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운이 각 기사단에 공문을 돌리고,
기사단 소속이자 로운과 친한 마법사들의 협조를 통해
각 기사단의 구멍들이 전부 여울의 앞에 집합을 당했다.
영문 모를, 아니, 사실은 알겠지만 모르고 싶은,
그런 기사들의 얼굴을 보며 여울이 눈을 날카롭게 반짝이며 말했다.
"자, 너네가 여기 왜 모였는 지는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너희가 기사가 된 것은 안정적인 직장이라서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거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런데. 평화를 깨트리는 마물이 이 대륙을 싸돌아다니는 데,
너네가 마물이 두렵다고 도망친다면. 누가 너희의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좌중엔 침묵이 맴돌았다.
"아무도 없어. 각자 자신의 목숨과 자신의 사람들을 지킬 뿐.
네 목숨과 네 사람들은 너네 스스로가 지켜야만 해.
그걸 못 하겠다면, 기사따윈 관두고 스스로 살아갈 길을 알아서 찾도록 해라.
무기와 무구도 내려놓고, 마나도 쓸 줄 모르는 채로."
기사가 되는 이들은 마법을 운용할 줄 모르고, 마나가 적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무기도 없이 나가야 된다면...
길가에 파는 용병들이 쓸법한 무기랑은 비교도 안 되는 것이 기사단의 무기와 무구였다.
이렇게 값지고 좋은 것을 두고 나가기는 억울하다.
공포라는 자연적인 감정 때문에 생긴 일인데, 왜 쫓겨나야 하지?
이런 기사들의 생각이 읽히기라도 하는 지,
여울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상 위에서 피식,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억울해? 억울하겠지. 공포감을 느끼는 게 죄인가 싶고."
말을 하며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든 여울이,
자신의 발 앞에 검을 내리꽂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어디 덤벼봐. 날 이긴다면 그 무구와 무기 정도는 갖고 나갈 수 있게 해 주지."
약간의 도발과 구석으로 몰린 것만 같은 기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여울은 그들을 훈련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뭐라도 해보자고 기사가 된 자들이니,
여울에게도 어떻게든 해보자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억울함과 분노에 휩쓸려 잊은 것이 있다면,
여울은 무투회로 바론의 단장자리에 올라왔고,
마물과 싸운 경험이 그들에 비해 많으며,
소드마스터라는 것이다.
그 뒤는 당연히도 여울의 압승.
마지막 한 명까지 쓰러져 널부러지고 난 후에야 여울이 말했다.
"아무도 날 이기지 못했으니,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네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면 네가 이 자리에 남아서 강해져.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킬 건 너네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낯부끄러울 수 있지만, 진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널부러진 상태로 듣던 기사들은,
그래도 엇나갈 수 있던 우리들을 그 누구도 아닌, 외지인이라는 바론의 단장이 신경써 주는 구나.
약간의 감동을 받으며 기합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럼, 각자 잘 굴러보고~ 나는 이만?"
물론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자리를 뜨는 여울에게
뒤늦게 속았구나- 라며 마법사들의 이동 마법으로 기사단에 보내졌지만.
* 88, 89화는 어쩌다 보니 조금 가벼운 느낌으로 흐르는 중... 무거운 전쟁이야기는 천천히... 나올 것 같아요... 아마도... 메이비... 펄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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