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보: @Dr_HyeriaNoir




퍼즐조각이 넘쳐나는 쓰레기장에 틀어박혀 지내던 나날. 어울릴 법한 조각끼리 맞대고 아니면 다른 조각이랑 다시 붙이고. 운좋게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때마다 드물게 받은 호평을 오래도록 핥아 먹었지. 가볍고 무거운 칭찬에 취할수록 식도염이 도지는 주제에 겁도 없이. 역류하는 신물을 잉크 삼아서라도 365일 어딘가 나를 새겨 넣어야만 했어.

방식을 바꾸면 어떨까? 요철도 배열도 무시한 그림이 태어났어. 퍼즐을 뜯어 들어맞게 바꾸거나 닳을 때까지 다른 조각과 비벼서 붙여놓는 억지를 부려댔지. 눈에 꽂히는 부조화를 외면하고 엉망인 모자이크나 들어 보였어. 어떻게 해도 도마에 올라 난도질당할 운명은 똑같아. 욕지거리도 결국엔 관심이야.

 

출격이다. 둘도 없는 나만의 독무대로. 손가락질하는 사거리에 멈춰 서면 시선이 온몸을 훑어.

보세요, 손가락들아. 손가락 관중을 앞에 두고 댄스를 선보여라. 상식도 이론도 기술도 집어치우고 본능의 충견처럼 막춤을 전시하라. 한껏 치장한 스타일로 횡단보도 카펫을 간지나게 누벼라. 복부에는 단단히 조이는 교수형 밧줄을! 손목에는 실시간 감시를 자랑하는 전자발찌를! 발목에는 눈부신 햇빛에 번쩍이는 수갑을! 퍼즐로 완성한 모자이크도 가끔씩 높이 쳐들며 어필하라.

삐익 소리가 난무하며 욕설로 쏟아지는 앵콜의 세례! 미치도록 받고 싶었어. 빵빵 소리로 다그치며 스쳐가는 차량의 야유! 광기로 흠뻑 젖어가.

춤춰요, 손가락들아. 아름답지 않아 따스하지 않아 손가락질 당하는 무대를 활보하고. 조소를 받아먹은 만큼 폭소로 돌려주고. 주고받는 비웃음 사이에서 어떤 불꽃이 터질까? 집어먹은 삿대질에 탈나서 토해도 괜찮아. 전부 다시 삼키면 그만이지. 까딱까딱 더러운 공연에 몸이 휘청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절해버릴 거야. 망가짐은 결국 필연이야.

 

아니꼬운 광대는 마지막 무대에도 별난 규칙을 걸어두지. 나의 장례식에선 구경꾼이든 조문객이든 유가족이든 박수를 치십시오. 부고가 아닌 청첩장 받아든 사람처럼 겅중겅중 뛰어서 오십시오. 원하는 사람은 모자이크나 그림의 퍼즐을 떼어 하나씩 가져가십시오. 잘 있어요, 손가락들아.

나는 가만히 누워 폭죽처럼 터질 박수갈채를 받다가. 어딘가에선 멈추지 않을 까딱까딱을 듣다가. 불꽃축제 도중에 돌아가는 사람처럼 말없이 빠질 테니. 마지막 퇴장은 누구보다 조용할 테니.

-2021.1.4.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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