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로트발트 성 탑 꼭대기







방 안에 있는 유일한 조각창 하나.

그 마저도 두꺼운 쇠창살로 얼굴 하나 내밀 틈 없이 막혀있다

녹이 잔뜩 끼어있는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이것 저것 가져다 부딪쳐 보았지만 희망만 처참히 부서져 버렸다


침대와 혼자 쓸만한 작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벽에 걸린 거울 하나뿐.

방의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없고.


아침되어 백조로 변하기 전 무언가 해보려 육중한 문을 향해 몸을 아프게 날려보았으나.

역시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음


저희의 우두머리 왕자가 갖혀 있음을 알고서는 탑 꼭대기엔 쉬지않고 백조들이 빙빙 돌며 날아들었다

구슬픈 목소리로 울어대면서.



낮 동안에는 백조인 채로 침대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이었고.

이따금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주변을 배회하는 다른 백조들을 바라보았다



지난 세월을 어떻게 흘러 왔는지.

이제는 저주에 걸리기 전의 기억은 거의 잊어버려 생각 나지도 않아.



깊은 숲속에서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 해가 떠오를때면.

햇살이 몸에 닿아오는 곳곳이 서서히 간질간질 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쭉 늘이며 기지개를 켜고 나면.

어느새 날개를 크게 들어올리고 몸을 부르르 털고있는 백조의 몸이 있는 것이었다




긍정적으로,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면서 살아온 십년 이었지만

왕자라는 사람이 나타나자 희미해진 희망에 불이 확 붙고 말았다

여기서,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진 것.

언제가 끝이 될 지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가 해 줄수 있을것 같았다




돌로 된 바닥에 창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창으로 들어오는 귀한 햇살에 조금씩 붉은색이 섞여가고 이윽고 빛이 모두 사라져 어둠으로 뒤덮이자.

오데트진 번쩍 고개를 들었음

백조의 시간동안 느리게 흘러갔던 머릿속이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음


‘여기서 나가야 해’

‘왕자를 만나러 가야지’


마지막  출구인 저 육중한 문을 바라보고는 한발씩 천천히 뒤로 걸었다

벽에 발 뒤꿈치가 닿을때까지.

두어번 심호흡을 하고는 힘껏 달려가 문에 몸을 갖다 박았다 





‘쿵 !’




















탁한 울림이 꽤 크게 울려퍼지고 정적.

충격이 컸던 것인지 한동안 움직임 없이 고요했다

‘끄으윽’ 힘든 소리를 내며 엎어진 오데트진이 바닥에 손을 짚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때.

가만히 벽에 걸려있던 거울이 빛을 내며 밝아져옴




“ .......?! “





그 거울은 오딜의 방에 걸려있던 것

마치 오딜의 시야와 동기화 되어 있는듯,

거울은 화면처럼 왕자의 성으로 보이는 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회가 펼쳐지는 큰 홀과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족영애들.

그리고 왕좌에 앉아있는 여왕과 왕자가 보였음




“어떻게 이곳에.......! 오데트진 님 “



“오딜이에요”



















“안돼,아니야 ..........!”



오데트진은 일그러진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다시 주저앉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너무 믿었던 탓일까.

오딜의 마력이 그렇게 강력했을 줄도 몰랐고.

아니,그렇다 해도 어제 밤 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결정적으로 나는 남자이고 오딜은 여자인데.....







“저는 왕자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 인걸요~~”



“원하는.....모습...이요...?”








그리고 뭔가 평온을 찾아 안심한 듯한 왕자의 표정을 보고는 더 이상 희망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그래도.... 어제는 분명 나한테 푹 빠져서꼭 결혼하겠다던 인간이었는데.....

배신자 같은녀석,뼈테로였을 줄이야.

여왕의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고 결혼을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연회의 들뜬 분위기를 지켜보며 오데트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거울에 오딜의 손에 석궁이 들려있는 것이 보임

화살을 장전하고는 테라스 밖 밤하늘 어딘가로 석궁을 조준하는것 이었음


밤하늘 사이에 작게 보이는 검은 무언가.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허공으로 날아가고 검은 물체가 아래로 가라앉는 듯 하더니 다시 떠오름

그리고 두번째 화살은 정확히 그것에 박혔음

깃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이 천천히 눈에 담기고.






“ 이럴수가……….”


“로,로ㅌ.....뷔 !!  ”









오데트진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벌떡 일어났음

너무 놀라서 눈물이 멈췄음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5부








잠시 정신이 나갔다 들어온 것 같았다



“진정해,진정해봐 진아.....생각,생각해야 해....”




로트발트 뷔는 어떻게 됐을까....살아있을까...

뷔가....뷔가 죽으면,죽으면,죽으면.......?

잠깐,그러면 나는 ?????

저주가 끝나지 않아!

그,그렇다면 뷔를 구해야돼....뷔가 죽으면 안돼.

찾아야 돼,살려야 돼 !!




로트발트 뷔가 이대로 죽어버렸다면

나는 이 탑에 갇혀서 죽는건가.....

그것이 오딜이 원하는 것인가.

오데트진은 밀려오는 극심한 공포에 오소소 몸을 떨었다

평소에는 별로 마주치지도 않았고 말도 몇마디 섞지 않은 오딜이었는데,

그저 아버지를 따라 마법이나 수련하는 어리고 예쁘장한 소녀라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 깨달아 버렸음

진짜 무서운 사람은 오딜,그녀였다는 것을.



 
















나무로 된 문은 매우 두껍고 무거웠다

열쇠로 잠그고 밖에서 쇠사슬로 감아놓기 까지 한듯

철그럭  철그럭 하는 소리가 남




침대를 끌어와 벽 끝까지 붙였다

위에 테이블과 의자,거울,물병과 식사가 담긴 그릇등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가져와 실음




벽과 침대 사이에 서서 침대를 밀어보았음

당연히 꿈쩍도 안함

오데트진은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음

단전부터 힘을 끌어모아서 침대 헤드 부분을 잡고

벽에 발을 붙이고 무릎을 굽혔다가 온 몸을 써서 밀어냄



“으으으.......ㅂ.........!!!!!!!!”




조금씩 침대가 밀려나자 벽을 발로 딛고 더 세게 밀어내고

간격이 점점 벌어지면서 밀려나자 관성에 몸을 실어 문을 향해 돌진한다

그대로 침대 무게와 밀어내는 약간의 속도가 더해져 확실히 문에 충격이 가해진 것이 느껴졌다

열쇠로 잠겨져 있는 걸쇠부분이 부서졌음




팔 다리가 후들거릴만큼 힘을 다해 한번 더 반복하자 부서진 걸쇠가 튕겨나갔다

문을 밀어보았더니 쇠사슬로 묶어놓은  만큼 문이 움직였고 아직 나갈수 있을 만큼의 공간은 안되었음

한번 더 침대를 부딛혀 보려고 했으나 힘을 다 써버려 바닥에 주저 앉아 일어날 수가 없었음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러워 문을 최대한 열고 살펴보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백조들이 몰려와 밖에서 떠들고 있는 것이었음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쇠사슬을 묶어놓은 자물쇠를 부리로 쪼아대고 있음



“하지마 얘들아 ! 너희들 다친다구 !! ”



오데트진은 목이 메어서 백조들에게 소리쳤다

내가 뭐라고,이런 내가 뭐라고........

너희들 몸을 상해가면서 날 구하려 해.......





너무 힘들어서 그만 쉬고싶었다...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마지막 힘을 짜내서 문을 밀어내고 어찌어찌 틈을 벌려 밖으로 나온 오데트진.

부리가 깨지고 흰 깃이 붉게 된 백조들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나때문에........너희들을 이렇게 만들어서.....”



아까부터 백조 한마리가 계단을 내려다보면서 꽥꽥 거림

날개를 푸득거리며 소란스럽게 제 왕을 불러대고있음

진이 휘청거리면서 일어나 백조가 부르는 곳으로 걸어감






“ !!!!! “







계단에 쓰러져있는 피투성이의 로트발트 뷔.

그리고 손에 쥐고 있다가 떨어트린듯 한 열쇠가 바닥에 떨어져있음

오데트진은 그에게 달려가 쓰러지듯 털썩 주저 앉았다

처참한 모습에 눈물만 흐름.

남은 힘을 끌어모아 그를 부축해 일으키고.

꽥꽥소리와 함께 백조들이 모여들었다














“뷔,로트발트 뷔,정신 차려봐요........네???”








겨우 자물쇠를 열고 침대옆으로 뷔를 옮겨 기대게 함

침대보를 아무렇게나 찢어서 피묻은 그의 얼굴을 닦아내며 진이 계속 말을 걸었다




“뷔,뷔,괜찮아요? 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오딜이 배신 한 거에요.......??

어떻게,어떻게....... 이런 일이.........”





조각같은 얼굴이 괴로운 듯  일그러져 있고

뺨과 입술에는 긁힌 흉터에 피가 맺혔음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계속 나고

옆구리와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와 멈추질 않음

어깨는 관통당한것 같고 옆구리는 화살이 스친듯 했음


찢어낸 침대보를 가지고 상처를 감싸고

피를 닦아내고 지혈을 하기 위해 상처를 꾸욱 누름





“으으윽....!”




눈썹과 감은 눈이 부들부들 찡그려지더니 열린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튀어나옴





“로트발트,뷔,정신 들어요?!?!”





힘들게 눈꺼풀을 반쯤 올리고 커다란 그의 눈이 나타났다




“................”




깜빡.

커다란 눈동자에 진의 얼굴이 담겼음



“.....”





깜빡.깜빡.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도 계속 눈을 깜빡였다

깜빡........ 깜빡,깜빡.




“뷔,저 알아보겠어요???? 말 할수 있어요??

많이 아프죠,아프면 말 하지 말아요.....”





진의 눈에 눈물이 고여서 반짝거림

뷔는 여전히 말없이 그 눈만 바라봄





“지혈을....해야 하는데....붕대가,붕대가

없어서.....어디 있는지 몰라서요........”



“............”



“미,미안해요,침대가 엉망이라.....

불편하죠,내가 치우고 옮겨줄께요.....”





진이 몸을 일으키려 고개를 돌리자 뷔가 손을 들어 팔을 잡았다





“움직이지 말아요,피가......네???

뭐라고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어라 말을 하려는 것 같아 진은 귀를 기울이려 얼굴을 가져가는데….

그리고 뷔의 손이  뺨으로 올라오더니 진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촉’


힘에 겨운 짧은 입맞춤이었다 



화들짝 놀란 오데트진이 얼굴을 떨어트리고 뷔를 바라보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임.

어쩌면 당연한.

붉은 그의 입술처럼 귀와 얼굴이 같이 붉어지고 있음



“.......”



“아.......아,약이랑 치료할 것들 좀......

찾아올께요” 



“가지말아요.....”



“네.......?”



“내가 하는 말,들어줘요.....이 말을 못하고

죽게 될까봐......너무,너무........”



“왜,왜.....그런.......말을…”



“아니요,내 말,먼저 들어요.....

오데트진,나는......당신을……

사랑합니다,진

진,당신을………사랑해요......”



“무슨,무슨말이에요,뷔........

왜 갑자기 지금….”



“용서해요,당신이 너무…. 

좋아서…그랬어요…. 내 옆에만 두고싶어서….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어요,

믿어줘요……

이런, 못된 방식으로 사랑해서 미안해요,

이제……. 이제,당신은 자유에요….”



뷔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눈가에 그득 고이더니 주르륵.

뺨을타고 넘쳐 흘러내렸다


진은 혼란스러웠음

뭔가 안심되면서 조그맣게 기쁜 마음이 솟아 나는것을 느낌

애타게 진실만을 얘기하는 눈빛.

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간절함이 와 닿았다

그러나 아직 묻고싶은 이해 안돼는 문제들이 남아있었는데…..




“뷔,혹시,그거….. 내 저주를 풀어주려는….거에요? “




“미안….했어요…..”




“아니…..그렇지만,당신은,이미…….

그,저기,오,오딜이….. 있는….데……”




찡그린 눈썹이 꿈틀 하며 커다란 눈이 깜빡했다




“그 애랑 내가 닮은 구석이  있어요…?”


“아……….

그…그,그럼,그렇다면…..”


“친딸 아니에요,그애는……

난……당신 뿐이었다구요….”



뷔는 진의 목에 걸고있던 손을 힘겹게 떼어내 뒷머리를 감싸안아 끌어당겼음

놀라서 저항할 의지도 없이 입술이 다시

맞닿게 되었고.



‘츕’



하고 처음보다 깊은 소리가 났다




“처음부터 끝까지,당신만을…..사랑했어요

죽기전에,이 말을 전해서…. 

다행……이ㅇ….”




스르륵 손이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지고 그의 눈이 감겼다














하루 저녁동안 몰아친 정보량이 충격적이고도 많아서 진은 잠시 멈추었음

눈앞에 정신을 잃은 뷔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았음


내….저주가…. 정말 풀린걸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음

특별한 초자연적 효과가 나타난 것도 아니었고

친절하게 저주에서 벗어났다 알려주는 신체적 변화도 딱히 없었음

그저 한번도 생각지 못한 뷔의 고백에 찌르르 하며 함께 복받쳐 오르는 마음 뿐.


저주가 풀렸든,풀리지 않았든,이 바보같은

사람을 꼭 살려야겠다고 생각함

다 낫기만 해봐,죽었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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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것인지 분량이 자꾸 늘어나서;;;;

마지막 편을 둘로 나눴어요

4부와 5부는 이번편에 올라가고

6부가 끝 그리고 짧은 에필로그로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오래 끌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글 쓰시는 금손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어서 떡밥 부지런히 그리고 댕기는

그림러로 돌아가겠습니다














초초초 마이너 취향 💜bts💜 💜뷔진에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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