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맘대로 설정이 있습니다/보편적인 센티넬가이드 설정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우성명헌 가센(센가) 정말 참을 수 없어 

센티넬가이드가 500명 중 한 명 꼴로 꽤 희귀하며 중에서도 등급이 매우 세밀하게 나뉘어서 형질 발현 낌새 보이는 애들 모아다가 기숙사 생활부터 시작한다는 설정으로 우명 넘 보고잡픔 

아직 자신이 가이드일지 센티넬일지 모르는 애들이 왁다글왁다글 모여서 기숙사 생활 시작하는데 거기서 나이는 한 살 차이 나지만 같이 기숙사 들어온 우성명헌.. 

둘이 같은 아키타 동향 출신이고 밥 취향이 맞아서 어울려 다니다가 결국 절친이 되고 서로 호감 생겨 썸까지 타는데 문제는 기숙사 내에서는 물론 가이드와 센티넬은 암묵적으로 연애가 금지되어 있는 세계임 

특히 가이드와 센티넬이 서로 깊이 교감하고 애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초반에 이런 돌연변이들 그냥 연애 자유롭게 내버려뒀을 때 연애전선에 트러블 생기면 가이드센티넬 양쪽 다 능력에 크게 기복 생기고, 심할 때는 애정 싸움이 센티넬 폭주로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유혈사태로 번지고 심지어 헤어진 뒤 서로가 서로를 살해하는 일도 발생, 귀한 가이드와 센티넬을 잃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금지시켜서 기숙사 사감들도 엄청 감시하고 관리함. 

가이드와 센티넬도 서로 사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히니 살인 사건도 (일단은) 더는 안 나게 됨 몰래 사귀는 놈들이야 있겠지마는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우성과 명헌도 서로의 감정을 발화하거나 표출하지 않고 풋풋하고 조심스럽게 그냥 서로의 곁을 맴돔. 근데 애들이자나…

이제 열일곱, 열여덟인데 이 첫사랑이 너무나도 애틋하고 소중한 거임 그래서 결국 두 사람은 양방 짝사랑 삽질 끝에 사감 선생님들 눈 피해서 서로 사귀게 됨. 애기들이고 보는 눈이 많으니 뭘 엄청나게 한 건 아니고, 서로가 너무 소중해서 죽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아기자기하게 연애함. 같은 방 쓰는 친구들은 금방 눈치채지만 쟤들처럼 조심조심 소심하게 연애하면 괜찮지 뭐 귀엽당ㅎㅎ 하고 다 못 본 척 넘어가줌 

체육관에 전체 집합해서 테스트 같은 거 할 때 옆에 슬쩍 서서 무리 사이에 끼어 그 틈에 손 잡고 있기, 각자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찰나 같은 뽀뽀하고 가기(키스 안 했음), 나란히 앉아서 딴 이야기하는 척하며 서로 신발 톡톡 건드리기, 말하기 어려울 때는 친구들 통해서 쪽지 주고받기.. 둘 엄청 애틋하고 풋풋하게 연애함 근데 문제는 우성이 먼저 각성기를 겪으면서 발생함. 

어느 날 갑자기 고열 시달리고 아프기 시작한 우성. 다들 드디어 형질 발현이다! 싶어 사감 쌤에 의해 격리되고 두근두근 다들 우성이가 뭘로 발현할지 기대함. 명헌이도 기대 반 아픈 우성이 걱정 반으로 시간보내는데 문제는 보통 3~5일이면 끝나는 각성기가 우성은 무려 열흘이 넘게 유지가 됨. 

이런 일은 처음이라 사감 쌤들도 모두 당황하고 각성이 아니라 큰 병인데 우리가 방치하는 게 아니냐 지금이라도 빨리 외부 병원을 가야하는 게 낫지 않냐는 회의 끝에 외부로 우성이가 실려나가듯이 나감.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본 명헌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지만 바깥으로 나간 우성이 소식은 알 길이 없음 사감 쌤에게 용기내어 물어도 한숨만 쉬지 말을 안 해줌 우성이가 죽을 병에 걸렸나보다 명헌이는 세상이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게 되고 다음 날부터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함. 그리고 4일 뒤, s급 가이드로 각성하게 됨. 

우성은 소원처럼 바라던 게 있었음 매일 질리지도 않고 하던 말. 형이랑 나랑 같은 걸로 발현되면 좋겠어요.. 가이드면 가이드 센티넬이면 센티넬.. 명헌도 우성의 바람에 어느새 젖어들어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거라고 생각하게 됨. 자신이 s급 가이드가 되었으니 우성도 가이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어쩐지 우성은 분명 가이드일 거라고 확신함 내가 가이드니까. 우성이랑 나는 통하는 사이니까. 

그리고 무려 한 달이 지나서야 우성이 기숙사로 다시 돌아옴. 사감 쌤 지휘하에 체육관에 다들 모인 상태였는데 중요한 알림이 있다며 사감 쌤이 이제 나오라고 한 시선 끝에 정우성이 야윈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나옴 우성이다! 자식 살았구나! 다들 너무 반가워하고 웅성웅성하는 와중에 명헌이 안도감에 가슴 쓸어내리며 얼굴이 환해짐 

그런데 사감 쌤이 정우성 옆에 세우고 벅찬 얼굴로 한다는 말이 “우성이가 드디어 발현을 했다. 센티넬가이드 발생 이후 50년만에 기존 등급으로 판단 할 수 없는 새로운 등급이다. 우리는 이 등급을 앞으로 SS로 분류하기로 했고, 우성이가 바로 그  SS등급이다." 하고 우성이 단상 앞으로 쭉 밀어냄. 그리고서는 우성이 어깨에 손 얹으며 자랑스럽게 "SS급 센티넬 정우성에게 모두 박수!"하고 말함. 

체육관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오는데 명헌이 혼자 뒷짐 진 채로 피가 식어 하얗게 얼굴이 질리고 우성이도 마찬가지. 그리고 우성이가 고개를 들어 사람들 사이를 훑어보는데 그 끝에 홀로 박수를 치지 않는 이, 이명헌과 딱 눈이 마주침. 

군중 사이에서 재회하며 인사조차 못 하고 서로 쳐다만 보는 그 상황이 둘에게는 처음으로 겪는 인생 최초의 상실이었음. 명헌이 맘도 모르는 친구들이 명헌이 얼싸안고 환호성 내지르며 명헌이를 막 흔들고 좋아하는데 명헌이랑 눈 마주치고 무너지듯이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우성의 눈빛이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 

마치 토할 것처럼 욱, 욱하고 허리를 휙 굽히고 움찔거리는데 사감 쌤들도 모두 당황해서 정우성 왜 그래?! 보건실로 옮겨! 하고 난리가 났음. 그런데 갑자기 엄청나게 강한 기운이 느껴지며 쿵! 하고 체육관이 내려앉는 기분이 듦. 명헌이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에 ..윽?! 하고 신음하며 비틀하는데 이걸 자기 혼자만 느낀 게 아닌 거 같음.

다들 똑같이 비틀거리며 심지어 주저앉거나 토하는 사람도 있음. 단상 위에 올라있는 사감 쌤들은 상황이 더 심각했음. 무릎을 꿇고 주저앉더니 픽픽 기절도 함.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다들 영문을 몰라하는 중에 우성이 허리를 세우는데 그의 태도가 뭔가 이상함.. 눈빛도 이상함.. 강한 적개심이 느껴진달까. 다들 우성이 뿜어내는 무언가에 말도 못하고 한순간에 공포에 질려버림. 

그리고... 그 순간 우성이 폭주함. 

SS급 센티넬의 폭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막을 수도 없었고, 대처할 수도 없었음. 당연함. SS급은 우성이 최초이니까. 제자만 몇 천명을 배출한 잔뼈 굵은 사감 쌤들도 SS급 우성에게는 속수무책이었음. 

그날 기숙사에는 피바람이 불었고 센티넬가이드로 곧 발현할 귀중한 인재 420명과 사감 전원이 사망하는 최악의 SS급 센티넬 폭주 사건이 터짐.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겪은 최악의 살해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 두 명. 정우성과 이명헌 뿐이었음. 

어째서 이명헌이 그 서슬퍼런 SS급 폭주에서 살아남았는가는 금방 들통이 나고 말았음. 두 사람이 서로 사귀는 사이였다는 게 알려지며 그를 계기로 형질 발현 전의 센티넬과 가이드를 모아 훈련시키는 기숙사 제도는 전면 폐지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법적으로 센티넬과 가이드의 연애를 불법화 함.

그리고 명헌과 우성은 재회의 기쁨도, 다시 만나서 기쁘다는 흔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그날 이후로 완전히 분리되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됨. 무려 7년이란 시간이 흐를 때까지. 

명헌은 S급 가이드로 발현했으나 '최악의 센티넬 폭주 사건'으로 명명된 그날 이후로 S급 가이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됨. 트라우마가 생긴 것. 그래서 능력 재검사를 받고 D급 가이드로 분류된 채 지내오고 있었음. 

D급은 가이드 중에서 제일 흔하고 최하위 등급이라 센티넬과 1:1 매칭이 되지 못하고 이제 막 센티넬로 발현한 어린 친구들이나 마찬가지로 등급이 낮은 센티넬들을 가이딩해주는 역할로, 말하자면 선생님이나 코치 비슷한 것을 맡고 있었음. 

명헌도 마찬가지. 하지만 우성은 역사상 최악의 사건을 일으킨 주동자임에도 불구하고 7년이 지나도록 유일무이한 SS급 센티넬인지라 국가에서도 어화둥둥 내 새끼 끼고 돌기 바쁘고 언론에서도 띄워주기 바쁘고 하여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슈퍼스타. 명헌이 그저 길을 걷기만 해도 거리 온 스크린에 걸린 정우성의 활약상과 그가 찍은 광고를 수 십, 수 백개 보아야했음. 우성은 세계가 두려워하는 동시에 선망하는 센티넬이었음.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D급 가이드 이명헌에게 처음으로 국가에서 보내는 다이렉트 긴급 명령이 떨어진다. 지금 당장 센티넬가이드 관리국으로 들어올 것. 나 같은 D급에게 왜 이런 명령이? 의아해하면서 명헌은 난생 처음으로 관리국에 발을 들이게 됨. 그리고 도착해서야 알게 된 믿기지 않는 사실. 

"가이드 넘버 3940번 이명헌. 앞으로 네가 정우성의 전속 가이드가 되어줘야겠다." 명헌은 너무 놀라 잠시 말을 잊었음. 

...제가용? 

D급 가이드인 3940번이 정우성을 제대로 가이딩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고작해야 며칠이겠지 

관리국 국장이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명헌을 쳐다봄. 

...사지로 모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남아다오. 

... 

우리도 그 사건의 한 축인 너를 정우성에게 붙이고 싶진 않았어. 필사적으로 거절해보았지만... 

...정우성이 원하던가용 

... 

... 

...그래. 너무나도 확고하게. 그 과정에서 지금 분노로 가볍게 폭주한 상태다. 

우성이 폭주했다. 그 말에 명헌의 뇌리에 스치는 그날의 끔찍한 참상. 명헌은 동요한 표정을 내비치지 않으려 애를 쓰며 뒷짐을 지고 있던 주먹을 더욱 꽉 움켜쥠. 

제 쪽에서 거절하면 어떻게 되나용. 

제 2의 '최악의 센티넬 폭주 사건'이 나올지도 모르지. 

... 

... 

...그렇다면 해볼게용 

그 일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우성. 명헌은 친히 국장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우성을 만나러 걸음을 옮겼음. 가는 내내 심장이 당장이라도 갈비뼈를 열고 튀어나올 듯이 쿵쾅쿵쾅 뛰는 게 느껴졌음. 긴장, 슬픔, 걱정, 분노, 그리고 아직까지도 자리하고 있는 우성을 향한 애정. 

우성을 관리하기 위해 관리국 내에 특별히 건설된 정우성의 방 앞에 서자 국장은 "지금부터는 3940번의 운영에 모든 걸 맡기겠네."하고는 마치 내빼듯이 자리를 벗어남. 

문 밖에서는 그날처럼 폭주한 우성의 공포스러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음. 그 사건 이후 정우성을 면밀히 검사하고 조사한 관리국과 신설된 SS급 특별 관리본부가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방이었으니 그게 당연했음. 

명헌은 우성의 방 앞에 서서 문에 오른손을 대고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내빼기 전 국장이 급하게 쥐어주고 간 전용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감. 

정우성의 폭주가 시작되면 철저히 밖에서만 열릴 수 있도록 설계된 방. 그 안에 들어서니 침대에 길게 누워 한쪽 무릎에 반대쪽 다리를 척 얹은 채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롭게 누워있는 우성이 보였음. 

어? 

인기척을 눈치챈 우성이 보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고 벌떡 몸을 일으킴. 

명헌이 형이다. 

명헌은 우성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음. 

들어와요, 형. 

명헌이 문가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다시 굳게 닫혀버림. 이제 이 방에는 우성과 명헌, 둘 뿐이었고 우성이 폭주를 멈추기 전에는 그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되었음. 

나 형 기다리다가 폭주해버렸어요.

우성이 희게 웃으며 말함. 명헌은 혀가 굳어버림. 

명헌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고 어렵게 첫마디를 꺼냄. 

..폭주한 사람치고 편해보이네용 

가벼운 거라서요 이 정도는 익숙해요 

우성이 어깨를 으쓱함. 

익숙하다고? 명헌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우성이 머쓱해하며 말함 

국장님이 말 안해줬구나 나 사실.. 7년 동안 가이딩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한 번도? SS급 센티넬이? 그게 무슨 말이야? 명헌이 경악한 얼굴을 하자 우성이 이마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어감. 

어차피 나를 제대로 가이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이드는 세상에 없고.. 시도야 해보았는데 제대로 가이딩해보기도 전에 다들 나가떨어졌어요. S급 가이드 9명한테 동시에 가이딩 시도를 당한 적도 있는데 그때도... 아! 죽지는 않았어요. 

우성이 말갛게 웃으며 말함 

다행히 이제는 제가 누굴 죽여버리기 전에 여기서 막을 수 있거든요 

그 말에 명헌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기분을 느낌 

...근데 

네? 

왜 갑자기 가이드가 필요해진 거예용? 

그야... 

우성이 쓸쓸하게 웃음 

형이니까. 

저는 형이 필요했으니까요 7년 동안 쭉.. 

그리고 우성이 두 팔을 뻗어 굳어버린 명헌을 끌어안음. 

폭주한 센티넬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에 명헌은 온몸이 가시에 찔리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지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뒷짐을 진 채 서있기만 함. 

전 형만 있으면 돼요. 형을 다시 만나기 위해 7년을 관리국의 개가 되어 일했어요. 이제 내 말이면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는 못 배겨요. 여기서는 내가 왕이에요, 형. 그래서 드디어.. 

우성이 명헌의 어깨를 부여잡고 휙 뒤로 밀어냄. 

그리고 명헌과 눈을 마주치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함. 

형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어요. 

우성의 눈이 기묘하게 반짝거림. 위화감이 느껴지는.. 미친 사람 같은 눈. 하지만 명헌은 그런 우성을 바라보며 적대심이나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음. 그가 느낀 감정은 동정과 측은함이었음. 

우성... 

아, 형이 내 이름 불러주는 거 진짜 오래간만에 듣는다. 이제는 꿈에서도 형 목소리가 희미해져서.. 

입 다물어용. 일단 폭주부터 멈춰용.. 

그리고 명헌이 곧장 우성에게 입을 맞춤. 짧았던 6개월 간의 어린 연애, 7년의 헤어짐, 그리고 7년 6개월간 차곡차곡 쌓아온 깊은 사랑. 우성은 크게 눈을 떴다가 이내 눈꼬리를 휘며 꼭 눈을 감음. 

두 사람의 첫 키스는 짭짤한 맛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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