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가르며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운전하는 태오, 벌써 한시간 넘게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정확한 목적지가 없었다. 밤은 깊어가고 태오의 얼굴은 깊어진 밤처럼 어두웠다. 그의 머리 속은 혼란스러워 하던 서하의 얼굴로 가득했다. 모든 기억이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고 선명하지만 그건 일방적인 기억일 뿐이었다. 기억은 오히려 태오를 절망에 빠트렸다.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기분, 아무도 그런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지위, 재산, 모든걸 가진 그였지만 단 하나, 윤서하, 그를 가지지 못했다.

애초에 그의 것이 아니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바다에 살때부터 윤서하는 강태오의 것이었다. 아니, 강태오는 윤서하의 것이었다. 그게 규칙이었다. 여리고 하얀 손바닥 안에 태오를 가지고 놀던 서하, 햇빛에 반짝이며 그 어떤 밤하늘의 별보다 아름답게 빛나던 까만 눈동자, 사랑한다고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 그러나, 제발 가라고 말하던 서하의 목소리는 그때의 윤서하가 아니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린다. 그는 가로등 불빛조차 제대로 비추지 않는 길을 하염없이 달려간다. 한참 뒤, 갑작스레 차가 멈춰서며 태오의 몸이 반동에 의해 흔들렸다. 그는 마치 쉼없이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 목에 핏줄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부풀었고 고통에 빠진 얼굴은 빨갛다 못해 창백해 보일 정도였다. 한참동안 빗속에 차를 세워둔 태오는 거친 숨이 진정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겨우 진정한 뒤에야 의자에 등과 머리를 기댄 그는 느리게 눈을 깜빡거리다 와이퍼가 움직이며 보이는 밖을 응시했다.

바다였다. 아무런 자각 없이 운전해 온 그는 어린 시절 살던 그 바다에 있었다. 어둠 속에서 하얀 파도가 모래사장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점점 사그라 들고 있었다. 천천히 차에서 내리는 태오, 차가운 비가 얼굴을 때렸다. 황당함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서하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이곳에 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오른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모래사장 위로 하얀 피부가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서하가 사뿐거리며 뛰어간다. 까만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로 웃어보이는 서하의 모습에 태오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다시 밤, 태오의 얼굴이 굳어진다.

비에 젖어가던 태오는 차를 둔 채 작은 골목이 미로처럼 되어 있는 동네로 걸음을 움직인다.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살던 집이 있었다. 그 집이 어떻게 됐는지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다. 다신 돌아오고 싶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골목 어귀를 돌아 집으로 향한 태오는 멀리서 보이는 대문을 쳐다보며 걸음을 멈췄다. 불빛이라곤 보이지 않는 집, 그 사이 비는 완전히 그쳤고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간이라 가로등 조차 제대로 켜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다시 걷기 시작한 태오는 대문 앞에 멈춰섰다. 대문 너머로 보이는 마당, 풀이 무성한 마당을 본 그는 그동안 집이 버려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슬쩍 밀자 저항 없이 열리는 문, 끼익 – 녹이 슬어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는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간 태오는 먼지와 비로 얼룩진 대청마루로 향해 걸터 앉았다. 그리웠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던 빗줄기에 손바닥을 대어 보던 서하의 모습이 생생했다. 비가 그친 밤하늘엔 어느새 별이 모습을 나타내 반짝였다. 태오는 먼지쌓인 마루에 그대로 드러누워 처마 끄트머리로 보이는 별을 바라보았다.

모든걸 잊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서하와 함께 처음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고통도 슬픔도 없는 이 곳에서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아프지 않을까,


*

 

의자에 앉아 있던 서하는 멍하니 밖을 응시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그, 방금 전, 유진은 병원에 환자가 많아 퇴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차라리 잘된 일 같았다. 유진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여전히 비는 세차게 내렸고 사라지지 않는 먹구름과 함께 거리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 사이로 가로등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지고 길가에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단어로 표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할퀴고 지나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적으로 태오를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깊은 늪에 빠지듯 그의 키스에 빠져들었다. 유진과 약혼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줄 알았다. 착각인걸까,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정신을 잃고 태오에게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깊어져 가는 키스에 등 뒤의 나무가 동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갈망이라도 하는 듯 등을 간지럽히다 뜯겨나갈 듯 아우성쳐댔다. 간신히 태오를 밀어내고 바닥에 주저앉아 나무의 갈망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렸다. 한참 만에 갈망이 사그라들었을 때, 서하의 얼굴은 초췌해져 있었다. 개수대 앞에 서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았다. 창백하다 못해 눈 밑이 거뭇하게 보였다. 유진의 메시지를 확인한 건 그쯤이었다. 그리고 안심한 듯 의자에 앉아 긴 숨을 몰아쉬었다.

태오는 마치 서하를 알고 있는 듯 말했지만 서하에게 그는 그저 낯선 이일 뿐이었다. 그대로 낯선이로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 과거를 잊은 그가 기억하는 거라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눈부신 바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태양에 달궈져 따뜻했던 모래의 감촉뿐이었다. 누구와 있었고 몇 살때였는 지, 그 곳이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물어보아도 그냥 바닷가 마을에 잠시 살았다는 말 뿐, 안 좋은 일이 있었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자 서하는 가게를 정리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테이블 위에 있던 화분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깨져버린다. 한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는데, 깨진 화분을 쳐다보는 서하의 얼굴에는 속상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깨진 화분을 조심스레 줍고 빗자루를 들고와 흙을 쓸어냈다. 한숨을 내쉬는 사이,

“서하야.”

익숙한 목소리, 유진이었다. 그의 등장에 서하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살짝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멋진 미소를 짓는 유진의 모습에 왼쪽 가슴이 저릿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 오로지 서하만 사랑해주는 사람, 그걸 알지만, 왜 그렇게 되버린걸까, 등 뒤가 간지러웠다.

“전화를 받지 않길래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는거야?”

“일하느라 이렇게 시간이 늦어진 줄 몰랐어.”

“화분이 깨진거야?”

“응.”

“안다쳤어?”

“안 다쳤어.”

“다쳤는데?”

유진의 말에 양손을 들어 보는 서하, 화분 조각에 베었는지 손가락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장갑이라도 끼지, 감염되면 어쩌려고.”

걱정스런 말투로 유진은 익숙하게 선반 위에 있는 구급상자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멀뚱히 서 있던 서하의 손목을 잡아당겨 의자에 앉게 하곤 구급상자에서 소독약과 반창고를 꺼냈다. 유진이 하는데로 손을 가만 놔둔 서하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치료해주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따끔거리겠다.”

“부유진.”

“응.”

“고마워.”

“이정도 가지고.”

“이거 말고, 그냥 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자 유진이 그제야 숙였던 얼굴을 들며 서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새삼스럽게, 가자, 데려다 줄게.”

“피곤할텐데.”

“괜찮아, 가자.”

유진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 서하, 창 밖을 응시하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문에 비춰보이는 유진의 모습, 태오와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해야 하는건 아닐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가 빠져 나갔다. 유진은 창밖을 보는 서하를 바라보다 운전에 집중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하를 바라보았던 그였으니,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모른 척 했다. 그는 먼저 운을 띄우거나 알아내려고 애를 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저녁은 먹었어?”

“아니, 넌?”

“먹을 시간이 없었어, 뭐라도 먹지 그랬어?”

“그럴걸 그랬나봐.”

“간단히 야식이라도 먹고 갈까?”

“응.”

집 근처, 밤에만 운영하는 야식 집으로 들어간 둘, 한산한 가게 안쪽에 앉아 우동 두 개를 주문했다. 비가 내린 뒤라 혹여 추울까봐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서하의 앞에 놓아주었다.

“고마워.”

“감기걸릴까봐.”

“알아.”

따뜻한 물을 조심스레 마시는 서하, 컵을 내려놓은 뒤 손바닥에 전해지는 온기를 가만히 느꼈다. 컵의 온기만큼 유진의 배려가 느껴졌다.

“넌 언제나 다정해, 미안할 정도로.”

“그게 내 장점인걸.”

“그날 병원에서도 그랬어, 어쩌면 저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생각이 틀린건 아니지?”

“아니,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

“근데 왜 단서가 느껴지는거야?”

“모르겠어, 그냥 좀 혼란스러워서 그런가봐.”

“내가 널 불안하게 했을까?”

“아니야, 절대로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스스로 복잡할 뿐이지, 너 때문은 절대 아니야.”

유진은 서하의 등 뒤로 팔을 올리며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천천히, 8년도 기다렸는데 더 기다릴 수 있어. 이제 먹을까?”

마침 우동이 두 사람 앞에 놓였고 유진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서하에 앞에 젓가락을 놓아주었다. 배를 채우고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유진에게 집중하는 서하, 차분하게 서하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 해주는 유진, 한참동안 가게에 머물던 두 사람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나란히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집 앞, 비가 그친 밤하늘에선 별이 반짝거렸다.

“들어갈게.”

“같이 있으면 안될까?”

“피곤할텐데 집에가서 쉬어.”

“서하야.”

들어가려는 서하의 손목을 잡아당겨 품 안에 끌어 안는 유진, 언제나 그의 품은 넓고 따뜻했다. 서하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감고 안정감을 느끼려 했다. 모든게 지금 이 순간에 국한될 수 있다면, 유진의 따스한 품이 마지막이고 세상에 전부일 수 있다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유진의 세상 속에서 살 수 있다면 이대로 행복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태오의 강렬했던 열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품안에서 서하를 놓아주고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는 유진, 고개를 숙인 채 서하는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들어갈게.”

유진을 남겨둔 채, 서하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결국 문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현관에 주저 앉은 채, 그는 숨 죽여 울었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문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 애를 썼다. 다정한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와 있으면 행복하다. 그냥 아무 일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털어내버리고 싶다. 유진을 사랑한다. 그래서 더욱 괴롭다. 태오와의 일을 다시 떠올리자 등 뒤의 나무가 서하를 집어삼키려는 듯 등줄기를 움켜 잡았다. 척추를 타고 전해지는 고통에 목이 뻣뻣해지며 곧 두통이 몰려왔다. 서하를 나무르려는 듯 나무는 점점 더 거세게 그를 괴롭혀갔다. 우드득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 온몸이 부서질 듯 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고 숨이 턱 막혔다. 바닥에 누운 채 서하는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등 뒤의 나무가 왜 자신을 이토록 괴롭히는 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목을 긁어댔다. 손톱이 지나간 자리가 빨갛게 부풀어오르며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잠시 뒤, 간신히 숨을 토해 낸 서하가 바닥을 향해 몸을 웅크린 채 울음을 토해냈다. 혼란스러움이 아닌 몸의 고통으로 인한 울음, 나무가 정신차리라는 듯 채찍질 하는 듯 했다. 척추를 조여오던 나무의 기운이 멈추고 서하는 그대로 바닥에 늘어진 채 의식을 잃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애처로웠다.

유진은 그대로 집으로 가려다 병원에 들러 서하가 먹을 약을 챙기고 다시 그의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그는 초인종 대신 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현관문 너머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렸다. 불안함에 창가를 기웃거리며 전화를 이어가던 유진은 결국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현관 앞에 쓰러진 채 있는 서하를 발견한 유진, 놀란 그는 다급하게 서하의 상체를 들어올려 안아 몸을 흔들었다.

“서하야, 윤서하, 왜 그래?”

온몸이 얼마나 뜨거운 지 옷을 입고 있어도 유진에게 그대로 열기가 전해졌다. 그를 부축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서하가 힘겹게 유진의 팔을 잡았다. 열기에 휘감긴 그가 간신히 눈을 떠 유진을 보았다.

“싫어, 안갈래.”

“너 열이 엄청 나, 병원 가야해.”

“그냥 침대로 데려다 줘.”

“서하야.”

“제발...”

어쩔 수 없이 유진은 서하를 부축하며 침실로 향했다. 무드등을 켜고 침대에 서하를 눕힌 뒤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얼굴을 닦아 주었다. 힘든지 끙끙대는 서하, 열기를 내보내지 못하는 옷을 벗겨주고 셔츠 단추를 풀어 땀에 젖기 시작하는 목덜미를 얼굴과 함께 닦아 주었다. 하얀 피부가 열기로 인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열 때문인지 나무향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뜨겁고 습하고 묵직했다. 코끝을 자극하는 나무향에 서하를 안고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만 아픈 사람에게 그러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유진은 동요하는 꽃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했다.

“정말 병원 안가도 괜찮아?”

“응.”

고집불통, 유일하게 마음에 안드는 서하의 성격, 아플 때 병원이라도 가면 좋을텐데, 그는 이전의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인지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전자일 확률이 높았지만 유진은 따로 묻지 않았다. 서랍을 뒤져 약을 먹이자 서서히 열이 내리기 시작하는 서하, 그제야 안심한 듯 유진은 잔뜩 긴장했던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겨우 잠이 든 서하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긴장이 풀리자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잠깐사이 바지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는 놈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오늘 밤은 아니었다.

유진은 조심스레 서하의 옆자리에 누워 베개 아래로 팔을 천천히 넣고 어깨를 살며시 잡아당겨 서하를 품에 안았다. 그리곤 아침이 올때까지 그가 편하게 자는지 확인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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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이모티콘이 시급함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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