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꽃은 어때?"




지호가 솔B의 옆자리에서 무심히 말했다. 다음 주가 솔A의 생일이었다. 예슬이 생일 선물 준비를 위해 스터디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었고, 솔B는 솔A의 룸메이트라는 이유로 이 회의에서 결정권한이 꽤 큰 편이었다. 



"그런 건 애인이나 주는 거고. 그 성격에 식물은 먹을 수 있는 걸로 달라는 소리나 들을 걸."



솔B가 지호의 성의 없는 아이디어에 핀잔을 주었다. 지호는 솔B의 싸늘한 어투에 곧 입을 다물었다. 






지호는 눈앞에 놓인 무지갯빛 장미에 그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결국 뭘 선물하기로 했더라. 솔B가 귀찮아 하면서도 꽤 괜찮은 선물을 골랐던 기억만 있었다. 예슬조차 솔B의 아이디어를 인정했었는데 정작 그 선물은 기억나지 않았다. 솔B를 칭찬하는 스터디원들의 말에 아닌 척 뿌듯해 하는 솔의 미묘한 입꼬리만 남아 선물의 기억을 흩트려놓았다. 




"웬 꽃?"




지호가 솔이 내미는 장미를 받아 들면서 물었다. 목소리에 최대한 기대감이 묻어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눈치가 빠른 솔이니 금방 알아챌지도 몰랐다. 




"그냥. 팔길래."




지호가 일반적으로 알던 장미와는 다른 다채로운 색상이 낯설었다. 눈이 내리는 한 겨울에 장미꽃, 그것도 무지갯빛 장미를, 강솔이 서지호에게 건네준다니. 지호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렸다. 어쩌면, 꿈일지도 몰랐다. 





"레인보우 로즈. 소원을 이뤄준대. 오늘 재판, 네 소원이었잖아."




지호가 장미에서 눈을 떼고 솔을 바라보았다. 솔은 기억 할까? 본인이 골랐던 솔A의 선물을? 지호가 골랐던 선물에 본인이 했던 말을?




"...궁금한 게 있는데,"



뜬금없는 지호의 질문에 솔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물어봐도 된다는 의미였다. 




"작년 솔A누나 생일선물."

"갑자기 그게 궁금해?"

"그 생일 선물 정할 때, 네가 나한테 한 말. 기억 나?"




솔이 대답 없이 지호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못 들었지만, 지호는 솔이 기억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고마워. 꽃."




지호가 '꽃'에 힘을 주어 말했다. 솔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곤, 법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호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솔에게서 장미 향이 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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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역대급 짧은 포타인듯 1000자 겨우 넘김!



삐죠 전력 지각 제출합니다 이젠 지각이 아주 일상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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