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발레'를 하는 남자 무용수들이 중점이 되는 세계의 이야기 입니다. (외국인이 등장하지만, 외국어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 강압적인 장면(체벌 장면 묘사, 강압적 분위기 등)이 등장합니다.
제 글을 처음 읽으시는 분은 꼭 공지사항 참고 후 읽어주세요. 발레에 '발'자도 모르는 사람 입이다. 어색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작가의 가치관이 글에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김해늘."



모든 일과가 끝나고 텅 빈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었던 해늘은 유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자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이제 막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건지 유혁은 문 앞에 삐딱한 자세로 기대서서 해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오셨어요? 아까 레슨 시간에도, 집에서도 만나는데 뭐가 그렇게 반가운 건지 해늘은 참 밝게도 웃으며 유혁에게 뛰어갔다. 들어오다가 잠깐 본 해늘의 춤이 아직도 무거워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혁이었지만, 자신을 보자마자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 모습에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맨날 보는데도 반갑냐?"

"전, 쌤 매일 봐도 봐도 좋은데요?"

"매일 혼나는 주제에. 너도 참 속도 좋다."



그건, 제가 못하는 건데요 뭐. 자기가 말하고도 뻘쭘했는지 코를 만지던 해늘은 참 밝게도 웃었다. 그래서일까 유혁도 해늘이 좋았다. 자신을 무서워하면서도, 마냥 어려워하지만은 않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춤에도 재능이 있어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익혔다. 그러니 유혁이 춤에 있어서는 해늘에게 엄하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네?"

"몸이 왜 이렇게 무거워. 너 어디 다쳤어?"



그 사이 또 보신 건가. 해늘이 침을 꿀꺽 삼키며 다친 곳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유혁이 오기 직전에 바뜨망 연습을 하다 허벅지에 무리가 왔는지 찌릿찌릿했었다. 바로 동작을 중단하고 이곳저곳을 눌러봤지만 다행히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그저 조금 놀란 것 같았기에 평소보다 동작을 가볍게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유혁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을테지.



" 진짜? "

" 네, 진짜인데.. "



어색하게 웃는 해늘이 아무래도 수상했지만, 자기가 괜찮다니 뭐 가볍게 넘긴 유혁은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연습실을 나섰다. 오늘은 유혁이 오후 연습이 없는 유일한 날이었기에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평소에 낯선 동네에서 혼자 밥을 사 먹다가 유혁과 같이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 뭐 먹을까. "

" 음... 오늘은 집에서 먹어요! "

" 집? "

" 네, 매일 사 먹었더니 집밥이 그리워서요. "



집에서 먹으라고 반찬도 만들어놨는데도 해늘은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잘 먹지 않았다. 시켜 먹거나, 밖에서 혼자 먹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걸 유혁도 알고는 있었지만, 해늘이 집에서 혼자 먹는 게 싫다고 했으니 굳이 챙겨 먹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 이번 주는 어디에서 먹었어. "

" 코쿤에서요. 콜리 셰프가 맛있는 거 해주셨어요. "

" 곧, 이 동네 요리사들이랑 전부 친구 할 기세네. "

" 안 그래도... 다들 저만 보면, 왜 안 오냐고 그래요. "



해늘이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하자 유혁이 코웃음을 쳤다. 좋겠네. 유혁이 제 말에 공감해주자 해늘은 싱글벙글 웃으며 종알대기 시작했다. 어떤 음식점은 이게 맛있고, 어떤 곳은 그게 유명하고 해늘이 신나게도 떠들어대자 유혁은 못 말린다는 듯 작게 웃었다. 가자, 나와. 해늘이 연습실을 정리하고 함께 집을 가면서도 입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김해늘 시끄러운 거야 일상이었던 유혁은 그냥 묵묵히 길을 걸으며 가끔 답을 해주는 게 다였다. 그 길로 마트를 들려서 재료를 사고, 집에 들어가서 함께 요리를 한 후 저녁을 먹었다.



" 안녕히 주무세요. "



저녁을 먹은 후, 후식까지 알차게 챙겨 먹은 해늘은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 하루는 유혁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하며, 매일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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