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달을 보냈다.

월초엔 군산과 여수로 일주일 가까이 출장을 갔다 왔고, 그 다음 주에 릴레이 주간보고회의가 잡혀 있었다. 다 처리하는 데에만 2주 반을 소비했다. 퇴근하자마자 씻고 맥주 한두 캔 마신 후 골아떨어지는 게 일상이었고, 주말엔 회사에 잠깐 나갔다 오거나 평일 동안 모자랐던 수면을 몰아서 보충하느라 하루종일 잠만 잔 적도 있었다. 올해 가장 바쁜 한 달을 보내며 기어이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입술은 립밤을 끈적이게 발라도 소용없을 만큼 부르터 피를 봤고, 두피엔 비듬이 생기고 눈엔 결막염이 도졌다. 그걸로도 모자라 몸살까지 걸려 회사 내에선 '코로나 의심(?)' 환자로 오해 받아 이틀이나 강제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도대체 이 모든 걸 3주 반 동안 어떻게 견뎠는 지 아직도 신기하지만, 그동안 일하기 싫어 대충 마무리 지었던 업보들을 죄다 돌려받은 것이라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그 3주 반 동안엔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 눈 뜨면 씻고 회사 가면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일하고 퇴근하고 집 오면 자고를 반복하였지만, 월말인 지금이라도 잊고 있었던 글들을 생각해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본능적으로 영혼을 갈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굳이 깨닫고 싶진 않았지만. 그 3주 동안 내 출근길에 굉장히 큰 도움을 주었던 스벅 콜드브루와 <사랑만들기>를 부른 파파야 언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또 간간히 정말 죽을 것 같을 때 그래도 버텨야 한다며 멱살 잡고 끌어 올려준 스텔라, 테라 친구에게도 진한 애정을 보낸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분들에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음 주에 또 수원 출장을 가야 하는 현생인 강같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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