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나서 계획한 목록은 태산같지만, 갈수록 내 깊이는 점점 얕아지는 것 같아 인터넷을 멀리하고 대신 밀리의 서재를 가까이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접속해 잠깐 둘러보니 루미스 서적뿐만 아니라 잡지까지 있더라. 구독을 하면 굳이 따라그릴 용도로 잡지를 살 필요가 없다.

이렇게 아이패드에 창을 띄워 두면 감히 노트북으로 유투브를 열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인터넷이라고 해 봤자 유투브와 블로깅 말고는 없고(공부와 관련해서는 제외한다), 블로깅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이것은 곧 유투브를 끊겠다는 다짐이다. 늘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접속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지만 터무니없는 핑계다. 중요한 소식은 친구나 가족을 통해 전해들으면 된다.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1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2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3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4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5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6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7
Proko 영상을 보기 전 30초 크로키 8

처음엔 30초 크로키를 했지만, 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H 연필을 사용해서일수도 있겠지만, 동세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많이 하더라도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유투브를 찾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요즘 유투브를 조금씩 끊고 있다. 최소한 한국어로 된 매체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roko 영상을 보면서 필기한 것 1
Proko 영상을 보면서 필기한 것 2

그렇다면 영어로 그림을 알려 주는 채널은 없을까? 이런 이유로 찾게 된 게 Proko 채널이다. 나는 영어를 그럭저럭 하지만 한국어만큼 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단위 시간당 들어오는 정보량이 적으므로 한국어 영상보다 확연히 피로감이 덜하고, (어쩐지 내용과는 무관한) 연관 영상을 계속 클릭하게 될 일도 없다.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그린 크로키

하지만 영어라는 점보다 더 좋은 건, 이분이 설명을 아주 끝내주게 하신다는 거였다. 이분으로부터 동세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을 그리는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자 이해가 확 됐다.

도형 연습
도형 연습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인체 도형화로 번역될 법한 mannequinization과 structure drawing이다. 투시가 들어간 기본 도형(구, 원기둥, 정육면체) 그리는 법을 연습하고, 그걸 인체에 적용한다는 건데, 한국어로 봤던 영상들과 내용은 전부 일치하지만 그걸 다른 언어로 들으니 이해가 깊어지는 면이 있었다.

내 왼손 1
내 왼손 2

그 외엔 심심해서 내 왼손을 보고 그렸다. 딱히 손 연습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른손으로 그림 그릴 때 제일 만만한 피사체가 왼손이라서다. 손을 그리면서 느낀 건데, 역시 그림 그리는 건 재미있다. 무언가를 그리는 행위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간에 언제나 일정량의 즐거움과 희열을 보장한다.


입체도형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하는 데는 실제 모형도 상당히 유용하지만, 그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공간 이곳저곳에 배치하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근면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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