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말을 쓸지 고민하다가 그냥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주기로 했다. 소식을 몰아 적다 보니 이전 편지와 중복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양해 바란다.


일단, 우리 집 소식. 말할 필요 없을 것 같아 말 안 했는데, 휴가를 가 있는 동안 윗집 보일러에 문제가 생겨서 집에 도착하니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었다. 지금은 잘 해결되어 잠잠하다. 그러면서 윗집 네 친구 소식을 들은 거였고.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소식이 오고가며 네가 집에 없다는 소식을 윗집, 옆집 다 아셨는데, 모두 혼자 자주 있을 나를 걱정해주셔서 마음이 따스해졌다. 언제나 느끼지만 여기는 동네 분들이 참 좋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하고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 침대엔 요즘 네 방에서 데려온 펭귄 한 마리가 나랑 같이 자고 있거든. 원래 있던 큰 곰 한 마리랑, 고양이 두 마리도 잘 있고, 쿠키 모양을 한 생명체 비슷한 것도 잘 있다. 그러고 보니 네가 그곳에 간 이후 느타리 버섯과 노루궁뎅이 버섯도 길러서 내 방은 더 비좁아졌다. 느타리 버섯은 이미 한 번 재배를 하고 다시 키우는 중이라 잘 크지 않는 것 같긴 해도 말야. 


다음, 학교 소식. 너는 코로나 시국의 학번이라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대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우리 학교에는 위너와 거미가 온다고 하는데, 네 학교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축제가 오랜만에 열려서 누난 좀 많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전예매를 하거나 3시부터 대기를 서야 한다고 해서 조금 마음이 힘들어. 우리 학교 축제는 다음 주부터인데, 나는 사실 이번 주 토요일이 더 기대되긴 해. 토요일에 학교 박물관 주최로 고성에 구경을 가거든. 너도 고성 좋아하니까 내가 너를 대신해 많이 보고 올게.


마지막, 세상 소식. 오늘 본 건데, 반려동물을 잃은 건 극복이 안 된대. 강형욱 훈련사는 그래서 자신도 극복을 못했고 슬픔을 유예하고 있다고 하셨어. 극복할 수 없는 감정을 유예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인상 깊더라. 우리는 뭐든 극복하려고 애쓰고, 극복이 안 되면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기는데, 유예는 굳이 극복할 필요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너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내면의 아픔이 생기면 그냥 가끔은 그 감정을 유예해. 감정을 어떻게 하려 하지말고 그대로 두는 거야. 


자, 그럼 여기까지 최근 소식 끝. 조만간 또 전할게. 잘 지내.

글짓는 코끼리.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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