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스카이워커, 그의 인생에서 최고로 기쁜 순간이다. 제다이와 만달로리안, 그리고 공화국 대표들이 만들어낸 작은 비공식 회의에서 젊은 제다이 마스터는 내내 그 위치에 걸맞은 인자한 웃음을 내걸었다. 물론 그의 옆에는 배우자와 그의 아이가 함께였다. 
 딘은 급작스럽게 자신이 평화의 마스코트가 된 것에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외에는 아주 좋아 보였다. 헬멧을 쓰고 있을 때의 그는 제법 뻔뻔한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식은 만달로어에서 진행하도록 하지요."

 "죄송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 제다이 기사단의 초대 마스터의 결혼식이 갖는 의미가 생각보다 커서 말입니다."


 칼은 어느새 수련한 제다이들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하게 드러난 오비완의 포스 영을 보며 말했다.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옆에는 눈가를 붉게 물들인 금발의 포스 영이 흉흉한 기세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다이 귀신들이 현세에 간섭하는 걸 좋게 볼 만달로리안은 없을 테니 부디 아무 일 없이 이 회의가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었다. 


 "... 그래서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자면 제다이들은 원래 결혼 금지가 원칙 아닙니까?"

 "아니, 그럼 만달로어에 아직 박살 나지 않은 결혼식장이 있기는 합니까?"

 "루크, 제다이들은 결혼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저희 부모님도 하셨는 걸요."

 "여러분, 진정하세요. 이러시면 공화국 측에서도 입장이 난감합니다."

 "아까 식사 하셨어요?"

 "예전 일을 들먹이자면 끝도 없는 걸 뭐하러 또 이런 화두를 던지시는지... "

 "그런데 하객은 누가... "

 "만달로리안들이랑 사돈을 맺게 되다니."

 "그렇게 예전 일도 아닙니다, 마스터 케스티스. 아시잖아요?"

 "네, 저는 했는데. 여기 밥 괜찮네요."

 "마스터 루크가 제법 신경 쓰고 계시거든요."

 "빠뚜."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장소를... "
 

 난장판이군. 오비완은 공허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쓸었다. 결혼에 대한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다만 적어도 이번 결혼은 비밀이 아니어서 다행일 뿐이다.
 마스터 케스티스의 바람대로 근본 없는 제다이 결혼식과 천년만년 공사 중인 어수선한 만달로어 결혼식장에 대한 완곡하고 소모적인 순탄한 대화가 오가고, 결국 이 작은 회의는 다음 날을 기약하게 되었다.



 한은 흩어지는 인파 속에서 우키와 붉은 머리 제다이에게 건들건들 다가갔다. 젊은 스카이워커의 매부는 승리를 자축하며 그들의 앞에서 짝짝 박수를 친 뒤 손을 뻗었다.


 "자, 두 달. 빨리 돈 내놔."


 츄바카는 궁시렁거리며 털 사이에 파묻힌 벨트 주머니를 뒤적여 크레딧을 건넸다. 


 "못해도 넉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아하, 이런."


 붉은 머리 제다이가 아쉬운 표정으로 내미는 크레딧을 덥썩 받아가며 한은 매끄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천만의 말씀.


 "루크는 내가 제일 잘 알지.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한. 뭐 하는 거야?"

 "응? 내기를 했었거든."


 레아는 한의 옆에 바짝 다가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훑었다. 그녀는 한쪽 눈썹만 높이 올리며 물었다.


 "이겼어?"

 "당연하지, 공주님."

 "그럼 됐어."


 희희낙락 웃고 있는 한 솔로의 뒤에서 그의 장인어른이 시퍼런 낯으로 서있는 것을 칼은 보았다. 그에게는 다행히도 흐릿한 포스의 영이 완전히 실체화하기 전에 마스터 오비완이 나타나 아나킨을 끌고 나가버렸다. 
 붉은 머리의 제다이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제 파다완을 찾으러 걸음을 옮겼다. 제다이의 예민한 신경이나 포스 비전이 아니더라도 이 다가오는 위험을 알 수 있었다. 빨리 임무를 맡아서 이곳을 떠야 해.

 문 밖,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옛 제자를 끌어다 놓은 오비완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니,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시스 로드의 부활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참인데... 이러다 정말 시스의 귀환을 맞이하게 생겼군. 그 대단한 베이더 경 말이야.
 아나킨은 입을 삐죽 내밀며 팔짱을 꼈다.


 "언제는 응원한다더니?"

 "제 방식대로 응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럼 오비완은 뭐 언제는 안 된다고 하더니."

 "뭐... "

 

 선대 스카이워커는 은근히 웃으며 옛 스승을 바라보았다.


 "이제 오비완도 인정하는 거죠?"

 "어쩌겠니. 내 기사단도 아니고. 젊고 살아있는 루크가 알아서 해야지."


 아나킨은 슬쩍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는 오비완의 앞을 막아섰다. 


 "반 정도는 오비완의 기사단이라고 봐도 돼요. 사막에서 루크를 지켜낸 건 오비완이니까."


 우리의 희망 말이에요, 금발의 청년이 그의 손을 잡아왔다. 오비완은 모른 척 그 파란 눈의 반대편을 보았지만 잡힌 손을 놓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불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 고맙다. 내 늙은 파다완아."


 아나킨은 조용히 웃었다. 시간은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서로가 맞닿기에 딱 좋은 온도로 만들어 준다. 말없이 서있던 그는 막 문 밖으로 나온 옛 파다완과 눈을 마주쳤다. 오비완 역시 그녀를 보고 느릿느릿 시선을 올렸다. 아나킨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오래 묵은 감정에 휩쓸려 흩날렸다. 이제는 스승이 숨을 거뒀을 때의 나이를 따라잡아 버린 어린 제자의 덤덤한 눈이 그들을 담자, 오비완은 아소카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또 볼 수 있을 거예요, 스카이가이."


 아소카 타노는 이미 저 멀리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에즈라에게로 향했다. 그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용서라는 단어는 영영 의미 없는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 잘 가, 스닙스."


 아나킨은 한숨 같은 작별 인사를 내뱉었다. 그는 눈을 감으며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오비완과 맞잡은 손에 꾹 힘을 주었다.


 "마스터, 손 잡아주세요."

 "이미 잡고 있잖니, 아나킨."


 여상히 대꾸하는 그의 마스터를 바라보며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옅게 웃었다.









만달로리안은 헬멧과 아머를 벗어 차곡차곡 한 구석에 놓아두었다. 그의 아이는 이미 꿈나라로 떠난 지 오래였다. 조그만 머리를 쓰다듬고 이불을 턱끝까지 올려주자 작은 옹알이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조용히 미소를 띠었고 그 모습을 금발의 제다이가 황홀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딘은 고개를 돌려 그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녹색 천이 드리운 창가로 야빈 프라임의 붉은 낯이 빼꼼 드러나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꼭 그 작은 섬에서의 며칠을 떠올리게 했다. 이곳에서는 단 하루일 뿐이었지만.
 만달로리안은 루크의 맞은편에 앉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사들의 결혼은 언약이면 충분합니다."


 딘은 들고 있던 단검을 그들 사이에 내려놓았다. 그가 성난 머드혼의 앞에서 붙들고 있던 작은 날붙이이고 또한 꿈속에서 자신의 목을 베었던 예리한 칼이다.


 "제가 루크에게 드릴 건 이겁니다. 우리는 무기를 공유하고 함께 싸울 겁니다."

 "딘."


 청년은 올곧은 갈색 눈을 바라보았다. 제 길을 찾은 만달로리안은 놀랄만치 빠르게 나아갔고 그를 기다리던 제다이는 내밀어진 손을 맞잡고 달려야 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이 즐거웠다. 그동안 그 누가 이 젊은 제다이 마스터를 낚아채 함께 달릴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루크는 곧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잠시만요, 지금 저는 드릴 만한 게 없어서... "


 만달로리안은 고개를 젓고는 조금 부끄러운 듯 입을 벌렸다 땠다 망설였다. 그는 지금 하려는 것에 조금 확신이 없었다. 일평생 로맨틱한 송사 하나 읊어본 적이라곤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을 몇 번 빠르게 깜빡인 뒤, 딘은 결심한 듯 루크의 오른손을 잡아끌었다.


 "이걸 주세요. 항상 제 것을... 당신이 몸에 지닐 수 있도록."


 얇은 피부 아래 차가운 금속이 움츠렸다. 제다이는 기계가 아닌 다른 손으로 눈을 가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왜 딘이 그토록 헬멧을 벗지 않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딘. 일이 전부 정리되고 나면 나부로 가요. 제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자 마지막으로 잠든 행성이에요. 해가 따듯하고 나무도 많고... 바다도... 나부의 바다는 아름다워요. 파도치는 절벽 위에서 해돋이를 봐요. 거기서도 이렇게 손을 잡고 있을 게요."


 딘은 루크의 눈을 가린 손을 부드럽게 잡아 내렸다. 투명하게 빛나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거기 있었다. 그들의 태양은 항상 머리 위에서 빛날 것이기에 두 개의 푸른 세상에 노을이 내릴 날은 없을 것이다. 제다이는 영원한 푸르름을 약속했다.


 "이건 당신 거니까."


 그의 연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가 가장 좋아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함께일 때 하나이고, 떨어져 있을 때도 하나이며, 모든 것을 공유하고, 전사를 길러내기를 맹세할 겁니다. 루크 스카이워커."

 나의 사랑.



 두 연인은 네 번째 달의 위에서 함께 떠오르는 태양을 보겠노라 약속했다.
 영원히 눈부시게 빛날 새로운 희망을.













안녕하세요 잘 보셨나요

요즘 이걸 보는 분들이 늘고있네요.. 글쓰기 극 초창기의 결과값이라 조만간 한 번 손을 봐주려고 합니다.

기약은 없습니다.



저는 항상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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