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TIC 엋건 시리즈 3탄

-신재현 분리불안 훈련기-


📷: 이번에야말로 버릇을 고친다.


지난 씬옵크 방송 이후 신재현의 분리불안증세는 조금 약화되기 시작함.

류건우가 자의로 자신을 버리는 일은 없을 거란 확신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가장 큰 불안은 자의가 아닌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결별이었으므로 신재현의 불안 핵심 요인은 영원히 없앨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류건우는 틈날 때마다 반려동물 분리불안 훈련법을 공부하기 시작함.

수능 공부, 공무원 시험 공부했을 때보다 의욕이 더 충만했음.


📷: 연하 애인 놈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인지 (피식)


신재현은 류건우가 뭔가 열심히 찾아보길래 또 뭘 준비하나 싶어 기웃거렸다가 휴대폰 화면 가득한 털뭉치들을 보고 


🦋: 그냥 평소의 건우형이군^^


하며 넘어감.

그 옆에 앉아서 강쥐들 영상 찾아 감상하기도 했음.

우리의 인절미말랑콩떡 콩이를 보려면 아직 근 10년은 더 기다려야해서 신재현도 류건우도 강강쥐 영상을 찾아보며 대리만족 하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 음. 대충 알겠는데.

🦋: 뭘요?

📷: 네 교육법.

🦋: ??

📷: 오늘부터 우린 각방이다.

🦋: ???????


마른하늘에 날벼락.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신재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남.


표정히 싸하게 굳은 것이 머릿속으로 건우의 사고 프로세스를 쫓느라 바쁜게 뻔히 보였음.

아마 또 '내가 뭔가 건우 형의 무른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냉정한 오함마 새끼 같은 결정을 내려서 화가 났나?' 같은 생각을 하겠지.

건우는 신재현의 팔을 잡고 다시 자리에 끌어다 앉힘.


📷: 화난 거 없다.

🦋: 그럼.

📷: 서운한 것도 없고. 너랑 기 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너한테 정 떨어지거나 질린 것도 아니야.

🦋: ...그럼 왜?

📷: 장기적으로 VTIC과 너,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취시키기 위한 짧은 극기훈련이라고 생각해라.


그 말을 듣고서야 신재현은 류건우가 한 각방선언의 의도를 이해함.

근데 머리로 이해하는 거랑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거랑 다르지.


🦋: 그게 꼭 각방이라는 극단적이고 잔인하고 정서적 고립감과 관계단절로 인한 의욕저하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 혓바닥이 쓸데없이 길군.

🦋: 얼마나 긴지 체험해볼래요?

📷: 개수작 부리지 말고.

🦋: 안 통하네^^

📷: 통하겠냐;


신재현은 징징거렸지만 건우는 냉정하게 묵살함.

사실 냉정은 아녔음. 시무룩하게 축 처져서 눈을 끔뻑이며 '정말 따로 자요?'하고 되묻는 얼굴을 향해 냉정하기란 어려웠으므로.

시선을 반쯤 신재현의 턱쯤에 고정하고 어, 진짜. 하고 대답하는게 고작이었음.


📷: (단호할 땐 단호하게.)


이미 분리불안 훈련은 시작된 상태였음.


[반려동물이 애교를 부리고 매달려도 기준을 정했으면 이를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보호자의 기분에 따라 규칙이 변하면 반려동물은 규칙 자체보다 보호자의 기분만 신경 써요.]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어느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의 음성을 떠올리며 류건우는 신재현의 미인계를 외면함.


🦋: 너무해…

📷: 어차피 계속 우리 둘이서 방 쓸 수는 없잖아. 이대로면 우리끼리 그룹내에서 따로 논다고 팬분열 온다.

🦋: …


그건 맞는 말이라 신재현도 반박 못함.

류건우에 대한 애절하고 비틀리고 절절 끓다 졸아붙은 사랑만큼 완벽한 브이틱에 대한… 신념에 가까운 집착도 신재현을 이루는 커다란 요소였기 때문에.


결국 빅TV를 통해 리얼리티 소재로 버무려 룸메이트 교체를 하게 됨.

티카들은 빅TV 4화 방영 소식에 호다닥 모여앉았음.

3화부터 케이블 방송과 함께 위튜브 실시간 스트리밍도 병행하게 돼서 대다수는 위튜브로 4화를 보게 되었음.


(실시간) [빅TV 4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ㅋㅋㅋ아! 토토가 아시는구나!

-지난주 토토가 무대 1편 보는데 확실히 레전드는 레전드더라

-븨틱도 데뷔 날짜 좀만 늦었으면 토토가에 묻혔을뻔; 디귿;;

-근데 뭘 바꾼다는 거임?

-애들 신곡 맞춰서 스타일링 새로 하는 거 아냐?

-그걸 스포한다고?


티카들의 의문은 방송이 시작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해소되었음.


📷: 룸메이트 교체를 할 겁니다(브이)


-안돼!!!!!!!

-않되!!!!!!! 아직 너희 입술 부비는 것도 못 봤는데!!!!

-※RPS 발언 자제해주세요※

-어이 키사마 ㅡㅡ 엋걶은 RPS가 아니야 RPC라고

-RPC는 또 뭐임?

-리얼 펄슨 커플. 얘넨 쉬핑 같은게 아니라 찐이란 말입니다!!!!!

-위에 놈 잡아가세요

-ㅋㅋㅋㅋ아 왱 맞는 말인디

-맞는 말 이러고 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


🦋: 팀원간 고른 교류를 위해 룸메이트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기로 했어요. 팀워크 고취를 위한 건우 형의 아이디어에요.


-뭐라고? 재현아 우는 소리가 커서 안들려

-청려어 번역: 전 건우 형이랑 계속 방 쓰고 싶었는데 건우 형이 팀워크를 들먹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룸메 교체에 동의했다.

-위에 놈 재현학 박사인데

-아직 석사입니다. 정진하겠습니다^^


🍒: 좋아! 나! 나 건우 형이랑 같은 방 쓰고 싶어!

🦋: 그래?

🍒: 흐읍!

📷: 채율이랑 와이즈 때 몇 번 룸메 했었지. 나도 괜찮았어.

🦋: 그래요?


-재현아 누나 너무 무서워ㅜㅜㅜ

-채율이 지금 중간에서 질식사하기 일보직전ㅋㅋㅋ

-엋걶 부부싸움이라도 했나?

-ㅋㅋㅋㅋㅋ회사에서 사귀는 티 작작 내라고 지시받은 거 아냐?

-하 김태인 이 새끼 이렇게 트랜드를 못 읽다니

-김 사장님 장사 그래 하지 마이소ㅡㅡ 앙?

-ㅋㅋㅋ사장 지시고 뭐고 청려는 눈에서 불 뿜겠는데ㅋㅋㅋㅋ


📷: 너희는 의견 없어?

🍋: 전 작은 방 혼자 써보고 싶어요. 진채율은 잘 때 너무 부시럭 거려서….

🍒: 내, 내가 언제?!

🍋: 너 누워서도 이어폰으로 노래 들으면서 혼자 자꾸 춤추잖아. 난 처음에 너 무슨 발작 온 줄 알았다고.


-아ㅜㅜㅜㅜ채율이 혼자 둠칫거리던거 다 들켰죠?

-발작 온 줄 알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븨틱 센터의 굴욕ㅅㅂㅋㅋㅋㅋㅋ

-채율이 동공지진 진도 8 ㅋㅋㅋㅋㅋ


🦋: 막내는? 지금까진 방 혼자 썼잖아.

🍡: 저도 건우 형이랑 룸메이트 하고 싶습니다.

🦋: 어째서지?


-재현아 진정해 걔 이제 중3이야ㅜㅜㅜ

-어째서지?< 신청려 미친놈아 정색하지 말라고ㅋㅋ

-ㅋㅋㅋㅋㅋ건우 저 한심해하는 얼굴 개웃기네ㅜㅜ

-이와중에 꿋꿋한 정우단ㅋㅋㅋ침착하게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이러고 있음ㅋㅋㅋㅋㅜㅜ


📷: 의견들은 잘 들어봤습니다.

🦋: 형은요?

📷: 뭐가.

🦋: 건우 형은 누구랑 룸메이트 하고 싶은데요?


-당장 나라고 말해

-신재현 완전 답정너 그자체ㅋㅋㅋㅋㅋ

-ㅋㅋㅋㅋ추하다 재현아ㅜㅜㅜ


📷: 나는 아무나 상관 없는데. 다들 한 번씩은 룸메 해봤는데… 특별히 불편했던 사람은 없어서.

🦋: 흐음. 그렇구나^^


-개삐졌다 개삐졌어

-누가 봐도 억지 웃음이죠? 지금 개꼴받았죠?

-아니ㅋㅋㅋ여기서 너라고 하면 바로 룸메교체 취소잖아ㅜㅜㅜ

-재현아 너 자꾸 방송에서 연애할 거면 돈 내고 방송해라


[노골적인 편애는 반려동물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어요.]

[보호자의 편애로 무리의 서열이 정해진다는 건 곧 보호자의 편애가 끝났을 때 자신의 서열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무리의 다른 구성원과 교류하는 대신 보호자만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부작용도 있구요.]

[여러 마리를 함께 기르실 때에는 보호자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셔야 합니다.]


건우는 신재현의 분리불안교정을 위해 노력 중이었음.

그리고 서운해 할 건 알았지만 브이틱을 위해서라도 신재현만 편애하는 일을 반복할 수는 없었지.

그룹의 화목을 바라는 올팬이나 알페스를 싫어하는 팬들도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지금이야 빅TV 1화부터 던져진 충격적인 찐게퍼와 씬옵크에서의 모먼트 때문에 유하게들 받아들여줬음.

하지만 지속적으로 둘만 딴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비춰진다면 팀에는 좋을 게 없었음.


🦋: …아무튼. 저희는 방 배정을 위해 미니 게임을 준비했어요^^


-아무튼? 아무튼?

-ㅋㅋㅋㅋ공주야 화 풀어ㅜㅜ

-ㅋㅋ채율이 눈치보다가 가자미눈 되게 생김ㅜㅜ


🍋: 무슨 게임이냐면~ 바로바로~ <좀비마블> 입니다!


신오가 보드게임 판을 들고 와서 내려 놓았음.

유명 보드 게임 <X루마블>에 좀비 아포칼립스를 섞은 게임이었는데, 뭔 끔찍한 혼종인가 싶지만 모바일 게임으로 시작해 의외로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 하고 있는 게임이었지.

실물 보드게임이 모바일 게임의 흥행 이후 출시된 거라 실물 플레이를 보는 건 처음인 티카들도 많았음.


-헐 좀비마블이 보드게임도 있었음?

-ㅋㅋㅋㅋ아ㅜㅜ 좀비마블을 한다고요? 여기서요?

-내 예상: 신재현 아포칼립스의 도시 영주 돼서 다 털어먹고 류건우 다시 자기 룸메 만듬

-내 예상: 신재현 계속 무인도 걸려서 남들 다 도시 차지할 동안 손가락 빰

-예상충 다 꺼져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히잉


📷: 게임 룰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건우의 말과 함께 화면에 게임 규칙 요약이 떠오름


  1. 순서대로 주사위를 두 개 굴려 주사위의 숫자 합만큼 전진한다

  2. 말이 도착한 위치마다 각기 다른 수의 좀비가 존재한다.

  3. 자원을 소모해 세이프 하우스를 건설하거나 무기를 사용해 좀비 수를 줄일 수 있다.

  4. 세이프 하우스를 건설할 경우 해당 도시의 지배권을 가진다.

  5. 좀비를 퇴치할 경우 보상(자원or무기)을 얻는다.

  6. 다른 사람이 지배하는 도시에 도착하면 통행료를 내야한다.

  7. 더 이상 통행료를 낼 자원이 없거나 좀비를 퇴치할 무기가 없어지면 사망.

  8.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승리한다.


🍡: 게임을 계속 하다보면 퇴치할 좀비의 수가 줄어들어 자원 수급이 어려워지고, 그 순간부터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이 되는 거죠.

🍒: 그럼 초반에 좀비를 많이 잡는게 이득인가?

🍋: 대신 그 턴에 좀비를 잡으면 세이프 하우스를 못 세우니까. 차지한 땅이 적으면 받을 수 있는 통행료도 적지.

🦋: 의외로 전략이 중요한 게임이네요.

📷: 다들 이해 했지?


-잠시만요 저 아직 이해 못 했어요, 선생님!!

-어 그니까 보석상이 100만원 손해라고?

-운빨+능지싸움이네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아구 주단이 신났어ㅋㅋㅋㅋ

-막내 크아에만 진심인게 아니구나ㅋㅋㅋㅋ


보드게임 판이 깔리고 초기 자원을 나눠가진 다섯명은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함.

순서는 청려-건우-채율-신오-주단이었음.


🦋: 주사위 굴릴게요.

(4*3)

📷: 7이네. 시작부터 황금 열쇠?

🦋: 여기선 녹이 슨 열쇠지만요.


신재현은 녹이 슨 열쇠 카드 제일 윗장을 골라 뒤집음.


[버려진 폐허 도시로 이동]

※3턴 간 이동 불가※

※주사위 수가 동일할 경우 탈출※


🍋: 시작부터 무인도라니…

🍒: 재현이 형…

🦋: 얘들아 그렇게 측은한 눈빛으로 보는 거 그만둬주지 않을래?^^


-동정은 돈으로 해

-동정? 아닙니다

-다음 말 하면 너 채금 먹는다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아 올려 올려 판사님 저희집 고양이가 쓴 채팅입니다 ㅜㅜ


건우와의 룸메이트건이 걸린 만큼 꽤나 의욕에 불타던 신재현은 시작과 동시에 무인도에 갇혀버림.

담담한 척 하지만 건우 눈에는 신재현이 꼴받은 상태라는 게 훤히 보였음.

작게 웃은 건우가 주사위를 넘겨받음.


📷: 신재현은 무인도. 그럼 나 굴린다.

(2*4)


6가 나온 건우는 무너진 싱가포르에 도착함.

좀비 수는 6.

가진 초기 무기를 들고 고민하던 건우는 좀비를 썰기로 결정함.


📷: 부러진 단검이랑 야구 배트를 소비해서 좀비 3마리를 처치한다.

🍡: 형 보상 카드 뒤집어보세요. (신난 얼굴)


-ㅋㅋㅋㅋ아 막내 개신났죠?

-우래기 아직 아카짱이라서 모바일 좀비마블도 피 검은색인 버전만 가능했을 건데ㅋㅋㅋㅋ

-ㅋㅋㅋㅋ신재현 옆에서 개부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것봐ㅋㅋㅋㅜㅜㅜ

-청려: 나도 좀비 잡고 싶었는데(폐허 벽에 낙서하며)

-낙서 왜 해ㅋㅋㅋㅈㄴ처량맞어ㅜㅜㅜ


📷: 통조림 2회분이랑 못 박힌 각목, 날카로운 쇠파이프 나왔다.

🦋: 손해인 건가요?

🍡: 좀비 3마리분 무기 써서 자원이랑 좀비 5마리분 무기를 얻었으니 이득을 본 거예요.

🍒: 대박! 헐헐 나도 빨리 주사위 굴릴래요~!


-하 진채율 진짜 한입에 빨아먹어

-호로로로롭~~~

-오 6*6

-쌍6 떴다ㅋㅋㅋㅋㅋㅋ


🍒: 와! 12! 오잉?

🦋: 녹슨 열쇠네.


-신재현 지금 채율이도 무인도 걸리라고 빌고 있죠? 개티나죠?ㅋㅋㅋㅋ

-응~ 채율이는 콩코드 여객기 걸렸어~


건우와 룸메이트가 하고 싶다던 채율이가 선전하자 신재현이 은근히 자신과 같은 무인도행을 기원함.

하지만 채율이는 도산한 콩코드 여객기로 가라는 지시를 뽑음.


📷: 도산한 콩코드 여객기라… 메타 개그인가.

🦋: 실제로 망했죠, 콩코드 여객기.


한편 채율이는 신중하게 갈 곳을 고민하다 결정을 내림.


🍡: 2일치 식량 자원을 지불하면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선점 가능한 이동수단이라 선점 후 여객기의 수입을 독점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음음… 그럼 저 자원 써서 선점한 다음 한 바퀴 돌아서 스톡홀름으로 갈래요! 한 바퀴 돌면 지원금 주는 거 맞죠?

📷: 똑똑한데?


-채율이 천재야 우리 채율이 얼굴도 잘하고 좀블도 잘해

-올~ 이상한데 꼬라박을 줄 알았더니 의왼데

-ㅋㅋㅋㅋㅋ신재현 부러운 표정 좀 그만 지어ㅜ 짠해죽겠네ㅜㅜ

-아니 명석하고 냉철한 우리애가 어쩌다 폐허에 갖혀서ㅜㅜㅜ


🍒: 황폐한 스톡홀름! 좀비 넷! 음음… 저는 세이프 하우스 지을래요! 일단 비트로 지었다가 나중에 돈 벌어서 요새로 업그레이트 할게요.

📷: 그래. 한 번 더 굴려.

🍒: 이여어업~!! 오, 7! 불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 이름들이 다 불길하네.


-ㅋㅋㅋㅋㅋㄹㅇ 아포칼립스라지만 남의 나라 도시에 너무 한 거 아뇨

-서울이랑 부산도 죽창났으니까 봐주자ㅋㅋㅋ

-오 채율이 이번엔 좀비 잡음

-ㅋㅋㅋㅋ아 보상 둘 다 구린 거 나왔네ㅜ

-채율: 그냥 세하 지을 걸…  ㅋㅋㅋㅋㅋ

-세이프 하우스 세하라 부르는 거 보니까 채율이 모바일 좀블 좀 해봤나본데ㅋㅋㅋ


🍋: 그럼 저 굴릴게요! 6*5! 11이 어디지?

🍡: 잿가루 날리는 아테네입니다. 좀비 수는 다섯이네요.

🍋: 끄응~ 나도 세하 지을래. 요새는 비싸고… 비트는 통행료가 적으니까… 주둔지로 건설!

🍡: 드디어 제 차례군요(의욕충만)


-응~ 주단이도 무인도야~

-어케 첫판에 둘이나 무인도ㅋㅋㅋ


<좀비마블>을 가장 기대했던 주단이는 9가 나와 그대로 무인도에 꼬라박음.

허망한 표정을 한 주단이를 위로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 어서와, 폐허는 처음이지?^^

🍡: 저 여기서 나갈래요.

🍋: ㅋㅋㅋㅋㅋㅋ아 개웃겨

📷: 신재현 다시 네 차례야. 주사위 굴려.

🦋: 으음, 이왕이면 폐허 탈출 하고 싶… (1*5) 었는데…


-어림도 없지ㅋㅋ

-재현이는 폐허에서 살아 건우 형아는 우주여행 갈 거야

-ㅋㅋㅋㅋ우주여행ㅜㅅㅂ

-재현아 두 턴만 버티면 탈출이야 힘내ㅋㅋㅋㅋ


📷: 다시 내 차례군.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이거 우리 아빠 맨날 하는 말인데

-ㅋㅋㄹㅇ 거기에 꼭 화음도 넣음ㅋㅋㅋ

-류건우 민번 까봐 너 21살 아니지ㅋㅋㅋㅋㅋ


실시간 방영이지만 이미 녹화된 영상을 푸는 것인만큼 티카들의 반응은 류건우에게 바로 닿지 않았음.

나중에 방송 모니터링을 하던 건우가 해당 부분의 클립을 따 소소하게 깔깔대는 걸 보고 뜨끔하긴 했지만.


📷: 2*5. 7칸이면 비탄에 잠긴 코펜하겐이네. 

🍒: 아깝다! 바로 옆이 스톡홀름인데!

📷: 그렇게 형을 털어먹고 싶어?

🍒: 네! 으흐흡


-신재현이랑 눈 마주쳤어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건우 재현이 팔 토닥이는거 뭔데ㅋㅋ

-여보 참아요ㅋㅋㅋㅋㅋ


🍒: 다시 제 차례죠? 갑니다앗~! 우왓 5*5!

🍋: 이 자식 주사위에 사기 친 거 아냐?

🦋: 신오. 같은 멤버한테 이 자식이라고 하면 안 되지^^

🍋: 이… 비열한 친구야. 주사위에 더러운 술수를 부린 것이 아니니?


-신오 갑자기 말투 철수 됐는데 무슨 일이죠ㅋㅋㅋ

-북조선이야 뭐야ㅋㅋㅋㅋㅋㅋ

-신재현 왜 저걸 듣고 만족스럽게 끄덕이는 건데ㅋㅋ


🍒: 아냐! 좀블의 신에게 가호를 받고 있는 거라고(찡긋)

🍋: 으!

🍒: 반응 너무해ㅜㅜ


-신오 진짜 치를 떠네ㅜㅜㅜ

-채율이 취급 왜 저럼? 청려도 그렇고 우리 애 따시키는 거 개티나ㅋㅋ

-야 헛소리로 분위기 곱창낼거면 꺼져

-저 새끼 백퍼 채율이 팬 아님ㅋㅋㅋ

-족같으니까 채팅 올려올려

-🖤💜얘들아 사랑해💜🖤 🖤💜얘들아 사랑해💜🖤 🖤💜얘들아 사랑해💜🖤


🍒: 수몰된 도쿄. 으으음… 세하 지을래요! 이번에도 비트로… 아니다. 후반부는 땅값이 비싸니까 좀 투자해서 주둔지로!

🍋: 너 솔직히 말해. 좀블 레벨 몇이야.

🍒: (엋건 눈치 힐끔) …다이아 S.

📷: 높은 거야?

🍡: 형 오픈 유저였습니까? 그 정도면 밥 먹고 좀블만 한 수준입니다.

🍒: 아, 아냐!! 과금해서 그허어업(입틀막)

📷: 넌 아직 정산도 못 받은 애가 무슨 게임 과금을 해…

🦋: 채율아 이따 형이랑 면담 좀 할까?^^


-브이틱 그럼 크아 고인물이랑 좀블 핵과금러가 함께하는 겜창그룹인 거임?

-ㅋㅋㅋ아 진채율 지금 엄빠 카드로 게임 과금했다가 딱 걸린 표정인데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밥 먹고 좀블만 한 수준ㅜㅜㅜ

-ㅋㅋㅋ면담 예약 뭔데ㅜ 우리 앞에서 해 면담ㅜㅜ


채율이는 순순히 좀블 모바일에 과금한 사실을 털어놓음.

다행히 많은 돈은 아니고 행운값을 보정해주는 아이템이나 특수효과 주사위 등을 산 정도였음.


🍒: 그, 그리고 데뷔 준비하면서부터 게임할 시간도 없어서 안 한지 오래됐어요! 지금 들어가면 복귀유저 환영 아이템 받을 걸요?

📷: 들어가지 마

🍒: 네에ㅜ

📷: 아니, 아예 하지 말라는 건 아냐. 취미 생활할 시간은 있어야지. 근데 적당히 해.

🍒: 걱정 마세요! 어차피 요즘은 다른 거 해요!

🦋: 다른 게임 뭐?^^

🍒: 끄흐흡…

📷: 자, 주사위나 마저 굴리자.


-ㅋㅋㅋㅋㅋㅋㅋ채율이 스파이 같은 거 시키면 큰일나겠다 진짜

-ㅋㅋㅋ재현이 브이틱 군기반장이냐고ㅋㅋㅋ

-아무래도 엄한 아빠 포지션인편ㅋㅋㅋㅋ


🍒: 다시 굴릴게요오… 1*5면… 뉴욕! 좀비 여덟… 으음 무기 써서 좀비 셋만 잡아볼게요!


-채율아 우리 그냥 세하만 주구장창 짓자

-채율이는 좀비사냥은 안 하는 걸로ㅋㅋㅋㅋ

-ㅋㅋㅋ어케 좀비만 잡으면 보상이 다 구데기야ㅋㅋ

-주운이랑 보상운 밸런스 잘 잡혔네ㅋㅋㅋ


🍋: 저는 9나왔어요. 하나, 둘, 셋…아홉.

🍡: 부패한 사회복지기금이네요. 이 칸이 비어있을 때 걸린 사람은 3일치 식량 자원을 기부해야합니다. 그럼 그 다음 걸린 사람이 2일치 식량을 받아가고, 1일치는 은행으로 돌아가요.

📷: 부패해서 3분의 1을 떼이는 거야?

🦋: 디테일을 잘 챙기네요.


식량 3일치를 강탈당한 신오가 시무룩하게 주사위른 넘김.

주단이는 주사위를 들고 손 안에서 한참 굴리다가 눈을 감고 던짐.


-오! 3*3!

-무인도 한방 탈출ㅋㅋㅋㅋㅋㅋ

-ㅊㅋㅊㅋㅊㅋㅊㅋ

-ㅋㅋㅋ폐허에 재현이만 남았네ㅜㅜ


🦋: 축하해…^^

🍡: 죄송합니다, 형. 먼저 가보겠습니다. 부디 몸 건강히 탈출하세요.


-아니 어디 탈옥하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아 우리 막내 몰입했다고 흥 깨지 말라고ㅋㅋ

-나는~ 재똥벌레~ 친구~가~ 없네~~~


🍡: 스산한 취리히. 좀비가 넷이네요. 저는 좀비를 모두 처치하고 영역 정화 축하금을 받겠습니다.

🦋: 영역 정화 축하금?

🍡: 영역내 마지막 좀비를 해치운 사람은 은행에서 1일치 식량을 지급 받을 수 있어요.

📷: 좀비가 적은 지역은 아예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것도 전략이겠구나.


-그런 식으로 좀비 사냥에 초반 올인하는 걸 정화메타라 함

-아직 땅들 넘칠땐 좀비 사냥에 올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보상이 복불복인 것만 빼면ㅋㅋㅋㅋㅋ

-주단이는 보상 나름 잘 뜬듯?


좀비 처치 보상을 빵빵하게 받은 주단이 신재현에게 주사위를 넘김.

신재현은 이번 턴이 무인도 막판이었음.

여기서 같은 주사위가 나오면 탈출, 아니면 고스란히 세 턴을 모두 무인도에서 보내야하는 것.

신재현은 잠시 주사위를 들고 있다가 그 손을 건우에게 내밈.


📷: 뭐?

🦋: 행운을 빌어줘요.


-하… 재현아!!!!!!!!!

-ㅋㅋㅋㅋ줴엔장~ 5252 믿고 있었다구~

-김태인이 뭐라 하든 엋걶 버즈량은 재현이가 책임진다

-※RPS 발언 자제해주세요.※

-아니~ 쟤네가 연애를 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둘이 사귀길래 사귄다고 하였을 뿐인데 어찌하여 알페스를 하냐 물으시면…

-신재현 = 엋걶 대주주


📷: …참나.


잠시 망설이던 건우는 주사위를 쥔 신재현의 주먹에 후 가벼운 입김을 불어줌.

편애를 하지 말아야 한다던가, 단호하게 굴어야 한다던가 했지만.

그게 애정표현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눈앞에서 예쁜 연하 애인이 여우마냥 꼬리를 흔드는데 냉정하면 그게 사람이야? 돌부처지.


🦋: 덕분에 이번엔 감이 좋아요^^


신재현은 그대로 주사위를 보드 위에 던짐.


-ㅋㅋㅋㅋ네 다음 탈출 실패

-ㅋㅋㅋㅋ네 다음 똥촉

-ㅋㅋㅋ아 건우 행운이 아니라 불운을 불어준 거 아님?


그리고 4와 6이 나온 주사위를 보며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임.

건우가 풀죽은 신재현의 팔을 토닥여줌.


📷: 내가 도움이 안 됐네. 미안하다.

🦋: 아니에요. 형이 불어넣어준 행운보다 제 불운이 강했나봐요…

📷: (안절부절) 이번 턴이 마지막이잖아. 괜찮아.


-건우야 속지마! 저 새끼 지금 웃고 있어!!

-야이 FOX SHAKE IT!!!!

-ㅋㅋㅋㅋ아 건우 못보는 각도에서 씩 웃는거 뭐냐고 신재현ㅜㅜㅜ

-재현이는 폐허에 갇히거나 말거나 건우 형이 신경만 써주면 그걸로 족하다 이거예요~


그렇게 한참 신재현의 기를 살려주려 노력하던 건우는 신재현이 서글프게나마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자 조금 안심함.

전 같으면 이 새끼 또 수작질이네ㅡㅡ 했을 텐데… 요 이틀 분리불안 훈련 한다고 재현이한테 계속 단호한 거리두기를 한 터라…

신재현이 정말 풀 죽은 모습을 계속 봐버려서 연기에도 홀랑 넘어가버린거.


신재현이 이제 괜찮다고 얼른 형 차례 마치라고 한 뒤에야 건우는 자기 턴의 주사위를 굴렸음.


📷: 부산. 식량 5일치로 영지 선포 가능. 영지 선포는 세이프 하우스랑 다른 건가?

🍡: 세이프 하우스는 어떤 건물이냐에 따라 다른 통행료를 받을 수 있지만 영지 선포는 모두 동일한 가격의 통행료로 고정됩니다. 대신 최고등급 세하인 요새보다 통행료가 비쌉니다.

📷: 좋아, 영지 선포 간다. 지금부터 부산은 내 거야.(진지)


-건우님께서 부산을 원하신단다!!!

-부산 시장 누구야 당장 쪼까네

-ㅋㅋㅋㅋㅋ진정해 미친놈들아

-나 붓싼 시민인데 진짜 건우가 부산 시장해주면 좋겠다 매일 시청에 민원넣으러 가게

-민원을 왜 넣어요ㅜㅜㅜ

-시장 얼굴이 복지인데 얼굴을 안 보여줘서요ㅜ

-ㅋㅋㅋㅋㅋㅋㅋ아 우리 건우 아이돌 해야한다고


🦋: 저 걸리면 할인해주세요^^

📷: …미인계 안 통해.


-류건우 시점 신재현 웃음 = 미인계

-ㅋㅋㅋ아니 보통 저 상황에서 동성 친구한테 미인계쓰지 마라 하냐고ㅜㅜ

-미인계 안 통해 = ㅈㄴ 잘통하니까 쓰지말아주세요

-ㅋㅋㅋㅋ누가 봐도 지금 머릿속으로 얼마나 에누리 해줄까 계산 중인데요


누가 봐도 이미 미인계에 넘어간 상태임.

신재현은 그런 류건우를 보면서 속으로 억울한 마음을 품고 있었음.

이왕 미인계에 넘어갈 거면 밤에나 좀 넘어가주지.

끝끝내 이 분리불안 훈련을 고집한 류건우 탓에 이틀 전부터 신재현은 독수공방을 시작했음.


🦋: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건 전적으로 내 탓이지만. 아니야. 그것도 결국 건우 형이 원인아닌가.)


각방 첫날을 떠올리며 신재현은 울적한 원망을 삼킴.


각방을 쓰게 된 첫날. 류건우는 신재현에게 방을 쓰라며 거실로 나감.

신재현은 본인도 자신의 현재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번 기회에 보다 '청려'다운 모습을 찾을 각오를 했음.

적어도 류건우가 자신을 염려한다는 이유로 자길 멀리하려하지 않을 정도로는.


🦋: 잠이 안 오네.


그런데 혼자 자려고 누운지 한참.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음.

오전오후 연습과 인터뷰로 몸은 피곤했는데 정신은 잠들 생각을 안 함.


내가 혼자 방에서 잠든 사이에 저 밖에서 건우 형이 또 죽어버리면 어쩌지?


이제 더 이상 시스템도 상태창도 뭣도 없어서 이번에야말로 건우가 죽어버리면 신재현은 홀로 남겨질 터였음.


🦋: 잘 자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오자.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음. 류건우는 이미 잠들었을 테니 그냥 잠깐 나가서 그가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지만 보면…


📷: 들어가라.

🦋: 네에…


휴대폰으로 모니터링 중이던 건우는 거실 소파에 누운 채로 냉정하게 말함.

신재현은 섭섭한 마음과 동시에 그가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 숨쉬고 있음에 안도함.

이젠 정말 잠들 수 있을 것 같았음.


🦋: …


어림도 없지. 눈 감고 혼자 누워서 비어있는 품안을 인지하는 순간 다시 불안이 용솟음침.


박문대가 죽고 그 죽음을 부인하며 홀로 보낸 2년.

매일 같이 사라져가는 흔적에 끝내 그의 부재를 인정하고야 말았던 그 시간.


결국 신재현은 다시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남.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류건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음.

신재현은 마치 무대 하나를 마치고 내려온 것처럼 거세게 뛰는 심장을 무시하고 소파로 다가감.


🦋: …


류건우는 잠들어 있었음.

성인이 되고서도 키가 자랐다더니 이제 21살이 된 류건우는 박문대였을 때와 크게 키 차이가 나지 않았음.

평균보다 큰 키로 소파에 누워 잠든 모습이 그리 편해보이지 않았음.


🦋: 이렇게까지 해서 따로 자야 하나.

📷: …안 자냐.


설핏 들었던 잠이 깼는지 류건우가 잠긴 목소리로 물어옴.

신재현은 대답하는 대신 누워있는 건우의 가슴팍에 머리를 대고 슬슬 도리질을 함

안 어울리게 어리광을 부리는 신재현이 짠해진 건우는 그 머리통을 쓰다듬어줌


📷: 너도 가서 빨리 자.

🦋: 잠이 안 와요.

📷: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익숙해져.

🦋: 그렇게 말 하기엔 형은 할 때마다 버거워하던 아야


머리카락을 쥐어 뜯긴 신재현이 앓는 소리를 냄

류건우는 씩씩거리면서 신재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쉼


📷: 그렇게 살살 긁어도 어물쩍 넘어가줄 일 없으니까 들어가서 자라.

🦋: …후배님이 조금 더 매정한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신재현의 그 말은 차에 치일 뻔한 어린애를 구하다가 죽어버린 박문대를 원망하는 말이기도 했고, 고장난 신재현을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본심과 달리 밀어내는 류건우를 원망하는 말이기도 했음.

그걸 이해하는 류건우는 잡아당겼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어 정리해주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함.


🦋: 그냥 이대로 지내면 안 되나. 카메라 앞에서는 괜찮은 척 해볼 테니까. 나 그런 거 잘 해요. 알잖아.

📷: 네가 좋아하는 마음을 주체 못 해서 티를 내는 거라면 차라리 괜찮아.

🦋: …

📷: 그런데 불안해서 그러는 거라 안 돼. 나는 네가 나 때문에 브이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테스타라는 소중한 것을 가져봤던 박문대는 신재현이 브이틱을 지키기 위해 반복해온 시간을 그 일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음.

그리고 한편으로는…


📷: 어느 날 네가 더 이상 날 좋아하지 않게 됐을 때. 그때… 나 때문에 네가 바라던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한 브이틱을 아쉬워하면서 날 원망하게 되면 어떡하냐.

🦋: …그런 걸 걱정한다고.

📷: 그럼 열받아서 널 죽여버릴 지도 몰라. 아이돌 판에서 게이 치정극 끝에 살인이라니.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거다.


부러 농담을 덧붙였지만 앞선 말은 류건우의 숨김 없는 본심이었음.

류건우는 영원한 것을 믿지 않았음. 특히 사람에 관한 일에서는 더더욱.

영원을 품기에 인간은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함.

그렇기 때문에 세 번째 삶을 살면서도 류건우는 최악의 미래를 가정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음.


🦋: 아마 지금 화가 나는 것 같은데.


신재현은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남의 일 말하듯 하며 숨을 고름.


🦋: 나도 네가 이젠 날 두고 죽을 일 없다고 할 때마다 믿지 않았으니까. 내가 말하는 변하지 않을 마음을 네가 믿지 않는 것도 이해해야겠지.

📷: 음.


계속되는 반말에 류건우는 신재현이 진짜 빡돌았구나 하는 생각을 함.

하지만 말을 바꿀 생각은 없었음.

어느새 류건우의 가슴팍에서 머리를 때고 앉은 신재현이 싸늘한 눈으로 류건우를 내려다봄.

그리고는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남.


🦋: 어울려 줄게요. 이 행동교정 훈련. 대신 형도 약속해요.

📷: …뭘.

🦋: 형이 날 두고 죽을 일 없다고 내가 믿게 되면. 내가 더는 형을 사랑하지 않을 날이 올 리 없다는 사실을 형도 믿는 거예요.


어쩐지 그 목소리에 오기 같은 것이 서려있어서.

류건우는 진지한 상황임에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끔씩 신재현은 그 정신이 어느 시점에서 더는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을 보였음.

그리고 그건 류건우로 하여금 신재현을 더 애틋하게 느끼도록 만들었지.

이번에도 비슷했고.


📷: 그래. 믿어볼게.

🦋: 좋아요. 그럼 내가 거실에서 잘 테니까 형이 방으로 들어가요. 그리고 문을 잠가요. 내가 미쳐서 다시 들어가지 못 하게끔.

📷: 그렇게까지 하라고?

🦋: 어중간하게 할 거면 안 하는 게 나을 텐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쫄? 소리에 류건우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킴.

답은 하나였음.


📷: 해보자, 그래.

🦋: 그래요. 잘 자요.


류건우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고 신재현은 조금 전까지 건우가 누웠던 소파에 얌전히 누웠음.

그리고 체온으로 덮여진 가죽 소파의 온기 덕분인가 그대로 잠드는 것에 성공함.

오히려 방으로 들어가 혼자 넓은 침대에 누운 건우가 그 뒤로 한 시간을 더 뒤척이다 잠든 건 털어놓지 못할 비밀이었음.


신청려의 가오가 있기를 | 청려 최애 | 청려문대 논리버 | FUB Free

신가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