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매우 많고 복잡합니다.(혹시 나중에 다시 수정할 부분 있으면 수정하고 수정하면 제목에 +표시 할 테니 그 버전으로 봐 주세요~) 보시다 이해 안 되는 점이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비밀댓글로 다셔도 됩니다!)로 질문하시면 지금까지 연재된 부분과 관련된 부분일 경우 자세히, 아직 아닌 경우는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너를 위해 10편 (긴토키 번외)

사람은 누구나 평범한, 행복한 일상을 원한다. 나 또한 그런 일상을 원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하는 일상을. 그래. 처음에는 나도 그런 일상을 보냈다.

[엄마! 아빠! 저 밥 안 남기고 다 먹었어요!]

[오, 정말이네? 장하다, 우리 아들.]

[반찬 투정 안 하고 잘 먹으니 너무 예쁘다, 긴토키.]

[헤헤.]

…정확히 말하자면 보냈었지, 그런 일상들을. 이제는 전혀 그런 경험들을 할 수 없지만.


***

나는 부모님과 함께 평범한 생활을 하였다. 부모님께서는 내게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정확히 설명하시지는 않으셨다. 어렸을 때는 그냥 어린 아이를 위해 어려운 설명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어린 아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우리 아들이 조금 더 크면 그 때 자세히 얘기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은 가끔 내게 '긴토키에게 좋은 짝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게 누구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히지카타 토시로'라는 아이라며 좋은 아이라고 잘 대해주라며 대답하셨다. 당연히 이런 평범한 일상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아이일까 라며 기대하며 그 아이와의 미래를 상상해왔다.


***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어느 날, 아빠와 엄마는 잠시 할 일이 생겼다며 나에게 집을 잘 봐 달라고 하셨다. 나를 두고 가시는 부모님을 보고 뭔가 불안해져 나도 데려가 달라고 때를 썼지만 부모님은 나를 보고 곤란해 하시더니 미안하다며 금방 올 테니 기다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곤란해 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닌 것 같아 부모님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보고 있겠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은 나의 대답을 듣더니 고맙다며 얼른 갔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셨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 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결국 부모님은 그 날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혹시 아빠, 엄마가 대형사고에 휘말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TV를 하루 종일 틀었다. 한동안은 부모님과 관련된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TV에서는 한 타워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고만 얘기가 나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잠에 들기 전의 TV에서 나온 말이 나의 귀에 들려왔다.

˝현장 조사 결과, '사카타 긴파치'와 그의 아내인 '사카타 스미카'가 일으킨 테러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둘이 아직 테러를 한 이유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센티넬의 폭주로 인한 테러 발생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의 자랑스러운 부모님이 수백 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는 소식과,

˝…이로 인해 타워 내 있던 사람들이 센티넬의 폭주로 거의 사망하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의 생사를 알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가족을 이렇게 만든 센티넬과 가이드를 용서할 수 없다며 센티넬과 가이드 혐오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센티넬과 가이드 혐오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과,

˝테러를 벌여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인마가 사카타 부부 외에 더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그들은 ‘히지카타 료스케'와 그의 아내, '히지카타 루미네'로 전 센티넬과 가이드로 밝혀졌습니다.˝

엄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히지카타 가족이 나의 부모님과 같이 살인자로 낙인찍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한동안 집을 나갈 수 없었다. 어딜 가든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말이 나와서 견딜 수 없었다. 부모님이 절대 그런 일을 벌이실 분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으나 다수가 말하면 거짓도 진실이 되는 법. 나는 그렇게 부모님을 살인자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을 미워하고 증오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내게 찾아왔다. 그 아저씨는 날 보며 '네가 긴토키구나. 역시 그 녀석들을 닮았어.'라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서는 '아저씨는 국가가 허락한 센터에서 센티넬과 가이드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 네 부모님과는 그 센터라는 곳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 한 명이야. 많이 힘들면 아저씨를 따라 그 곳에 가서 같이 살지 않을래? 거절해도 된단다. 너를 부담주려는 게 아니야. 아저씨는 단지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란다. 천천히 대답해주렴.'라고 말했다.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어린 나이의 내가 이 사회를 살아가기에 힘든 것 투성이었다. 결국 나는 그 아저씨의 손을 잡고 센터에 가게 됐다. 그 아저씨가 지금의 센터장이고 날 여기까지 끌어올려준 구원자였다. 그래. 그랬었다.


***

그 아저씨를 따라 센터로 갔다. 센터로 갔더니 우리 부모님과 똑같은, 수많은 센티넬과 가이드가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왜 그들은 이곳에 있는 걸까, 우리 부모님과 같이 더 자유로운 곳에 있을 필요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저 사람들처럼 곧 우리에 갇히겠구나. 나의 미래가 저 사람들과 변함없을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저씨는 내가 센터에 적응할 때까지 잘 대해주셨다. 마치 부모님처럼. 그렇게 대해주셨기 때문에 부모님이 안 계셔도 잘 지낼 수 있었다. 아저씨는 내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할까봐 자신의 딸을 소개해주며, 둘이 잘 지내라고 했고 내게 이름을 '사카타 타다요시'로 바꾸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따랐다. 내게 있어서 유일한 어른이었기에. 그 딸은 나를 진심으로 대해줬지만 나는 미안하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어리기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었고 날 잘 대해준 아저씨를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아저씨도 아저씨의 딸도 다른 사람들도 내게 거짓된 세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난 꼭두각시처럼, 감정을 보이지 않는 로봇처럼 행동했다.


***

나는 센터에서 훈련을 받아 센티넬로 판명됐다. 처음 등급은 B등급이었다. B등급이 나온 날, 아저씨는 내게 축하한다며 장하다고 여러 칭찬을 해주셨다. 난 처음엔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내가 먹고 살 길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계속 훈련을 받아 센터에서 최고 등급인 SS등급이 되었다. SS등급으로 판명되자 나는 SS등급과 S등급으로 이루어진 팀인, 지금의 팀, 은혼 팀에 팀장이 되었다. 드디어 내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내가 팀장이 되자마자 한 일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밝히는 거였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정보가 너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성장하면서 친해졌던 사람들을 통해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하면서 진실을 알게 되면서 분노가 차올랐다.

약 10여 년 전, 한 타워에서 발생했던 테러 폭발 사건. 그 사건의 가담자는 당연하게도 언론에서 말한 우리 부모님도, 히지카타의 부모님도 아니었다. 모순적이게도 그 사건의 가담자는 날 여기까지 끌어올려준 센터장이었다. 비밀문서에 써져 있는 그 사건은 사실 이랬다.

『20XX년 X월 X일, 에도에 위치한 OO타워에서 폭발 테러 사건 발생. 이를 일으킨 사람은 현 센터장으로 밝혀짐. 그 때 현 센터장은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센티넬 폭주 현상으로 인해 사건 발생한 것으로 추정. 현 센터장의 센티넬 폭주를 통해 타워 안 사람들이 전부 사망하였음.

이 사건을 일으킬 사람을 현 센터장으로 밝히기엔 너무 많은 목숨을 잃었고 그 당시 상황에서 그라고 밝히면 센터장이 센터를 통솔하는 데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음. 이러한 이유로 사건을 일으킨 사람을 현 센터장으로 공표하지 않기로 함.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 중 센티넬과 가이드인 '사카타 긴파치'와 '사카타 스미카' 부부와 '히지카타 료스케'와 '히지카타 루미네' 부부가 있음으로 이 사건의 발생자를 이들로 공표하기로 함. 언론에서 이 사건의 발생자를 사카타 부부로, 가담자를 히지카타 부부로 하였음. 이에 대해 사카타 부부의 아들이 주변으로부터 질타를 받을 수 있으므로 그 아들의 이름을 바꾸도록 해야 함.

그 대신 이들 부부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지원해야 함. 지키지 않을 시 현 센터장은 센터장 직에서 지위를 박탈 및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함.』

…세상은 내게 참 암울했고 슬펐으며 살기 싫을 정도로 지독했다.


***

그를, 나와 내 부모님을 이렇게 만든 세상을 증오하고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 혼자 복수 계획을 짰다. 어찌 보면 내 복수는 간단했다. 현 센터장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그를 속이다 그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걸 한숨에 없애버리고 그까지 제거하는 것. 이렇게 간단한 복수라도 계획은 세밀하게 짜야 했다. 일단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처럼 센터장의 말을 듣고 따른다. 그리고 그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그의 딸을 그가 날 완전히 믿을 때, 그 때를 노려 죽인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다. 그리고 그까지 없애고 내가 센터장에 올라 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 그것까지 나의 복수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히지카타를 만나서는 안 됐다. 그는 내 복수에 상관이 없고, 이런 일로 그를 여기에 끼어들게 하거나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내가 복수를 하는 중에 히지카타를 만나더라도 그를 좋아하지 않기로, 내 감정에 솔직해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

나는 센터장의 두터운 믿음을 얻기 위해 그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따랐다. 그가 내게 내려준 이름처럼. 그리고 그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녀가 곤란할 때마다 도움을 줬고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행동했다. 물론 거짓된 마음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내게 진심을 보였다. 나의 계획대로 그녀는 나의 여자 친구가 되었고 센터장도 나와 그녀의 만남을 인정했고 결혼도 이미 허락한 상태였다.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이제 조금만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왔다. 그러다 만나버렸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수고해라.]

[네. 팀장님.]

다른 팀의 센티넬에게 인사를 받다 히지카타를 만나버렸다. 히지카타도 이 곳에 있었다. 이 사실에 기뻤지만 기쁜 티를 내서는 안 됐다. 평정을 유지해야 했다. 아직 내 복수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히지카타를 다시 보지 않길 기도했다. 그를 다시 보면 복수를 하겠다는 내 결심이 흔들릴까봐.


***

그렇게 히지카타를 센터에서 본 후로는 만날 일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SS등급이었기에 다른 등급의 센티넬, 가이드가 있는 곳과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히지카타를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은혼 팀에 보조 가이드로 들어온 가이드 히지카타 토시로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래.]

히지카타는 내가 있는 팀으로 들어왔다.

[아. 팀원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하지. 오늘 가이드 판정 시험에서 S등급이 나와 우리 팀에 보조 가이드로 들어오게 됐어. 모두 자기소개하고 친해지도록 해.]

그와 함께 있어 좋다고 티를 낼 순 없었다. 바로 팀장의 위치로 돌아와 팀장으로서 히지카타를 팀원들에게 소개시켰다. 다행히 그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빠. 오빠도 인사해야죠.]

[오빠는 무슨. 지금 공적인 자리인데 팀장이라 불러야지.]

[아, 죄송해요. 팀장님.]

그 와중에 그녀가 내게 오빠라고 부르며 인사를 하라 그런다. 그녀의 말에 히지카타가 잠시 찡그린 표정을 짓고 나는 히지카타의 표정을 살펴 얼른 그녀에게 격식을 차리도록 한다.

[뭐, 됐어. 아, 난 은혼 팀 전체 총괄하는 팀장인 '사카타 타다요시(;충성, 충의)'라고 해. 뭐, 앞으로 잘 부탁해.]

하지만 뭔지 모르겠지만 히지카타는 내 이름을 듣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히지카타가 우리 팀에 들어온 첫 날, 그를 위해 은혼 팀이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 지 보여주는 게 좋다고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그의 방에 찾아가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럼 내일 센터 현관에서 10시까지 집합. 알겠지?]

[‥]

[오오구시군?]

[에? 전 '오오구시'가 아닌데요.]

장난으로 다른 이름으로 불러봤다. 당연히 그는 자기 이름이 아니라고 반응했지만.

[그럼 이름이 뭔데.]

[아까 말씀드렸는데‥]

[그런 거 일일이 기억 못 해. 그냥 별명? 별명으로 생각해. 나중에 작전 들어가면 코드네임도 받을 테니까.]

[아‥]

[뭐,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봐. 히지카타군.]

내가 네 이름을 모를 리가 없잖아. 내 복수에 생겨나서는 안 될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나 자신도 모른 채 지냈다.


***

그렇게 내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 채 평소처럼 지내왔다. 내 계획은 틀리지 않을 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히지카타가 우리 팀원이 되고 나서 며칠 후, 임무를 나가게 되었다. 임무는 히지카타가 하기엔 생각보다 쉬웠다. 원래 가이드의 임무란 행동으로 나서는 센티넬의 상태를 보고 곧바로 가이딩 하는 것. 하지만 메인 가이드가 따로 있으니 히지카타가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는 없는 임무였다. 그래. 모든 게 완벽했었다.

[‥이야. 여기서 그 년의 자식을 볼 줄이야.]

그 현장에서 낯선 목소리가 히지카타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 낯선 이는 히지카타를 향해 칼을 들고 있었고 아직 카구라가 상황을 완료하지 못해 히지카타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1초 만에 머릿속이 정리되자 히지카타로 향했지만,

[‥뭐‥]

[히자카타 상!!]

-나는 너무 늦어버렸다.


***

히지카타 대신 낯선 이의 칼에 맞은 아오키가 수술실에 들어갔다. 히지카타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생각에 되려 히지카타한테 화를 내고 말았다. 이런 나의 이중성에 화가 나 결국 그 자리를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한동안 혼자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니 괜찮아졌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히지카타의 방으로 찾아갔다. 히지카타와 멀어지려고 한 게 아니었다. 사과를 하려 간 것이었다.

[‥잠깐 할 말이 있어서.]

[‥아, 네. 들어오세요.]

히지카타가 들어오라고 할 때 긴장했다. 혹시 내 사과를 안 받아주며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때문에. 사실 히지카타가 받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인데 내 심장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듯 계속 뛰어댔다.

[‥뭐, 차라도 드릴까요?]

[‥아, 그럼 홍차로.]

[네, 잠시만요.]

그래. 천천히 대화를 이어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사과를 하고. 거기서 끝. 끝이야.

히지카타가 부엌에 들어가자 나는 히지카타를 기다리는 김에 심심해져서 히지카타의 방을 둘러봤다. 그러다 책상 위에 있는 한 공책을 발견했다. 주인의 허락을 맡고 봐야 되는 것이지만 사람이란 생물은 호기심을 못 참는 존재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공책으로 손이 향하고 그 공책을 펴고 내용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그 내용들을 통해 히지카타의 진심과 그의 바람을 이루어질 수 없어서 죄책감이 들었다.

[…있잖아.]

[네?]

[이거 뭐야.]

하지만 이것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히지카타에게 질문했다.

[…사실대로 얘기해. 왜 네 일기장에 내가 있는지, 그동안의 일들이 일어나기 전에 그 일들이 먼저 써져 있는지도.]

[휴, 그냥 사실대로 다 얘기할게요.]

히지카타는 내 질문에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꿈에서 내가 본 그와 당신이 이름은 달라도, 분명 그였으니까.]

[…하.]

[나는 언제라도 당신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너의 나를 좋아한다는 말은 더 나를 죄책감으로 몰아갔다.

[…너.]

[…]

[이거, 절대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꺼내지도 마.]

[…]

[그리고, 오늘 일은 너한테 미안하지만 이건 확실히 얘기할게. 나는 네가 꿈에서 본 걔랑 다른 존재고, 널 좋아할 일 따위는 없을 테니까 나 방해하지 마.]

[…]

[이건‥같은 팀원으로서 경고하는 거다, 나대지마. 그게 네가 여기서 살 길이다.]

그리고 난 너에게 심한 말을 내뱉으며 너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

내가 그런 말을 내뱉은 건 히지카타가 나에게서 마음을 돌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히지카타가 자신의 말을 진실로 입증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들을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거였다. 나에게서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히지카타는 계속 나를 좋아하며 내게서 계속 상처를 받을 거고 히지카타가 그 사실들을 다른 이에게 얘기하면 다른 이들은 그 얘기들을 믿지 않을 게 뻔하니까. 아마 그는 내 진심을 알아차릴 수 없을 테지만.

아오키의 수술은 잘 끝났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고 한다. 물론 그 소식을 듣고 센터장은 화를 냈고 우리 팀은 침울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아오키의 부재로 히지카타가 아오키 대신 메인 가이드로서 맡게 되었다. 다른 팀원들은 수치가 낮아지면 바로 히지카타한테 가이딩을 받았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그게 히지카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안 좋게 본 고릴라(콘도)가 가이딩을 하라며 재촉했다. 다행히 히지카타는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렇게 가이딩을 하는데 그런 달콤한 가이딩을 처음이었다. 가이딩이 완료됐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사카타! 왜 이래?!]

[…아, 미안. 나 이만 가볼게. 가이딩 고마웠어.]

간신히 고릴라가 히지카타로부터 떨어뜨려놔서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내 빨개진 얼굴은 감출 수 없었다.


***

그리고 몇 달 후, 아오키는 결국 죽었다. 슬프지는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원래 그녀는 내 손으로 센터장 앞에서 죽일 계획이었으니까. 뭐, 이렇게 되도 상관없었다. 내게 중요한 건 내 계획이 잘 실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히지카타도 무시한 거다. 그리고 나는,

[히지카타 토시로. 은혼 팀 소속 가이드‥E등급‥?]

·

[‥기계가 고장 날 리 없잖아.]

[…사카타.]

[기계가 고장이면 우리 등급도 다시 검사해야 되니까 그럴 리 없지. 그러니까 너부터 다시 검사해 봐. 네 등급이 다시 나오면 그냥 기계 고장인 거고. E등급이 나오면, 네가 우릴 짜고 속인 거란 생각밖에 안 들어. 그러니 증명해 봐.]

-네가 낮은 등급이 나왔다는 이유로,

[‥자. 이 결과에 대해 책임은 져야겠지.]

[…네.]

[‥이 팀에서 나가. 이제부터 우리 앞에 나타나지도 마. 그게 우리가, 내가 아오키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널 지금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지만 아오키가 살아 있는 동안 널 많이 좋아했으니까. 이 정도로 봐 주는 거야.]

[…네.]

-너에게 또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 그래. 이게 맞는 거다. 너는 나랑 있으면 안 된다. 내 곁에 있으면 더 힘들 거다. 그렇게 다짐하며 널 이 팀에서 내쫓았다.


***

그렇게 히지카타를 팀에서 제외한 채 우리는 가이드 없는 팀 활동을 시작했다. 뭐, 결과는 안 봐도 처참했지만. 가이드가 없고 팀원들 상태도 말이 안 되는 데까지 이르렀기에. 결국 특단의 조치로 센터장은 우리 팀에게 건강이 회복할 때까지 쉬라는 명령을 내렸다. 드디어 몇 년 만에 휴식이 찾아왔다. 신난 팀원들과 달리 전혀 신나지 않았다.

"사카타. 할 말이 있는데."

"뭔데."

휴식 기간 중 어느 날, 고릴라가 진지한 얼굴로 내게 찾아왔다.

"토시 이대로 놔 둘 거야?"

"이대로 놔두다니,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야?"

"뭐야. 모르는 거야? 토시 지금 가이드 훈련 센터에서 이상한 소문들 때문에 괴롭힘 당하고 있어."

"뭐?"

"난 이대로 토시를 놔두고 싶지 않아. 토시가 센터에서 계속 상처를 받을 바에야 다시 평범한 생활을 하길 원해."

"평범한 생활?"

"응. 그래서 난 토시를 이 센터 밖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 내 단독의견이지만. 팀장의 의견을 듣고 싶어. 내 행동 때문에 너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고릴라의 제안에 대해 잠깐 생각해본다. 히지카타가 센터에서 이상한 소문 때문에 괴롭힘 당하면서 지낼 바에는 센터 밖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센터 밖에서 자신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그래. 맘대로 해."

"정말 고맙다."


***

"‥정말이에요?"

"뭐가."

"콘도 상의 제안을 바로 응한 거 정말이냐고요."

"‥어."

"하."

"히지카타."

"죄송한데 제 말 좀 가만히 앉아서 들어주실래요?"

"…그래."

히지카타는 내 얘길 듣다 화가 났는지 자신의 얘길 들어달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그걸 바로 응할 수가 있어요? 적어도 생각은 하고 답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날 좋아한다면서요. 좋아하면 함께 있을 생각을 해야지. 왜 날 당신한테서 계속 떼어놓으려고 하는데!!"

"‥그건 다 너를 위해서였어. 토시로."

"‥하아-있잖아요. 나를 위해서라면 당신은 그 날, 날 믿는다고 말했어야 했고 날 계속 붙잡아야 했어."

"토시로, 그러니까 내 말은…"

"됐어요. 안 들을래요. 전 제 방가서 잘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히지카…!"

히지카타는 한숨을 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번 편을 통한 5화까지의 떡밥 정리>

*센터장은 타워 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사카타 부부와 히지카타 부부의 자식인 긴토키와 토시로를 센터로 데리고 와 센티넬과 가이드로 키움(0화)

*긴토키는 엄마가 히지카타에 대해 많이 얘기해서 이미 히지카타를 알고 있었고 현실에서 긴토키가 히지를 처음 본 것도 히지가 긴토키를 처음 본 것도 그 복도에서의 만남이 처음이었음(0화)

*긴토키는 복수를 하는 중에도 히지카타에게 저절로 마음이 가서 센터장의 딸, 아오키가 긴토키와 친한 관계를 나타낼 때 팀장으로 대하려고 함(1화)

*원래 이름은 '사카타 긴토키'였으나 센터장의 권유로 '사카타 타다요시'로 바꿈(1화)

*긴토키는 처음부터 히지카타를 좋아하고 있었으나 이 감정을 깨닫게 되버리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봐 히지카타를 오오구시 군이라고 종종 부름(1화)

*긴토키가 히지카타한테 화낸 이유는 사실 히지카타한테 화났기 보다 히지카타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 자기 자신에 대해 환명을 느꼈기 때문(3화)

*히지카타한테 심한 말을 한 이유는 히지카타가 못난 자신한테서 마음을 돌리기를 원했고 히지카타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면 다른 이들이 그걸 믿지 못해 혼자 상처받을까봐 그런 것임(3화)

*가이딩이 완료됐는데도 긴토키가 달라붙은 건 히지의 가이딩이 그동안 받았던 가이딩 중 제일 달콤했기 때문(4화)

*콘도의 제안에 바로 응한 건 히지카타가 이런 곳 말고 밖에서 자신 말고 히지가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살길 바랐기 때문(5화) 


_안녕하세요! 리히토입니다! 너무 늦게 왔죠? 하하하하;;;;죄송합다. 그동안 너무 더워서 노트북을 키는 건 너무 무리였어요. ㅠㅠㅠ워낙 이번 편이 내용도 길고 심오한 내용이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서 더 쓰기 힘들었고 쓰는 데도 오래 걸렸습니다! 하필 또 왠지는 모르겠는데 이유도 없이 손톱 안쪽에서 피가 엄청 나서 타자를 두드리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개학, 개강인데 여러분 열심히 힘내서 다닙시다! 파이팅~~!! 저는 개강이 다음 주라서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그동안 연재는 빨리 빨리는 못할 거 같습니다ㅠㅠ 아무래도 이번 년도부터 5전공+모의수업 폭탄+현장실습이라 준비를 해야되거든요~시간이 있을 때마다 글 써서 올리도록 할게요! 다음편에서 봐요~감사합니다!!

언젠가 글연성하러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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