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 아카아시 이름을 쓰면서 아카시아로 오타내곤 했었다는, 무심코 썼던 트윗에 꽂혀서 짧게.










차라리 한 송이 꽃이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지나다니는 길의 한 쪽 구석에 피어있는 그런 꽃이었다면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명 정도로만 생각했을게 분명하다. 어느 날은 지나가고 어느 날은 지나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의미없는 사람, 이따금씩 떠오르면 '그러고보니 요 며칠은 보지 못했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마는 딱 그 정도의 사람으로만 말이다.



"아카아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네 토스 받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고."



넉살 좋게 말하는 모습이 싫다. 좀 늦는 날이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고 하는 말이나 아파서 연습을 하루 쉬면 속상하다고 말하는거나. 요즘 들어 나는 꽤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티내거나 연습에 지장이 가게 하고 있진 않다. 평소에도 별로 날뛰는 성격이 아니니 내가 어떤 상태로 있든 모두가 그러려니 하는 것도 있을테지. 숨기기에 좋은 상황이라며 좋게 생각해야 할까.


때로는 그냥 다 팽개쳐버리고 싶다. 친절하게 굴지 마세요. 보고 싶었다고 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어르고 달래도록 만들지 마세요. 무언가 같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나를 데리고 가지 마세요. 가장 늦게까지 남아 연습하고 싶을 때 나를 콕 집어 같이 하자고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다 하지 마세요. 아니면 차라리 내 마음을 알아줘. 그렇게 말하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렇게 사라진대도 그가 나를 찾아 따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버린다. 내가 없어져서 슬픈 마음에 허둥지둥 달려온 그 얼굴을 보고 싶다.



"얼른 옷 갈아입고 올게요."



그래봤자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그가 찾으러 오긴 할까에 대해 고민하며 기다리겠지. 작은 소리 하나에도 내게 오는 발소리인가 하며 흠칫할 것이다. 그렇게 매 시간 마다 정신이 녹아내릴게 뻔하다. 그래서 더 도망치지 못해.


동료들이나 코치, 매니저 모두 내가 가장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그걸 빼고 다 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일까.


어느 날엔 같은 반 여자애가 억지로 뿌려줬다면서 향수 냄새를 풍기며 온 적이 있는데 그 향수 냄새까지 기억이 난다. 땀냄새 가득한 체육관에 향수 냄새는 너무 이상하다며 다들 한소리 하기 바빴지만 난 그저 그의 존재감이 더 진하게 느껴져 속만 답답했다. 다음 날 매점에서 만났을 때 내게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면서 "어제 그 향수 냄새 말이야. 너무 코가 아팠어!" 하며 넋두리도 했었다. 그 와중에도 난 섬유유연제 냄새가 좋다고 생각했고.



"아카아시 처음 들어왔을 때 나 이름 엄청 헷갈렸어."

"제 이름이 헷갈릴 게 어딨어요."

"아니, 자꾸 아카시아로 말하려고 하는거야. 문자 보낼 때도 그렇게 썼다가 지운 적도 있어."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의 대화였다. 그 날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카시아의 꽃말을 찾아본 날이었다. 검색창에 글자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자 내게 보인 글자는 'Secret Love'였다. 한 10분 동안을 그것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다 알고 있는거 아니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와하하 거리면서 떠들다가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서 "왜 그래, 아카아시?" 같은 말을 내뱉으며 굳이 내 옆으로 오는 것이다. 제발 가요. 아니, 내 옆에만 있어. 아니, 알아주지 않을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오지 마요.


내 마음에 쌓인 괴로움이 원망으로 바뀌고 그것은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나 모두 보쿠토 씨를 향해 굴러갔다. 그러다가도 이내 방향을 바꿔 내게로 돌아오는데, 그럴땐 어느 틈엔가 모르게 화살로 바뀌어 내 몸 구석구석에 박혔다. 차라리 한 곳에만 박히면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을텐데 사방에서 날아오는 것을 나 혼자 막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하굣길은 오롯이 둘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있잖아, 내가 어제 검색을 해봤거든?"

"뭘요."

"아카시아 꽃말 말야. 갑자기 옛날에 말했던게 생각나서. 숨겨진 사랑이래."



나는 매일 밤마다 달맞이꽃을 피워요. 그거 모르죠. 달맞이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말없는 사랑이래요. 그런 대답은 속으로만 하면서 겉으로는 "그런가요."라는 짤막한 말만 했다.



"그런데 아카아시, 아카시아 향기가 뭔지 알아?"

"…그런 걸 제가 알 리가 없죠."

"프리지아 같은 건 생각나는데 아카시아는 잘 모르겠어."



이젠 나도 내 이름이 아카시아로 잘못 들리는걸까. 그럼요. 당신은 하나도 몰라. 당신이 모르면 그건 없는거나 마찬가지야. 정말이지, 매일 시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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