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 안녕하세요. 흰사월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찾아뵙는 기분이네요.

다들 여름 한가운데에서 잘 계실까요?


오늘 <황제의 토파즈> 단행본이 리디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외전까지 연재 회차로 총 127화, 단행본으로는 4권이며 외전만 19세 이용가입니다. 외전은 리다무로도 17화 동시에 오픈되었습니다.

단행본 작업을 하며 새롭게 소제목을 붙이게 되었는데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목차]

01. 저주받은 숲의 숲지기

02. 리스타브 영지

03. 썩은 장미 거리의 소매치기

04. 마법사 납치 사건

05. 양탄자 공장

06. 동쪽 호수의 인어

07. 카르예니프의 짧은 여름

08. 미리암 공작성

09. 에델티움 내전

10. 최후의 격전

외전 01. 황제의 검, 혹은 정인

외전 02. 바이델에서의 여름휴가


본편에서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외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가 없으면 섭섭하니 외전 일부만 발췌해 보겠습니다.


[외전 미리보기]


토파즈는 난간을 붙들고 가볍게 뛰어내렸다. 열려 있는 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자 두 발이 푹신한 카펫 위에 닿았다.

“……!”

황제의 집무실을 지키던 친위기사 두 사람은 창문으로 불쑥 쳐들어온 인영을 보고 검집 위에 손을 얹었다가 다시 내렸다. 방어 마법으로 지켜지고 있는 집무실에 들이닥쳤다는 것은 출입을 허락받은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감히 황제의 집무실에 창문으로 드나드는 극악무도한 행위를 일삼을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오셨습니까? 토파즈님.”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를 타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얼굴로 서류를 뒤적이던 황제가 저토록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응.”

토파즈가 창틀에 닿았던 옷을 툭툭 털며 대답했다. 번거로운 출입 절차를 거쳐 빙빙 돌아오는 것보다는 이쪽이 확실히 편했지만, 카르옌의 곁에 하란이나 메르디나가 있다면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집무실을 지키고 있던 두 기사는 못마땅한 눈으로 토파즈를 쳐다보기는 했지만 곧 얌전히 집무실 밖으로 물러났다.


(중략)


“……잠깐만.”

“왜 그러십니까?”

대꾸하는 목소리는 나긋했지만 성의가 없었다. 그의 입은 어깻죽지를 씹어대며 자국을 남기느라 바빴다. 무릎을 쥐고 있던 손이 더 아래로 내려와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올렸다. 명백한 함의가 담긴 손짓이었다. 토파즈는 멈칫하며 제 다리 사이를 지분거리는 팔을 붙들었다.

“설마…… 네가 박겠다고?”

미간을 좁히며 묻자, 카르옌이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야 능숙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까마득히 연상인데다 체력도 토파즈가 훨씬 좋았으니, 그는 카르옌이 얌전히 누워 있기만 해도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자신이 있었다. 토파즈는 차분히 카르옌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카르옌이었다.

“저야 토파즈님과 닿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카르옌이 눈꺼풀을 애처롭게 떨며 덧붙였다.

“토파즈님께서 하셨다가는 제 몸이 남아날지 걱정이네요.”

“…….”


***


연약한 마법사의 몸이 똑 부러질까 봐 수가 되기로 결심한(…) 미남용병수의 이야기를 비롯해 소소한 후일담이 담겨 있으니 외전도 잘 부탁드립니다.


본편 완결 당시에는 미처 쓰지 못한 작품 후기와 (제맘대로) Q&A도 아래에 몇 자 적어봅니다. 중요한 스포일러는 없도록 작성했으나 작품을 감상하신 후 읽는 쪽을 추천해드립니다.


[후기 및 Q&A]


Q. 작품/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

A. <황제의 토파즈>라는 이야기를 처음 떠올린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 확인 가능한 기록에 따르면 2021년 2월경에 이야기를 정리해둔 흔적이 있네요. 구상한 지 약 2년 만에 겨우 내보인 셈입니다. (사실 전작인 <애도하는 너에게>도 2018년쯤 1화를 써놨던 글을 2021년에 보여드린 것이므로 제게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판타지 배경의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기엔 역량이 모자란 것 같다’는 생각에 번번이 미루곤 했습니다. 아마 작가라면 한 번쯤 욕심과 역량 사이의 간극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글에도 적기가 있는 것인지, 실제로 ‘지금은 이 글을 써야 하는 타이밍!’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언제 어느 때든 결국 쓰다 보면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황제의 토파즈>는 부족하더라도 지금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는 각오로 시작한 글인데, 그동안 써온 작품들보다 세계관이 방대한 데다 사건의 비중이 커서 그 어려움이 유독 크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현실성과 재미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지, 조연들의 이야기는 어느 선까지 담아야 할지, 세계관은 어디까지 설명해야 피로하지 않을지 등등 크고 작은 고민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배경이든 장르가 BL이고 결국 사랑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 인물의 서사에 가장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그 부분에서만큼은 큰 아쉬움이 남지 않네요. 여러분도 토파즈와 카르옌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어 주셨다면 좋겠습니다.


두 캐릭터를 구상하게 된 특정한 계기는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예전부터 판타지물을 쓰게 된다면 꼭 공은 마법사이고 수는 검사여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마법사와 용병’이라는 가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을 만큼요.


저 같은 경우 작품을 구상하다 보면 이야기를 시작하는 도입부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때가 많습니다. <황제의 토파즈>에서는 한밤중에 숲에서 정체불명의 검사, ‘수(토파즈)’를 맞닥뜨리는 장면이 명확하게 떠올라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그 결과 웹소설에서 웬만하면 피해야 할 도입부 1순위, ‘조연 시점에서 작품 시작하기’라는 행동을 해버리고 말았네요……. (물론 제맘대로 랭킹이며 저는 조연 시점에서 시작되는 수많은 작품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며 바꾸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이 장면이 아니면 안 된다고 작품이 자기주장을 하는 바람에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60화 이상의 원고를 독자님들의 반응 없이 혼자 써보게 된 것이라 잘 나아가고 있는지 염려가 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취향에는 맞으리라 생각하며 최대한 즐겁게 써보았습니다. <스위트 낫 슈가> 때부터 쭉 곁에서 서포트해 주신 저의 담당 편집자님의 도움도 무척 컸는데요,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해봅니다.


Q. 제목 및 등장인물 이름 비하인드

A. 연재분 97화를 읽어 주신 독자님들은 답변을 쉽게 짐작하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등장인물 이름은 글을 먼저 집필하다가 나중에 짓는 편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등장인물 이름 비하인드 게시글 참고) <황제의 토파즈> 역시 집필 초반에는 공/수, 마법사/용병 등으로 지칭하다가 나중에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아마 작품 내용을 모르는 분들은 ‘어떻게 수 이름이 토파즈…….’ 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토파즈에게는 원래 ‘토파즈’가 아닌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파즈가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다 보니, 누가 지어줬든 조금 더 쉽고 직관적인 단어를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진 사물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급적이면 수의 빨간 머리칼과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임페리얼 토파즈(Imperial Topaz)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연재분 97화에 나오는 카르옌의 대사가 떠올랐고, 수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이 동시에 결정되었습니다.


임페리얼 토파즈는 붉은빛을 띤 주황색 토파즈를 일컫지만 실제로는 주홍빛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만 설정상 토파즈의 머리칼은 그보다 훨씬 짙은 붉은색입니다.


참고로 토파즈의 머리칼이 꼭 빨간색이어야 했던 이유는 피가 묻은 것처럼 붉은색이라는 특징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는 색이기를 바랐고, 늘 전장에서 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반면 카르옌의 경우 황자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전통 혹은 편견을 그대로 차용해 금발에 벽안이라는 설정이 되었습니다. 토파즈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기 전까지, 카르옌 본인은 내심 지긋지긋해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네요. (물론 미모에 대한 자신감은 그와 별개입니다….)


카르예니프의 이름은 히브리어 단어에서 따왔습니다. 이름은 영광을 뜻하는 ‘예카르’에서, 성은 마법사를 뜻하는 ‘카샤프’에서 왔습니다. 다섯 글자 이상일 것, 줄여서 불렀을 때도 예쁠 것 등 기준을 가지고 조합해 보다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예쁜 발음을 중점적으로 고려했습니다.


Q. 직업 반전 AU

A. 아마 토파즈가 황자이자 마법사이고 카르옌이 빈민가 출신의 검사였다면… 잠행을 나온 토파즈가 어린 카르옌을 주워다 황궁에 데려다 놓고 키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모험물이 아니라 황궁 암투물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 천하제일미(美) 호위 기사 카르예니프의 황제 폐하 차지하기 대작전…….


공수의 직업/나이 반전이나 다양한 AU를 상상하는 일도 꽤 즐거워하는 편인데, <황제의 토파즈>는 신기할 정도로 다른 버전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지금의 설정이 아니었으면 절대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았을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간단한 프로필(생일, 키)

A. 

-생일

두 사람 모두 생일은 1월 1일입니다. 토파즈의 경우 태어난 날짜를 몰라 동생과 임의로 정한 생일이고, 카르옌은 새 시대의 상징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년 첫날에 태어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두 사람은 매년 함께 한 살을 먹게 되었네요. 즉위 후 황제의 탄신연이 열려도 카르옌은 본인 생일은 뒷전이고 토파즈의 탄생을 기념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습니다.


-키

작중에서 두 사람의 키는 일부러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서양풍 판타지 작품인 만큼 독자님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더욱 즐거우리라 생각했습니다. 토파즈의 키는 180cm 이상이며, 두 사람의 키 차이는 10cm 미만이라는 설정만 밝혀두도록 하겠습니다. (토파즈<카르옌)


-취미

토파즈: 체력 단련, 검술 훈련, 일대일 혹은 일대다 대련, 기타 훈련.

카르옌: 토파즈 훔쳐보기, 쓸데없는 마도구 개발하기, 변장하고 황궁 밖 쏘다니기 등등.


-주량

토파즈: 살면서 취해 본 적 없음. 토파즈뿐만 아니라 많은 정예 검사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카르옌: 와인 두어 잔 정도이나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체질. 특정인의 앞에 서면 주량이 유독 약해지는 (혹은 그런 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추가 외전 계획

A. 쓰고 싶은 내용은 있습니다만, 저의 일정과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가능성은 열어두겠습니다. ←이렇게 적어두면 조금이라도 쓸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 말씀드려 봅니다. 남은 일은 미래의 저에게….


Q. 차기작 계획

A. 차기작은 하반기 중으로 천천히 집필을 시작할 예정이라 내년쯤에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피아니스트 공과 클래식 피아노 전공 음대생 수가 나오는 현대물 작품인데요, 이 작품도 거의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작품이라 얼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정성껏 써서 또 좋은 작품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간이 나오면 전작도 함께 찾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 할인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리디북스에서 <애도하는 너에게>와 <스위트 낫 슈가> 30%, <별의 생존기> 50% 할인으로 모든 작품이 재정가 이벤트에 참여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간 이벤트 페이지가 아닌, 마크다운 이벤트 페이지에서 세트로 구매하셔야 30% 이상의 할인가가 적용되니 이 점 유의해 주세요.)


또한 <황제의 토파즈>, <애도하는 너에게> 두 작품 함께 조만간 리디북스 외 타 플랫폼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을 예정이니 이 부분도 구매에 참고해 주세요.


언제나 넘치는 애정과 관심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다음에 더 재미있는 글로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8월 1일 <애도하는 너에게> (외전2 제외), 8월 7일 <황제의 토파즈> 단행본이 YES24에서 출간되었습니다. 9월부터는 다른 플랫폼에도 모두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다만 <애도하는 너에게> 외전2는 리디 독점 기간으로 인해 9월 이후 타플랫폼에 풀릴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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