주자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채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는 모습에 성우는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6.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랑한다.


맥주 몇 잔에 취하겠냐는 제 생각은 자만이었다.
지끈거리는 골에 머리 위로 느껴지는 귀에 놀라서 일어나니 제방이 아닌 남자의 밤 모습과 긴 후드티를 입고서 바지는 어디다가 둔 건지 맨 다리에 방방 대는 꼬리까지 보이는 모습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조심하라는 누나의 말을 허투루 들은 제 자신을 꾸짖으면서도 등 뒤에 느껴지는 감각에 고개를 돌리니 물 잔을 들고 있는 채로 나와서 얘기 좀 하자는 남자의 말에 속으로 망했다를 외치며 앉아있는 모습이 지금 이 상황.. 정자세로 소파에 앉아서는 물 잔을 건네는 남자의 모습에 고개를 꾸벅인 채 받았다.



" 일단 통성명부터- 난 옹성우 그리고 나이는 서른세 살 그리고 고양이 "
" 풉 "



안 그래도 긴장감 도는 침묵 속에 성우가 꺼낸 말은 시한폭탄이었다.
이름 그리고 나이를 말할 때까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에 고양이라는 말에 먹던 물을 뿜고선 시선을 마주했다. 어느새 성우의 머리 위로 회색 귀와 고양이 꼬리가 보였고 제 눈이 잘못된 건가 싶어 눈을 비볐다가 다시 보는데도 여전했다.



" 수... 수인 "
" 어 - 고양이 수인이야. 그리고 보아하니 넌 강아지 수인인 거 같은데 저번에 우리 집에 왔던 거 너 맞지? "
" 풉 "



첫 번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성우의 말에 마시던 물을 또 뿜었다.
이젠 눈물까지 고여서 눈가를 닦는데. 그때 제가 남자의 집에 와서 강아지라는 이유로 남자의 품에 들어가서 안았던 건 기본 뽀뽀에 남자가 사는 집 무단 침입까지 했던걸 생각하니 남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소름 돋으면서도 또 거절의 말을 할까. 미리 심호흡을 하고선 남자를 쳐다봤다.



" 내 맞긴 한데요.. 그.. "
" 그래? 다행이네 나 너 아니면 어쩌냐 싶었거든 "
" ..? "
" 나 너 좋아하거든 - 처음 우리 집에 떡 주러 왔을 때 첫눈에 반했어 "



콜록콜록-
남자의 말에 놀라서 입을 열려다가 나온 사레에 연신 기침만 했다.
첫눈에 반했다니 거절의 말을 들을 거라고 예상했던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남자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생각하다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임자가 있다는 그 말은 뭔가 싶어 보는데 찔렸던 게 있던 건지 제 눈을 보면서 아 그거 농담이라며 웃는데 - 그 농담을 가지고 며칠을 고민했던걸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 와 내 그거 가지고 "
" 왜 내 생각을 그렇게 오래 했어? 왜? "
" 그야 좋아.. "



말렸다. 제대로 말린 거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가 능청스러우면서도 다 알고 있다는 듯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짓는 성우의 모습에 다니엘은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볼을 만졌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제 고개를 드는 손길에 눈을 마주했을 땐 제 입술 위로 겹친 성우의 얼굴과 입술에 놀라서 동그란 눈으로 손으로 밀치는데 덩치에 비해 힘이 좋은 건지 물려나기는커녕 지독하게 입술을 지분대는 혀에 살짝 열린 다니엘의 입안으로 성우의 혀가 들어가고 농도 짙은 키스 후 입술에 뽀뽀하곤 웃으면서 제 얼굴을 마주하는 성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 말 안 해도 돼. 너 나 좋아하는 거 알아 - 그러니까 어제 술 취해서 뽀뽀했지 "
" 아.. 진짜 반칙 이게 뭐고 "
" 사랑해 녜리야 "
" 아아! "



달콤한 고백에 술이 아직 덜 깬 건지 얼굴로 열이 올라왔다.
빨개진 얼굴에 차마 마주할 수가 없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어깨를 감싸 안는 성우의 다정한 손길에 열이 내리기는커녕 온몸에 열이퍼지는 것 같았다. 귀에 대고 사랑한다며 말을 하는 그 목소리가 낯설면서도 기분 좋아선 괜히 얼굴을 막았던 손을 귀에 대고 안 들린다며아아 거리는데 얼굴 보인다며 다가와선 입술에 뽀뽀를 하고선 오늘부터 연인사이네 라며 능청스럽게 구는 성우에 자신도 팔을 들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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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각도 이런 대지각이 있을까요 ㅠㅠ

녜리 생일을 축하해줘야지 라는 명목으로 쓴 글이 세상에 생일 다 끝나가기전에 올리다니.

그래서 12시 이전에 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ㅠㅠ ( 후일담은 나중에 올릴께요)

최근에 수인물에 빠져서 재밌게 보다보니 내가 쓰고싶어서 쓴 생축글이 되었네요.

지금의 우리는 시간이 좀걸릴것 같습니다. (늦어도 월요일아니면 화요일낼로 업데이트 할께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날씨 추운데 감기조심하구요-

공감주시는분들 읽어주시는분들 댓글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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