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마저도 직접 오간 서신을 통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늘 그의 손을 거친 소식이 아닌, 그의 눈치를 살짝 피한 다른 사람들에게로부터 닿는다. 원래의 제 성정을 따지면 성질이 뻗치고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으나 그마저도 익숙한 일이 되었다. 


핑곗거리 삼을 만한 좋은 소식이 아닌가. 다쳤다는데 이것도 좋은 소식이라고 떠올리니 웃어야 할지 찌푸려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뭐 별 일이야 있겠는가. 몇 줄의 글을 적어 영력으로 실어 보낸 남사추의 서체는 제 스승을 닮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갈했다. 그쪽이 이 쪽을 보러 와줄 리는 없으니 아쉬운 대로 이 쪽이 갖은 핑계를 대며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는 지라, 아정한 얼굴 속에 이리저리 타고난 눈치를 숨긴 남사추는 금릉이 딱 몸이 근질거릴 때를 맞추어 서신을 보내곤 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보내지 않은 서신은 시일을 따지지 않고 곧바로 금릉의 서안 위에 철썩 붙어 펼쳐지곤 했다. 위무선과 모 호의 수귀를 퇴치하러 간다, 모 산의 주시 떼가 나타났다더라, 모 지방 모 일의 축제에 맞춰서 함광군과……등등. 함광군 남망기는 그렇다 쳐도 대부분 남사추와 남경의도 또한 동행할 때가 많다는 것도. 모든 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평을 입에 담을 일이란 없었다. 핑계까지 대가며 그를 만나지만 단 둘이 있기엔 어쩐지 어색했으므로. 위무선 그 작자야 워낙에 낯이 두꺼워 상관도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천방지축 모난 말을 얄밉게 쏟는 남경의가 그도 부끄러움이란 걸 타는 게 아니냔 헛소리를 지껄인 적이 있다. 그 헛소리도 세 번 정도는 참아줄 인내력은 있었다. 늘 세 번 이상 이어지는 농간의 뒤에 무슨 투닥거림에 있어도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그것까지 눈앞에서 구경하고 함광군 옆에서 실컷 떠나가라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금릉은 가벼운 마음으로 재빨리 짐을 챙겼다. 손에 잡아 갖출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물론 금릉의 기준일 뿐이었다. 

허리춤엔 세화, 한 손엔 선자의 목줄 - 위무선을 만나기 전에 어딘가에 맡겨둘 동안 반드시 필요한 것 - 과, 품 안엔 불룩하게 채워진 은자 주머니. 그리고, 방을 나서기 직전 금릉은 퍼뜩 “아, 맞다!” 중얼거리며 벽 선반에 놓여 있는 작은 단지를 낚아채 소매 안으로 넣어두었다.


서신을 받고 방 밖으로 나가기까지 시간은 반 주향도 지나지 않았으나 그 짧은 동선이 이루어지는 동안 금릉의 머릿속엔 이틀 뒤 금린대로 온다고 했던 제 외숙부에게 늘어둘 변명이 최소 열몇 개 정도 늘어서고 있었다. 아 한두 번이냐, 그래 봐야 꿀밤 한 대지. 두 대……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단단해지는 머리는 실상 정수리에 꽂히는 주먹이 하나든 둘이든 상관없었기에, 결국 줄줄이 늘어놨던 변명의 선택지 또한 검을 타고 하늘 위로 오른 순간 바람과 함께 증발해버렸다.








 


 


모 주에 밤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죽는 모습은 다 같지만 장소가 각기 달라 골머리를 썩는다고 한다. 독을 먹은 것도 아니고 칼을 맞은 것도 아니지만 하나같이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문 채 입을 벌리고 똑바로 누워 죽었다고 했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을 가릴 것 없이 연달아 이어진 죽음에 어린아이까지 걸려들까 흉흉해진 마을을 찾은 게 이틀 전이란다. 남사추와 남경의, 그리고 위무선은 마을에 도착한 지 반나절도 안 되어 한 밤중에 그 원인을 찾았다. 하루가 더 지나고 나서는 직접 대면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위무선이 다쳤다고 했다. 그저 그렇게만 전해 들었으니 발이라도 굴렀나 싶었다. 다친 게 걱정되어 와 본다는 핑계보단 그저 도통 제 발로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나 보러 온 것일 뿐이었으므로. 


“아니, 이 꼬락서니라고는 이야기 안 했잖아?!” 


출발은 가벼웠는데,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금릉은 자기 머리에 강만음의 주먹이 인정사정없이 꽂힐 때의 표정 보다도 훨씬 더 험악하게 구기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기가 생각해도 제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거둘 수는 없었다. 서신은 정말 간단하지 않았나? 위무선이 야렵 중 다쳤다. 락주 아래 작은 마을의 유일한 객잔에 머물고 있다. 내용은 단순했는데 꼴은 전혀 단순하지가 않다고! 


남사추와 남경의가 뭐라 해명도 하기 전에 들린 목소리가 금릉의 울화통을 한 번 더 뒤집었다.


“아릉 너 어른한테 말하는 게 그게 뭐야? 갈수록 강징 닮아간다.” 


누구 때문인데! 속으로 일갈하면서도 순간 제 외숙부를 흉본 것인지 헷갈려하던 금릉이 다시금 얼굴을 구기며 외쳤다. 


“그 꼴이 뭐예요! 함광군은 어디 계시고!” 

“아릉이 남잠을 찾는 날도 있네? 그런데 어쩌나, 남잠은 지금 없어.” 


아니 누가 정말로 한 사람이 있냐 없냐를 따져가며 물었던가. 의중을 알면서도 모른 척 히죽 웃기나 하는 꼴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차마 다친 사람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터라, 금릉은 성큼성큼 걸어가던 걸음을 코앞에서 멈추고 남사추와 남경의를 보았다. 설명을 요구하는 그 눈빛에 남사추는 순간 망설였지만 남경의는 참지 않았다. 


“압골마자壓骨磨胔* 라는 거래.”


그게 뭐야? 생소한 이름에 금릉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지자 남경의의 표정은 한층 더 우그러졌다. 짜증을 내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시 생각하기 싫은 것을 저도 모르게 떠올리고는 몸서리치며 끔찍해하는 표정이었다. 설명은 제 처지도 생각 않고 입을 쉬지 못하는 태평한 환자에게서 나왔다. 


“말 그대로 뼈가 눌리고 살이 썩어 갈린 귀鬼야. 그중에서도 극히 나쁜 형태였다고 해야 할까. 원래 그렇게 나쁜 귀는 아닌데 생긴 게 좀 고약해서 말이지. 난장강에서야 그것보다 나쁘게 생긴 것들은 많지만 거긴 정작 관은 없으니……. 세상에 정의 내린 귀는 많지만 다 헤아릴 수는 없었던지라, 아야야." 


말을 하다 말고 찌푸리는 것이 표정은 익살스러워도 맺힌 식은땀이며 안색이 창백했기에 그저 지나가는 엄살은 아니었다. 본인 딴에는 부러 엄살로 보이려고 했음이 분명했지만 지켜보던 소년 셋의 얼굴은 보람도 없이 어두워졌다. 


“그게 뭔지는 정말 모르지만,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데?” 

“그렇지,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금릉이 너무 안 됐잖아. 경의는 글렀으니 사추 네가 설명해줘.” 

“위 선배……. 금릉에겐 나중에 말해 줄게요. 일단 쉬시는 게 더 좋아요.”


그만 떠들고 다물고 있으란 소리를 아주 완곡하게 표현한 남사추의 말에 금릉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한다고 들을 작자인가 싶어 타박을 더하려다가도 남사추의 말에 몇 번 끙끙거리던 위무선은 남경의가 거의 입 안으로 쑤셔 넣은 단약을 삼키고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잠이 든 것일 수도 있었지만 보이는 꼴이 제정신을 유지하기엔 처참했기에 기절이 맞을 것이다. 

옷자락 사이 설핏 보이는 가슴팍이 온통 거무죽죽했다. 처음엔 어디서 악저흔이라도 붙여온 건가 싶었지만 몇 번 입담을 나누는 동안 자세히 보니 지나치게 넓게 물들어버린 피멍이었다. 무거운 것에 정통으로 짓눌리면 이런 꼴이 아닐까? 금릉이 눈짓으로 설명을 요구하자 남경의가 또 한 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되게 끔찍하게 생긴 원귀인데, 원래는 자기 원한을 말하고 싶어서 나타날 뿐이래. 근데 생긴 게……으. 정말 끔찍했어. 그리고 힘도 셌다고!” 


우리가 본 건 팔 뿐이지만! 그 이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남경의의 몸이 또 한차례 요란스럽게 부르르 떨었다. 


“사람을 해쳐?” 

“원래 그렇게까지는 아니라고 하던데. 아무튼 위 선배가 그놈 관에 밟힌 거야. 금단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걸.” 

“금단?!”


금릉의 고개가 팩 돌아갔다. 아니, 왜 그걸 이야기 안 해? 물어보려고 해도 이미 당사자는 깊은 잠에 빠진지라 금릉의 불만스러운 얼굴은 그저 부풀어 오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남사추가 조용히 웃다가도 아픈 사람을 두고 지을 표정은 아니다 싶었는지 다시금 진지하게 얼굴을 바꾼 채 말했다. 


“우리도 얼마 전에 알았어.” 

“아니, 그런 걸 왜 너네들 한테도 이야기 안 했다는데?” 


아, 내 말이? 남경의가 얼굴 가득 짜증을 담은 채 중얼거렸다. 잠이 든 위무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밉다기 보단 얄미워하는 눈치였다. 


“좀 부족해서 그랬대. 생전 생각하면 턱없어서 말하기도 뭐했다고. 그래도 금단이잖아? 모현우가 그 뭐야……. 아무튼 몸이 좀 그랬다며. 그 몸으로 저렇게 빨리 금단을 맺은 것만 봐도 동네방네 떠들 것 같은데 정작 그게 어울릴 사람이 입 꾹 다물고 말도 안 했다고. 그냥 검 좀 뽑아볼 수 있는 게 대수겠냐고 하던데. 하여간 잘난 체하는 건지 뭔지 저번에 한번 대련할 때 장난이 아니더만…….” 

“그래서, 어쨌든 괜찮은 거야?” 

“저 지경으로 숨 붙어 있는 이유가 뭐겠어. 우린 위 선배가 죽는 줄 알았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약재도 챙겨 왔잖아.”


어휴……. 위무선이 다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기도 싫었는지 남경의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고개를 저었다. 말은 거침없어도 생각보다 담이 살짝 작은 남경의는 그가 보기 싫어하는 귀신들 만큼이나 위무선이 다쳤던 순간을 떠올리며 끔찍하게 여기고 있었다. 도대체 뭐였는데. 눈짓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것에 남사추가 잠들어 있는 위무선을 슬쩍 곁눈질하며 눈치 보더니 말했다. 


“압골마자는 처음 볼 땐 그냥 귀가 담긴 관이었어. 눕혀있어야 할 게 똑바로 서 있었는데 원래 그런 건 지는 모르겠다고 했고…….이고 다닌다기 보단 그 안에 들어 있는 건데 자기 한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보면 관에서 나와 사연을 말한다나 봐. 근데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위 선배도 처음부터 알아차리진 않았던 것 같아. 관이 열리기 전에 좀 덜컹거렸는데 그때 되어서야 우리에게 일단 보지 말라고 했어. 그랬더니.” 


관이 찍어 눌렀다.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는 몰라도 내려앉는 소리가 아름드리 정도는 되는 나무 한그루가 속절없이 엎어지는 소리와 비슷하더라, 그리고 그 아래에 위무선이 깔렸다, 그런 이야기였다. 


“아마 위 선배는 압골마자가 관에서 나오기 전에 그 안에서 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 


워낙에 그쪽으로 정통한 사람이었으니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 말을 듣고 피하지 않으며 일단 저를 따르는 소년들에게 보지 말라고 한 것엔 그 안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이미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짓눌린 경위는 알 수 없어도 끔찍한 몰골을 한 귀의 행동이 위험했을 일이면 당장에 무엇이든 조치를 취했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무방비하게 무거운 관에 눌렸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니 그래서, 그 압골마자인지 뭔지는 어떻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남경의가 말을 이었다. 그는 겨우 몸에 돋은 소름을 진정시킨 듯했다. 


“이다음이 더 기가 막히지. 관에 찍혔는데 위선배가 움직였단 말이야. 정확히는 팔 뿐이지만 관에 들어가 있는 놈한테 거기서 더 나오지는 말라더니, 그놈이 쑥 내민 팔을 한참 동안 붙잡고 있었어. 팔을 놓고 나서 도로 관짝으로 들어가더니 그러고는 관이 다시 닫혔지. 그 후에 스스로 옆으로 넘어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위 선배를 꺼내지도 못했을 거야. 나중에 쓰러진 관을 옮겨보려고 했는데 우리 힘으론 꼼짝도 안 했다고…….” 

“……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위 선배는 억지로 관을 열려고 하진 말라고 했는데 그 뒤로 기절해서……. 혹시 몰라서 부적을 둘러서 봉해 놨지만.” 


결국은 미제란 소리였다. 도대체 무얼 듣고 그대로 내버려 두라 한 것일까. 고민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느낄 때에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렸다. 침상에 누운 위무선이 미간을 찡그린 채 잔뜩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만 주억거리고 있었다. 남사추가 얼른 다가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곁에 둔 무명천을 가져다 위무선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을 훔쳐냈다. 


“열이 많아.” 

“함광군은?” 

“바로 연락을 드렸어. 위 선배가 말리긴 했지만 솔직히 말씀 안 드리고 나중에 만나 뵙게 될 때가 더 무서운 걸. 위 선배도 그렇고 우리도 그냥 평소처럼 야렵을 왔던 거라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하필이면 이럴 때 집안 어르신들이 모여서 때아닌 모임이 있을 게 뭐야. 그래도 금방 오실 거야.” 

“그럼 그 관……아니, 압골마자인지 뭐인지 하는 건 어떻게 할 건데?”


으음. 남사추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고민했다. 남경의는 압골마자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또 부르르르 어깨를 떨었다. 뭐야 너, 결국 너네 제대로 보지도 않았던 거잖아. 금릉의 말에 남경의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야! 네가 그 팔을 봤어야지! 팔만 봐도 끔찍했다고. 차라리 주시가 귀여울 지경이다!” 

“쉿, 경의야, 위 선배가 깨겠어.” 


남사추의 만류에 남경의는 입을 다물었지만 불만은 숨기지 못했다. 


“뭘 어쩌겠어. 선배가 관은 열어보지도 말라잖아. 뭔가 있으니까 그랬겠지. 저 사람도 저런 꼴로 있는데 우리가 뭘 어쩌겠어.” 

“뭐래? 관을 열어보지 말라고 했지 뭘 하지 말란 소린 아니었잖아.” 


금릉은 분명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러나 남사추와 남경의의 반응은 달랐다. 어? 하고 눈을 둥그러니 뜬 채 금릉을 쳐다봤던 둘은 곧 서로를 마주 보며 입을 벌렸다. 어, 그러게? 이번에 당황해야 할 차례는 금릉이었다. 그들을 말려야 하나 부추겨야 하나 잠시간 고민한 금릉은 결국 말리는 척 의중을 물어보는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너네 열어볼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저 사람 저 모양 되었는데 뭘 하려고!” 

“문령.” 


어느새 남사추는 제 고금을 챙겨 등에 둘러메고 있었다. 문령? 그제야 금릉은 남 씨 집안의 두 소년의 얼굴에 묘한 근심이 조금이나마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남경의가 굳은 결의의 표정으로 금릉의 어깨에 제 손을 턱 올리며 두 번을 두드렸다. 


“고맙다, 금릉. 너도 도움이 되네.” 

“아, 뭐라는 거야! 그럼 다른 땐 아녔단 소리야? 야, 너네들 같이 가!” 

“위 선배를 혼자 둘 수는 없잖아! 네 사숙은 네가 돌봐!”


이 은혜도 모르는 것들아! 뭘 은혜로 빌어 붙여야 할지 몰랐지만 금릉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한밤중이란 것을 잊은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남경의가 말한 호칭이 입천장을 간질였다. 네 사숙. 사숙……. 맞는 말이긴 하고, 부정도 하지는 않았지만 남의 입에서 들으려니 어쩐지 귓가에 열이 오른다. 돌보라니, 내가 무슨 보모야? 부끄러움은 엉뚱한 것에 화풀이하며 금릉은 팔을 툭툭 치대다가도 잠들어 있는 위무선을 생각해서 얌전히 발을 굴려 그의 옆으로 갔다. 짜증 내며 부풀렸던 양 뺨은 침상에 누운 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도로 쏙 바람이 빠져버렸다. 자기 눈썹이 살짝 팔八자가 되었다는 것 까지는 면경도 없이 얼굴을 볼 수도 없으니 모를 일이다. 


가슴 위로 시커멓게 죽어가는 피멍들은 뭘 더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금단을 맺었다곤 하지만 저 지경으로 곤죽이 되었다면 분명 어딘가 한두 군데 부러지지나 않았을지. 그러고 보니 말하는 동안 고개를 돌리는 것도 버거워하며 똑바른 정 자세로 누워있었던 걸 생각하니 못해도 갈빗대 몇 개는 나갔으리라. 그나마 허우적대던 팔을 보니 그쪽은 멀쩡한 것 같았다. 그렇게 바라본 그의 오른손 끝에 손톱이 깨져 핏물이 맺혀있었다. 남사추와 남경의가 붕대를 두어 조치를 해두었지만 그새 물이 들어 그 끝이 붉었다. 받힌 건 몸이라더니 손은 또 왜 이래? 잠깐 유추해본 상황으로 금릉은 결국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무거운 관이 덮쳐 갑작스레 몸이 깔린 순간, 버티다가 안 되겠다 싶어 밀어보려고 했다던가, 혹은 그 순간이 고통스러워 다 잡히지도 않을 관을 긁다가 난 상처겠구나 짐작했다.


다른 쪽은 되려 건드렸다가 곡을 치를까 무서우니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침상에 걸터앉아 요 위로 가지런히 놓인 엉망진창의 손을 붙잡고 조심조심 붕대를 끌렀다. 과연, 상처가 크진 않았어도 끝이 다 갈라지고 터진 손이었다. 머리를 안 다친 게 어디겠냐, 남경의의 말대로 그들은 정말 위무선이 죽은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있었을지도 모를 일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털었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붕대를 다 끌러둔 손을 조심스레 내려두고 금릉은 소매 안에 챙겨두고 온 작은 고약 단지를 꺼냈다. 세월이 흘러 겉 칠이 조금 벗겨져 있었지만 뚜껑을 젖힌 그 안에선 여전히 모란 냄새가 났다. 이제는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그것을 금릉은 아낌없이 손가락에 찍어 담아 위무선의 손 끝에 남김없이 발랐다. 잠결에도 아릿한 통증을 느꼈는지 조금 꿈질거리는 바람에 얼굴을 살피다가, 턱 끝에도 티끌만 한 생채기가 있어 손에 묻은 남은 고약은 그쪽에 살짝 덧발라 둔다. 새 붕대를 찾아 손에 다시 감아주고 도로 이불 안으로 넣어주려다 열이 올라 있는 것 같아 처음처럼 요 위에만 반듯하게 놓아두었다. 한 주향 정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이었다. 어휴.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편히 쉬지 못하는 얼굴을 보고 금릉은 답지 않은 한숨을 내쉬고야 말았다. 미련퉁이 숙부들은 어째 제 속사정 말하지 않는 것만 똑 닮아서는 왜 서로 얼굴을 보지 않나 몰라. 


끙끙거리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오는 게 견딜 수 없어진 금릉은 결국 위무선의 손목을 잡아본다. 조금 흘려 넣어 본 영류가 온전히 몸을 돌아 길을 잃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실이 이런 와중에도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정말 괜찮긴 할 것이다. 다행인 일이었다.


“그러니까 사고 좀 치지들 말라고요……. 어차피 말도 안 하는 주제에.” 


한 주향 환자의 상처를 돌보게 된 금릉은 반 주향 정도의 시간을 들여 위무선의 손목을 붙잡고 영류를 흘려 넣어 주었다. 이 이상 할게 없어진 금릉은 남사추와 남경의를 쫓아갈까 뒤늦게 생각했지만 역시 다친 사람을 홀로 두고 갈 수가 없어 탁자 쪽으로 자리를 잡아 잠이 든 위무선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어검하고 온 뒤에 저도 모르게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꿈지럭 거리는 눈꺼풀을 억지로 물리며 잠든 사람의 숨소리를 확인하던 금릉은, 곧이어 듣는 사람의 명치가 조일 정도로 끙끙대던 소리가 그치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빡빡한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니 여간 힘이 들었다. 한두 번 닫혔다 열린 눈가에 언뜻 허여멀건한 것이 비추지만 않았어도 다시 푹 눌러 감아 잠을 청했을 일이었다. 봤으니 문제다. 덜컹! 하고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는 바람에 무게감 없는 탁자가 흔들렸다. 


“함, 함광…….” 


함광군! 외치려다가 정작 놀라움으로 부르려던 사람이 조용히 고개를 젓는 바람에 입을 합 다물고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깜빡 잠이 든 것 같은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나? 힐끗 바라본 창밖의 달이 그리 많이 움직이지는 않았기에, 이는 곧 남망기 또한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하늘이었다. 아마도 방금 도착한 참일 것이라고, 코끝에 닿는 단향목 향과 함께 흘러오는 찬 바람이 한밤중 옷자락을 휘날리며 도려를 찾아왔을 이의 다급함을 알렸다.


남망기는 잠이 든 위무선의 이불 위를 걷어내다 말고 잠시 눈을 내리깔더니 결국 손만 뻗어 열 오른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한없이 무표정일 얼굴 위에 입술은 굳게 닫혀있어 이 이상 어떤 말이 오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금릉은 잠시 입을 뻐끔거리다가 도대체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하며 도로 또 입을 다물었다. 그, 많이 다쳤다는데요? 이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니 굳이 또 말할 게 아니었다. 압골마자였다는데요, 이건 설명하기엔 좀 부족하지 않은가. 그럼 뭘까. 그는 괜찮을 거예요? 


금릉이 한창 말을 고르고 있을 때에 남망기가 조심스레 이불을 걷어내고 위무선의 등과 무릎을 받쳐 안아 올렸다. 가슴팍 어디 뼈는 동강 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사이 제 도려의 몸 곳곳을 살핀 남망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아니면, 잠이 들기 전 남경의가 입에 쑤셔 넣었던 그 단약의 효과가 정말로 좋았던가…….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고소 남 씨의 단약은 하루 만에 뭐든 낫게 한다며 떠들던 위무선이 떠올랐다. 물론 거의 허풍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그 이상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안아 올릴 만큼 조심히 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참 별의별 것을 떠올린다 싶어 이맛살을 구겼다. 남망기가 위무선의 이마를 쓰다듬고 뺨을 문지르며 그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 자리도 이제는 더 있을 곳이 아니었다. 어차피 대답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또 한차례 허리를 숙인 뒤 뒤돌아보지도 않고 후다닥 방 밖으로 나갔다. 물론 발걸음 소리도, 문 닫는 소리도 조용히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나저나 쟤들, 다른 방은 잡긴 했나?”


남사추와 남경의를 찾으며 걷다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러다 곧 이 또한 쓸데없을 걱정이란 걸 깨닫고 휘휘 고개를 저어 지워버렸다. 위무선과 함께 하는 야렵이 아니던가. 제 사숙과 함께 나온 이들이 뭐가 좋겠다고 방을 하나만 잡겠는가. 저렇게 붙어있는 꼴은 길바닥에서만 봐도 충분하지. 에휴, 외숙부가 안 보려고 하는 이유 중 적어도 하나는 아주 잘 알겠다……. 


객실을 완전히 벗어나고 나서야 금릉은 비로소 발을 굴리고 뛰며 남사추와 남경의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둘은 어느새 문령을 마치고 저만치 길거리에서 조금 피곤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후다닥 뛰어오는 금릉을 보고 뭐하냐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남경의는 곧 그가 다짜고짜 방 하나는 어디냐는 질문을 해왔기에 함광군께서 오셨냐며 반가움을 숨기지 못했다. 남사추는 문령으로 알아낸 것들은 내일 이야기 하자며 둘러멘 고금을 고쳐 잡고 발을 다시 옮겼다. 보아하니 문령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해결을 보기라도 한 양 발걸음이 가벼웠다. 세 소년은 얌전히 객잔 1층을 지나치지 못하고 남경의의 기지와 금릉의 은자를 소비해 술을 샀다. 몰래몰래 마시며 떠들다 잠이 든 시간이 결국 축시가 다가올 때였다.






묘시가 거의 다 넘어갈 즈음에 부리나케 일어난 남사추와 남경의는 전날의 여파가 혹시 들킬까 몇 번이나 입안을 헹구고 창을 열며 옷자락을 펄럭이기 바빴다. 그 고요한 부산스러움에 덩달아 잠을 깬 금릉은 결국 그들과 맞춰 제대로 몰골을 갖추고 함께 조반을 들었다. 대충 이 시간이면 일어나셨을 걸, 하고 남사추가 말하는 때는 사시 무렵이었다. 과연 1층으로 내려와 보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갖춘 채 피풍의에 말린 상태로 남망기에게 안겨 있는 위무선을 볼 수 있었다.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빼꼼 내밀어본 그의 안색은 다행이 어제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아마도 남망기가 무언가 많은 것을 해주었겠거니. 겉으로 봐서는 꿈쩍도 안 하는 남망기였으나 위무선의 안색은 나아졌으니 괜찮을 일이었다. 


“위 선배, 괜찮아요?” 

“응? 아이고, 안 괜찮아. 너무 아프니까 오늘은 낭군 팔에서 안 내려오련다.” 


농담을 하는 걸 보니 좀 괜찮아졌네. 남경의가 입술 한쪽을 씰룩이며 하는 소리에 남사추는 웃음을 참았고 금릉은 어쩐 일로 남경의에게 동의하며 크게 끄덕였다. 


“너도 맞는 말을 하네.” 

“뭐래, 그럼 언젠 틀린 말을 했냐?” 


남경의와 금릉이 한동안 팔꿈치로 서로를 밀어대는 동안, 남사추는 함광군과 함광군에게 안겨있는 위무선에게 정중히 몸을 숙여 동시에 인사했다. 잘 잤어? 사추. 잔뜩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잊지 않고 안부를 묻기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 그래. 그래서 그 압골마자는? 내가 열어보지는 말라고 했을 텐데.” 

“네. 하지만 문령을 통해서 사연을 들었고 제령해서 보내줬어요.” 

“그래? 잘했어. 사실 난 너희가 정말로 그 관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면 일어나서 한 소리 크게 해주려고 했지.” 


남사추는 잠시간 아, 하고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야렵을 핑계로 하는 위무선의 동행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그는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이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알려주곤 했다. 어제는 미처 그럴 기회도 없었지만, 그럴 걸 알았기에 소년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관을 열어보지 말라, 그 말은 열어보지 않고도 방법이 있을 테니 알아서 머리를 굴려보라. 멀쩡했을 일이라면 약을 올려가며 들었을 말이지만,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법이었다. 새삼 남사추는 금릉에게 연락을 보낸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금 공자 덕분이에요.” 

“금릉?” 

“네. 나중에 물어보시면…….” 

“아마 이야기 안 할 걸. 부끄러워가지고. 나중에 놀릴 수단으로 쓸 테니까 어떻게 했는지 방법이나 알려줘.”


압골마자의 문령 내용은요? 그렇게 뒤이어 물어보려다 곧 이 또한 필요없는 질문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아마도 관에 눌리고 팔을 뻗어 귀의 손을 맞잡았을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 


관 속에 들어 있던 것은 죽은 지 몇십 년은 지났는데 묫자리가 사라져 관만 흘렀다고 한다. 돌보아 주는 이가 없어 무너진 흙 아래에서 비가 많이 오던 날 흐르는 산들과 같이 흘러버렸는데, 원래의 묫자리로 되찾아 갈 수 없어 그렇게 관과 함께 떠돌았다고 했다. 비가 오던 날에 흘렀다고 관 속에도 물이 차 아주 무거워져 움직이기 힘든 까닭에 어느 순간 이 마을에만 머무르게 되었다고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관과 귀가 붙어버려 가는 곳마다 떨어질 줄을 몰라 무언가 전하려면 관을 열고 모습을 내보여야 했다. 그러나 모습이 끔찍하기에 보는 사람마다 거품을 물다가 눈을 뒤집고 죽었다고 한다. 관 속의 귀는 그저 제가 묻힌 땅을 되돌아가고 싶으나 방법이 없으니 관에서 떨어져 이제 그만 이승을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산 것도 아니요 땅 위에 들러붙을 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몰라 풀어볼 것도 없을 한만 쌓여갔다고 했다. 그 말에 위무선은 조금 웃어 보이고는 남망기의 가슴께에 제 이마를 기댄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럴 생각이 없었을 게야. 처음부터 압골마자도 아니었을걸? 아마 그 귀가 관과 함께 떠돌아다닌 건 자기가 말한 시간보다 더 오래되었을 거야. 귀 중엔 제가 생각하는 시간만큼만 반복해서 떠올리는 종류도 제법 되니까. 그래도 좀 볼만한 형태였을 때가 있겠지만 떠다니는 관이 어디 평범한 민가에서 백일 백날 흔하게 볼 일이야? 그러니 당연히 안 좋은 소문이 붙겠지. 귀신 붙은 관이 떠돌아다닌다는 말.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상상하기 마련이니까 이것저것 더해지겠지. 끔찍하다던가, 사람을 죽인다던가, 너희가 본 모습의 그대로의 말들이었을 거야. 그런 거랑 별개로 날 덮쳐버린 건 뭐……일종의 사고랄까. 내가 원기를 다루다보니 그냥 한 순간에 귀도 무거워졌다, 갑자기 형태가 더 확실하게 잡히면서 무게가 생긴 거라고 봐도, 뭐 그리 생각하면 돼.” 

“실제로도 그랬어요. 제령했을 때 관이 열리고 사라진 혼은 그냥 백의를 갖추고 수염을 기른 노인이었습니다. 생전에도 평범하게 살다가 죽고 가족이 장례를 치러준 것 같았어요. 그런데 왜 저희가 본 건 그렇게 끔찍한……모습이었을까요?” 


그 말에 위무선은 조금 웃어 보이며 남망기의 가슴께에 제 이마를 기댄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문이란 게 힘이 있거든. 그저 이제 그만 이승을 떠나고 싶었을 귀였지만 소문은 그 귀를 사람 죽이는 악령으로 바꾼 거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한 형태로 바꿔버리기도 해. 말이란 게……원래 그래.”


그건 사람이든 귀신이든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야. 위무선은 그렇게 말하며 꿈벅거리던 눈을 감았다. 말하다가 지쳤는지 뒷 말은 거의 늘어진 채 어물거렸다. 어느새 잠이 든 모양이다. 멀쩡한 척하고 있어도 역시 크게 다친 뒤의 몸이었던지라, 남망기는 그런 위무선을 깨우지 않은 채 고개를 조금 까딱이며 이제 그만 출발할 것을 일렀다. 


남사추가 돌아서서 남경의와 금릉에게 말을 전하려고 했을 때 둘은 아직까지도 팔꿈치로 서로를 치대며 투닥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 압골마자이니 관이니 하는 것들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했다.








 


 


얼마 뒤 고소 운심부지처 정실 안에 함지로 감싸인 작은 단지가 도착했다. 도착한 단지는 뽀얀 상아빛에 금성설랑이 그려져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물건임을 알았지만 그 안에 든 것을 열어본 위무선은 크게 웃으며 곧바로 종이와 붓을 찾아 서신을 적기 시작했다. 글씨는 손으로 쓰면서도 적으려는 말은 입으로 줄줄 불기를 그치지 않았기에 작은 선물을 들고 직접 정실을 찾아온 남사추는 결국 그 서신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두 다 알 수밖에 없었다. 


아릉, 칭찬해주겠다고 하니까 도망가며 내 뺄 때는 언제고 이런 깜찍한 선물을 보내다니 이 위 모 씨가 어디 또 크게 다칠까 봐 걱정이라도 한 거야? 그러고 보니 너희 금린대에서는…….


열어젖힌 채 아직 닫지 않은 작은 단지 안을 묵직하게 채운 것이 무엇인지는 남사추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정실을 가득 채운 단향목 향내 사이에 은은하게 퍼지는 또 다른 향은 선물을 보낸 사람이 어떤 마음을 담았을지 짐작하게 할 만한 것이었다. 봄을 담은 그 향은 참으로 따뜻했다. 모란의 향이었다.











춘풍추우春風秋雨 어느 가을 밤

- 말을 담은 관 完


  • 시간이 꽤 흐른 후의 어느 가을 밤 야렵일지.
  • 압골마자壓骨磨胔(링크 참고) : 기존 원형에 조금 상상을 덧댔습니다.

잡식성 독거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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