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대의 고민

'오늘 점심 뭐먹지'


예상했던 것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일이 흘러 무척 이른 시간 올림픽 경기장(그러니까 올림픽대로의 동쪽 끝)에 다다른 우리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원래 '유자 데리러 가기' 작전의 플랜은 :

아침 일찍 출발 => 올림픽대로(막힘) => 경춘 고속도로(막힘) => 춘천 도착 (점심시간) => 닭갈비 먹기 => 유자 픽업 => 경춘 고속도로(막힘) => 올림픽대로(막힘) => 동물병원 => 귀가(저녁시간)

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올림픽 대로를 빠져 나왔을때 시간은 8시 정도였다.

네비를 실시간으로 돌려보니 지금 이대로 춘천에 가면 10시 정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점심식사였다.

예전에 춘천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터라 나는 동거인에게 '진짜 춘천 사람이 먹는 춘천 닭갈비집에 가게 해 줄게'했었고, 동거인의 기대는 무척이나 커진 상태였다.

평소 서울에서 파는 이상한 감자(춘천 닭갈비에는 고구마가 들어간다)와 치즈가 잔뜩 섞이고 맵기만 한 "춘천"닭갈비를 두고 '이건 춘천 닭갈비가 아니다' 라며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던 터라 더더욱 진정한 춘천 닭갈비를 동거인에게 먹여줘야만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자를 픽업해서 유자를 차에 두고 닭갈비를 먹으러 갈 자신은 전혀 없던 터라 우리의 닭갈비 플랜은 수정되어야 했다.


경춘고속도로를 접어들며 둘이서 두뇌를 풀가동을 하였고, 우리의 결론은


춘천에 들어가기 전에 휴게소에서 간단히 뭘 먹는다 => 유자를 픽업한다 => 춘천에서 양념된 닭갈비를 사온다 => 서울로 오면서 휴게소에서 뭘 먹는다


였다.


결국 춘천 닭갈비는 집에와서 내가 조리를 해 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지만 우리는 조금이나마 유자를 빨리 본다는 것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유자의 고향, 춘천에 접어들었다.


평소 잘 모르다가 글을 쓰다보니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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