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참 따뜻했다. 새들도 신나게 지저귀며 웃어댔고, 아이들은 자욱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축구공이 모래에 굴르고 굴러 모래 공인지 축구공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때때로 물이나 불이 튀어나와 뒤엉켰지만 아이들은 별 일 아니라는 듯 공을 차 올렸다.

아이들은 신나게 운동장에서 뛰놀았지만, 한 소년은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반짝이는 초록색 눈을 천천히, 반복적으로 깜박였다.

"어떡하지 미도리야? 너희 아빠가.. 히사시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했는데.."

어젯밤 들었던 인코의, 엄마의 눈물 섞인 목소리가 귀를 맴돌아 귀를 틀어막았다. 발 밑으로 개미들이 줄을 지어 걸어간다.


담보, 대출, 사업.. 어려운 말들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돈'이 필요하다. 히어로로써 성공만 한다면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탑 10안에만 들어도 도쿄의 아파트 5채는 살 수 있다. 올마이트만 해도 며칠 전 지갑 구석에 꽃힌 [블랙카드] 사진이 커뮤니티를 들썩였으니까.

문제는, 미도리야의 개성이었다. 4살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인코는 미도리야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미국의 NO.1히어로 스타 앤드 스트라이프와 유사한 개성이지만.. 발동 조건이 다릅니다. 그녀의 개성, [뉴 오더]는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제약 하나뿐이죠. 하지만 아드님은.."

의사가 잠깐 숨을 고르듯 말을 끊었다.


"제약이 두 개입니다. 그것도 훨씬 까다롭네요. 하나, '한 사람에게 내릴 수 있는 오더는 3개로 한정'"

의사의 손가락 하나가 올라갔다.

"둘, '오더를 내릴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알아야 오더를 내릴 수 있다."


미도리야와 인코는 의사의 브이 자를 만든, 의사의 올라간 손가락 두 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인코가 미소를 지으며 미도리야의 등을 토닥였다.

"멋진 개성이네, 이즈쿠.."


히어로가 되기는 어려운 개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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