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

목덜미로 뜨거운 열기를 품은 이가 닿았다. 

“하지마.”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려나왔다. 

나는 녀석에게 안긴채였다.

차가운 체온에 가뜩이나 서늘한 내 몸이 더 움츠러들었다. 

맴맴맴-

창밖은 여름.

교실은 서늘한 가을

”안아.“

나는 오소소 소름이 돋은 팔을 들어 녀석을 안았다. 그제야 만족한듯 얼굴을 부비는 이놈은 우리학교, 아니 전국의 고등학생중에서 제일 큰 녀석일 거다. 세로로 긴 동공이 그늘이 진 교실에서 빨갛게 빛났다. 

”머리 만져 줘.“ 

녀석이 내 손을 잡아 제 곱슬한 머리로 이끈다. 꼭 펌을 한것처럼 봉긋하고 예쁘게 웨이브진 머리칼은 솜사탕같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 외모에 속으면 안된다. 

이 녀석은 천사같은 외모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크로커다일이니까. 수틀리면 나같은 아가일은 그대로 물려 죽는다. 

”나 학원 가야 하는데.“

”째.“

”….“

녀석이 으르렁댔다. 방과후 학교엔 청소당번도 집에가고 녀석과 나 뿐이다.

“철수야…”

나는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녀석은 고른 숨소리를 내며 이미 눈을 감고 잠든 채였다. 

“나 무거워…”

나는 혼잣말했다. 내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리는 건 내 착각이겠지.

“나… 집에 보내 줘.“

”…..“

텅빈 교실 안에서 색색 하는 철수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주룩주룩 눈물을 삼키며, 나는 엄마에게 혼날 각오도 하고, 나를 버리고 간 친구들이 지들끼리 햄버거를 먹는데 대체 무슨 버거를 먹고 있는지 등등 섭섭했다. 

오늘 같이 햄버거 먹고 피방 가기로 했는데. 

오늘 아이템 행사기간인데. 

난 이렇게 철수에게 붙들려 철수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날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 한다.

“영희야.” 

“어? 어!” 

분명 잠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지독하게 낮은 철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머리.“

머리가 뭐, 싶었는데 놈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내 손이 멈춰 있었다. 

”아. 으응…“

귀신같은 놈이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정말 부드러운 머리칼이다.

 우리집 꿀이가 새끼고양이었을때보다도 더 부드러운 철수의 머릿결은 중독성이 있어 나도 모르게 만지다보면 화도 가라앉고 억울함도 가라앉는다. 

그래도 난 철수가 대체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너무 괴롭고 힘들다. 

”철수야. 나 더워.“ 

”조까.“

험상궂은 말에 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째끄만게 몸이 이렇게 찬데....,하고 철수가 잠결에 중얼거렸다. 

“으. 으응…” 

내가 좀 차지?

“나 무거워.”

“니가 왜.” 

…..그렇다. 사실 난 철수의 무릎에 앉아있다. 사물함에 등을 기댄 철수의 목에 내 목을 기대고 굴욕적인 포즈로 안겨 있는것이다. 

”그, 그래도 내가 좀 크잖아.“ 

크로커다일인 철수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도 우리반에선 원래 제일 컸다. 크로커다일 가문 애들이 전학오기 전까진 난 우리 학교에서 세손가락 안에는 들었을 것이다.

”조그만게 크긴.“ 

피식 하는 철수의 콧바람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굴욕적이네. 진짜. 그리고는 철수는 그 단단하고 높은 코를 내 목덜미에마구 부비며 하품했다. 아, 아퍼. 이상하단 말야. 하지마. 하지마….

”하암…“

내 목덜미로 철수의 눈물이 똑 떨어진 듯했다.

”철수야. 아직도 눈 아파?“

나는 철수의 인공눈물 셔틀이니까. 가방에서 인공눈물을 꺼내려 했다. 이 참에 자연스럽게 벗어나서 잽싸게 집으로 튀는거다. 

”아니. 이거 침인데.“ 

”….“

철수가 내 몸을 더 단단히 안아왔다. 오늘도, 해 지기 전에 집에 가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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