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나코니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니 아직 안깨신분들은 화이팅


미리보기 방지는 그 장면 


*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의 당신에게는 그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반디, 당신이 꿈의 세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만난 소녀, 눈 앞에서 밝게 웃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다신이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그녀의 자그만한 입술에 집중했다.


"봐, 이 꿈의 세계에선 뭐든지 할 수 있고..."


자신을 뻔히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소녀는 석양을 내려보면서 키득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당신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석양 빛을 받아서 붉게 물든 얼굴이, 바람에 나부끼는 예쁜 머리카락이, 기분좋은 듯 입가에 미소를 띈 채 이야기하는 그 모든 모습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 말에 지금의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어느새인가 그녀 역시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보고있다는게 들킨걸까? 부끄러워진 당신이 시선을 살며시 피하자 조금 화났다는 듯 반디가 뺨을 부풀린 채 당신을 쳐다보았다.


"스텔레, 듣고있는거야?"

"미안...뭐라고 했어?"


널 보고 있느랴 듣지 못했어, 차마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기에 당신이 솔직하게 사과하자, 팔짱을 낀 그녀가 그대로 대답해주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냐고 했어. 넌 열차에 친구들이 많잖아..."


"이런 일이 있을 때..."


반디를 쳐다보는데에 몰두한 나머지 뭐라고 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그런 말 까지 했다가는 그녀가 정말 화날 것 같았기에 적당히 맞장구 쳐준 당신이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곰곰히 생각하던 당신의 눈에 문득, 반디의 입술에 눈에 띄었다.


석양을 받아서 얼굴이 상기되어있는 듯 했다. 붉게 번들거리는 입술은 당신 안의 무엇인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눈 앞에는 명백히 당신에게 호감이 있어보이는 소녀가, 그리고 그 소녀에게 미칠듯한 연심을 품고있는 자신이 있었다. 귓가에 울리는 부드러운 노랫소리,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녀...분위기조차 완벽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혹시, 침을 꼴깍 삼킨 당신의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서 살짝 못된 짓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당신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만난지 이제 반나절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소녀한테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은걸까...고민하기도 전에 당신의 입술이 먼저 움직였다.


"키스하고싶어."


"응?"


당신의 말에 소녀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내가 잘못들은거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녀의 반응에 당신이 당황하며 입을 꿈뻑였지만 이미 말해버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고개를 저은 당신이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질러볼 작정으로 대답해주었다.


"미안, 아까 얘기 하나도 못들었어. 그렇지만 이건 사실이야. 난 너와 키스를 하고 싶어."


"뭐야 그게! 스텔레, 놀리지 마..."


장난치지 말라는 듯 당신의 가슴팍을 톡 친 반디가 귀까지 새빨개진 채 시선을 피했다. 또 완전히 싫지는 않은 듯 손가락을 살며시 꼬는 그녀의 모습에, 당신이 이건 되겠다 싶었기에 조금 더 밀어붙였다.


"싫어?"


"그...래도 싫은 건 아니야."


이어지는 말에 당신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설마 해서 질러봤는데 정말로 먹힐줄이야! 눈을 빛낸 당신이 그대로 반디의 입술을 매만졌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그 상태 그대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짜 해도 괜찮은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되돌릴까? 언제 하냐는 듯 의아하게 당신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녀의 모습에, 마지막 이성의 끈이 막 끊어질락말락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텔레, 스텔레!]


"나노?!"


고민하고 있는 당신의 눈 앞에 당신의 친구, 미츠키 나노카가 자그만한 모습으로 천사옷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당신의 양심이 만들어낸 마지막 이성의 끈이리라, 그 양심은 당신의 눈 앞에서 뱅글뱅글 돌더니 윙크를 해주었다.


[혀 끝만 살짝 넣자!]


[아니지, 우리 딸]


"카프카 엄마?!"


나노카의 말에 이번에는 옆에서 평소와 똑같은 코트 복장을 입은 채, 악마 옷을 입은 당신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당신의 욕망이 만들어낸 파멸의 속삭임이리라, 그 욕망은 당신의 눈 앞에서 뱅글뱅글 돌더니 윙크를 해주었다.


[기왕 할거면, 화끈하게 밀어넘어뜨리자꾸나]


악마도 천사도 선택지가 똑같아...! 궁극의 선택에 당신이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고민하던 당신이 마음을 정하고 그대로 눈을 떴다...


1. 가볍게 입술만 부딪힌다


생각해보니 당신 역시 첫키스였다. 물론 당신의 첫키스를 반디에게 주는 건 조금도 아깝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지식으로만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잠시 고민하던 당신이 악마의 모습을 한 카프카 어머니를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집어서 가슴속에 꾹꾹 밀어넣었다. 스텔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반디의 뺨을 양 손으로 감싼 당신이 그대로, 고개를 숙여서 반디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꺄악!]


옆에서 자신의 양심-나노카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당신이 쪽, 소리가 나게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부딪혔다. 그렇다고는 해도 카프카 어머니가 말한대로 거칠게 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입술만 부딪혔을 뿐인 버드키스에 가까웠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듯 배시시 미소지은 당신이 반디를 내려다보자, 그녀 역시 무척이나 기뻤는지 뺨을 붉힌 채 양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스텔레?"


꾸욱, 당신의 소매를 잡아당긴 그녀가 상기된 표정으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왜? 당신의 물음에 새같은 웃음소리를 낸 소녀가 당신의 소매를 꾸욱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그 말에 당신의 입꼬리가 느슨해지는게 느껴졌다. 그런 부탁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던 것이다. 이리와...양 손으로 반디의 뺨을 감싼 당신이 그대로 고개를 숙여서 그녀의 입술에 당신의 입술을 겹쳤다.


2. 그대로 거칠게 밀어넘어뜨린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한 발자국 더 나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터였다. 핏발선 눈으로 반디를 내려다본 당신이 당신의 양심, 나노카를 양 손으로 곱게 접어서 가슴 한 구석에 밀어넣은 다음 양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어머, 우리 딸 화이팅♡]


귓가에 들려오는 악마. 어머니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당신이 반디를 내려다보았다. 당신 역시 첫키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머리속에 이론은 충분했던 것이다. 천천히 몸을 숙인 당신이 그대로 반디의 입술에 당신의 입술을 겹쳤다.


분명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일단 입술을 겹치자 몸이 본능적으로 이끌어졌다. 부드럽기 짝이 없는 소녀의 혀와 당신의 혀가 마치 한 마리 뱀처럼 얽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참이나, 서로 시간조차 잊은 채 키스에 몰두했다.


당신과 소녀의 입 안에서 서로 야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산소가 부족해질 때 쯤 마침내 입을 땐 두 사람이 뺨을 붉힌 채 서로를 쳐다보았던 것이다. 하아, 하아...야한 숨소리만이 옥상에 울려퍼지자, 곧장 코트를 벗은 당신이 반디의 옷에 그대로 손을 올렸다.


"잠시만, 스텔레!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서는 조금...!"


하기 싫다가 아니라 장소를 신경쓰는 걸 보니 아무래도 하기 싫은 건 아닌 듯 했다. 그 모습에 이성의 끈을 잃어버린 당신이 망설임없이 소녀를 눕힌 다음, 그 위에 올라탄 채 우득 소리가 나게 손을 꺾었다.


"걱정마. 네가 그랬잖아."


천천히, 천천히 반디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 당신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는걸까, 은근히 기대했다는 듯 뺨을 붉힌 반디가 어서 해달라는 듯 저항을 그만둔 채 그대로 양 팔을 벌렸다.


"여긴,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한 당신이 그대로 반디의 몸에 자신의 몸을 겹쳐서...


꿈 세계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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