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로 멋있게 보내줘야된다는걸 아는데.


오랜만에 일찍 눈이 떠져,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다. 회원들을 관리하고, 5분에 한번씩 핸드폰을 확인했다. 어차피 연락올 사람도 없는데. 심심할때마다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핸드폰을 확인하고 반복하다가 참지 못하고 헬스장을 뛰쳐나갔다. 몇걸음만 걸으면 지민형의 카페가 보인다. 


더 말라있으면 어떡하나.

밥은 잘 먹나.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지민형은 고개를 들지 않는다. 푸석푸석한 금발 머리통이 위 아래로 꾸벅 떨어지길 반복했다. 자냐, 내 말에 들은체도 안한다. 시계를 보니 열한시 오십분이다. 알바생은 매일 오는 나를 본체, 만체 하며 지나쳤다.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지민형의 이마를 세게 튕겼다. 아씨! 지민형은 깜짝놀라 카운터 앞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와. 밥 사줄게."


***


오마카세와 돈까스를 시켜줬다. 여기 연어초밥 되게 맛있는데. 내가 말해도 지민형은 앞에 있는 우동국물만 떠먹었다. 


"먹어! 좀!"

"..............."


지민형은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인다. 여기 되게 비싼 집이거든? 나도 이런거 안사먹는데.. 아무리 말해도 요지부동이다. 셰프는 우리를 보고 소란을 떨며 회를 썰어줬다. 접시를 해치울때마다 회와 초밥은 계속해서 나온다. 물론 나만 먹고 있다. 지민형은 입맛이 떨어지게 젓가락만 쪽쪽 빨고 있다.


"이거 복어에 독 제거한거 맞지?"

"입맛 떨어지게 그런 말 할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다 손수 먹여줬다. 살을 찌려면 탄수화물이랑 지방이 필수거든. 지민형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회와 초밥을 받아먹었다. 내가 계속 먹여주니 지민형은 그제서야 씩씩하게 식사를 해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볼이 빵빵하게 음식을 먹고있는 지민형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3일만이다, 3일만.

그렇게 헤어지고 연락 한번 안하다가 대뜸 밥 사주겠다고 말하니 따라오는 지민형도 신기했다. 


[행복해라..]


"일단 살이 쪄야 행복하지. 곧 뒤지게 생겼어. 팔뚝보면."


내 말에 지민형은 속없이 하하, 웃는다.


[행복해라..]


"김태형은 형한테 밥 안사줘?"

"사주지."

"안사주면 혼내려고 했는데."

"네가 걜 왜 혼내?"

"그러게.."


지민형은 스트라이프색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있었다. 발목을 보면 한줌도 안된다. 삐쩍 말라가지고.. 혼내야지. 당연히 밥 안사주면. 행복해야되니깐. 행복을 빌어줘야되니깐.


"전남편으로써 혼내는거지."

"지랄."

"나같이 잘해주는 전남편이 어딨냐?"

"..........."


지민형은 내 말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모밀국수를 먹었다. 나는 그 모습을 손에 턱을 괴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형이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먹으라면 먹고, 내가 잘 자라면 자고. 잘 살라고 하면 잘 살고.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게. 


젠장. 멋있게 돌아서는 타이밍은 이미 놓친것 같지만.


***

나는 그 날 후로, 점심시간만 되면 지민형의 카페에 찾아갔다. 밥을 먹으면 난 늘 실없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아니, 거기 카페 알바생은 왜 나 보면 인사안해?, 확 잘라버려. 이런 말 같은거. 


[내가 너 보면 인사하지 말라했어.]

[왜?]

[그냥 재수없어서.]


그렇게 말하고 지민형은 또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는다. 돼지갈비를 구워주기도 하고, 파스타를 먹기도 했다. 조금씩 살이 오르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형은 이제 내가 먹으라면 먹는다. 욕할줄 알았는데 내가 나오라면 나온다. 조금만 더 살찌면 진짜 안보러와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내일은 뭘 먹일지 생각하며 잠이 든다. 


"그런데 매일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나."

"이게 얼마나 한다고."

"..........정국아."


그 때 갑자기 지민형이 날 불렀다. 

오늘은 점심으로 제육볶음과 쌈밥을 먹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지민형이 뒤에서 어깨를 잡았다. 


"왜? 차 타. 데려다 줄게."

"..........."


지민형은 내 차앞까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무언가 맘에 안드는 눈치다. 뾰루퉁한 얼굴에 입술이 3cm는 튀어나왔다. 난 저 모습을 안다. 무슨 말을 쏟아낼지는 모르지만.


"너 나한테 왜 잘해줘?"

"............."


난 그 질문에 말없이 차문을 열었다. 지민형은 함숨을 푹푹 내쉬더니 차에 올라탔다. 조그만 손으로 씩씩하게 안전벨트도 잠구고 날 쳐다본다. 쌍커풀없고 맹한 눈이 날 쳐다본다. 또르르 눈동자가 굴러간다. 

나는 말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숨이 턱 막혔다.


"형이 행복해야되니깐."

"왜?"

"뭘 왜야. 그럼 불행하길 빌어줄까?"


다리까지 달달 떨며, 신호를 기다렸다.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한손으론 손톱을 물어뜯었다. 엄지손가락이 빠짝 사라질정도로. 


그러게 왜냐.


"형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질거같거든."

"그니까 왜."

"..........그래야 나도 새출발하지."


숨막힐정도로 공기가 내려앉는 느낌이 났다. 

신경쓰이니깐.

그 한마디만 하면되는데, 입은 또 멋대로 움직인다.

확실한 감정이 아니라서, 또 대뜸 말해서 또 상처주면. 그 땐 걷잡을 수 없으니깐. 


".......너도 연애하게?"

"나도 언젠간 하겠지! 때가 되면."

"그래. 너도 좋은 사람 만나야지."


난 신호가 잠시 멈춘사이, 시선을 돌려 잠시 지민형을 쳐다봤다.


"............"


지민형은 그 말을 끝으로 카페에 도착할때까지 말이 없었다.


***


"주둥이가 문제야. 확 씨. 그냥."

"아. 왜 또!"

"그냥 주둥이를 쳐먹는데에만 사용하지. 너는? 말 좀 제발."


윤기형은 점쟁이가 틀림없다. 내가 조금이라도 후회할 짓을 하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헬스장 앞까지 찾아온다. 나는 일주일간 있던 일들을 말해줬다. 지민형을 불러다 밥을 먹이고, 데려다주고, 쿨하게 매일 헬스장으로 사라진 일. 매일 출근하면 카페에 들려 지민형의 얼굴을 확인하고 사라지는 일. 그리고 카페에 있는 알바생은 날 보고 아직까지 인사를 하지 않는 일. 그리고, 행복하라고 말하고 꽉 안아준 일.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들도.


나는 낮부터 윤기형과 술을 미셨다. 헬스장 앞 삼겹살 집에서, 삼겹살을 5인분이나 시켜서 구워먹고있는데 윤기형은 내 주둥이를 잘라다가 굽고싶다고 했다. 말하는게 정말 소름끼치는 형이다. 그리곤 소주잔에 술을 따라준다. 나는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크, 하며 목에 넘어가는 알코올을 느끼며 눈을 꽉 감았는데 윤기형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등짝을 쫙, 때리는 윤기형. 나만 보면 속이 뒤집히고 답답해서 암에 걸릴것같다는 윤기형은, 그래도 언제나 날 버리지 않고 술친구도 해주고 고민 상담도 해주는 착한 형이다. 윤기형은 입만 열면 지민형의 얘기를 했다. 난 듣고싶지 않아서 귀를 막았다.


형이 그렇게 말 안해도 머리 아파 뒤질것 같거든? 내가 예전에 졸업할려고 토익시험 볼때보다 더 머리아파. 정말. 


그렇게 말하면 윤기형은 입을 쏙 다물었다. 


"그럼 네가 듣기싫어하니깐 내가 한마디만 할게."

".............."

"확실히 해라."

"............."

"정리를 하던가, 아니면 다 때려치고 밀어붙이던가."

"............"

"김태형은 무슨 죄냐?"


[행복해라..]


알고있다.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는것. 그리고 나를 보며 고맙다고 환하게 웃던 태형이형의 얼굴을 생각하면, 목이 꽉 잠긴것처럼 숨을 쉴수없을정도로 답답했다. 


"그러게. 태형이 형 어떡하지."

"............."

"그리고 박지민도 다..."


윤기형과 그 날, 나는 4차까지 달렸다. 도중엔 정신을 잃었고, 다행이 집까지 무사히 혼자 찾아왔다.

사실은,  술김에 전화를 하고싶었다. 

멋있게 목소리를 깔고 지민형을 불러다, 앉혀놓고 뭐라도 말하고 싶었다. 

나는 낭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깐.  

촉촉한 새벽 공기에 젖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찍히지 않는걸 보고 그제서야 안심했다. 




그런데 왜 주위에 카페가 지민형 카페밖에 없냐고.

아니, 사실 지민형의 커피가 제일 맛있다.

그래서 가는 거다. 아침 해장으로 커피를 마시려고. 

정말로 더이상 방해하지 않으려고 생전 읽지도 않는 책을 챙겨갔다. 왜 왔냐고 물어보면 책을 꺼내보일 생각이었다. 그러면 지민형은 있는대로 비웃겠지. 나는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까딱거리며 지민형을 찾았다. 꾸벅꾸벅 카운터 앞에서 졸고있을 지민형이 없었다. 나는 샷을 뽑고있는 알바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카운터 앞에 팔을 올리고, 짝다리를 짚고 지민형을 찾았다. 왜, 없냐. 또.


"여기, 사장님 오늘 안나왔어요?"

"네. 오늘 아프시다고 해서."

"어디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 말에 기운이 빠져서 해장하려고 사려던 커피도 사지 않고 카페에서 나왔다. 아파? 어디가? 설마 단식이라도 하다 쓰러졌나. 생전 감기도 잘 안걸리는 사람이. 츄리닝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보내려다 그만뒀다.


[확실히 해라.]


***


아프면 말을 하던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좀. 


데드리프트를 하면서 속으로 지민형을 욕했다. 손가락이 부러진게 틀림없다. 먼저 연락은 죽어도 안하지? 아, 그래 내가 그렇게 싫다는 사람이. 헬스장에선 씨스타의 나혼자, 노래가 울려퍼졌다. 그 때 주머니에 넣어놨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나는 빠르게 휴대폰을 집어다, 지민형의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왜."

[그냥. 너 뭐해?]


지민형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바닥에 털썩 앉아 휴대폰을 귀에 더 가까이 붙였다. 


"나 운동."

[나 아파서...]


힘든지 크게 숨을 몰아쉰다.

나 아파서..


"..........."

[감기약이랑 죽 좀 사다줄수 있어?]

"병원은."

[기운이 없어서 못 갔다왔어.]

"알겠어. 잠깐만. 바로 갈게."


난 대충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수건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져지를 쥐고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멍한 눈으로 잠시 거울을 쳐다봤다. 


시발.



[확실히 해라.]


시발. 진짜.


"..............."


[확실히 해라.]



내가 거길 왜 가? 네가 가.


나는 윤기형에게 전화를 해서, 지민형이 보내준 주소를 찍어주고 대신 가달라고 전화를 했다. 윤기형은 내가 거길 왜 가냐며 단칼에 거절했다. 


네가 안 가면 김태형이 가겠지.


난 그 말에 힘없이 침대에 드러누웠다. 시간아. 가버려라. 시간아. 얼른 가 버려. 나는 멍하니 맞은편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노려봤다. 

태형이 형과 술을 먹었을때가 떠올랐다.

태형이 형을 데리러 오던 박지민.

내가 안가면 이번엔 태형이형이 지민형을 찾아갈것이다. 일곱시가 넘도록 저녁을 먹지 않았다. 나는 인상을 있는대로 찡그리며 침대에 내려와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전에 먹다 남긴 샌드위치를 꺼내와 대충 입에 들이밀었다. 


"............."


냉장고 한칸엔 지민형이 저번에 해놓은 진미채볶음이 있었다. 나는 진미채볶음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하나도 안어울리는 조합이었지만, 오래 뒀다간 곧 상해서 버려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버리기 싫었다.

지민형이 해준거잖아. 


"............"


지민형이.


***


10시였다.

야간까지 하는 약국을 뒤졌다. 감기약도 사고 초코우유도 샀다. 지민형이 좋아하는 전복죽도 샀다. 날 절대 들이지 않겠다는 지민형의 아파트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씩씩하게 엘레베이터를 탔다. 16층에 사는 지민형. 긴장이 돼서 후드집업을 뒤집어 쓰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경쾌한 소리에도 아무 인기척도 없었다.


나는 다시금 초인종을 눌렀다.

세번 이상을 눌렀는데도 지민형은 나오지 않았다.


"씨발."


나는 그제서야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발로 현관문을 뻥뻥 걷어차고 있는데, 그제서야 문이 열렸다.


"................"

"전정국?"


태형이 형이었다.


피곤한 얼굴로 웃는 태형이 형의 얼굴을 도무지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도망치듯이 약과 죽만 주고 달아났다. 


정국이야? 잠깐 있다가라해.


멀리서 지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

둘이 집에서 뭐 했을까.


"아. 시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대체."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미친듯이 달렸다. 달리면서 혼잣말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회원들은 이상하게 쳐다보며 피했다. 


그래.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어제부터 대체 뭘 한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대충 욕을 하면서 어떻게 잔것같은데. 아침에 일어나고 또 욕하고. 욕하면서 운동하고. 욕하면서 술집에 혼자 들어왔다. 술을 마시다보니 지민형이 해준 진미채볶음이 먹고싶었다. 

그러니깐 진짜 보고싶은게 아니라.

왜 이렇게 요리를 조금 했냐고 따지고 싶었다.


"아. 됐다. 시발. 내가 돌았지."


여기 이렇게 안주가 많은데 말이야. 참. 난 혼자서 낚지볶음에 소면도 먹고, 오뎅탕도 먹었다. 회색 후드집업을 뒤집어 쓰고 혼자 술을 마시는게 영락없는 홀애비 같았다. 남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큰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연거푸 소주잔을 비웠다. 


"그러니깐 둘이 대체 뭐했을까."


너무, 빨리 행복해지는거 아닌가. 내가 사준 밥먹으면서 살찌고, 김태형 만나서 사랑받고. 완전 나쁜 새끼 아니야. 이거. 이혼하고 옷도 더 이쁘게 꾸미고 다니고.


"나는 불행한데."

"................"

"나는 안 행복한데 말이야.."


나는 연속으로 소주 세잔을 마시고 테이블에 엎어졌다.


***


전엔 끔찍하게 참아냈다.

술에 힘을 빌려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었던 용기를.

그리고 난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행복하지 않다는걸, 깨닫고 나니.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당장 봐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었다.

새벽 1시였다. 골목길 벽에 기대 지민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민형은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않았다. 

이젠 내 전화도 받지 않는것인지, 화가 났다.

술김이라도 좋으니 얼굴을 보고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었다.

네온사인이 환하게 비추는 거리에서, 몸도 못가누고 벽에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았다.

전화 좀 받아라.

와서 나 좀 주워가면 안되냐.

제발 좀..


[나 지금 전화 못받아]


그 때 문자가 왔다.

술에 취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 눈을 찌푸리고 힘들게 문자를 확인했다.


왜. 임마. 어딘데. 어딘데, 야.


다시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술마시고 있어]


나는 비틀거렸다.

그리고 달렸다.

태어난 순간부터 형을 봐왔고, 형과 몇년을 같이 살았다.

자주 가는 술집은 정해져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게 너무 슬펐다.

이번엔 술집 문을 열고 말할것이다.


돌아와줘.

형이 음식을 먹고있는 모습을 보면 기뻐. 

좋다고 웃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울면 마음이 아프고.

김태형이랑 있는거 싫어.

그래서 뛰어왔어.


그리고 씨발, 신경쓰여서 미치겠다고.

그냥 김태형한텐 뒤지게 맞고 사죄하고, 형을 다시 잡고싶다고.

쉬운 일 아닌거 아는데..


미안해..


지민형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많이 갔던 이자카야 술집의 문을 벌컥 열었다. 저번에 태형이형과 같이 술을 먹었던 곳. 문을 열고 말할것이다. 여기 없으면, 어떻게든 찾아내서 오늘 꼭 말할것이다. 술에 취해서, 시끄러운 일본 노래에도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모든게 천천히 흩어져가는 시간속에서 나는 지민형을 찾아냈다.



Car radio 流ながれるせつなすぎるバラ-ドが
차 라디오에서 흐르는 너무나 애처로운 발라드가
友達ともだちのラインこわしたの
친구의 선을 부쉈어.





일본의 정신없는 유행가가 들리고, 난 지민형을 찾아냈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태형이 형을. 


"............."


바로 달려가 붙잡으려 했지만.


"..........."


시야가 흔들렸고.

지민형은 술에 취했는지 자연스레 태형이형의 어깨에 기댔다. 태형이형은 싱긋 웃더니 지민형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


술이 깼다.

술기운이 완전히 달아났다. 비틀거리며 술집을 벗어나 거리를 헤맸다. 계속 웃음이 나왔다.


그 날 새벽엔 비가 왔다. 



JUST こころごと 止まらない もう
그저 마음이 멈추지 않아
あなたに ドラマ始まっている

그대에게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어









슬로우모션을 다시 한번

회색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