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5일 브런치에 게재한 리뷰입니다.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ATEEZ - TREASURE EP.3 : One To All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인트로 곡 'Intro : Long Journey'로 시작했던 트레져 시리즈는 선동적이고 거칠면서도, 트로피컬하고 시원한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프로젝트였다. [TREASURE EP.3 : One To All]는 전체적으로 후자의 요소에 주목한 앨범이다. 3번 트랙인 'Crescent'와 4번 트랙이자 두 번째 타이틀 곡인 'WAVE'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이어가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여름 시즌송의 정서를 돔 더 강하게 담고 있다. 다른 곡들에서는 더욱 전형적인 여름 시즌송의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DNA'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UTOPIA'와 레게풍의 리듬과 부드러운 라인이 특징적인 'ILLUSION'의 만듦새는 나쁘지는 않다. 서정적인 기타 리프가 이어지다 다이나믹한 리듬과 신스 사운드를 결합하는 'AURORA'는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곡이다. 단지 이전까지 에이티즈가 쌓아 올리던 음악적 특징과 서사를 찾아볼 수 없을 뿐이다. 곡들의 완성도가 준수한만큼,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다 휴양지에서 멈춰버린 것 같이 외길로 빠진 트랙 배치와 A&R이 아쉽다. 준수한 곡들을 만들고 멤버들의 역량에 맞춰 프로듀싱하는 능력은 이미 증명했으니, 기획을 이끌어나가는데 좀 더 강단을 보여야 할 차례다.

옹성우 - THE LOVE OF SUMMER : THE STORY

'Energetic'을 함께한 플로우 블로우와 후이가 함께한 곡인만큼, 곡의 흐름과 사운드에서 워너원 시절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는 곡이다. 워너원을 함께한 멤버들의 워너원 시절의 흔적을 빠르게 벗어나 자신들만의 영역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옹성우의 행보는 매우 눈에 띈다. 드라마틱한 음색과 스킬을 가지고 있던 멤버는 아니지만 곡 전체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보컬도 그의 후속 활동을 기대하도록 한다.

우희 - Cafe Romance

레트로 풍의 사운드와 멜로디 라인이 곡을 작업한 동네청년의 특징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의 음악들을 안 좋은 의미에서 연상시키는 멜로디 라인이 몹시 아쉽다. 곡의 중간중간 재즈 인스트루멘탈로 전환되다가도 근과거에 양산되던 대중음악으로 다시 돌아오는 구성은 두 보컬의 존재감마저 반감한다. 우희와 더 레이 두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 트렌드도 놓쳐버린 것 같은 프로젝트.

유노윤호(U-KNOW) - True Colors

태민의 첫 솔로곡인 '괴도(Danger)'가 마이클 잭슨과 섹슈얼 텐션을 오마주하고 계승했던 것처럼, 타이틀 곡이자 인트로 곡인 'Follow' 역시 그러한 기획 아래에 있다. 물론 2014년의 태민보다 훨씬 능숙한 스킬과 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동방신기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유노윤호만의 섹슈얼리티 역시 진하게 녹아있다. 절제된 비트와 사운드와 낮고 둔탁한 보컬로 시각적인 자극 없이 성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 역시 눈에 띈다. 이 분위기는 'Blue Jeans'로 이어지는데, 역시 마이클 잭슨의 호흡과 긁는 듯한 목소리를 오마주한 듯 한 보컬이 특징적이다. 보아와 함께한 'Swing'에서는 비교적 정제된 섹슈얼 텐션을 보여주고 있고, 그루비한 기타 사운드와 풍부한 호흡의 보컬이 대조적인 '왜(Why)' 역시 세련된 수준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마이클 잭슨의 성추행 혐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여성의 신체에 대한 물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 이 시점에서 그의 음악을 계승하고 성적 물화적인 가사를 담은 곡들을 만들고 발표했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태민의 'MOVE'나 보아의 'KISS MY LIPS'와 같이 전형적이지 않은 섹슈얼 텐션의 곡들을 선보여온 회사인 만큼 방향성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샤이니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불러'와 90년대 말 2000년대 초 SM의 발라드를 떠올리는 'Change The World'는  흥미롭지만 왜 앨범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곡들.

NOIR(느와르) - ABYSS

데뷔 앨범인 [Twenty's Noir]부터 2010년대 초반의 보이그룹들이 시도했던 거친 사운드와 컨셉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타이틀 곡과 이미지와는 다르게 평이한 완성도와 사운드의 수록곡들 역시 그대로이다. 느와르라는 키워드를 테마로 갱스터나 파일럿, -보도자료에 따른 표현인- 옴므파탈 등 강하고 나쁜 남자라는 전형적인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은 나름의 차별화로 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다른 보이그룹들이 이미 과거에 시도했던 컨셉과 장르, 사운드를 변주 없이 재생산하면서도 중심 컨셉이 '느와르'임에도 실제 느와르와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 컨셉과 서사는 차별화 시도의 맥을 끊는다. 이미지 정체성과 A&R을 하나로 묶는 뚜렷한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전소미 - BIRTHDAY

테디가 프로듀싱한 여성 아티스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탄력 있고 키치한 창법의 전소미가 조금은 낯설다. 그렇지만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시도해오며 경험을 쌓은 만큼 곡과 컨셉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다. 오히려 전소미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그의 보컬을 잘 들을 수 있다.  전소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인 '어질어질(Outta My Head)'은 보컬과 진행에서 JYP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펑키하고 그루비한 곡의 진행이 인상적이다. 선미의 영향이 목소리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내추럴하고 활발한 전소미의 에디튜드와 잘 어우러진다. 그렇지만 모든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균일한 보컬과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프로듀서 테디의 방식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가장 나쁜 타이밍에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작업물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을 만든 기획사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솔로로서의 디스코그래피를 시작한 상황과 환경이 좋지 않지만, 선미와 청하를 이어 유니크하고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다음의 활동을 기대한다.


트위터 : Lirio_0315

리리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