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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에서, 내 사랑에게.




  생일 축하해. 이 메시지가 닿을 때면 나는 없겠지만, 뭐 상관없어. 이렇게나마 너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듣고 싶었어.
 여기는 여전해. 여전히 외롭고, 배고프고, 아름다워. 언젠가 했던 생각인데, 이런 곳이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쳐도 될 것이라고 여겼었어. 이런 곳이 나의 관이 되고 무덤이 된다니 근사하지 않아?
 이곳에서 보는 지구는 아름다워. 따뜻하고 파란 행성. 그곳에서 네가 볼 나도 그럴까. 밤하늘에 수많은 별빛과 알 수 없는 반짝임. 그 중 하나가 나이길 기도해. 네가 있는 그곳에서 하나의 반짝임으로나마 내가 보인다면 그걸로 만족해. 적어도 존재는 알렸을 테니까. 네가 나를 하나의 별빛이라고 여긴다면 그만큼 더한 기쁨은 없을 테니까.




  처음엔 조금 두려웠거든. 홀로 고립되었고, 연락이 닿을 리도 없고, 나를 쉬이 찾지도 못할 테고. 식량은 점점 떨어져가고 산소도 곧 고갈될 거야.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궤도를 따라 돌고 도는 것. 그저 하염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것. 이 모든 것들을 각오하고 왔음에도 두려웠거든.
 달리 생각해보니 나는 이보다 더 끔찍하게 죽을 수도 있었어. 운이 좋지 않아 내가 몸을 싣고 발을 딛은 이곳이 폭발할 수도 있었어.
 그럴 수 있었는데 나는 이렇게 살아있잖아. 영화에서처럼 감자를 심거나 다른 우주선으로 갈아타서 탈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살아있잖아. 덕분에 너의 생일을 맞이했고.




  그건 너무 아쉬워. 너의 볼에 키스하고 너를 힘껏 안아줄 수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건 너는 이미 나에 대한 미련을 털어냈을 테지. 아마 나는 두달 전 죽었다고 발표가 되었을 테고, 그 시간은 기다림을 놓아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돌아올 수 없고,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조금은 슬퍼도, 불편하지 않게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기쁘게 말할게. 아마 내가 맞이하는 너의 마지막 생일이겠지만, 생일 축하해.



  조금씩 호흡이 가빠져. 조금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해. 이곳에서는 해가 뜨고 진다는 개념은 없지만, 네가 준 시계를 보니 이제 곧 날이 바뀔 거야. 애초에 오래 머물 계획이 없었던 이곳은 더이상 나를 살려낼 무언가가 남아있지 않아.
 그걸 알고, 받아들이고,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지 보름째 되는 날이야. 그래도 기적이지. 이 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게. 네 덕이야. 네가 나를 살게 했으니까. 나의 존재 이유가 모두 너였으니까.



  바다, 하늘, 꽃. 푸르고 화사한 모든 곳에 네가 있어. 노란 꽃을 닮은 미소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갈색 머리카락. 네가 보여. 너는 환히 웃으며 반짝이고, 나는ᆢ.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어. 이곳에. 여전히 외롭고, 배고프고 아름다운 이곳에.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이곳에. 가득 차있고 텅 비어있는 이 외로운 우주에 내가 있어.




추신. 

파란 연필밖에 없더라고. 너는 노란색을 참 좋아했는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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