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주연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스페이스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주연의 후일담을 외전에 넣었다가 완결고에서 뺐더랬습니다. 

파일을 전부 정리하는 바람에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찌저찌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주연과 동생의 환생에 관한 짧은 이야기입니다.




새싹

 

해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봄이 왔다.

여우 신수들이 모여 사는 고즈넉한 마을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복사꽃이 만발하고 갓 피어난 철쭉은 싱그러웠다. 꽃에 둘러싸인 별천지였다.

꽃소식 뿐만 아니라 마을에는 더 좋은 일이 있었다. 혼인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우 신수 부부가 아기를 낳은 것이다. 쌍둥이였다.

젖먹이들은 잘 먹고 잘 잤다. 부인이 배불리 젖을 먹이자 남편이 아기를 받아 들어 강보에 꽁꽁 싸맸다. 살살 흔들어주자 금세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두 쌍둥이를 아기 바구니에 재운 부부는 한 침상에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부는 금슬 좋고 심성도 고왔다.


이른 아침 눈을 뜬 남편은 밤사이 깨지도 않고 잘 자준 아기들이 기특했다. 바구니로 살금살금 다가가 들여다본 그는 까치발을 뜨고 침상으로 돌아와 부인을 깨웠다.

“일어나 봐요.”

졸린 눈을 비비며 깨어난 부인은 남편에게 안기다시피 질질 끌려갔다. 바구니를 들여다본 그녀는 소리 없는 경탄을 내뱉었다. 졸음이 싹 가셨다.

아기 바구니에 얌전히 담긴 새끼 여우 쌍둥이는 서로의 몸에 머리를 기대고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동그랗게 꼬리를 만 두 여우는 털 색이 눈처럼 새하얬다. 간혹 분홍 코를 씰룩거리기도 했다. 유난히 동그란 배가 숨 쉴 때마다 천천히 오르내렸다.

 

여우 신수에게서 드물게 태어난다는 백여우 신수가, 그것도 한꺼번에 둘이나 태어나는 바람에 부부의 집은 백여우 아기들을 보려는 사람들로 한동안 북적였다.

멸종했던 백여우 신수가 봄 새싹처럼 새로이 움튼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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