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Caffè_Erospänner_w. 제철망개


“야, 박에디터, 아니 지민아. 제발 좀 임마. 어?”

“하…, 팀장님, 아니 윤기형. 나도 제발. 어?”

“얌마, 내가 무슨 자판기 커피 가지고 소설 쓰라는 게 아니잖아. 나도 죽겠다.”

“돈 받고 다 써주면 뭔들 안 좋아 보이냐고! 위에서 아무리 쪼아도 그렇지!”

“너나 나나 그 위에서 주는 돈 받고 일하는 처지다, 임마. 이것도 겨우 가려낸 거야.”

“아오 진짜…. 일단 마셔는 보고! 마시고 나서 쓰든가 말든가.”



정말 제대로, 맛있게 잘 만드는 카페를 찾아내서 소개하자는 기획은 순풍에 돛 단 듯 했지만 정작 글을 쓰는 지민의 심기는 좋지 못했다. 월 2회, 웹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았어도 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타 잡지처럼 외래어가 잔뜩 뒤섞여 알지도 못 할 그들만의 세상을 연상케 하는 수식어 따위를 없앤 지민의 글은 구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대를 일으켰다. 카페 투어를 즐기는 이들에게 지민의 위치는 갈수록 견고해져만 갔고 지민이 소개한 카페라면 믿고 먹는다, 무조건 간다, 는 모임까지 생겨날 지경이 되었으니 돈냄새를 맡은 업계 종사자들이 이 상황을 가만 두고 볼 리 없었다.


결국 자신의 업체를 소개해 달라며 윗선으로 로비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처음 기획을 내 놓았던 지민과 민팀장은 로비를 해 온 카페를 찾아가서 대접을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소설을 써야했다. 지민은 자신이 내놓은 기획이 자본주의에 찌들어 가는 것도 싫었고 그렇다고 일자리를 잃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몰래 sns로 내돈내산 카페 후기용 비계를 팠다. 물론 그 비계의 계정주인 키티갱이 지민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지만 유명 카페의 후기를 찾아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성 따위 전부 빼버린 촌철살인급 솔직한 후기로만 가득한 키티갱의 계정은 지민이 웹진에 기고하는 글만큼이나 인기가 많았다.





“시이발… 맛도 뒤지게 없네, 으휴….”

“후…, 즈믄으, 즈융흐르….”


덕분에 지민은 오늘도, 인테리어만 뻑적지근한 카페 한 켠에 팀장인 윤기와 마주보고 앉아 꾸역꾸역 디저트 세 종류와 각종 음료를 마셨다. 맛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콘에서는 스콘의 맛이 났고 타르트에서는 타르트의 맛이 났다. 플랫화이트는 플랫화이트의 맛도 났다. 그렇지만 지민의 글에 실을 만큼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리 봐도 외부업체에서 사들여 온 듯 한 개성없는 밀가루의 맛. 지민은 그게 너무 싫었다. 카페 직원들의 공손한 인사를 받으며 지민은 대외용 미소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버티기 힘들었던 건 억지로 끌고 온 윤기도 마찬가지였다. 웹진용 사진 촬영은 윤기에게 전부 미룬 채, 지민은 폰으로 비계에 올릴 사진을 몇 장 대충 찍어 남겼다.



“얌마, 옆으로 가야 탈 거 아냐.”

“형, 다른 택시타고 가요. 나 술 이라도 마시고 이거 다 게워낼 거임.”

“뭐?”

“월요일에 봅시다!! 민팀장님!!”



이런 달달구리한 것들만 배에 가득 채운 채 금요일 밤을 보내고 싶지 않다. 지민은 오직 그 생각으로 퇴근 후 직장인의 옷차림에도 아랑곳 않고 클럽이 즐비한 거리에 택시를 세웠다. 곧 잘 다니던 바에는 아직 자리가 남아 있었고 바 스툴에 앉자마자 바텐더가 익숙한 듯 지민이 잘 마시던 병맥을 꺼내 보이며 흔들었다.



“아, 그거 말고. 샷 줘, 샷.”

“…웬 일?”

“아, 배불러 죽겠어. 오늘은 맥주 안 마실거야.”

“너는 뭘 잘 처먹고 와서 나한테 신경질이세요.”

“진짜… 돈 벌기 개좃같다….”

“응…, 나도 지금 좃같아 질려구 해….”



석진은 고개를 저으며 샷 한 잔을 지민에게 내밀었다. 지민은 아직도 부글거리는 속에 불이라도 질러서 다 토해버리고 말겠다는 의지로 샷을 들이켰고 그걸 본 석진은 그렇게 혐생이 좆같으면 그냥 잘생긴 놈 하나 물어서 불장난이나 하면 될 걸, 저 속 버리라고 저걸 저렇게 털어넣냐, 지독한 놈. 하며 혀를 찼다.

지민은 정말 술만 마시고 뱃속을 지져버릴 생각으로 옆에 앉아 은근히 지민을 꼬드기는 꽤 괜찮은 와꾸의 남자들에게 눈길도 한 번 주지 않았다. 지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탓도 있다. 그 덕에 마감시간까지 죽어나는 건 애꿎은 석진이었다. 석진은 지민이 처음 손님으로 왔던 날, 귀여워서 잘해준 걸 오늘도 후회했다.


“야 화상아, 나 문 닫아야 돼!!”

“무울… 물!! 여긴 물뚜 안주냐아-악!!”

“하, 진짜… 갖다 버리고 싶다….”


말은 험하게 했어도 석진은 지민을 차마 내다버리지(?) 못했다. 결국 가장 푹신한 소파자리에 지민을 눕히고 손님용 무릎담요 3장을 지민 위에 켜켜이 덮어줬다. 석진은 바 건물의 가장 윗층 옥탑방으로 기어올라가며 정신 차리면 어지간히 알아서 전화하겠지, 토하면 다 물어내라 해야지, 겨우 양치만 한 채 침대에 누워버렸다.


지민은 격한 욕지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문틈으로 어슴푸레하게 빛이 들어오는 걸 보니 해가 뜬 것 같긴 한데,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가늠도 못 할 천장의 비주얼에 이마를 짚으며 도로 눈을 감았다. 이대로 정말 죽기 전에 빨리 물이든 헛개수든 마셔야지, 지민은 겨우 몸을 일으키며 제가 누운 장소의 정체를 천천히 깨달았다. 하하하. 고맙수다 김석진씨. 그나마 땅바닥에 눕히진 않았네. 허리가 꺾이도록 아팠던 게 밑에 깔려있던 폰 때문이었구나. 지민은 간당하게 남아있는 배터리를 확인하며 석진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남겼다. 냉장고에서 에비앙 한 병 가져갑니다, 라고.


주섬주섬 겉옷을 주워 입고 직원용 출구로 빠져나온 지민은 이가 깨질 것 같은 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버스든 택시든 타고 집에 가서 눕고 싶긴 한데 당장 속부터 풀 따끈한 국물같은 게 절실했다. 이놈의 동네는 술을 쳐먹고 아무도 해장을 안 하나, 눈 씻고 찾아도 해장국집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편의점 컵라면이라도 까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좁은 골목 안 쪽으로 아침 일찍 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페가 보였다. 무슨 동네 카페가 댓바람부터 영업을 하나, 지민은 병에 남은 물을 부리같은 입술로 쪽, 빨아 먹고 의구심이 들끓게 하는 카페로 다가갔다. 통창으로 보이는 카페 내부는 무균실처럼 전체가 하얗고, 메뉴판은 그리 많지 않은 음료가 적혀 있었다. 아무리 봐도 주인 또는 직원이 직접 꾸민 듯 한 글씨며 그림이 나쁘지 않았다. 나쁜 건 위치와 접근성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영업을 하는구만..?


“저기… 영업 하세요?”

“아, 오픈 전… 인데요… 들어오세요!”

“…괜찮아요?”

“네네, 좀 있으면 오픈시간이에요.”


잘 생겼다. 진짜 잘 생겼다. 그리고 내 취향이다. 고무장갑을 차마 벗지도 못하고 복실하게 약간 긴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앞치마를 바짝 동여매는 모습조차도 근사하다.


“존나 잘 생겼다….”




“…네?”

“아인슈페너 한 잔 주세요.”

“아… 따뜻하게 해드릴까요?”

“네.”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내리는 커피맛은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지. 지민은 지갑에서 만원 한 장을 꺼내어 계산하고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만드는 복실한 뒤통수와 내부 인테리어를 감상했다. 운동 깨나 하는 몸인지 커피를 내리는 뒤통수는 다부진 체격과는 상반되는 잘록한 허리에 매어진 리본이 귀여웠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라떼, 더치, 아인슈페너, 카라멜마끼아또, 허브티, 제철과일 에이드가 다였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대로변의 카페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었고 진열대에는 외부에서 받아 오는 듯 한 쿠키 외에 주전부리는 없었다. 음료값은 백반집 1인분 값만큼이나 받아먹으면서 손님더러 직접 음료를 가지러 오라는 건방진 시스템도 아니었다. 어정쩡한 길이의 복실한 머리를 찰랑이며 직접 손님 테이블까지 음료를 나르는 꽃미남이 있는 시스템, 얼마만이던가.


복실한 댕댕이 같은 사장인지 직원인지는 토끼같은 앞니를 살짝 드러낸 채 웃는 얼굴로 지민의 앞에 아인슈페너를 내놓았다. 서비스 태도 합격. 아인슈페너 비주얼도 합격. 지민은 좀 전까지 건조함에 뻑뻑했던 눈을 치켜뜬 채 다시 카운터 안으로 돌아가는 댕댕이의 뒤통수를 보며 아인슈페너를 집어 들었다. 잔도 적당히 따뜻했다. 바지가 약간 여유롭긴 한데 댕댕이의 허벅지도 엄청 튼실할 것 같다. 지민은 가능하면 댕댕이의 허벅지를 눌러보고 싶다는 소소한 욕정을 누르며 아인슈페너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다.”



맛있다. 너무너무 맛있다. 심지어 알콜로 절어있던 속도 풀리는 것 같다. 기대치를 아무리 낮게 잡았다지만 이건 정말 맛있는 아인슈페너다…!!



지민은 심봤다를 외치고 싶은 심정으로 남은 아인슈페너를 혀가 데이는 것도 아랑곳 않고 마셔버렸다. 잔에 조금 남은 크림까지, 티스푼으로 박박 긁어 빨아먹었다. 너무 게걸스럽게 먹은 것 같아서 조금 후회됐지만 댕댕이는 여전히 자기 할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지민은 너무 맛있어서 한 잔 더 주문했다. 이번에는 느긋하게 마셔보리라 다짐하면서.



“같은 걸로 한 잔 더요?”

“네.”

“아인슈페너를 좋아하시나 봐요.”

“오늘부터 좋아하기로 했어요.”



당신을요. 잘생겼는데 몸도 실할 것 같고 커피도 잘 내리는 댕댕이 같은 당신이랑 당신이 만드는 아인슈페너도 좋아하기로 했어요. 한 10분 전부터.



“아, 손님, 잠시만….”



지민은 예고도 없이 불쑥 얼굴을 들이대는 댕댕이 때문에 숨이 멎을 뻔했다.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린 지민의 코를, 댕댕이가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손가락으로 슥, 닦아줬다.



“코에, 크림이 묻어서요.”



여기가 석진의 바였다면, 당장 잡아당겨서 너의 커다란 코부터 내 입술로 질척하게…. (후술 생략




토요일 아침, 보통의 사람들이 활동에 나서는 시간도 되기 전 지민은 잘 마시지도 않았던 아인슈페너를 두 잔이나 마셨고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도 발견했다. 원래라면 당장 민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박 맛있는 카페를 찾았다고 요란을 떨고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어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수식어를 죄다 갖다 붙여 최고의 찬사를 썼겠지만 지민은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지민은 오늘 처음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나만 알고 싶은 카페, 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존나 빼입고 다시 와야지, 지민은 카페의 명함도 챙겨서 나왔다. 그리고 거의 수명이 다 되어가는 폰을 켜서 비계로 접속했다.



- 심플한 카페 + 젊은 사장님 + 존나 맛있는 슈페너. 어딘지 안알랴줌. 나만 알거임 ㅋㅋ


지민이 멘션을 올리자마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미친 듯 울렸다.





정국의 작은 카페는 이제 오픈한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카페를 하며 먹고 살기엔 재력과 얼굴이 아깝지 않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정국의 관심은 카페 개업뿐이었다. 다만 좋아하는 것 외에는 깊이 알아보지 않은 탓에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골목 안쪽에 둥지를 틀었다. 정국의 눈에는 그 위치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월세도 싸고 권리금도 없었다. 장사가 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다행히 정국은 조급증을 느끼는 성격이 아니었다.


잘 알려지지도, 그만의 특별한 시그니처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제 입 하나 건사할 정도의 수익은 되었다. 정국은 대로변의 큰 카페보다 일찍 영업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었다. 근처의 크고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주된 고객이었기 때문에 아침에는 출근하며 카페인을 충전하러 오는 손님과 점심에는 식사 후 입가심을 하러 온 단골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의 외모가 소문이 나지 않은 건 손님의 대부분이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남자손님들은 그저 큰 카페보다 저렴하게 아메리카노를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국의 카페를 찾았다. 그 외의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정국의 응대는 늘 간단했다. 그저 다른 곳보다 빨리, 많이, 싸게 커피를 살 수 있다면 바쁜 직장인들은 그리 사근한 서비스를 바라지 않았다. 정국은 가끔 우연히 여기를 발견하여 찾아오는 손님들이 반가웠다. 그러나 주차를 할 공간도, 그렇다할 큰 매력이 있는 공간은 아닌 탓에 그런 손님들은 단골이 되지 못했다. 물론 정국의 외모에 감탄은 했지만.




그 날은 토요일인데도 일찍 문을 열었다. 원래라면 토요일은 직장인들이 쉬는 날이라 느긋하게 아점 정도는 먹어도 되는데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어차피 잠도 다 깨버렸는데, 일찍 나가서 구석구석 청소라도 하려고 문을 열어놓고 청소기를 돌렸다. 외진 골목에도 햇볕이 한 두 줄기 들어와 정국의 하얀 카페를 비칠 때 쯤 뽀둥한 뺨에 입술이 톡 튀어나온 손님이 문 앞에 서서 정국을 빤히 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전날 술에 꼴아 박은 것 같은 재질인데, 진상이면 어떡하지? 아직 진상손님을 상대해 본 적 없는 정국은 조금 긴장됐다.


부리 같은 입술을 가진 손님은 초췌했지만 비틀거리지도 않았고 주문도 똑바로 발음했다. 정국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부리가 오물거리며 ‘아인슈페너 한 잔 주세요.’ 하는 모양이 너무 귀여워서 잠깐 넋을 놨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입은 옷차림을 아무리 봐도 남자인데, 조금 체격이 작긴 해도 분명히 남자인데, 너무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정국은 귀엽다를 염불처럼 외며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아인슈페너를 만들었다. 다른 손님이었다면 그냥 ‘얼굴에 뭐 묻엇슴다.’ 하고 넘어갈 것도, 괜히 손을 대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뽀둥한 손님의 코에 묻은 크림을 손으로 닦아줬다. 손님도 싫어한 것 같진 않았다. 한참을 자리에 앉아 멍한 얼굴로 사색을 즐기는 손님이 일어날 때를 노려 또 와달라며 명함을 건넸다. 이런 귀여운 손님한테는 아메리카노를 공짜로 퍼줘도 아깝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손님의 상태가, 빨리 집에 가서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씻고 누워야할 것 같아서 정국은 다음을 기약했다.






“박!! 박!!”

“…뭐라는겨.”

“얼른 글, 글 내놔.”



윤기는 금요일에 함께 갔던, 로비를 해온 카페에서 먹은 디저트와 음료에 대해 쓴 글을 내놓으라고 월요일 아침부터 지민을 쪼았다. 월 2회이니 마감도 빡빡했다. 어서 지민이 써 온 글을 읽어보고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날 만한 부분에는 빨간 줄을 죽죽 그어야 했다. 그렇게 가기 싫어했으니, 글에도 그 마음에 묻어났을 것이 뻔했다. 어쩌겠는가, 너나 나나 금수저가 아닌데.


그런데 생각만큼, 지민의 글은 고약하지 않았다. 적당한 선까지 칭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아예 쓰지 않은 듯, 그다지 고쳐야 할 부분이 많지 않았다. 아, 우리 박지민이가 드디어! 사회와 타협하는 방법을 선택했구나! 윤기는 시옷입이 벌어지며 입동굴을 잔뜩 드러낸 채 만족한 듯 웃었다. 정작 지민은 그런 윤기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서 오케이 사인을 받고, 남은 일정을 처리하고, 몸 좋고 복실한 댕댕이가 반겨주는 카페로 튀어갈 생각만 가득했다. 가도 되냐고 윤기에게 세 번이나 물어본 지민은 윤기가 ‘가라, 가!!’ 하는 고함소리에 넓어지려는 코평수를 진정시키고 건물 밖으로 달렸다. 지하철을 타도 될 거리였지만 지민은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탔다.




“어, 어서 오세요!”

“아인슈페너 주세요.”



보통은 퇴근한 손님들로 가득할 시간에도 정국의 카페는 손님이 두 테이블 정도로 한산한 편이었다. 지민은 문을 열고 들어섬과 동시에 정국에게 다가가 혀가 데일 정도로 맛있게 마셨던 아인슈페너를 또 주문했다.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건데, 아 몰라. 존나 맛있었다고. 복실한 댕댕이는 머리가 거추장스러웠는지 묶기에는 애매한 길이를 반만 묶은 채 지민의 주문에 웃으며 대답하고 계산을 받았다. 다른 남자가 했으면 영락없이 추노 같았을 텐데, 잘생긴 댕댕이는 그것마저 사랑스러웠다.

지민은 나름 지난날의 행색을 설욕하기 위해 꾸민 듯 안 꾸민 듯 댄디한 직장인을 컨셉으로 신경 써서 입고 왔다. 머리까지 넘기면 너무 오버 같아서 숱 많은 검정머리를 차분히 내렸다. 최대한 인텔리하게 보이는 자세로 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제가 글을 쓰는 잡지까지 한 권 챙겨왔다. 제가 생각해도 웃긴 짓이었다. 평소라면 오탈자만 확인하고 내팽겨 쳤을 잡지를 들고 고고하게 앉아 슬쩍 슬쩍 댕댕이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저 자신이 정말 웃겼다. 맨날 술집에서 풀린 눈으로 혀만 몇 번 낼름 하면 다들 금방 넘어왔는데, 술을 빼고 생각하니 이런 건전한 장소에서는 누굴 만나본 기억조차 없는 것이었다.



“또 오셨네요.”

“네. 여기 가까워서요.”




가깝기는 개뿔, 택시비만 8천원이 나왔는데.




“아인슈페너 좋아하시나 봐요.”

“네. 여기 맛있어요. 이때까지 가본 곳 중에서 제일.”




그리고 이때까지 본 남자 중에서도 네가 제일 잘생겼어.




“혹시 괜찮으시면, 이거 다 드시고 아메리카노 한 잔 드실래요?”

“…네?”

“저희 단골 해달라고, 제가 뇌물 바치는 거예요.”



기왕이면 뇌물 말고 바지 속에 감춰 둔 대물(로 예상되는 것)을 바쳤으면 좋겠어.


지민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진심을 간신히 억누르고 ‘고맙습니다.’ 하며 싱긋 웃어보였다. 댕댕이가 뇌물로 바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명함에는 적혀있지 않던 댕댕이의 본명도 알아냈다. 이름은 전정국. 스케일은 전국스케일로 잘생겼다. 1인 카페의 사장이고 나이는 지민보다 두 살이 어렸다. 생각대로 운동을 좋아했다. 앞치마 사이로 살짝 보이는 허벅지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지민은 제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져 침이 새어나오려는 걸 겨우 삼켰다.



“잘 마셨어요. 오늘도 맛있었어요.”

“또, 오실 거죠?”

“…글쎄요?”

“오시면 좋겠는데.”

“그럼… 올게요.”



댕댕이도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하다. 지민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또 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정국은 거의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지민에게 어떤 날은 돈을 받지 않기도 했다. 근처가 직장이라더니, 급히 우유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택시에서 내리는 지민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여기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아니, 내가 마음에 들었으면, 매일 택시비를 들여가며 찾아오는 지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민씨는 그냥, 그냥 마셔요.”

“그런 게 어딨어요. 손님한테.”

“…그냥 손님 아니니까.”



무슨 뜻인지 지민도 알았다. 그렇지만 지민은 내색하지 않았다. 저쪽도 나만큼이나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하고 있으니, 나도 장단을 맞춰줘야겠다 싶었다. 며칠 동안은 잔뜩 꾸민 차림새로 눈을 내리 깔고 조용히 잡지를 읽던 지민은 더 이상 서류가방도 들지 않고 카운터 가까운 자리에 앉아 정국과 얘기를 나눴다. 지민은 정국에게 자신을 잡지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괜히 글쟁이라는 걸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근데, 애인한테서 연락 자주 오나 봐요.”

“…에?”

“아, 지민씨, 폰 자주 봐서요.”

“아니에요! 이거 팀장놈이…!”



비계에 달리는 댓글들을 습관적으로 확인했던 것이었는데, 정국이 오해를 했을까 지민은 다급하게 손을 저어보였다. 민팀장님 미안.




“근데 정국씨, sns는 안 해요?”

“음… 하긴 하는데, 잘 안해요.”

“가게 홍보하면 좋을 텐데.”

“구독해놓고 보는 게 있어서 그것 때문에 만든 거예요.”

“구독요?”



지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정국이 구독하는 계정이란, 지민이 웹진에 기고하는 글이었다. 설마 여기 나온 걸 다 믿는 건 아니겠지…?



“여기, 이 글 쓰시는 분이, 정말 잘 쓰시더라구요. 이분 글 참고 하면서 메뉴 연구도 하고 그래요.”



지민은 자신의 필명이 본명이 아님에 안도했다. 그랬구나 우리 댕댕이. 내가 쓴 글 보고 커피 공부하고 그랫쪄염? 오구오구.



“근데 여기, 이 계정도 재밌어요. 키티갱이라고, 진짜 후기가 가차 없거든요.”



정국이 웃으며 보여준 화면은, 지민이 정체를 감추고 같은 작가라고는 상상도 못할 sns 특유의 줄임말과 비속어로 활동하는 키티갱 계정이었다. 가장 최근 멘션에는 윤기와 함께 갔던 카페의 사진과 얄짤 없는 평가가 적혀있었다.



“가끔 여기 계정이 훨씬 더 속이 후련해요. 저도 다른 카페 염탐하러 가본 적 있는데, 후기 블로그는 찬사만 적어 놨거든요. 근데 이 사람은 정말 솔직하게 적어놔서 더 도움 되는 거 같아요.”



그랬구나. 배설에 가까운 내 글이, 우리 댕댕이에게 도움이 되었구나.







「박뿡. 죽었어?」

「뭐래.」

「요새는 팀장인지 뭐시긴지가 안 괴롭히나보네?」

「술 마시러 오라는 거지?」

「ㅇㅇ」

「조만간 근사한 댕댕이 하나 끼구 간다. 기다려.」

「오오, 걔 데려오면 백퍼 나한테 반함.」

「미췬? ㅋㅋ」



그러고 보니 석진의 바에 안 간지 한참 됐다. 거의 매주 얼굴을 들이밀고 밖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이런 저런 좃같은 얘기를 털었는데, 매일을 잘생긴 댕댕이와 커피나 마시며 노닥거리니 아주 간이 청정지역이 됐다. 이쯤 됐으면, 잘생긴 댕댕이랑 알콜 한 잔 기울여도 되지 않나? 기왕이면 한 잔 걸치고 우리 댕댕이 취한 것도 보고, 옷으로 꽁꽁 싸둔 그 튼실한 속에 것도 덥다고 꺼내 보… (후술 생략



“…술요?”

“정국씨 내일 쉬니까, 한 잔… 혹시 술 못해요?”

“완전 좋은데요?”


정국이 거품으로 예쁘게 아트를 해 준 라떼를 지민이 폰으로 찍으며 조심스레 술자리를 권했다. 저 피지컬로 술을 못할리 없지. 지민은 라떼 위를 수놓은 하트모양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호호 불어마셨고 지민의 제안을 단박에 수락한 정국은 부리같은 지민의 입술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야, 여긴 진짜 좀 아니다.”

“거봐요, 아니랬잖아.”

“아니, 그래도 후기가 하나같이 다 괜찮았잖아?”

“그거 다 알바라니까요. 아오, 양치해야겠다, 으….”



좋은 후기만 올라온다는 카페가 있어 검증 차 외근을 나온 지민과 윤기는 역대급으로 맛없는 라떼를 마시고 당장 퉤퉤거리며 뱉고 싶은 걸 대학 졸업한 지성인의 자세로 참아냈다. 모델 투잡 뛰는 남자를 채용했는지 여자 손님이 유독 많았고 기분 나쁘게시리 인테리어는 꼭 정국의 카페와 꼭 닮은 흰색으로 가득한 인테리어에 그놈의 감성인지를 부각시킨 듯 빈티지한 마감재며 찻잔마저 정국의 카페와 비슷한 것이 지민의 심기를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흥, 상만 잘 차리면 뭐해, 맛이 없는데, 맛이. 지민은 비계에 올릴 사진만 대충 찍고 생수로 목을 축이며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런 카페는 공들여 멘션을 남길 필요도 없었다. 새하얀 인테리어, 잘생남 서빙, 핵노맛탱 라떼 창렬대잔치 으으….




“너 어디 가?”

“약속 있어요.”

“요새 누구 만나냐?”

“음-, 조만간요.”



지민은 시옷입을 만들며 지하철로 들어가는 윤기를 뒤로 하고 바로 택시를 잡았다. 퇴근시간이 지나 도로도 막히지 않았다. 석진의 바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은 지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민이 요즘 좋아죽고 못사는 미지의 댕댕이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





“…아직도?”

“아껴먹는 맛이 있잖음.”

“지랄하네…, 아끼다 똥되는 거임.”

“형님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세요. 내 댕댕이 꼬시지나 말고.”

“내가 안 꼬셔도 넘어오면?”

“아, 이 형님 진짜 안되겠네-.”





“지민씨?”






와시발.


미지의 댕댕이를 실물로 처음 본 석진은 나지막하게 욕탄사를 뱉었다. 석진은 진심으로 감탄했을 때 욕이 나오는데 최근엔 잘 없던 일이었다. 웬만한 와꾸가 아니면 소화 못 할 머리길이에 저런 미친 피지컬이라니. 베이직한 셔츠에 타이트한 핏의 바지를 입었을 뿐인데 타고난 하드웨어가 완벽하니 정국의 입장은 모든 손님의 이목을 끌었다. 저런 와꾸가 어디 숨어 살았던 건지, 지민의 상대만 아니면 손님이고 뭐고 확 후렸을 건데. 석진은 아쉬움에 더 활짝 웃으며 정국을 맞이했다.


첫 잔은 석진이 만나서 반갑다며 샤르도네를 한 잔 씩 샀다. 치즈 플레이트에 달달한 케이크 맛이 나는 샷까지, 석진은 어차피 내가 못먹을 떡, 지민이라도 잘 되라며(?) 서비스를 아낌없이 퍼부어줬다.



🐥“정국씨 좋아하는 술 있어요?”

🐰“음…, 아이리쉬밤이요.”

🐭“…쉬밤? 아, 미안, 욕 아니에요, 쏘리.”

🐥“마셔본 적 없는데, 형 그거 돼요?”

🐭“돼. 기다려 봐.”

🐥“어떤 거예요?”

🐰“저, 예전에 친한 형이랑 같이 유럽으로 배낭여행 간 적 있는데, 거기서 형이 알려준 술이에요.”

🐥“오….”

🐰“그 형이 그러는데, 아이리쉬밤은 우정이래요.”

🐥“…우, 우정이요?”

🐰“네, 그래서 지금도 형이랑 종종 만나면 꼭 그거 마셔요. 우정은, 아이리쉬밤. 이러면서. 헤헤.”



아니 잠깐만, 지금 너랑 내가 몇날 며칠을 꽁냥거렸던 게 우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니?

지민은 진심으로, 동공이 떨린다는 게 무슨 기분인지 방금 느꼈다. 설마, 그냥 하는 소리겠지. 우정이라니. 나는 몸좋은 댕댕이를 우정으로 두고 보려고 여기까지 불러낸 게 아닌데, 내가 왜, 미쳤다고 택시비 퍼들여 가며 그 구석진 카페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는데. 지민은 애써 웃으며 석진이 내미는 커다란 잔과 기네스를 받아 들었다. 근데 형, 칵테일 치고는 양이 너무 거대한 거 아냐…?



🐭“지민아, 이거 원샷 하는 거야.”

🐥“…이걸? 이렇게 많은데?”

🐭“쉬밤, 아니 아이리쉬밤은 그렇게 마시는 거야. 안 그럼 위에 거품이 굳어버려.”

🐥“정국씨, 진짜예요?”

🐰“네, 이거 원샷 하는 거 맞아요.”

🐥“헐.”



이거 마시면 사귀는 거다, 정도는 걸어줘야 이 거대한 잔을 원샷이든 원킬이든 할 텐데, 지민의 그놈의 자존심이 꿈틀거려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석진 앞에서 그런 수치스러운 대사를 치면 두고두고 놀림거리나 될 게 뻔하다. 그래서 최대한 정국을 지그시 바라보며 잔을 들고 목을 잔뜩 빼고 꼴딱거리는 목젖을 보였다. 지민의 목은 곧고 예뻐서 사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은 터라 정국이 보살이 아닌 이상 이 광경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 없었다.


지민의 바람대로 정국은, 낮게 깔은 눈매를 하고 잔뜩 목을 재껴 잔을 비우는 지민을 실눈으로 훔쳐봤다. 이것 좀 보라고 하는 게 분명했다. 술에 절어 처음 만났던 날부터 지민은 내내 정국을 설레게 했다. 먼저 술자리를 권한 건 지민이었으니, 오늘은 정국이 조금 더 과감해져야 할 날이었다. 오늘 콘돔을 몇 개 챙겼더라? 정국은 남은 술을 쭈욱 마시며 뒷주머니 깊숙이 넣어둔 콘돔 개수를 다시 떠올렸다.




🐥“푸-, 형 이거 맛있다.”

🐭“…응?”

🐥“정국씨, 이거 한 잔 더 할까요?”

🐰“그, 그럴까요?”




보통 때의 석진이라면 천천히 마시라며 말렸겠지만 오늘 지민의 옆에는 듬직한 댕댕이가 있으니 지민이 진상이 되어도 석진은 손해볼 게 없었다. 지민은 석진이 내어주는 아이리쉬밤을 연거푸 석 잔 비우고 바 카운터 위로 풀썩 엎어져서 혼자 중얼거리더니 번쩍 고개를 들어 정국에게 야릇한 윙크를 보내고 화장실로 종종걸음을 쳤다. 저거 아무래도, 최단기록 꽐라 될 것 같은데. 따라가려는 정국을 석진이 만류했다. 저래뵈도 지 앉던 자리는 꼭 기어서라도 찾아오는 비둘기 같은 귀소본능을 가진 박지민이라고. 석진은 어쩌다 이 둘이 눈이 맞게 됐는지 궁금해서 정국에게 조금씩 호구조사(?)를 시도했고 정국은 짙은 수컷의 몸매에 그렇지 못한 아이 같은 순수한 면이 보였다. 석진은 속으로 정말 오랜만에, 지민이 괜찮은 상대를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민이 요새 스트레스 엄청 쌓였었는데, 정국씨 만난다고 여기도 잘 안 왔어요.”

“스트레스요? 지민씨 일이 그렇게 힘들어요?”

“글 쓰는 일이… 그런가 봐요. 해본 적 없으니까 뭐라 위로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



정국은 지민의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은 적이 없었다. 석진을 통해 지민이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어쩐지 지민이 훨씬 대단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자리에 돌아오면 어떤 글인지 물어봐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지민은 보기 좋게 널부러져 버렸다.



“빈속에 막 들이 붓드라니, 어후.”

“제, 제가, 데려 갈게요.”

“…그럴래요?”

“괜… 찮죠?”

“저더러 데려가라고 하면 화낼 뻔 했어요.”



석진은 지민을 들쳐 업는 정국을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이고 손을 훠이훠이 내저으며 어서 가라고, 저 쪽으로 가면 시설 좋은 모텔 많다고, 정국의 등위에 퍼질러진 지민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박지민 파이팅.






다행히(?) 정국의 집은 멀지 않았다. 정국은 지민을 택시에 태워 집 앞에 내려서는 다시 지민을 업고 제 집에 들어갔다. 혼자 사는 남자의 집 치고는 무척 깔끔한 편이었다. 특히 정국은 향에 민감해서 집안에는 일반적인 자취남의 원룸에서 나는 구릿한 냄새가 아닌 향긋한 향이 은은하게 깔려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도, 지민을 데려오려고 애초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던 탓에 더욱 환기에 신경을 쓰고 나오기 전, 방에는 아로마 향 까지 피워 두었었다. 술이 셀 것 같았는데, 초반부터 너무 달렸나.


지민에게 몇 모금 물을 먹여 보아도 지민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술 취해서 잠든 사람에게 달려드는 건 너무 짐승같잖아.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잠든 지민이 너무 귀여워서 정국은 잠 든 지민에게 도둑키스를 했다. 누웠는데도 위로 발긋하게 솟아오른 입술이 너무 탐스러워서 입을 맞추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혀를 꺼내서 도톰하고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조금씩 핥아 보기도 했다. 알콜향이 짙게 배어나는 숨결 속에서 정국은 지민의 입술이 참 달고 탱글하다고 생각했다. 입술이 이 정돈데 다른 덴 어떨까. 뺨까지 발갛게 달아올라서는, 후…. 불끈 거리는 아랫도리를 진정시키며 지민을 제 침대 위에 눕히고 저는 소파에 누웠다. 같이 누우면 만질 것 같고, 만지면 벗길 것 같고, 벗기면 벌릴 것 같고, 벌리면 넣을, (후술 생략



지민을 대신해 챙겨온 지민의 겉옷에서 간간히 울리는 진동이 들렸다. 진동의 간격이 전화는 아닌 것 같고, 메시지나 알림 같은 건가? 혹시 급한 일일까, 그게 궁금해서 정국은 지민의 폰을 꺼내 들었고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지민이 항상 손에서 놓지 못하던 알림의 정체를 조심스레 눌러보았다.




“라떼…?”



아무리 봐도 이거 내가 만든 것 같은데. 카페에서 나랑 같이 마셨던 것 같은데….

정국은 지민이 개인적으로 하는 sns 계정 쯤으로 생각했다. 약간 초점이 흔들리긴 했어도 하얀 찻잔에 하트모양 라떼아트까지. 아무리 봐도 제가 만든 라떼였다. 정국은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고, 내릴수록 어디서 본 듯 기억이 날랑 말랑 하는 사진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사진들인데…?



- 새하얀 인테리어, 잘생남 서빙, 핵노맛탱 라떼 창렬대잔치 으으….





“…키티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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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지요, 넹.. 달에 한 번은 올려야 저를 잊지 않으실 것 같아서 연말기념으로 2편짜리 글 쪄왔슴당☺️ 내일 막편 올릴게욤💕 

불같은 성탄절이브 되십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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