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크리스마스



신이 있다면, 으로 시작하는 나의 삶은 늘 가정이었다.

나라고 해서 처음부터 모든 걸 포기한 건 아니리라. 내가 내게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내 기억의 단면은 나의 체념에서 뻗어나갔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나를 사랑하는 이는 없었다.

하나뿐인 형제인 너와 같은 옷을 입고, 손을 꼭 잡고서 나란히 선 사진 하나 없는 삶이었다. 크리스마스 같은, 어린 아이의 마음을 무자비하게 들뜨게 하는 날이면 나는 꿈을 꾸었다. 무엇이든 해주고 싶지만, 해줄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탓하는... 따뜻한 부모는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대중이 없는 아빠의 분노, 대중의 사랑을 받던 엄마의 부재 그리고 너 없이 혼자 남은 나.

가난이 아닌 방치였다. 나의 존재는 어느 한구석에 비치된 마른 화분이었다. 신경 쓰지 않다가 우연처럼 닿은 시선 끝에 보면 이미 죽어있는 그런 부류의 것이었다.

처음으로 갖고 싶은 게 생겼다. 아빠에게 무언가를 사달라거나 하는 말을 꺼낸 것도 최초였다. 기억엔 늘 오류가 있지만, 최초라는 단어를 붙인 데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나를 오염된 것처럼 경멸하고 멀리하던 아빠가 내 뺨을 처음으로 때린 날이었으니, 이것은 내 욕심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을 뜻했다.

막 세상에 나타난 여린 발은 아빠의 폭력에 잘렸고, 내 뺨은 부었고, 나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은 다른 의미로 기억되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기어코 세상에 나오고 말았다는 폭언이 나를 에워쌌다.

작은 방에 갇히고서야 나는 내가 갖고 싶다고 했던 물건이 무엇인지 잊게 되었다. 형태도, 촉감도, 하물며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희미한 것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고 바닥의 냉기가 나를 감쌌다.

가만 눈을 감고, 시간의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히 있으면 시각을 제외한 감각이 비현실적으로 증폭될 때가 있다. 멀리서,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생일이 지나고 찾아온 크리스마스 자정. 나의 비루한 소원 조차 들어주지 않는 신이 태어난 날이었다.



천국의 크리스마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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