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복슬한 작은 여우,

사뿐히 발걸음으로 어딜 돌아다니느냐.

어여쁜 모습으로 누구를 속이려고 하냐.


고양이도 죽일 호기심에 너를 보았다네.

짝도 없는 여우, 대체 어떤 여우일꼬.

정직하기만 한 여우, 어떤 여우일꼬.

 

호기심이 가득하던 눈길은 애정이 묻어나오고

눈요깃거리이던 여우는 지켜주고픈 여우가 되고

여우의 인생에는 언제나 구름이 끼어있게 되었다네.

 

 

어느덧 네 발걸음에 맞추어 나도 하늘을 누비고

어느새 네 울음에 맞추어 나도 바람을 부르네.

홀리려 하지도 않은 여우에게 내가 홀려 버렸지.

 

네가 울면 나도 울어 비가 내리고,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해가 비치고,

네가 화나면 나도 화에 천둥을 치네.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했다네.

그 여우는 언제나 하늘을 보며 울음을 보내 주었으니.

그 여우는 언제나 붉은 털빛을 하늘에 비춰 주었으니.

 

복슬복슬한 작은 여우.

사뿐한 발걸음으로 짝과 어딜 가느냐.

어여쁜 모습으로 왜 날 떠나려느냐.

 

네 행복을 위해 햇볕을 비치리다.

모두 행복할 나날을 위해, 구름을 지우리다.

여우 동굴에 집안 차릴 적에는, 홀로 우리다.

 

여우도 그 짝도 모르게 잠시 눈물 흘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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