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님. 우리 오늘 영화 보러 나가는 날이죠?"


"..."


"오늘 아닌가요? 안가요? 김태형님?"


"... 님이라고 하지 좀 말라니까..."


"아.. 그럼... 여보? 쟈기야? 울애기? 달링?"


- 퍽


쿠션이 날아와 정국의 얼굴을 정확하게 맞추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아.. 아야.. 아야야... 나 아직 배 아야아야한데.."


곧 이어 쿠션이 하나 더 날아왔고 이번엔 정국이 날아오는 쿠션을 잡았다.


그리고 쿠션을 잡은 두 팔을 쭉 펴서 얼굴 높이에 두고 바라보았다.


"김태형님. 엄청 잘생기셨네요."


쭉 뻗었던 팔을 접으며 마치 태형을 보는듯 쿠션을 얼굴 가까이 가져온 정국은 입술을 내밀며 쿠션에 입맞춤을 했다.


그런 정국의 모습을 보던 태형이 하나 남은 쿠션을 마져 집어 던지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태형이 들어가자 정국은 들고 있던 쿠션을 한쪽에 내려놓고 잠시 그 쪽을 바라보다가 태형이 들어간 방을 향해갔다.


그리고 방 밖 문앞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눈으로 태형을 찾았다.


방 한 쪽에서 옷을 갈아입느라 상의를 벗고 이제 막 갈아입을 셔츠를 손에 드는 태형이 보였다.


"화났어?"


어느 새 방 안으로 뽀르르 들어온 정국이 태형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안으며 물었다.


태형은 아무런 대답 없이 자신의 허리에 감겨 있는 정국의 양손을 차례로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쳐낸 후에 여전히 입을 꾹 다문채 들고 있던 셔츠를 입으며 단추를 채워나갔다.


정국은 잠시 맞은 손을 아프다는 듯 호호 불어대며 눈치를 살펴도 태형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이내 태형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마주보게 돌려세웠다.


"뭐하는..."


그리고는 태형이 뭐라 잔소리 하기 전에 자신의 입술을 태형의 입술에 가볍게 맞추고 아주 살짝 태형의 입술을 머금었다 놓아주었다.


"하.. 옷 갈아입는 것도 이렇게 섹시하면 나보고 어쩌라는거지? 심장 터지겠네"


씩 웃으며 말하는 정국을 보며 태형은 살짝 코끝을 찡긋거리더니 "못말리겠다" 며 그래도 싫지 않은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게 보였지만 이내 정국의 등을 한대 찰싹 때려주고 옷이나 갈아입으라는 잔소리를 하고 거실로 나와버렸다.


정국이 방안에서 "나 뭐입을까?" 하고 소리치자 익숙하게 태형이 "옷장 앞쪽에 옷걸이에 걸어둔걸로 입어" 라고 대답해주며 TV를 켰다.


정국의 외출 준비를 기다리느라 틀어둔 TV에서는 기업 신제품 발표와 관련하여 몇몇 주요 중역들이 발표회에 참석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들 중 태형의 눈에도 아는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게 보였다.


"어? 민윤기형님이네?"


언제 나왔는지 정국이 태형의 뒤에 서서 TV화면을 보고 있었다.


"와 이 형님 인싸였네-  근데 화면이 실물을 못살린다. 그치? 어? 얼른 나가자 영화시간 늦겠다."


정국은 리모컨을 들어 TV를 끄고 태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형이 정국이 내민 손을 보고 잠시 딴청을 부리자 정국은 태형의 손을 낚아채듯이 잡아 자신의 품으로 태형을 끌어당겼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태형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정국의 품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지긋이 바라보는 정국의 눈과 눈이 마주치자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뭐...뭐..왜!"


"영화보다 우리 태형이 눈 쳐다보고 있는게 더 재밌긴한데.. 약속이니 나가야겠지?"


정국은 태형을 바로 세우고 그 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올리고 문 밖으로 향했다.










태형과 정국이 영화관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하고 영화 티켓을 발권하던 중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국아! 태형아!"


"지민이형!! 안녕하세요! 민윤기형님."


태형이 출력된 티켓을 받아들고 돌아보자 지민이 이쪽으로 종종 걸음으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그 뒤로 세상 혼자 사는 듯이 여유롭게 걸어오는 윤기와 함께.


"지민이형! 영화 시간 다됐어! 티켓 안찾아?"


"아 그래? 윤기야. 우리 시간 다됐데."


정국의 말을 들은 지민은 '티켓!!' 이라는 표정을 하고는 윤기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우리 민윤기가 미리 예매했을 성격도 아닐테고 빨리 티켓 사다주세요."


".. 진심으로.. 진짜... 박지민은 기억이 없는 게 더 착했... 아이쿠 이런.. 무서운 표정이다... "


지민의 말에 정말 세상 만사 귀찮은 표정을 하고 투덜거리면서도 티켓을 사러가는 윤기를 보며 태형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와.. 윤기형...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카리스마 있게 살더니 박지민한테 완전 잡혀사는구나.."


".. 임마. 누가 잡혀산다 그래. 그냥 귀여워서 내가 봐주는거지."


어느 새 나타나서는 태형에게 한마디 하는 윤기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던 지민이 이제 들어가자며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보고 예약해둔 식당으로 향해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은 잠시 후 달라고 요청을 해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자리로 안내되었다.


"이쪽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을 보고 태형과 윤기가 동시에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를 했고 정국은 엉거주춤하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닌 상태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며 인사를 건넸다.


"어.. 안녕? 남준이형."








일행이 다 온 것을 확인한 서버가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에 정국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 저 이런 분위기 힘들어서... 우리 와인으로 짠 한번하시죠? 사랑과 정열을 위해서?"


태형이 입을 살짝 벌린채 멍하게 앉아있다가 정국의 말에 그러자며 빠르게 동의했다.


윤기도 역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잔을 들었고 남준과 지민도 잔을 들어 서로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어... 상황은 태형이한테 전해들었어.. 오해가 있었다고. 서로.. 몰랐던 부분이기도 하고.. 뭐.. 내 입장에선 그럴 만 했지만... 니가 그런 건 아니었다고 하니... 내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할께."


잠시 머뭇거리던 남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고민을 많이 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 제가 형이라도 그랬을거예요. 그 날 윤기한테 가지 못한건 사실이니까.. 뭐 그게 항상 윤기한테 미안하죠."


"아.. 분위기 파이다. 이게 다 형이 성격이 못되서 그런거다. 쫌만 참지."


태형이 남준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둘이 아는 사이야? 친해보여"


지민은 안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모인걸까 생각하던 차에 태형의 행동을 보고 궁금하던 것을 질문 했다.


"어? 어. 친하진 않은데. 우리형이야..."


"어??? 형? 어? 그럼 형님이시네??"


태형의 말을 들은 정국도 미처 몰랐던 듯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반을 접을 기세로 숙여서 인사를 했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앞으로 김태형을 책임질 전정국 이라고 합니다!!!"


"풉-"


정국의 인사에 태형은 마시던 와인을 뿜어버렸다.


지민이와 윤기는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평온을 유지했지만 남준은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 네."


더 이상 어떤 말도 잇지 못하고 태형을 바라보는 남준은 이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해보라고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흠흠. 어... 형 인사해. 어.. 음.. 내가...음.. 사랑..하는 사람이야..흠"


태형이 소개를 마치자 정국은 정말 더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눈이 커다래졌고 지민과 윤기도 조금은 놀란 듯 보였지만 곧 입꼬리를 씩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남준은 태형의 말에 당황했지만 사회생활의 연륜인지 금방 평정을 찾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정국에게 악수를 청했다.

동생을 잘 부탁한다면서.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각자 나름의 즐거운 식사를 즐겼다.


남준은 다음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보자며 먼저 자리를 벗어났고 남은 사람들은 조금 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위잉




윤기가 전화를 확인하고는 회사에서 온 전화라며  미안하는 말을 하고는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형! 이거! 형이 부탁한거. 이거 맞지? 확인해봐.그리고... 이제 기억은 다 나는거야?"


정국은 지민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전해주며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어보자 태형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어! 이거 맞아. 고마워. 그리고.. 기억은.. 기억은 ...뭐.. 어느 정도 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윤기가... 고생이지..."


"아마... 윤기형은... 고생이라는 생각조차 안할거야. 지민이 니 일이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옆에 꼭 있어줘."


그 와중에 태형이가 지민의 손을 잡으며 힘내라고 말하는데 정국이가 살짝 입을 삐죽거린건 아무도 보지 못했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윤기가 자리로 돌아오자 다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식당 밖으로 향했다.




태형과 정국은 차를 두고 온김에 산책하며 데이트를 할거라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는 서로에게 꼭 붙어 기댄 채 행복한 모습으로 점점 멀어져갔다.


식당앞으로 차가 세워지고 지민이 먼저 차에 타고 난 뒤에도 윤기는 가만히 서서 태형과 정국이 걸어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걸어가고 싶어? 우리도 걸어갈까?"


지민이 차의 창문을 열고 윤기에게 묻자 그제야 지민를 보고 한번 웃어보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아니.. 그냥 둘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보기좋잖아"


운전석에 앉은 윤기가 자리에 앉아서 지민을 보며 웃는 모습이 왠지 조금은 쓸쓸해보였다.


"흠.. 있잖아.."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지민이 잠시 뜸을 들이자 시동을 걸려던 윤기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지민을 바라보았다.


"내가 뭘 기억하고 뭘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래서 니가 나한테 서운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 모르겠다. 에이씨. 자! 이거!"


뭐라 할 말이 정리가 안되는지 몇 마디 하다말고 한 손으로 머리를 새집마냥 헝클어 놓고는 주머니에서 아까 정국에게 받은 작은 상자를 윤기앞에 내밀었다.


"...무슨..."


"아!! 내가 아직 다른 건 다 기억 안나는데!! 니가,  민윤기가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인건 기억이랑 상관없이 그냥 알수있겠더라. 니가 어쩌다 쓸쓸한 표정이라도 보이면 내가 슬프더라.. 그러니까!!!후... 내가 못 해줬던 것들... 계속.. 평생 옆에서.. 다 해줄테니까... 내옆에.. 있어달라고.."


말을 마친 지민은 상자가 올려진 손만을 윤기에게 내민 채 차마 쳐다보지도 못한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지민은 손에서 가져간 상자가 열리는 소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윤기를 바라보았다.


상자안에는 같은 디자인의 반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느 새, 돌아 앉은 지민이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반지 하나를 꺼내어 윤기의 손에 끼워주고는 다른 하나는 제손에 끼웠다.


그리고 손을 같이 나란히 놓고 뿌듯한 듯 웃으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윤기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반지를 낀 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지민을 바라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지민은 처음 보던 그 날 처럼 배시시 웃더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윤기를 제쪽으로 잡아당겨 놀라서 벌어진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어버렸다.


윤기의 눈이 놀라 크게 떠졌다가 곧 스르르 감겨버렸다.


서로를 탐하던 입술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윤기가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


그런 윤기를 바라보던 지민이 자신의 입술을 혀끝으로 살짝 핥은 후 말했다.


"후.. 가자. 집으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졌어."


지민의 말에 윤기가 시동을 걸며 엑셀을 밟았다.


"...5년짜리여야 할거야"


"아... 민윤기... 참나... 기대해."


윤기가 운전하는 차가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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