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라진 날은 5월 12일이었다. 이름은 쇠은비, 나이는 9살. 학교를 일찍 끝내고 놀이터를 들렀던 것이 마지막 행적이다. 그 후로 갈만한 곳은 태권도 학원, 포장마차 골목, 시립 도서관 세군데. 전부 아이든이 몇시간 동안 머물면서 정보를 찾아 애썼던 곳이다. 


사람은 살면서 숨을 쉰다. 그리고 숨을 뱉는다. 살면서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절대불변의 진실이다.


그럼 어째서 쇠은비의 흔적은 조금도 남지 않은 거지? 집 안에서 가져온 물건만을 제외하면, 쇠은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학교의 빈 의자에도 없었다. 이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지웠다는 의미일 터, 어떤 의식이든 이 정도 범위라면 반드시 지속적인 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주술 초반에, 사람들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면 더더욱..’


다행히 쇠은비의 할머니는 아이를 열성적으로 찾아다닌 사람이었다. 학교 친구, 선생님, 길가던 사람들까지 쇠은비의 얼굴을 한번쯤 보았을 정도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는 셈, 누군가를 지우고자 한다면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서까지 흔적을 빼앗와야 하니까.


‘사람이 남기는 가장 큰 흔적은 기억과 감정이지.’


그리고 그 감정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범인은 꾸준하게 쇠은비가 자주 다녔던 장소를 찾아올 것이다. 제발 그래야 할 텐데.


“하아..”


거기까지 생각하고, 아이든은 한숨을 쉬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보내서 주술을 대신한다면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다못해 부적이나 오파츠, 아티팩트, 주물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


“언니, 왜 여기 있어요?”

“뭐 힘든 일 있어요?”

“으응?”


그때였다.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아이든 헌터가 흠칫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 조금 있지..요? 무슨 일이죠, 학생들?”

“언니 아까부터 계속 한숨쉬고 있어서요.”

“슬픈 일 있으면 위로해주려고.”

“아하…”


초등학생들이다. 쇠은비가 자주 놀던 놀이터의 골목대장격인.


“언니는 사람을 찾고 있어.”

“사람이요? 누구요?”

“혹시 어떤 형아 찾아요? 아르투로 형?”

“아르투로? 그게 누군데? 모르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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