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아가씨'를 모티브로 작성된 글입니다.



* 사운드 클라우드 재생을 권장합니다.









"가주님, 댁으로 어떤 관이..."



당황한 하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관' 이라고 했다. 황급히 나가는 가주와 호위무사들, 하녀들과 부인들이 관이 있는 앞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누구의 관인지는 모르나?"

"예... 저도 잘... 가주님 이름 앞으로 '아들' 이라고 하셔서요..."



관을 옮기는 자는 고개를 숙이며 바싹 긴장했다. 가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두렵기도 하였으나 과연 자신이 죽이고 싶은 백양과 백현의 시신인지에 대한 기대감또한 있었다. 조선에서의 일들은 모두 타카시가 전달하는데 최근 들어 연락이 뜸하니 그들의 생사와 일의 처리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관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다. 창백한 피부와 딱딱하게 굳은 핏덩이가 온 몸에 붙어 있었고 그 화려한 목관 안에는 자신의 아들 백양, 백현도 아닌 난도질 당한 키즈키가 들어있었다. 앞마당에 있는 모든 이들이 놀랐고 부인 중 몇 명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이런 찢어죽일..."



키즈키의 가슴팍에 꽂아진 칼 아래로 쪽지가 꽂혀 있었다. 쪽지를 여니 짧은 한 마디가 담겨있었다. 분명히 백양의 것이었고, 백양의 필기체였다. 



勸 善 懲 惡



권선징악. 착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벌한다. 가주의 온 몸엔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백양을 죽이라고 뿌려놓은 키즈키가 백양의 날카롭고도 교활한 손 안에서 즉사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들 행세를 해서 도쿄 한복판에 배달되었다. 이제 분명히 온 도쿄에 소문이 퍼질 것이 틀림 없었다. 예전에 건드렸던 셋째 부인의 영혼과 그의 자식들이 아비를 죽이려 바다를 건너 쫒아올 것이라고.



"갖다 버려!"



가주는 매몰차게 돌아섰지만 점차 그들이 악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츠코를 처음 집에 들였던 날이 기억이 나며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리고 그는 두려움에 못이겨 동경 경찰서의 전화를 울렸다.



1930년대 그 봄

19. 권선징악





배는 아직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미야마는 백현을 위 아래로 훑으며 의미심장하고도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고 가나센 경감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려고 나미야마의 옆으로 가 굽신거리며 빌빌 기었다. 그리고 그 뒤를 예홍이 지키고 있었다.



"조선인 아닙니다. 일본에서 건너왔습니다."

"... 여기까진 무슨 일입니까 신사분?"



가나센이 어찌 말하든 말든, 나미야마는 백현에게 물었다. 백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 일을 얼마나 해본 것 같습니까 백작님."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오히려 그는 되물었다. 나미야마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뚜벅이며 백현의 앞으로 향했다. 거의 숨소리가 들릴 거리였다.



"왜 굳이, 일본인이 이 배에 있는 건지를 묻고 싶네. 날 만족시키기 위해 바다라도 건넜다는 건가? 자네에겐 무엇이 떨어지는데?"

"절 의심하시는군요."



분명히 나미야마는 멍청하게 인력을 조달하는 그저 배달꾼이었지만 정치계 쪽에서는 눈치가 빠른 거물이었다. 그에게 미남계던지, 성욕을 자극하는 자극제라던지. 그런것은 통하지 않는 편이었다. 방은 긴장감이 돌았고 역시나 예홍은 언제든지 뒷통수를 칠 준비를 하며 총자루를 쥐고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침묵의 상태에서 백현이 나미야마에게 한 발 다가가 귓 속에 속삭였다. 무엇을 길게 소곤거렸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미야마의 눈이 배로 커지며 백현을 귀신 보듯 보기 시작했다. 예홍 또한 모르는 일이었고, 가나센도, 다른 이들도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암호이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나미야마는 경계를 풀고 환하게 웃었다. 백현이 신이 되지 않는 이상, 마음을 조종하지 않는 이상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더니 나미야마는 갑자기 가나센의 손을 잡고 말했다.



"고마워, 고마워. 나한테 이런 기회를 주다니."



그 말을 끝으로 가나센의 대답을 듣진 못했으나 가나센도 모르는 일이었다. 예홍과 나머지 열단원들이 나가고 그곳엔 백현과 나미야마만이 있었다. 굳게 닫힌 호화로운 나무 문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예홍은 백현의 말을 떠올렸다.



"내가 어떻게든 나미야마와 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거야. 어떻게든 둘이 있게 될거야. 내가 신음 소리를 크게 내면 네 옆에 있는 나미야마의 호위무사를 죽여."

"... 어떻게 둘이 있을건데? 분명히 의심할거야."

"어떻게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백현은 자신의 말대로 성공했다. 방도는 알 수 없지만 예홍은 말해준 것을 이행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십분 가량이 지나고 방음이 되지 않는 호화로운 선실 안에선 서서히 숨소리가 가빠지기 시작했다. 늙은이의 숨소리와 젊은 청년의 숨소리가 겹쳐서 점점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호위무사는 아무렇지 않게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예홍은 백현의 소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소리가 크게 방 안을 울리다 못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홍이 권총을 꺼내고 호위무사의 머리통을 박살낼 때, 칼을 잡고 있던 무사는 이미 머리를 잃은 상황이었고 뜨거운 피를 흘리며 복도의 나무바닥을 적셨다. 예홍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나체로 된 늙은이가 쓰려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죽어 있었다. 허연 시트에 붉은 피들이 마구 적셔지며 시트를 덮고 있던 백현이 뒤를 돌아봤다. 얼굴과 입 주변이 피로 흠뻑 물들어 있었다. 표정은 덤덤했고 그는 더욱 아무렇지도 않게 팔로 입주변의 피를 닦아냈다.



"이게 무슨..."

"왜.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



예홍은 다가가 나미야마의 시체를 뒤집었고 그의 성기가 잘려 나간 것을 눈으로 목격했다. 



"왜? 징그러워? 잘려도 모자란 사람이야."

"이런 식으로 해도..."

"그럼 니가 입으로 자를래?"



백현은 어쩌면 예홍이 생각했던 것 만큼, 봐왔던 세월 보다 훨씬 끔찍한 과거와 현실을 번갈아 가며 살았던게 아닐까. 남자와 여자를 모두 자신의 노리개라고 생각했던 고위급 간부들을 죽이는 것이. 자신의 영원한 소망이 아니었을까. 예홍은 그렇게 생각했다. 입으로 성기를 잘라 죽여버리고, 깔끔하게 목을 그어 확인 사살까지 하는 그는. 이미 사람의 상식 선을 벗어난 복수의 병기가 되어 있었다.



"이미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각오했던 일이야. 내 어머니가 당한거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그는 총과 칼을 챙겨 피범벅이 된 채로 밖을 나섰다. 그리고 그 몰골로 가나센을 찾았다. 피칠갑을 한 그를 제대로 상대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장 배를 동경 쪽으로 돌리라고 선장에게 전해."



 이미 시뻘겋게 굳어버린 그의 눈동자는, 누군가가 말려도 말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렸던 것이다.






연락선 근처의 쪽배




"이제 시간 다 됐네. 올라갈 시간이야."



백양은 내려져 있는 사다리를 타고 연락선을 올랐다. 찬열 또한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다가갈 수록 온 몸이 떨리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라도 배를 접수하지 못했다면? 백현이 피칠갑을 하고 내 앞에 죽어있다면?

그저 자결하는 것이 편한 일이었다. 마음을 먹고 뒤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었다. 갑판에 올라가니 열단원들 열 명 남짓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호랑이가 곰을 잡을 것이다."



백양은 올라서자마자 두 손을 번쩍 들고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러더니 씩 웃자 열단원 중 한명이 모자를 벗고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백현의 얼굴. 백양을 끌어당긴 백현이 날 보자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눈물과 감동이 섞인 미소였다. 나 또한 그에게 웃음을 보였고 그렇게 우린 완전히, 다시 재회했다.






동경, 코슈 가문의 거처지




"일단 진정 하시지요."

"내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 내 핏덩이도 아닌 자식들이, 날 죽이려고 배를 타고 달려오고 있소."

"해외로 도피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가주는 온 방을 빙글빙글 돌며 고민했다. 이제부터 작전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할지 동경 경찰서의 서장과.



"아니... 아니야... 도망가면 오히려 뒤따라잡지. 그 애들이 진정 포기할거라고 생각하나? 관을 보냈어. 관을! 보통 애새끼들이 아니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넘긴 쥐새끼들이지. 둘 다 보통이 아니야. 정말 날 죽이려고 하고 있어."

"... 소탕 작전을 펼칠까요? 아님 함정작전을..."

"함정? 무슨 함정."

"가주님 앞마당, 뒷마당, 정원 등으로 잠입할 겁니다. 어디로든 결국 땅을 거쳐야 하죠."

"그래서?"

"그곳에 폭탄을 심어놓는 겁니다."



가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서장 또한 그런 가주를 보며 웃어보였고 가주는 서장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호탕하게 말했다.



"호랑이가 곰을 잡을 것이네!"









연락선, 동경으로 가는 길



"보고싶었어요."



 옷을 갈아입고 있는 백현의 옆에 찬열이 앉았다. 오랜만의 조우하는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깊은 유대 속에 서로를 반기고 있었다. 백현이 찬열의 옆에 앉고 총을 맞았던 배를 감쌌다.



"배는 괜찮아?"

"네. 많이 좋아졌어요."

"백양이 치료는 참 잘해. 뭐.. 찌르고 쏘는게 더하지만."



백현은 다시금 찬열을 와락 껴안았다. 밤중에 계속해서 생각나고 떠오르는 얼굴이었다. 모르는 이와 지내며 칼연습을 할때도, 연락선을 탈때도, 찬열이 배에 구멍이 난 채로 바다에 빠져도 밤잠을 이룰 수 없던 백현이었다. 그는 찬열의 머리칼을 손으로 넘겨주며 웃었다.



"너가 무사한게 제일 중요해."



그의 낯빛은 좋지 않았다. 무언가 버거운 듯한 눈빛이었다. 찬열 또한 백현의 얼굴을 매만지며 걱정했다. 몇 개월동안이나, 몇 년 동안이나 그리워 한 얼굴이었다.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 있어요?"

"... 많은 시간동안 공들여서 준비해왔어. 찢어 죽일 일을. 머릿 속에서 계속 되뇌어보고... 다시금 찌르고 총으로 쏘고... 불타는 집에서 살아 돌아오고.. 아무것도 모르던 애기씨가 총과 칼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때까지."

"애기씨."

"누굴 죽이는게 두려운게 아니야. 감수해야할 것들이야."

"버거우면 하지 마세요 애기씨. 충분히 저랑 백양도 있고..."

"아니. 내가 해야돼. 백양도 같이 해야해. 우린 약속했으니까. 어릴적부터 약속해왔어. 꼭, 그 개새끼를 불태워서 죽이도록. 네가 껴서는 안돼."

"옆에 꼭 붙어있을거에요."

"... 내가 살아서 너한테 돌아갈때, 너도 살아있어야해. 그 길로 바로 도망쳐야해. 너까지 이 일에 들어있으면서 죽게 둘 순 없어."

"홀로 가실 순 없어요."

"두 명다 죽을 순 없어. 한 명이 살아있어야 한 명도 살려고 하는거야."



백현은 단호했다. 아무리 버거운 일이라 해도 그는 의지가 확고했고 찬열이 껴서는 안되는 문제라 단언했다. 찬열은 일렁이는 백현의 눈빛을 보았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더 이상 백현을 불안하게 해서도, 약하게 해서도 안되는 문제였다.



"이리와요."



찬열은 그대로 백현을 안았다. 찬열의 부재와 고통의 시간 속에서 백현은 닳고 닳아진 것 같았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안쓰러움과 슬픔에 찬열은 결국 눈물을 흘렸고 그것은 찬열의 어깨에 기댄 백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영혼과 육신. 그것들을 아슬아슬하게 의지하는 둘. 그들은 간신히 미래에 약속된 연정으로 버티고 있었다.




연락선 안, 갑판




갑판엔 몇 명의 정찰병들과 담배를 문 예홍이 나와 있었다.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사랑했던 사람이 독해지는 모습을 본 예홍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물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있었다. 똑같이 저 갑판 가장자리에서 바다를 보고있는 백양이었다.



"당신은 하늘을 보네?"

"... 처음 뵙습니다."

"말투가 딱딱하네. 혹시 동정인가?"



백양은 자신의 농담을 이기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예홍은 한숨을 쉬고 가까이 다가가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였다. 성냥불에 잠깐 백양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예홍은 놀란 토끼눈을 감출 수 없었다.



"왜. 백현이랑 쌍판이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

"... 쌍둥이십니까?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복제를 한 수준이지. 쌍둥이 아니야. 그냥 형제. 하지만 생각은 어느 정도 통하는 편이지. 공유를 한다고."

"그게 가능 합니까?"

"둘 다 영악하다는 거지. 물론... 내가 더 괴상한 취미긴 하지만? 백현 저것도 장난 없어. 대충 눈치 챘지?"

"... 봤습니다 실제로."



예홍의 낯이 어두웠다. 핏 속에 갇혀있는 것 같은 그의 얼굴. 무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은 구원을 외치고 있었던게 아닐까.



"네가 구해줘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마."

"예?"

"네 표정이. 지금 착잡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네. 네가 낄 일이 아니라는거야. 백현이 이 일을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좆까지 물어 뜯으면서?"

"알아요. 그래도 그렇게는..."

"그렇게 자신의 괴로움을 복수로 채워야 해. 걱정마 안망가져. 망가졌으면 진작 망가졌어. 내가 알아."

"사람을 그런 식으로 죽였어요. 걱정된다고요."

"그래서. 총이나.. 칼로 죽이는거나 뭐가 다른데?"



사람을 죽이는건 똑같잖아. 백양이 반박했다. 그리고 그는 한 뼘 더 그에게 다가가 충고 아닌 경고같은 것을 했다.



"백현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넌 몰라. 난 알고. 그래서 우린 아무말도 안해. 아무리 사이가 병신같았다 해도 어느 정도 생각은 비슷하거든. 곱상하게 태어나서 성적으로 노리개 취급 받는거, 어머니도 노리개로 살다 뒤졌다는거. 근데 아들들도 남자들한테 착취당했다? 넌 그래봤니?"

"... 아뇨."

"하긴. 도련님이 뭘 아시겠어."

"..."

"그래서 백현은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씨발. 지독하게 그지같은 남자들이랑 엮이는 이 짓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



 백양은 바다에 담배를 푸 하고 뱉더니 하품을 연신 해댔다. 그리고 뒤를 돌았다.



"넌 백현이 어떻게 나미야마를 꼬신지도 모르잖아. 갑판에서 내가 했던 말도. 모두 모르잖아."

"그게 뭡니까. 무슨... 호랑이와 곰. 무슨 뜻인데요."

"넌 조선에서 독립 운동을 했다면, 우린 일본에서 귀를 열었어. 우리의 머리가 곧 일본의 정보고 통신망이야. 거기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살았으니 난 더 그렇고. 백현도... 어느 정도 혼자 홀 몸 지킬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인데요?"

"백현한테 직접 물어봐."







호랑이가 곰을 잡는다.




백현은 침실에 종이 하나를 펼쳐놓고 일본어와 조선어를 번갈아가며 이 문구를 썼다. 그리고 말했다.



"이 말이 우릴 가주한테로 안내해줄거야."

"... 무슨 뜻인데요?"



찬열은 멍하니 백현을 바라봤다. 백현은 종이를 집더니 모닥불이 있는 불 속으로 글구를 던져버렸다.



"왜그래요?"

"새어나가면 안되는 은밀한 말이니까."

"무슨 말인데요."

"이건 코슈 가문에서 암호로 쓰이는 말이야. 가주가 일본에서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밑으로 있는 부하들도 거느리고 있지. 하나의 사무라이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돼. 가주가 이 말을 하면... 즉, 넌 내편이다 라는 뜻이야. 코슈의 주문이라고도 불려."

"그럼 아까 백양이 외쳤던 뜻도..."

"우리에게 우리 편임을 알린거지. 백양도 그 말을 알고 있거든. 그래서 내가 나미야마를 꼬드길 수 있었던거야. 코슈 가문의 대변인인 척 해서... 날 받아들이면 널 내 편으로 받아주마 라고 속인거야. 그래야 그가 날 의심하지 않고 홀로 둘테니까."

"... 지금은 좀 어때요 몸. 괜찮은거 맞죠?"



 찬열은 연신 백현을 걱정했다. 아까부터 안색이 썩 좋지 않음이었다. 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활활 타고있는 모닥불을 쳐다봤다.



"이제 곧 동경이야. 나갈 준비를 해야해."



배가 도착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연락선 안에 있는 모든 승객을 묶은 일당들은 서둘러 기관총과 엽총, 권총을 챙겨 갑판 위로 나왔다. 보름달이 뜬 날이었다. 거사의 시작이었다.

백현은 찬열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우린 만났지만 다시 헤어져야 해. 넌 예홍과 함께 가라고, 백현은 그렇게 말했다. 찬열을 놓치지 않도록 그는 찬열의 뒷통수를 꽉 잡고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 포옹을 했다. 또 다시 떨어져야 한다는 말에 결국 둘은 서로를 안고 또 한 번의 눈물을 다시 흘렸다.



"또 보자."

"또 볼거에요. 그래야 해요."

"응.. 그렇게 할게. 꼭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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