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처음 비용을 들이고 시간을 정하여 반복해서 갔던 운동은 바로 요가였다.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그때 흰색에 초록색 선이 두 줄 달린 트레이닝 바지를 입었던 기억이 난다. 요가원이라기 보다는 요가학원에 더 가까웠던 그곳은 선생님 한 명이 20명 남짓 되는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뻣뻣이로 불리고, 체력검사 때 유연성 -30cm를 찍었던 나에게 요가 동작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선생님은 좀만 더, 할 수 있는 만큼만 더 라고 말씀하셨지만, 선생님 전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요. 정말이에요. 재미가 있었고 꾸준히 다니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는 무슨 질병인지도 몰랐던 한포진이 심해지면서 2달간의 요가 라이프는 끝이 났다.

  그 후에는 엄마와 집에서 강하나 스트레칭을 보면서 운동했다. 이때는 '오! 내 배에도 복근이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조명만 잘 비춰준다면 배에 있는 복근을 거울로도, 핸드폰 카메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성인을 훌쩍 뛰어넘은 내가 하루 이틀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 이 운동 역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한 동안은 동네 공원을 뛰어다녔다. 노래를 들으면서 몇 바퀴를 뛰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 멀리 있는 공원까지 빨리 걷기도 했다. (거의 지난 남자친구들 때문이고, 울면서 걷다가 엄마를 만난 적도 있다.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굉장한 희열을 느끼고, 감정이 정리되는 걸 느꼈다. 그러나 밤에만 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어느 날 술 취한 아저씨가 나에게 소리를 치면서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질리지 않았던 이 운동도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큰맘 먹고 새로 생긴 헬스장 안에 있는 필라테스 수업에 등록했다. 오픈 기념으로 몹시 싸게 회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6개월간 원하는 시간대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이었지만,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6개월 간 3일밖에 가지 못하는 최악의 돈날림을 경험했다. 이때 들었던 수업은 끈과 링, 공 등의 도구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몸이 내 맘대로 안되는 것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작 3일뿐이었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운동을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30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지만, 몇십만원이나 하는 기구 필라테스를 3개월 할부로 긁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잠을 편하게 잔다고 생각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목 근육이 뻣뻣했고, 오른쪽 다리를 왼쪽으로 꼬는 버릇 때문에 골반 역시 틀어져 있는 나의 몸뚱아리를 위해, 조금 더 건강하게 죽기 위해 다시 한번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게다가 바로 내일이 나의 첫 기구 필라테스 수업이다. 과연 무근육인의 첫 번째 기구 필라테스는 어떤 꼴을 하고 있을까. (모양이 아닌 이유는, 내가 필라테스를 하면 분명 모양이 아니라 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에게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들을 했다. 필라테스 첫날 분명히 이런 대화가 오갈 거라고.

"회원님은 갱생이 불가능한 몸입니다."

"안 돼요 선생님! 도와주십시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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