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성우형아..”

“으..... 응.... 왜에........”

“프렌치토스트..”


아.. 밤새 괴롭혀놓고는.. 아침부터 이게 뭔소리야..


“형이 나 아침에 프렌치토스트 해준다고 꼬셨잖아... 그럼 해줘야지..”

“너.. 너... 양심도 없다...”


성우가 미간을 찡그리며 침대위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자 다니엘은 그런 성우를 보며 눈이 없어지게 미소지었다. 그럼 조금만 더 자요~ 내가 맛있게 해서 깨울게.. 하고 조용히 속삭이며 성우를 토닥여 다시 재웠다.


다니엘이 할 수 있는 음식이라곤 라면과 카레, 김치찌개가 전부이지만 캐나다에 있을때 프렌치토스트를 많이 먹어는 봤으니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부엌을 뒤지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자 많지는 않지만 간단한 반찬들, 샐러드용 채소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계란과 우유... 또 뭐가 들어가더라.. 아.. 식빵! 그 담에.. 또.. 그거면 된거지 뭐... 하며 프라이팬과 계란물을 만들 그릇을 찾기 위해 씽크대를 뒤지고 있자 따뜻한 품이 등뒤에서 느껴졌다.


“자기가 하게?”


자기라는 말에 다니엘의 모든 행동이 멈추고 귀끝이 붉게 물들어갔다. 성우는 다니엘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 듯 했다.


“내가.. 또 토스트를 맛나게 해요~ 내가 해주겠다고 했으니까~ 식탁에서 앉아서 기다려 자기야~”


일부러 더 저러는거지.. 하고 그 속셈을 알았지만, 자기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는 성우의 말에 따라 식탁에 얌전히 가서 앉았다. 성우는 가장 먼저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고 나서 볼을 꺼내 우유와 계란을 섞고 바닐라에센스와 시나몬가루도 살짝 넣었다. 그리고 프라이팬 2개를 꺼내 한개의 팬에는 버터를 둘러 계란물을 입힌 식빵을, 다른 팬에는 베이컨을 굽기 시작했다. 접시 2개를 꺼내 각 접시에 2장씩 토스트를 담고,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까지 옮겨담곤 토스트 위에 하얀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리고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있던 샐러드. 그 사이 내려진 커피까지. 포크와 나이프까지 세팅해주어 카페에서 사먹는 브런치같았다. 


“우와.. 내 태어나서 남자집에 이런 거 있는 거 첨봤다..”

“딴 남자집에 많이 가봤나봐?”

“아.. 아이고.. 그게 아이고..”


프하하.. 하고 성우의 웃음에 다니엘도 그저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긴.. 남자, 여자 따질게 아니라.. 그냥 자취집에 슈가파우더에, 바닐라에센스에.. 뭐.. 이런거 잘 없지. 근데 진짜 나 딴 건 몰라도... 프렌치토스트는 좀.. 이렇게 먹어야 먹는거 같아. 나의 소울푸드랄까..하하.. 추억이 있어서 그런가?”

“뭔 추억인데요?”

“음.. 우리 엄마. 지금 본가에 계신 어머니는 5년 전에 아버지랑 재혼하셨어. 우리 엄마는 8년 전에 돌아가셨고. 좀 아프셨어. 아프고 힘든 와중에도 일주일에 몇번씩 이걸 만들어주셨어. 밥하는 것보다 간단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암튼.. 그때마다 사실 좀 지겹고.. 그랬는데. 토스트를 굽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안에 뭐가 들어가고.. 뭐랑 같이 먹으면 맛있고.. 내가 딴짓을 하고 있어도 그냥..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돌아가시고 나선.. 내가 해야하니까 그랬나봐. 덕분에 토스트는 꽤나 잘 만들게됐고, 전혀 자취집에 어울리지 않는 접시와 재료들까지 구비하게됐지.”

“맞나.. 어머니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

“얼른 먹어. 맛있을거야.”


성우의 말처럼 토스트는 고소하고, 부드러웠고, 달콤했다. 베이컨과 샐러드까지 먹었더니 금세 배도 불러왔다. 다니엘은 토스트를 먹고 났더니 다시 침대에 눕고 싶어졌다. 달큰한 성우의 목에 얼굴을 묻고 마음껏 그 체취를 맡고 싶었다.


“연습하러 가야지!”

“아.. 성우야.. 오늘 그냥 집에 있으면 안되나?”

“이제 이름으로 막 부르네?”

“흥.. 따니엘 똑땅해!”


다니엘의 말도 안되는 애교에 입술이 씰룩거렸지만, 그건 그거고.. 연습은 연습이었다. 다니엘은 자신도 정말 독하게 연습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더한 인간이 옹성우일줄이야.



한번 마음을 터놓고 나서인지, 다니엘은 더이상 안무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물론 아직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서, 얼굴 근처로 손이 다가올때마다 표정이 조금은 굳어졌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아직은 조금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우가 가장 좋은 건 렌즈를 빼놓은 다니엘의 눈을 보며 춤을 추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그 눈 속에 오롯이 자신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그렇게 한참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민현과 우진이었다. 


“엥? 웬일이야?”

“강다! 니 내랑 좀 나가자. 얼른.”


우진은 다짜고짜 다니엘의 팔을 잡고 연습실 밖으로 질질 끌고나갔다. 이것 좀 놔라! 뭔일이고? 니 미칬나! 하는 짜증과 고함이 들렸지만, 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우리 발표 연습하는 거 안보여?”

“이현준 왔다.”


이현준. 도대체 그 새끼 이름이 여기서 왜 갑자기? 학교 떼려치울거라고 자퇴서 내고 나간 새끼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아니.. 근데 그걸로 다니엘을 왜 끌고나가는거야?


“다니엘 고등학교 그만 둔 이유.. 이현준 때문이야.”


아니.. 이건 또.. 아.. 뭐가 이렇게 복잡한거야. 


“이현준, 나랑 같은 고등학교인거 알지? 그 말은 다니엘도 우진이도 다 같은 학교였단 말이지. 다니엘이 고1때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적있어. 피해자가 이현준이고. 물론 원인제공은 이현준이었지만. 암튼.. 둘이 마주치면.. 좋을 일 없어. 너도 그렇지만.”


젠장. 



“야! 박우진! 참새!!”

“닥치라!”

“씨발, 니 이 손 안놓나!”


건물 밖으로 끌고 나와서야 우진은 걸음을 멈추었다.


“좆만한게 힘은 진짜 드럽게 세네. 도대체 뭔 일인데?”

“니.. 화내지 말고 들어라.”

“이미 화났그든?”

“이현준.”

“...씨발...”

“그 새끼 니 캐나다가고, 사고쳐서 전학간 거는 내가 말했제? 근데.. 지금은 자퇴했다고 하는데.. 작년에 이 학교, 우리과에 입학했었단다. 근데 그 새끼가 옹성우랑 뭔 일이 있었다고..”

“뭔 일?”

“일단 나도 자세한건 못들었고.. 민현햄이 일단 니 데리고 나가있으라더라.”


도대체 이현준의 이름이 난데없이 튀어난 것도 화가나는데, 옹성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지. 다니엘은 아무 표정이 없이 굳었다. 그 무표정이 너무나 차가워서 그저 우진은 꿀꺽 마른 침만 삼킬 뿐이었다.



“짝눈까리랑 참새랑 아직도 붙어다니나?”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다니엘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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