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찬 X 신해든



얼얼한 뺨을 하고 본 위치로 복귀한 해든의 마음 한켠에는 억울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합동훈련에서 에스퍼군 소위가 구현된 적을 모두 처리한 건 5년 전이 마지막이라 했다. 그마저도 전투 환경이 에스퍼의 상성과 잘 맞아 가능했던 일이었고. 이례적인 기록을 두고 칭찬 받을 걸 기대했지 혼날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몸 생각을 하지 않고 이능을 사용한 건 분명 잘못이 맞았지만 정신을 잃은 건 어디까지나 종료 신호가 울린 후였다. 감점요소도 아닌 사항으로 혼난다는 게 다소 억울했다.

하지만 신해든은 이 말을 그대로 예찬에게 전했다간 고작 뺨 두 대로 끝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해든은 지하의 회의실에서 예찬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걸 여러 번 반복하자 예찬이 화가 난 부분이 어디인지가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부분은 분명 해든의 잘못이 맞았다.


다른 1조의 사람들보다 늦게 복귀한 해든을 찾아 헤매던 최석호는 퉁퉁 부은 그 얼굴을 보고 하려던 축하의 말을 모두 잊었다. 최석호의 입이 벌어졌다. 


"미친. 넌 또 어디서 맞고 왔길래 얼굴이 그 모양이야."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가 봐도 맞은 자국인데. 해든. 이런 거 입 다물고 있어서 좋을 거 없어. 내가 팀장님한테 대신 말해줘?"

"됐다니까."

"...와. 환장하겠네. 야. 설마 너는 더 많이 때렸냐? 걔 상태는 이거보다 더 심해? 해든, 정신 차려. 너 감금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석호야. 제발 좀 닥쳐."


집에 가면 어떻게 빌어야 할 지 고민하느라 신해든은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했다. 석호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여유가 없었단 말이다. 제3자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내용이 아니기도 했다. 

2조와 3조의 훈련 영상을 스크린으로 시청하면서도 해든의 머릿속은 박예찬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세 번째 뺨을 치려던 손이 거둬지던 걸 기억한다. 집에서 다시 얘기하자는 목소리도. 예찬이 많이 참아준 만큼, 그리고 유예된 시간 만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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