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미 돌릴수도 없는 과거를 탓하는 내가 웃겼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의자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미 소주병은 바닥을 보였고 같이 사온 안주는 뜯지도 않았다. 무의식이라는게 참 무섭다. 


".......진짜 그런 사람 없었는데."


아마 다시는 없겠지.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가...이 집에 올 사람이라곤 한 사람 뿐이다. 친구도 가족도 연락이 끊긴지 오래였다. 설마 아니겠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현관으로 향한 나는 인터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얼굴에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오빠가 왜..." 



이미 우리 관계는 종지부를 맺었다. 그것도 최악의 엔딩으로. 진실을 안후에도 해명하지 않았으니 오빠에게 나는 여전히 꼴도 보기 싫은 존재였다. 그런데 여긴 왜 온것일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도 없이 집에 찾아왔다는건...확실히 맨정신은 아닐것이다. 술김에 내 생각이 나서, 또는 나에게 화가 나서, 화풀이라도 하기 위해 온것이겠지. 웬만하면 화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초인종이 끊기기가 무섭게 다시금 울렸다. 없는 척 해야할것 같았다. 얼굴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것 같으니까. 만약 사실대로 말해서 용서를 받는다해도...나는 오빠한테 좋은 사람이 될수 없다는걸 안다. 상처만 되풀이 될 뿐이다. 오빠가 내 이기심 때문에 좋은 인연을 놓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숨까지 죽인채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제발 돌아가줘. 마음속으로 그렇게 부탁하면서.


"유린아..." 


그 순간 문 밖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눈이 크게 뜨였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날것 같다. 


"유린아....보고싶어.." 


보고싶다는 목소리가 애절하게 들렸다. 결국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 당장 이 문을 열고 오빠를 안아주고 싶다. 싶은데. 사실대로 다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는게 과연 옳은걸까? 생각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개를 저었다. 내가 스스로 내린 답은 아니. 그건 오빠를 위한답시고 실은 나를 위하는거다. 더 이상 혼자 희생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이 관계는 이미 끝났고 미련은 없어야한다. 입술을 짓씹었다. 나는 끝까지 문을 열지 않았다. 


다음날 문을 열었을때, 오빠는 없었다.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내내 찜찜한 마음으로 있다가 출근을 했다. 교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곳곳에서 안타까운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이 저마다 휴대폰을 보고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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