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편지 1200자라는 건 생각보다 길고 짧다는 걸 느낀다. 처음 내용을 쓰는 빈칸은 너무 커서 언제 채우나 싶은데, 막상 쓰기 시작하면 모든 내용을 담기엔 짧아. 전에 썼던 편지를 확인해 보니 너에게는 줄 바꾸기 없이 갔을 것 같은데, 빈 여백이 많이 없는만큼 좀 더 길어보였길 바란다.


전 편지를 쓸 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사실 지금 누나는 손목이 아파 글 쓰는 게 쉽지는 않다. 왼쪽 손목이 조금 시큰거려서 10년 전에 골절 당한 후유증일까, 하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건초염이래. 손목을 너무 많이 써서 생긴 거고, 손목을 쉬며 약도 먹고 물리치료 일주일 정도 받으면 금방 나을 거란다. 후유증이 아닌 게 다행일까 싶긴 한데... 물리치료사 분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 손목이 골절했을 경우엔 약해졌을 거니 당연히 잘 아프다고 하셔서 조금 후회된다, 내 손목을 안 아낀 게. 노트북이나 폰으로 워낙 자판을 많이 두드려서 그런 것 같아. 


또, 손목 물리치료 받으면서 네 생각이 났는데, 너도 그림 그릴 때 손목 보호대를 하잖아. 물리치료사 분이 말씀하시길 보호대도 너무 오래 차면 근육이 약해져서 좋지 못한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그런 걱정과 별개로, 얼마 전 네가 거기서 보낸 택배를 보니 훈련할 때 착용하라고 사준 보호대들은 거기 잘 있는 것 같은데, 그림 그릴 때의 보호대와 달리 그 보호대들은 근육보다 피부 까짐과 멍 드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니 항상 잘 착용하고 다녀라. 아직 그게 정말 쓸모 있냐고 너에게 못 물어봤지만, 꼭 쓸모 있어서 안 보낸 거길 바라. 


끝으로, 그곳에서 너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고 했지. 그 규칙이 보호대와 함께 미래의 너를 보호해줬으면 좋겠다. 여전히 낮과 밤이 바뀌어있지만,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겨우겨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내 상태를 보니 규칙에 몸을 길들일 수 있을 때 길들여두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서, 경험의 잔소리야. 그래도 요즘 나도 꽤 일찍 자고 있으니 걱정은 말고. 12시면 잠이 슬슬 온다. 건너 방에서 들리는 웃음 소리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 최근 세상 소식. 트위터로 들은 바에 의하면 커비 제작자들은 커비를 너무 사랑하여 적에 둘러싸이길 싫어한대. 그리고 난 오늘 신비한동물사전 3편 영화관서 봤는데 팝콘 먹을 수 있었고 동물들은 귀엽고 너무 착하더라. 덤불도어는 (남들이 말하길 망한) 사랑을 했고. 


이만 안녕.

글짓는 코끼리.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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