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유리창을 거하게 때리는 소리로 제 잠을 깨운 비는 거세졌으면 거세졌지,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아 코비의 손이 희게 질렸다. 우산을 쥔 손에 힘이 한층 더해진 탓이었다. 


죽죽, 여름에 빗금을 새겨 넣는 빗줄기 사이로 벌써 몇 시간 째 홀로 서 있는 여인이 놓였다. 탐스러웠던 오렌지빛깔 머리카락이 물에 젖은 미역처럼 젖어 늘어 졌고 늘 위를 바라보고 있던 고개가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드물게도 음울한 기운 이 여인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미캉. 


언제나 어른스럽고 언제나 차분하고, 또 언제나 강단 있고 강해 보였던 그 여인 이 내리는 비를 죄 맞으며 서 있었다. 


피할 생각 하나 하지 못하고. 


아무리 한결같은 사람이라 한들 늘 평소와 같은 모습만 보일 수 없다는 건 알 고 있었다. 사람은 단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기쁜 날이 있으면 슬플 날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걸 모두 알고 있음에도 코비의 눈에는 비를 맞고 있는 미캉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울음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입술을 꽉 씹은 채 적셔지기만 하는 모습이, 얼굴을 적시는 비로 눈물을 대신하는 여인의 슬픔이 낯설었다. 동시에 괴로웠 다. 여인의 저 모습이 자신의 무능력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미캉을 따라 우두커니 서 있던 코비가 우산을 조금 더 꽉 쥐었다. 비를 맞는 미캉을 벌써 몇 시간째 바라보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를 그에게 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무겁게 다가올까 싶어서. 무례가 될까 싶어서 다가갈 수 없었다. 비가 많이 온다며 우산을 씌워 주기기에는 어색한 관계라는 것도 한몫했다.


 아직은 그저 스쳐 지나간 사이에 불과했기에 무엇도 할 수 없던 코비가 입술을 씹었다. 빗줄기가 거세진다. 우산 하나 들지 않은 여인을 배려할 생각도 없어 보 이는 비가 후드득, 후드득 떨어졌다. 


“…당신에게 우산을 씌워 줘도 괜찮은 걸까요.” 속에 담긴 말이 나직이 흘러나왔다. 마침내 코비의 발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원피스의 코비연인드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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