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여섯 살 난 내 아들 H도 마찬가지였다. 


H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은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좁은 횡단보도는 아슬아슬한 절벽을 가로지르는 외줄 다리가 되었고, 고장 난 지 오래된 가로등은 집채만 한 브라키오사우르스가 되었고, 칠이 벗겨진 벤치는 급류를 타고 넘는 카누가 되었다. 어른이라면 무심하게 지나칠 사소한 것들도 H가 만들어낸 환상의 나라에서는 근사한 보물이었다.


함께 집을 나서는 날이면 자주 H의 이름을 불러 주의를 환기시켜야 했다. H가 한눈팔지 않고 우리를 잘 따라오도록 하기 위해서였지만, 효과는 길지 않았다. H는 금세 우체통, 낙엽, 도둑고양이, 병뚜껑과 같은 것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아내는 H에게 ADHD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아이들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그런데 오늘은 조금 정도가 지나쳤다. 

어떤 미친놈이 마트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 타이어에 구멍을 뚫어놓고 도망쳤다. 바퀴가 완전히 주저앉은 차를 끌고 올 수가 없었으므로 나와 H는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무거운 짐과 어린아이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마트에서 산 물건을 양손 가득 들고 있어서 H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H는 평소보다 더 자유롭고 산만하게 돌아다녔다. 삼십초마다 한 번씩 H를 부르며 데려오는 건 대단히 지치는 일이었다. 완전히 녹초가 된 나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말았다.


“한 번만 더 다른 데 정신 팔면 버리고 갈 거야! 진짜야!”


H는 이렇게 냉정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울지도 않았지만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개미 행렬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조용히 뒤를 따라오는 H의 신발 소리를 들으며 가끔 이 방법을 써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쁜 아빠였다.


“곰돌이다!”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집이 코앞인데!


“아빠! 저기 곰돌이!”


H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나를 쫓아올 줄 알았던 H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 근방은 안전한 주택가이고 H도 잘 아는 길이었다. 그 정도면 어련히 알아서 집을 찾아올 수 있을 거다.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거실에 들어서자 아내가 틀어놓은 TV에서 지방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지난 ○시경 ○○ 동물원에서 곰 두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습니다. 한 마리는 사살했지만, 나머지 한 마리는 시내로 도망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 있을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차 창작하는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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