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씨발-.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왜 나는 이 자리에 불려 나와 이 상황에 놓인 것인가. 침착하자 켄지, 아니 그래도 이건 생각할수록 열받는데??


“여어- 우리 신입생 대표 아냐??”

“한 잔 받아야지”


한 잔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고 싶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널브러진 사람 반 좀비 반 그리고 술이 넘실대는 잔을 들고 ‘한 잔 해야지’하고 소리치는 -아마도-선배. 없던 두통이 몰려오는 거 같아서 머리를 집었다.


- 씨발. 내가 그 카마사키 상이 보고 싶어질 줄이야.


으득. 절로 이가 갈린다. 신입생 환영회 같은 건 누가 만든 것인가. 그것도 남초 과에서, 남자들만 드글되는 곳에서. 선배-새끼-란 작자들이 뜬금없이 경영학과 신환회-경영과 신입생 중에 여신이 있다더라-랑 같이 하겠다고 한 거 같은데. 이 상황을 보자 하니 그냥 답이 없다.


“어휴”


“ㅇㅔ이잉 우리 후배니임 왜 한숨을 쉬고 그래~ 한잔 쭉쭉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자니 옆에 언제 들러붙었는지 모를 선배-씨발!-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술잔을 내민다. 아 술 냄새 진짜. 나에게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떼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꺄아아-”

“선배님~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너무 늦게 온 거 아니냐”

“미안 미안 교수님이 잠깐 부르셨어서..그리고 원래 주인공이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차라리 집에 가는 길에 캔맥주 하나 사서 집에서 밀린 예능이나 볼걸.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자리에 나와있는가. 아까 필사적으로 그냥 도망쳤어야 했다. 몇 시간 전의 니로 너 때문이다. 하도 소란스럽길래 막 들어오는 사람-자칭 주인공이라는-을 쳐다보았다.


“에..에엑?”

“어..?”

“세죠의 재수 없는 세터!”

“다테의 어그로!”

“네가 왜 여기 있어??”

“당신이 왜 여기 있어??”


입구 쪽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온 사람은 아주 잘 안다면 아는 사람. 오이카와 토오루였다. 아니 왜 이 인간이 여기에 있는 건데? 예나 지금이나 짜증 날 정도로 뺀질거리는 면상은 변함이 없었다.


“오이카와 아는 사람이야?”

“후타쿠치 오이카와를 알아?”


옆에 있었던 반 좀비화됐었던 선배 하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쫑알거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오이카와 토오루는 교내 아이돌-요즘은 개나 소나 아이돌인가 보다.-이라고 하더라.


“다테의 니로쨩을 여기서 볼 줄 몰랐는걸~”

“용케 이름 기억하시네요.”

“오이카와 상의 기억력을 무시하지 말라구”

“아 예”


언제 놀랐었던 것 마냥 그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뺀질거리는 게 속이 뒤틀렸다. 역시 저 얼굴 재수 없다. 마주쳐도 할 말도 없는 사람이기에 대충 대꾸해주고 앞에 놓였던 잔을 들어 마셨다. 크으 쓰다. 누가 말은 거냐. 소맥이라면서 순 소주잖아.


“오~ 니로쨩 한잔 더 받아”

“..싫은데요”

“오이카와 상이랑 짠해줘야지!”

“왜죠?”

“그야 니로쨩은 내 후배고..오이카와 상은 니로쨩의 선배니깐..?”

“저 오이카와 상 후배 아닌데요”

“엑? 오늘 우리 과 신환회라고..”

“경영학과 신환회는 저쪽. 여기는 컴공과 신환횝니다만”


물론 오이카와가 말한 대로 경영학과 신환회가 열리고 있긴 했다. 단, 오이카와가 자리 잡은 곳은 내가 앉은 테이블의 맞은편으로 오이카와가 -아마도- 속한 경영학과는 반대쪽 테이블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내 쪽으로 와서 자리 잡은 오이카와는 컴공과 신환회에 앉아있었다는 점이다.


“괜히 세죠의 에이스가 쿠소카와라고 하는 게 아니었네요.”

“진짜 니로쨩 싫다”

“이하 동문입니다 선배님~”


그 곱상한 얼굴을 작게 찡그리는 게 맘에 들어서 술잔을 들며 킬킬대자 오이카와는 내 앞에 있던 마른안주를 씹으며 입을 삐쭉였다. 이내 오이카와네 학과 쪽 사람이 오이카와를 데려갔다. 오이카와는 내 쪽을 힐끗 돌아보더니 자신을 데리러 온 사람을 따라 테이블을 옮겼다.


“후타쿠치 어떻게 아는 거야 쟤랑?”

“오이카와랑 아는 사이였어??”

오이카와가 자리를 뜨자마자 득달같이 몰려서 와서 그와의 관계를 물어봤다. 씨-발 다시금 몇 시간 전의 나를 때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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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이 가기 전에 드디어 하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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