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브 가이드

w. 김 덕춘






연구동으로 가서 팀 프로필 서류를 챙겨 받고 숙소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이딩을 받고 있었는지 거실에 다 같이 모여있다가 고개를 돌려 들어오는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 나오기 전에 봤던 메인 가이드가 환하게 웃으면서 어서 와- 손을 흔들며 반겨주길래 눈을 한번 도륵 굴리고서는 바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들을 지나쳐서 내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벌써 방에 가게? 같이 얘기 좀 하다가 들어가-"


"아.."


"응? 괜찮지? 여기 앉아-"





자기 옆자리를 두드리며 앉으라고 말해오자 나를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에 그 자리에 곧이 곧대로 앉으면 불편해질 거 같아서 괜찮다며 그들과 좀 떨어진 구석으로 앉았다.






"조연아. 언제 보고 인사 했어?"


"아까 동혁 오빠한테 얘기 듣고 가서 인사 했지."





"뭐 하러 친해지려고 해. 어차피 얼마 안 있다가 다른 팀으로 갈 텐데."






"맞아. 그러니까 조연아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다들 지금 사람 앞에 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서브 가이드가 들어와서 얼마나 든든한데!"





내가 오빠들 항상 가이딩 부족할까 봐 걱정 엄청 했단 말이야. 근데 서브 가이드도 들어왔으니까 이제 그런 걱정 좀 덜어도 되고! 물론 나만큼 가이딩을 해줄 수는 없겠지만.. 말꼬리를 늘리며 웃으면서 나를 슬쩍 쳐다본다.





"그래도 나는 기댈 수 있는 동료가 생겨서 너무 좋아."


"...."


"우리 진짜 친하게 지내자. 앞으로 잘 부탁해!"











방에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아 앉혀놓고 자기들끼리 아는 얘기만 하길래 그냥 피곤해서 먼저 방에 들어간다고 말을 하려다가 또 매서운 눈초리를 받을까 그냥 가만히 들어도 나는 전혀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와 가끔씩 눈을 돌려 숙소 안을 구경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메인 가이드가 피곤한 듯 옆에 있는 사람한테 기대자 조연아 피곤해? 들어가서 잘래? 다정한 목소리로 물으며 방으로 가서 자자. 둘이 같이 일어났다.





"다들 잘 자아-"





눈을 비비며 다른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던 메인 가이드가 나에게도 손을 흔들고서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럼 나도 이제 일어나도 되겠지.





"그럼 저도 올라가 볼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팀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아까 가져온 서류를 챙겨서 가려는데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 눈을 위로 치켜떠서 나를 쳐다보더니 야. 너. 나를 부른다.






"조연이가 너 챙겨준다고 해서 괜한 기대 같은 하지 마."


"...."


"나는 너한테 가이딩 받을 생각 전혀 없으니까."





전혀 미동 없이 그를 쳐다보고 있다가 마지막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표정을 찌푸린 그의 옆에서 비릿하게 웃던 다른 팀원이 다리 한 쪽을 꼬아 자세를 바꾸더니






"그러니까 내가 아까 얘기했잖아. 다른 팀 찾아가는 게 좋을 거라고-"


"더 하실 얘기 있으시면 하세요."


"...."


"없으시면 저 올라갈게요."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덤덤하게 뒤를 돌아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걸터 앉아 아까 연구동에서 가져온 그들의 프로필을 찬찬히 정독하고 나서 뒤늦게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깨어 씻고 외출 준비를 하고 방 문을 열었는데 앞에 서있는 형체에 뒤로 주춤 물러났다. 아, 깜짝이야. 왜 앞에 서있어. 설명을 바란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고개를 비스듬히 하며 한숨을 내쉬던 이제노가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겨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 그를 쳐다보다가 뒤따라 나도 내려왔는데





"어- 제노오빠 데려왔어?"





재민오빠! 빨리 한 사람 거 더 준비해 줘! 메인 가이드. 아니. 여조연의 말에 나재민은 웃으면서 여조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같이 먹어야지. 너도 이제 우리 팀원인데."





조연아.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쟤는 쟤가 알아서 먹으라고 해. 이동혁의 말에 여조연은 아,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오빠! 아프지 않게 그의 팔을 톡- 하고 때리고서





"아, 여기 내 앞에 앉아! 금방 재민오빠가 챙겨서 줄 거야!"





조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고 그런 나를 쳐다보는 이동혁의 눈빛. 아무도 모르게 작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서





"미안해요. 제가 지금 입맛이 없어서.. 나중에 따로 챙겨 먹을게요."


"아.. 그렇구나. 그럼 내일은.."


"저 원래 아침에 입맛 없어서 잘 안 먹는 편이라."





챙겨주려고 해서 고마워요 조연씨. 나를 보고 있는 여조연에게 방긋 웃어 보이고 볼일이 있어 나가보겠다는 말을 하고 숙소에서 나왔다.











"누구세요."


"오빠."


"저는 당신 같은 동생 둔 적 없습니다."


"아니. 왜. 왜 삐졌는데."


"센터 오고 나서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 찾아와서 그런 거라고 절대 말 안 할 거야."


"미안 미안. 내가 서울 센터 오자마자 바로 팀 소속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렸ㅇ.."


"잊어버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날 잊어!"





내가 너한테 그렇게 쉽게 잊힐 정도의 사람이었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우는 소리를 내며 말해오는 김민석의 모습에 나는 한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안 들리게 쯧 혀를 차고서는 표정 관리를 하고서 아직도 우는 소리를 내는 김민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응- 미안해. 내가 미안해- 오자마자 오빠부터 보러 왔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네-"


"진짜 내가 착하니까 한 번만 넘어가 주는 거야."





그래서 여주가 나를 잊을 정도로 바쁘게 들어간 팀이 어디인지 좀 볼까- 앞에 놓인 서류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나를 한번. 서류를 한번. 번갈아 쳐다보던 김민석은 왜 이게 이렇게 되어있냐면서 물어온다.





"왜 여주 네 소속 팀이 Dream이지?"


"내가 거기 소속된 팀이니까."


"김준면 내가 이 자식을 그냥!"


"그냥 뭐."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와 김민석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쳐다보자 눈썹을 들썩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김준면이 보인다. 오, 언제 왔어. 온 지도 몰랐네. 태연한 나와 다르게 김민석은 허, 하며 헛웃음을 내뱉고서는 들고 있는 서류를 흔들며 다시 물었다.





"여주 소속 팀이 Dream인데 너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내가 센터장인데 그런 거 모르고 있었겠냐."


"미친 새끼야. 네가 제정신이야?"


"야. 나 센터장이다. 말 똑바로 해라."


"뭐! 꼬우면 자르던가!"





턱을 괴고 둘의 말다툼을 지켜보며 마치 예전 모습이 생각이 나 푸흡-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갑자기 터진 내 웃음에 둘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나를 쳐다봤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어차피 서브 가이드 영입 때문에 머리 아팠는데 여주가 먼저 그 팀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어."


"근데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했어."


"너한테 얘기를 왜 해."


"왜라니? 내가 여주 보호자나 마찬가지잖아."


"너만 보호자냐. 나도 쟤 보호자야."


"웃기네. 보호자라면서 그 팀에 들어가겠다는 걸 그냥 내버려 뒀다고?"


"저기요 님들아. 둘이 그렇게 싸울 거면 저 그냥 가도 됩니까?"





안돼! 동시에 둘이 나를 바라보며 대답하길래 뭐 하는 거냐면서 웃었다. 근데 센터장님은 여기 왜 온 건데? 하고 묻자 너랑 점심 먹으러 왔지. 하면서 나를 보며 웃는다. 그 대답과 동시에 김민석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더니 안되는데? 여주 오늘 나랑 점심 먹어야 되는데? 그러면서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 제 품으로 당겼다.





"그럼 같이 먹으면 되지."


"내가 너랑 먹기 싫어. 어떻게 말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내버려 두냐 너는."





둘이 또 투닥거리면서 2차 말싸움이 시작될 거 같길래 민석의 품에서 벗어나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다보며 얘기했다.





"둘은 계속 싸워. 난 혼자 밥 먹으러 갈 테니까."





아, 어디 가! 같이 가! 나를 따라 곧바로 나오는 김민석 뒤로 김준면이 따라 쫓아 나온다. 구내식당으로 가는데 내 뒤로 김민석이랑 김준면이 뒤따라 걷는 걸 보던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길래 그때 또 다시 깨달았다. 아, 김준면 여기 센터장이지. 센터장이 내 뒤를 졸졸 쫓아오니까 당연히 모두가 쳐다보지. 생각을 마친 나는 앞서 걸어가던 걸음을 멈춰 몸을 돌려 김준면을 쳐다봤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둘도 걸음을 멈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날 쳐다보길래 김준면과 눈을 마주치고 옆으로 오라고 눈짓을 하자 웃으면서 빠른 걸음으로 내 옆으로 섰다.





"그래도 센터장인데 누구 뒤 졸졸 쫓아다니는 건 체면 안 살잖아."


"응. 여주야. 근데 구내식당 말고 나 오늘 너랑 3구역 가서 밥 먹으려고 예약해놨는데."


"아, 정말? 그럼 김민석은?"


"데려가야 돼?"


"드즐르? 드 들르그든?( 뒤질래? 다 들리거든?)"





뭐, 전화해서 한 명 더 예약한다고 하면 되긴 하지.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김준면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려 소리 없이 웃는데 구내식당을 가고 있었는지 오던 팀원들하고 마주쳤다. 김준면도 그들을 발견하고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식사하러 가나 봐요? 말을 먼저 걸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온다. 그러고 나서 나와 김준면을 번갈아 쳐다본다.





"아, 여주씨 식사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점심 식사 대접해드리려고요."


"아.."


"앞으로 Dream팀 소속 서브 가이드로서 잘 부탁한다는 센터장의 뇌물이랄까?"





그들의 묘한 시선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눈치 챈 김준면은 여전히 인자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더니.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시고."





김민석과 나를 쳐다보며 가자며 눈썹을 들썩이고 먼저 뒤를 돌아 걸어간다.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들을 한번 쳐다보고서 김민석과 같이 김준면의 뒤를 쫓아갔다.





 

*아래는 소장용으로 걸어놓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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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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