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한테 숨길 수 있으면 숨겨봐. 없어지면 또 만들어 놓을 테니까. ”


박지훈 앞이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그릇이 작은 놈인 것인지 유치해 지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입술을 묻었던 부분을 감싸 쥐는 작고 고운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여전히 길게 늘어진 그의 속눈썹이 가지런하게 아래를 향했고, 부드럽고 따뜻할 그의 손목에 끌리듯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대었다. 더 이상 내 손길을 내치지 않은 체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눈을 나 또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냥 아무런 걱정 없이 이대로 시간이 멈췄다면 좋겠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도, 기다리는 일도 이젠 지긋지긋 하니까.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에, 언제가 될지 모르게 그려왔던 우리의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내게 너무 가혹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투정뿐이라는 것은 더더욱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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