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이지


















고등학교 3년 동안, 아니 어쩌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총 12년간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교육과정을 보낸 청소년들의 대다수는 아마 오늘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을 것이었다. 고3인 휘인도 마찬가지였다. 그 12년 동안, 특히 고3 때는 잠도 4 ~ 5시간 정도 자면서 야자나 독서실에서 썩어있었다.


오늘 시험을 위해 11시, 일찍 침대에 누웠지만 너무 긴장돼 12시가 훨씬 넘어서야 겨우 꿈나라로 들 수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오답노트와 개념 정리노트 그리고 시험 보기 중간에 먹으려고 가져온 초콜릿과 점심 도시락까지.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도시락이 든 종이가방을, 다른 손에는 핫팩을 들고 어제 미리 봐놨던 시험장소인 학교로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흐아아... 진짜 떨려...! 고작 시험 하난데 왤케 떨리냐."




애써 '고작'으로 포장하며 긴장을 풀려고 했지만 휘인은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상태였다. 그래, 원래 공부 많이 한 사람이 더 떨린다고 누가 그랬다. 그 말을 속으로 계속 되뇌며 뚜벅뚜벅 힘차게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어제 봤던 학교 교문이 보이더니 응원을 하는 후배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3학년 언니들 파이팅!!! 다 부숴버리고 와요!!"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학교에 들어간 휘인은 수험번호가 적힌 곳의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 뒤에서 2번째. 개인적으로 휘인이 제일 좋아하는 자리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일찍 온 덕분에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 1교시인 국어영역을 위해 가방을 열고 노트를 꺼냈다. 시험 보기 바로 직전 벼락치기 할 때가 가장 초집중된다고 누가 또 그랬다.







-







흐아, 너무 어렵잖아... 수능이어서 그렇게 느낀 건지 아니면 이번 시험이 역대급이었는지 너무 어려웠다. 휘인은 감독관이 나가자 1교시는 끝냈다는 생각에 온몸에 주고 있던 힘이 살짝 풀리며 책상 위로 가라앉았다.




"지나간 시험은 다 100점 맞았다고 생각하랬어."




이것도 누가 했던 말이었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말이다. 수학은 벼락치기 따위 쓸모없는 거라고도 기억이 났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있기는 뭐 해 휘인은 오답노트를 꺼내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었다. 아, 이런 문제는 안 나왔으면 좋으려만. 형형색색 색연필로 별표가 표시되어 있는 문제는 멀리서만 봐도 색칠공부해놓은 것만 같았다. 그만큼 더러운 거다... 라기보단 열심히 공부를 했다. 아직까지 뭐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탁탁탁-




"자, 모두 책상 위에 있는 것들 중에서 필기도구 빼고 다 집어넣으세요."




교탁을 치는 소리와 함께 감독관이 수학 시험지를 들고 왔다. 말대로 필기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집어넣고 가져온 초콜릿을 하나 물었다. 아까 나눠준 올해 수능 연도가 찍힌 컴퓨터용 사인펜과 수능용 샤프를 굴리고 있자 문이 열리고 부감독관이 뛰어 들어왔다.




"응...?"




어디서 많이 본 모습에 휘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누구였더라. 어렴풋이 기억나는 걸 보니 예전에 옆집에 살던 언니였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 누구였지. 휘인이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고 있을 때 부감독관이 OMR 답안지를 나누어 주러 움직였다. 휘인 앞으로 부감독관이 지나가자 휘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명찰로 시선이 꽂혔다.




"문... 별이...?"


"네?"


"아, 아니에요. 하하-"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휘인은 손을 휘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별이가 가자 후우-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누구지. 이름도 되게 익숙했는데. 수험번호와 이름을 마킹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험지도 나누어주고 잠시 텀이 주어지자 휘인은 빤히 별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문별이... 별이... 별이쌤... 별쌤...? 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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