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돌아왔다. 



떠났을 때보다 더 많은 짐을 들고. 


그 많은 기념품 중에 내 것은 기내 면세품으로 산 스킨 하나가 전부였지만 예전의 누나와 비교한다면, 그리고 내가 그동안 저지른 행위를 떠올린다면- 나는 내 손에 쥐어진 화장품을 과연 바를 수 있을까. 


누나의 귀국은 우리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했다. 처음 몇 번은 세 사람이 마치 완전한 한 식구가 된 듯 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 사람이 함께한 그 시간은 한 달 동안 다니엘과 붙어있던 내게도, 그리고 한 달 동안 남편과 떨어져있던 누나에게도 바라만 보기에도 갈증을 더 안겨주는 고된 감정을 안겨다 주는 듯 했다. 


“한국음식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자기도 먹어봐요. 유난히 맛있네.”


그냥 평범한 나물무침 한 젓가락을 집어 다니엘의 밥그릇 위에 얹어주는 누나의 모습을, 그 반찬을 한동안 바라보다 결국 한 젓가락 크게 담아 입 안 가득 밥과 함께 집어넣는 다니엘의 모습을 더 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구토감이 올라오는 듯도 했다. 함께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같이 있어도 더 외롭게 만드는 것들이 있었다. 내게는 다니엘이 그랬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치 장물아비가 된 듯 남의 것을 훔친 수치심과 혹여나 들킬까 싶은 불안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다니엘은. 다니엘은 지금 괜찮은 걸까. 


“이렇게 잘 먹는 거 처음 보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덧붙이는 다니엘이 못내 아쉽고 원망스러워 나는 의자에 앉아 안 그래도 불안감에 덜덜 떨던 다리를 쭉 뻗어 맞은편에 앉아있는 다니엘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생각보다 거칠게 나간 발끝에 적잖이 놀란 다니엘은 씹던 행위를 잠시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아주 찰라 내 눈과 마주쳤지만 나는 도로 눈을 깔고 먹는 행위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더 보고 있다가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 펼쳐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빨리 쓸어 넣고 일어나고 싶었다. 함께 있는 외로움보단 따로 있는 공허함을 참아내기가 나을 것 같았다. 적어도 후자는 어린 시절부터 충분히 학습된 감정이긴 했으니까. 학습됐다고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자리에서 일어나 친절하게도 내 앞에 물 잔을 채워 내려놓는 다니엘을. 


그러면서 짧지만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다시 자리로 가서 앉는 다니엘을. 


“자기나 마저 밥 먹어요. 쟤 원래 저렇게 걸신들린 듯이 먹어.”


누나의 말에도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밥을 먹는 다니엘을. 



나는 과연 다시 감당할 수가 있을 것인가. 

내가 과연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그 게 우리 셋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한 마지막 식사였다. 나는 의도적으로 두 사람의 식사시간을 피해 끼니를 해결했다. 몇 번은 싱크대 옆에 서서 게 눈 감추듯이 대충. 몇 번은 아주머니께 부탁드려 내 방 침대에 기대앉아 병원 밥 먹듯 꾸역꾸역. 창살 없는 감옥이 바로 여기였다. 100평이 가까운 공간에서 내가 발을 딛을 수 있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나는 방에서 하루 종일 두 사람이 떨어져있을 시간이 오길 기도했지만 하늘은 애초에 내 편인 적이 없었다는 듯 한 달 출장을 다녀온 누나에게 몇 주간의 휴식이라는 잔인한 휴가를 선물했다. 


고로. 나는 다니엘과 단 둘이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반대로 다니엘이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누나가 옆에 있었다. 



내 인생은 지나치게 악취미를 갖고 있다. 나는 행복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듯 다시 그렇게 원점으로 되돌려 놨다. 



덩달아 다니엘은 야근이 잦아졌다. 누나가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을 무렵 퇴근했고 현관에서 내 방을 지나야지만  도착할 수 있는 안방의 구조상. 나는 언제나 다니엘의 소리를 듣고 하루를 마감했다. 가끔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걷던 소리가 내 방 앞에서 잠시 멈췄다 다시 들린 날이 있었다.


똑똑


“지훈아. 자니?”


나직하고 조용한 다니엘의 부름에 나는 부러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불가피할지라도 나를 괴롭게 하는 다니엘에게도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나서 나는 살짝 조용히 내 방 문을 열어봤다. 이미 다니엘은 떠나고 없었다. 나는 요즘. 다니엘의 뒷모습을 자주 본다. 집에서는 그마저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절로 나오는 한숨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삼키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문 앞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하나 놓여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가슴팍에 밀어 넣고 서둘러 문을 닫았다. 닫는 걸로도 부족할 것 같아 문고리를 급하게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숨까지 참아가며 열어본 종이봉투에는 그 언젠가 다니엘이 사줬지만 내 입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돈어르신께 대접한 쿠키가 들어있었다. 나는 뚜껑을 열어 하나 입 안으로 집어넣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초코칩이 들어있어 달콤한 쿠키가 아그작-하는 소리와 함께 내 입 안으로 들어왔다. 


달았다. 아주 많이. 

달아서. 아주 많이 달아서. 

그래서 눈물이 났다. 




등굣길은 언제나처럼 다니엘의 차를 얻어 타고 이동했지만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의 다름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보조석에 앉은 순간부터 어떤 말도 뱉지 않았고 그런 고요가 어색했던지 다니엘은 라디오를 틀었다. 학교가 보일쯤 나는 미리 가방을 고쳐 메고 내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차가 멈춰 서기가 무섭게 서둘러 문을 열고 도망치듯 뛰어내렸다. 다니엘의 뺨에 뽀뽀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뽀뽀를 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왜 갑자기 폴란드로 떠나던 날. 누나의 뺨에 입을 맞추며 배웅하던 다니엘이 떠올랐을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알량한 죄책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주제도 모르는 질투심은 더 아니었다. 그냥 내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유치하게도 다니엘을 괴롭히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런 내 행동에 다니엘은 처음 몇 번은 제 뺨을 내 앞으로 내밀다 그냥 내려버리는 내 뒤통수를 한참이나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따가운 눈빛이 느껴졌지만 몇 번이 지나고 나서는 다니엘도 그저 받아드리는 듯 했다. 학습의 효과가 극적인 사람이었다. 


“고맙습니다.”


차에서 폴짝 뛰어내린 나는 그런 덤덤한 다니엘의 반응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한층 더 톤을 높여 인사했지만 가슴은 갈가리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러다. 이러다 진짜 내 곁을 떠나버리면 어떻게 하나. 매일이 불안하고 숨이 막혔다. 


이름 데로 된다고 나는 내 별명에 진짜 걸맞은 사람이 되고 있었다. 진짜 다니엘의 차를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됐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집안으로 돌아갔다. 





다니엘과의 한 달은 그 기간에 비해 무게감이 대단했다. 달라진 공기의 흐름을 혹여나 누나가 알아챌까 싶어 나는 더 말이 줄었고 방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다니엘의 손길이 그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 철저하게 내 안으로 숨어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외로움이 내게 가장 큰 약점이듯 버려짐은 내게 더 큰 굴레였다. 그 누구에게도 다시 버려지고 싶지 않아 나는 손발톱을 오므리고 감정의 끝을 잘라버렸다. 버려지는 것 보단 미움 받는 게 나았다. 만약에라도 우리 관계가 들켰을 때 아마 버려질 사람을 나일 거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잠식했다. 나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마 다니엘이었고 , 다니엘은 내게 한 없이 투명하다고 이야기했다. 내 투명함이 나를 버려지게 할 수는 없었다. 나의 투명함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나 혼자 버려지는 것. 최선은 전멸뿐이었다. 



지훈아.

네.

혹시 너.

혹시 뭐요.

아니다. 학교 잘 다녀와.

고맙습니다. 



나는 철저하게 우리의 한 달이 없었던 것 마냥 굴었고 다니엘은 내게 몇 번이나 무엇인가를 묻고자했지만 번번이 그 질문을 다시 삼키고 나를 보내줬다. 나의 무시 아닌 무시에 적응이 된 다니엘도 한 달 전 그 때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다니엘은 더 이상 내가 내릴 때 차비 받을 준비를 하지 않았고 창가 쪽으로 틀어져있는 내 뒤통수에 뱉지도 못할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나는 항상 뛰어가던 교문까지의 그 길을 어느 날부터 달려가지 않았다. 내 뒷모습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계속 바라보고 있을 다니엘을 알았으니까. 그 뒷모습이라도 한참을 그렇게 바라봐주기를 내가 더 바랐으니까. 


한참 그렇게 걸어가다 교문을 통과하고 길을 꺾어 돌아설 때쯤 멀리서 차의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나는 그 모퉁이에 숨어 다니엘의 차가 지나가는 걸 한 쪽 눈만 내어놓은 채 바라보았다. 그 차가 지나가고 점이되어버리는 그 순간까지 바라보다 아침조회 종이 울리는 순간 담임에게 혼나기는 싫어 발바닥에 불이 붙은 듯 정신없이 교실로 내달렸다. 숨이 턱까지 올라붙었을 때쯤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에 진동이 느껴졌다. 


[밥 잘 챙겨먹고]


아침조회가 끝나고 확인한 다니엘의 문자에 나는 책상에 얼굴을 묻고 마지막 교시까지 내리 잠들어 버렸다. 그 문자에 담겨있는 다니엘의 온기와 향기가 같이 느껴져 고개를 들고 있다가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릴 것 같았기에. 나는 그저 잠이 들 수밖에 없었다. 토막잠이 든 사이 나는 꿈을 꿨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떠 있는 그런 꿈을. 





아침부터 빗소리에 눈을 떴다. 올 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후드득 방 바깥 발코니 난간에 맞아 떨어지는 소리에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났다. 일주일 만에 다시 내리는 비였다. 지난주에도 비가 왔는데 올 봄은 매주 주말 비를 뿌렸다. 공식적으로 다니엘도 출근하지 않고 나 역시 등교하지 않는 그런 주말. 꼭 비가 내렸다. 



익숙하지 않은 벨소리가 울렸다. 내 것이었지만 생경했다. 평소 진동 혹은 무음으로 맞춰져있는 내 휴대폰의 진동모드가 풀어져있었던 건 혹여나 올지도 모르는 다니엘의 연락을 조금이라도 빨리.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기대는 몇 번 채워져 본 적이 없었지만. 


휴대폰 액정에는. [엄마] 두 글자가 띄워져있었다. 다니엘의 이름만큼이나 그립고 또 그리웠던 두 글자였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어른 두 명이었다. 엄마와 다니엘. 



“엄마아.”


나는 언제나 엄마를 부를 때 말꼬리가 늘어졌다. 조금이라도 오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내 욕심이라는 걸 엄마는 알까. 


아직 자는 건 아니지?

일어났어요.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

뭘 준비?

내일 아버지 생신이셔.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내려와야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엄마는 근 몇 달 만에 내게 전화를 했고 고작 한다는 말이 새아버지 생신이라 내려오라는 말이었다. 앞 뒤 없이 내 안부도 묻지 않고. 사랑에 눈이 멀면 이렇구나. 나는 입 안에 썼다. 


“아마 누나랑 매형도 준비중일거야. 한 차타고 내려와. 다들 기다리지 않게 어서 준비하고.”


그러고 보니 토요일 오전 9시. 평소의

고요함을 깨는 다소 분주한 듯 한 소음들이 집 안을 부유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적막함에 길들여있었기에 이 정도의 잔 소음도 내게는 거대한 폭풍과도 같았다. 나는 마른세수를 하고 머리를 헝클이며 침대 위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잠시 뒤 방 문을 열지도 않고 그 몇 센티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문틈 사이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30분 안으로 준비 마쳐. 곧 출발할 거니까.”


아저씨네 집으로 내려가는 그 4-5시간을. 왕복 열 시간을 한 공간에 있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누나의 귀국은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사실 이 이야기의 불청객은 오로지 나뿐이었는데 나는 그 책임을 누나에게 돌리며 욕실로 움직였다. 찬 물이 더 이상 얼음장 같이 느껴지지 않는 계절이었지만 내리는 비 때문인지 조금의 한기에도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어 나는 물의 온도를 점점 더 온수 쪽으로 맞췄다. 



조금이라도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고자 나는 먼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아직은 잠겨있는 차 문이 마치 다니엘의 상황 같아서 나는 그냥 바닥에 쭈그려 앉아 바닥만 손가락으로 쓸었다. 돌멩이를 들고 글씨를 썼다. 


나쁘다. 나쁘다 다니엘. 


쓰고 혼자 중얼 거렸다. 


“뭐가 나쁜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손바닥 날을 세워 바닥을 닦아 흔적을 지웠다. 얕게 깔려있던 모래나 먼지 따위 등이 그 글씨의 흔적을 감쪽같이 없애줬다. 역시 본심을 지우는 데는 탁하고 더러운 존재가 진심보다 더 능숙했다. 


누나도 나쁘다. 


그리고 역시 혼자 중얼거렸다. 


“누나는 언제나 나빴다.” 


글씨를 쓰고 나는 그 돌멩이의 흔적 중에 누-라는 글자만 지웠다. 그랬더니 그 문장은


나도 나쁘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나는 언제나 나빴다.” 


갑자기 고해성사가 됐다. 그래. 내가 제일 나빴다. 이 이야기의 완전한 악역은 나였다. 



“야. 뭐해”


누나는 언제나 나를 야-라고 불렀다. 나도 이름이 있는데. 


“누나. 내 이름 잊어버린 거 아니지? 박지훈.”


나는 입 안 쪽 살을 살짝 물었다놓으며 누나를 올라다보고 말했다. 꽤 많이 내리는 빗소리의 냄새가 비릿하게 흘러 들어와 마치 내 입안에서 나는 피비릿내 같았다. 


“누가 뭐래? 비켜. 여기 내 자리잖아. 뒤로 가 앉아.”


누나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랬다. 내가 쭈그려 앉아있었던 곳은 다니엘의 옆자리. 보조석의 차 문 옆이었다. 나는 무안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니엘은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고 운전석으로 쏙 들어가 앉아버렸다. 무슨 표정이었을까.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기도했다. 경멸하거나 불쌍해하는 표정은 아니었으면. 



나는 뒷자리 문을 열고 누나의 뒷자리에 숨어 앉았다. 이렇게 앉으니 누나는 머리카락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돌리면 내가 좋아하는 다니엘의 오른쪽 얼굴이 보였다. 일단 그거면 됐다. 약간 사선으로 봐야했지만 누나의 존재가 삭제되자 나는 다시 한 달 전으로 돌아간 듯 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ㅔ룸미러로 나와 다니엘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오랜만에 웃어줬다. 내 웃음의 의미를 다니엘은 알까. 


“아까 보니까”


다니엘이 박스에서 물티슈를 한 장 꺼내 내게 넘겨줬다. 


“바지에 먼지 묻었더라. 닦아.”


그 언젠가 기름때 칠이 돼 있던 나를 닦았던 그 물티슈였다. 그 날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고맙습니다.”


물티슈를 받아들며 우리는 손가락이 서로 닿았다. 다니엘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고 친절하게도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온전히 바라봐줬다. 


“잠깐만 한 장 더 줄게.”


두 번째 물티슈를 주면서는 받아드는 내 손바닥을 검지로 살짝 간지럽혔다. 심장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 듯 정신이 혼미하고 두근거렸다. 


“빨리 가요. 비와서 늦을지도 몰라.”


화장을 고치며 재촉하는 누나의 말소리에도 그렇게 몇 초간 내 손을 건들던 다니엘이 자세를 바로하고 안전띠를 메며 시동을 걸었다. 



이거면 됐다. 고속도로를 내리 4시간을 달려야하는 오늘. 이 거면 참을 수 있었다. 



누나가 튼 작곡가도 넘버도 알 수 없는 협주곡과 간간이 룸미러로 눈인사를 하는 우리의 시선. 

그리고 차 창문을 거세게 때리는 이제 곧 올 계절을 예고하는 빗소리가 가득한 그런 주말이었다.



J의 이야기는 녤윙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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