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뭐야? 김여주 바로 옆에 있는데도 못 들으면 어떡해!"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이동혁의 팔소매를 붙잡았다. 그런 내 행동에 이동혁이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더니 웃으면서 여주야. 괜찮아. 얘네 다 착한 애들이야! 하며 말해온다. 쟤네들 착한 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동혁의 해맑은 얼굴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당황스러움 반 어이없는 거 반 섞인 구겨진 표정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데





"근데 여주야. 이미 얘기가 끝난 상황인걸?"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 이 팀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딱 하나만 걸었어."


"...설마 그게 나라고?"


"응. 당연하지."





대체 나를 왜? 아니, 그게 왜 당연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이동혁의 말에 그저 눈만 껌뻑이며 쳐다보자 우리 거기 있을 때 네가 나 엄청 챙겨줬잖아. 그러니까 당연한 거지! 나 이동혁! 받은 건 배로 갚는다구!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동혁이 말이 맞아요. 같이 들어오는 걸로 얘기 끝났거든요."





눈 떴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하도 바빠서 가서 만나러 갈 여유가 없었네요. 남자의 말에 나는 괜찮다며 어색하게 손을 저었다. 좀 깔끔한 모습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현장에서 막 돌아온 거라 꼴이 이래서... 웃으면서 말해오는 남자를 보며 이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희 지금 되게 꼬질꼬질해!"







"동혁아 너 처음 봤을 때만 할까."


"아, 나 그 정도는 아니었거드은!"







"응- 아니야-"


"아니- 진짜라고오!"





투닥거리는 그들을 보고 있는데 내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우선 현장 보고를 하고 와야 되니까 다음에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고 얘기해왔다.











"아, 응. 맞아요. 동혁이가 여주씨랑 같이 팀에 합류하는 거 아니면 절대 안 할 거라 했거든."


"아니, 제 동의는...?"


"여주씨는 그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그리고 동혁이가..."





여주씨는 물을 것도 없이 자신이랑 같은 팀 하고 싶어 할 거라고 장담을 하던데요?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해왔고 나는 고개를 돌려 이동혁을 쳐다봤다. 내 눈길에 이동혁은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린다. 진짜 어이없어 쟤.





"근데 제 생각에도 나쁜 선택은 아닌 거 같아서 그렇게 하라고 한 거예요."





우리가 국가에서 설립한 센터라 안전하긴 하지만 여주씨한테는 엄청 낯선 곳이잖아요. 여주씨가 믿을 만한 사람하고 있어야 빠르게 적응하고 생활하기 편할 테니까. 그래도 여주씨에게 더 빨리 말했어야 했는데 아직 몸 상태도 회복이 덜 됐고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미루다 보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의 말을 듣다가 근데요 선생님. 하며 손을 살짝 들었다.





"저 학교에서 배웠을 때 가이드랑 센티넬 등급이 어느 정도 큰 차이가 없어야 된다고 배웠거든요?"


"여주씨 어렸을 때 수업 열심히 듣긴 했나 봐요. 동혁이랑 완전히 다르네."


"아, 내가 뭐! 가만히 있는 나를 왜 건드려어!"


"넌 조용히 해봐. 응. 그래서 뭐가 궁금해요 여주씨?"


"그럼 팀에 소속되는 가이드도 등급이 맞아야 되는 거잖아요."





불법 연구소에 있을 때 연구원들이 한 말을 떠올리면 나는 등급이 이동혁만큼 높지 않다. 그때 C급이랬어. C급 이지만 가이딩 기운이 맑아서 C급 같지 않은 가이딩이라고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동혁하고 그 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가이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그러죠. 근데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대부분 그렇다는 건..."


"여주씨. 여주씨 가이딩 하는 방법 모른다고 했잖아요."


"네?... 네."


"게다가 아직 여주씨 제대로 검사도 안 했고."


"...."


"그러니까 여주씨가 동혁이랑 애들한테 도움이 안 될 거라고 그렇게 확정 짓지 마요."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요. 여주씨는 자신감부터 가져야 할 것 같아. 그래 여주야. 나를 딱 봐봐. 얼마나 자신감이 넘쳐. 동혁아. 네 자신감 좀 여주씨한테 나눠줘라. 조 선생님의 말에 오케이! 하며 대답한 이동혁이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고서는 자, 여주야. 이제 날 그대로 따라 해. 하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가."


"존나."


"...."


"빨리 따라 해."


"ㅈ... 존나."


"짱이다."







자, 내가 존나 짱이다! 외쳐! 이동혁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조 선생님을 쳐다보자





"...내가 실언했네. 미안해 여주씨."





넌 인마! 말하는 게 그게 뭐야! 어른 앞에서! 뭐야. 꼰대다! 조 꼰대야 조 꼰대! 이동혁의 말에 선생님이 주먹을 쥐더니 이동혁의 머리에 꿀밤을 때렸고, 이동혁은 우는소리를 내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오버액션을 취했다. 나랑 눈이 마주친 선생님은 나보고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나는 그저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전 안 되나 봐요."


"아니에요 여주씨. 그런 말 하지 마요."


"난 진짜 멍청이야... 바보 멍청이..."





웅얼거리며 책상에 엎드리자 내 어깨를 다독이는 사람. 나에게 가이딩을 알려주는 교관이었다. 조 선생님이 불러 연구실에 가자 앞으로 나에게 가이딩에 대해 알려줄 사람이라며 인사를 했고, 그 이후로 짬짬이 가이딩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데 문제는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해는 되는데 실행을 못하고 있다. 오늘도 오전에 시간이 나서 교관의 설명을 듣고 가이딩을 해보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되질 않아서 기운이 빠졌다.





"저 갈게요..."


"네. 여주씨 오늘도 고생했어요-"


"고생은 선생님이 하셨죠... 전..."


"에이,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요. 자!"





이거 먹고 기분 좀 풀어요. 그러면서 내 손에 초콜릿을 쥐여줬다. 오늘도 가이딩에 실패한 나는 터덜터덜 힘 없는 발걸음으로 병실로 돌아가고 있는데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소리.





"NCT 팀에 가이드 들어온다면서?"


"어. 나도 들었어. 근데 등급이 뭐래?"


"그건 나도 몰라. 근데 그 팀에 들어가는 거면 최소 A급이겠지."


"이름이 뭐더라. 아, 이동혁. 하여튼 이번에 들어간 그 센티넬 있잖아."





걔가 그 가이드 없이는 절대 안 된다고 고집부렸대. 근데 걔도 S+잖아. 그런 센티넬이 그렇게 목매달 정도면... 그들의 대화를 더는 듣기 싫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병실까지 달렸다. 달려가던 중 코너에서 나오는 사람하고 부딪쳤고 뒤로 밀리는 나에게 손을 뻗어 팔을 잡고서는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아, 감사... 아니. 죄송합니..."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요-"





어디서 들은 낯선 목소리에 얼굴을 들자 어제 그 남자들 중 한 명이었다. 안 그래도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저를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되묻는데 그 남자 뒤로 들려오는 이동혁의 목소리.





"야! 나재민! 너 뭐해 여주랑!"





둘이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스킨십이야! 떨어져 떨어져! 와다다 달려온 이동혁이 품에 안겨있던 나를 당겨 자신의 옆에 데려다 놨다. 무슨 이게 스킨십이야. 뒤로 넘어져서 뒤통수 깨질까 봐 잡아준 건데. 이동혁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살짝 때리며 얘기하자





"그래도 나재민은 안돼. 제일 흑심 많은 애니까 조심해 여주야."


"우리 동혁이- 오늘 훈련 아주 힘들게 하고 싶나 봐-?"


"오- 나재민 팀장님- 저 아직 공식적으로 팀에 합류한 거 아닌데-"





두 사람 덕분에 이쪽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슬쩍 이동혁 옆에서 떨어지는데 다른 두 사람이 둘이 또 투닥거리는 걸 익숙하게 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이 눈치 못 채게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병실 쪽으로 향했다.







"동혁아. 너 지금 재민이랑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엉?"



"옆에 허전하지 않아? 벌써 저만큼 멀어졌는데?"







"아, 김여주 나 혼자 두고 또 어디 가!"


"아, 내 이름 좀 그만 불러!"





많은 사람들의 관심... 저는 부담스럽고요? 그래서 먼저 가있으려고 한건데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이동혁은 계속 내 이름만 크게 외쳤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나를 쳐다보길래 손을 올려 얼굴을 가리고 병실까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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