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내부 배신자가 있어 조직 내부에 이미 정체가 들통나버린 모로후시 히로미츠를 최대한 조용히 빼내기로 결정한 공안부는 조직에 같이 잠입해있지만 능력이 가장 출중한 후루야를 앞세웠다.


"정말 안 찾아가 보실 겁니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인 그를 겨우 공안 요원들에게 인계하여 조용히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빼돌렸지만 그를 구하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공안 요원이자 소꿉친구인 후루야는 쉽사리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 그는 검은 조직에 노크로 걸린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다는 것이 걸린다거나 버본으로 있는 후루야가 그와 접촉하는 모습이 걸린다면 둘 다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히로미츠가 병실에 의식 없이 입원해있는 동안 그는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하고 카자미만 병문안을 할 수 있었다.


"...미안하다 카자미... 너도 네 일이 있을 텐데"

"괜찮습니다. 모로후시 군 역시 공안입니다. 그의 안위를 살피는 것도 제 일 중 하나이며, 제가 모로후시를 돌봄으로써 후루야 씨가 조금이나마 편하게 일에 집중하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고맙다"

"모로후시는 일주일 안에 깨어날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습니다"

"알았다 깨는 대로 연락해"

"예"


히로미츠가 깨어나기 전부터 주기적으로 카자미한테 보고를 받다가 드디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소식은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다.


'후루야씨 모로후시가 깨어났습니다'

"드디어... 다행이네 뭐 다른 문제는 없지?"

'그게...'

"뭐...?? 기억이...없어?????"


그는 지금 당장 찾아갈 수도 없는 데다 하나밖에 안 남은 친구이자, 죽기 직전 겨우 구한 소꿉친구가 기억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카자미는 히로미츠의 기억상실이 조금 특이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모로후시는 자신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기분들에 대한 기억도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만... 공안으로 활동한 모든 것을 잊은 것 같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사적인 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후루야에게서 외침을 이끌어낼 정도로 그에겐 히로미츠의 일이 충격적이었다. 현재 29살의 모로후시 히로미츠를 정의했던 공안, 노크 심지어는... 후루야의 존재까지. 전부 잊은 그는 후루야가 알던 히로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였다.


후루야는 분명 두 손으로 직접 살려냈는데, 살린 게 실체가 아닌 것 같은 느낌만 가득했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탁하디 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모로후시 수사관 사망 처리 진행해"


카자미 역시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그간 옆에서 봐온 결과 둘의 사이가 보통 동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보고하면서도 머뭇거렸는데 모든 보고를 들은 후루야의 명령은 사적인 감정을 전부 제외한 오직 모로후시 히로미츠의 살길만을 찾은 조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무로 토오루라고 합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모로후시의 사망 처리와 신분 위조 등이 이뤄지고 회복이 어느 정도 되어 보안 레벨이 낮아진 첫날 후루야가 가명을 들고 그를 보러 갔다. 히로미츠의 반응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의 가슴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누구시죠 저는 병문안을 올 만한 친구도 없을뿐더러 온다는 연락도 받지 못했는데요"

"...저는 모로후시 군께서 나가노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줄 사람입니다"


후루야는 버본으로 일하면서 반강제로 터득하게 된 포커페이스로 상처받고 슬픈 얼굴을 단정한 얼굴로 뒤집어쓰고 그의 설정을 밝혔다. 공안이었던 경험이 무의식에 드러난 건지 도와줄 사람이라 밝혀도 극도로 경계하는 히로미츠에 후루야는 쓴웃음을 삼키고 공안부를 담당하던 의사에게 뒤를 맡겼다.


"모로후시 군 오늘 컨디션은 괜찮나요?"

"아 선생님... 저분은...'

"괜찮아요 제 지인입니다 혼자서 돌아가시기엔 몸 상태가 언제 안 좋아질지 몰라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 실례했습니다 아무로...씨?"

"괜찮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이해합니다"


치료를 담당해줬던 의사라 믿을 만했는지 의사의 말에는 곧장 수긍하고 사과를 해오는 히로미츠에 후루야는 그의 옆에 잠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스스로 벌인 위법 작업은 자기 스스로 매듭짓는다’는 공안의 모토와 숨은 이사관인 쿠로다의 마지막 배려였던지라 다짐을 하고 옆에 머물게 되었지만, 히로미츠의 좋지 않은 몸 상태에 맞춰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약 3일간 움직이는 동안 속은 점점 썩어 문드러졌다.


"아무로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랑 비슷한 나이실 것 같은데"

"그게..."

"아직 멀었는데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될 것 같아서요!!"


아무도 그의 나이를 한 번에 추측하지 못했지만, 히로미츠만이 그와 함께 자라며 원래의 나이대로 봐주었던 기억이 순식간에 지나가며 더욱 쓰라렸지만, 들키지 않게 입안을 깨물어 버텼다.


"...저는 의뢰받은 사람의 입장이라 아무리 그래도 편하게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나이는 모로후시 군과 같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죠"

"그래요? 그럼... 토오루 군이라고 부를게? 토오루 군은 직업이 뭐야? 이런 도우미 일은 할 필요 없을 것 같은 체형인데? 손에 굳은살도 그렇고... 대체 길에서 사주경계는 왜 하는 거야?"


날카로운 듯하지만 정작 눈에서 걱정이 가득함을 읽은 후루야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모로후시는 착한 성정 그대로 그에게 나가노로 가는 동안 계속해서 말을 붙여왔다.


"나가노 가본 적 있어? 좋아하는 음식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뭐 그런 거는?"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 없던 후루야는 질문으로 숨이 막히는 것을 경험했고 마른 땅에서 익사를 하기 직전 다행히도 마중 나와 있던 모로후시 타카아키를 만날 수 있었다.


"형!!!"

"히로미츠."

"오랜만이다~~!"

"크게 다쳤다고 들어서 오는 길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괜찮았어!! 담담 의사 선생님께서 선생님 지인을 불러서 오는 내내 도와주셨거든!! 저분이 바로 도와주신 아무로 씨야"


뭔가 어긋난 대화에 타카아키는 곧장 후루야를 쳐다보았고 포커페이스로 감췄지만 눈에 비치는 감정을 읽어버린 타카아키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런 그를 두고 후루야는 가까이 오라는 히로미츠의 손짓을 애써 무시하고 고갯짓만 하고 돌아섰다.


"그냥 가버렸네... 친해지기 어려운 타입인가 봐 오는 내내 말도 별로 못 섞었어"

"...사람은 각자 성향이 있는 법이니까요"

"응 그런가 봐 연이 있다면 나중에 만날 수 있겠지~! 가자 형아"

"...예 꼭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어? 뭐라고? 못 들었어!"

"아닙니다 히로미츠"


타카아키는 해맑게 웃어 보이는 히로미츠에게 같이 웃어주었지만, 시선은 제 앞에 있는 동생보다 더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에 고정될 수 밖에 없었다. 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듯 보였지만, 타카아키의 눈에는 더 무너질 곳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멀쩡해 보이는 듯했으며, 그의 어깨에는 견뎌내지 못할 짐들만이 가득해 보였다. 이윽고 그가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자 타카아키는 속으로 한숨을 삼켜내고, 생각을 정리했다.


공안 및 그에게 직접적으로 전해 듣지는 못했지만, 그를 모르는 히로미츠의 태도와 선을 그어 보이는 그의 태도를 미루어 짐작했을 때, 전후 사정을 어림잡을 수 있었다. 경찰을 그만두었다는 연락을 해왔던 그의 동생은 어느덧 누구보다 경찰다운 모습으로 경찰이었던 기억만 잊은 채 앞에 서 있었으며, 신분 말소와 더불어 새로 주어진 신분은 깔끔했기에 공안으로 어딘가에 잠입해있다가 겨우 구출된 것이며, ‘모로후시 히로미츠’의 생존이 알려졌다가는 위험해지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후루야 레이’에 대한 기억과 공안이었던 기억이 지워진 것으로 보이는 동생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형 빨리 와 나 배고프단 말이야~"

"먹고 싶은 것 있습니까"

"나 오랜만에 소바 먹고 싶어"

'가죠"


그렇게 위태롭게 평화로운 나날들 속에서 후루야는 가끔 그들 형제의 눈에 안 보일 곳에 숨어 일상을 지내는 것을 보다가 숨을 크게 내쉬고는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볼 때마다 타카아키는 그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갔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나무가 푸르러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할 때쯤 평소와 같이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한 타카아키의 책상 위에 올리브 나무의 나뭇가지가 놓여있었다. 나가기 전에 분명 아무것도 없었고 문단속도 잘 했기 때문에 칸스케나 유이는 CCTV를 확인하고 침입자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책상의 주인인 타카아키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나뭇가지를 조심히 들어 가방에 집어넣었다.


"어이 공명...너 무슨 일 있냐"

"너무 역설적이라 말입니다"

“뭐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 조직이 검거됐나 보군요 다만 전달자가 정작 가장 평화롭지 않을 상태이니...' 아뇨 아닙니다..."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모습에 칸스케와 유이는 입을 다물어주었다. 그의 짐작대로 조직원은 모두 사살하거나 검거했고, 실종 처리되어 있던 요원들도 모두 정식으로 사망 처리가 되는 등 상황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그 사이에도 그는 나가노까지 굳이 들러 더 이상 숨어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두고 갔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통장 관리자가 타카아키였기에 히로미츠는 몰랐겠지만, 그의 통장에는 매달 익명으로 적지 않은 돈이 들어오고 있었다. 타카아키는 공안 측에서 보내는 연금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올리브나무가 온 이후로 가끔 한 달, 또는 두세달가량 밀렸다가 한 번에 들어오는 일이 종종 발생했고, 공안에서 보냈다기엔 관리가 너무 미흡했다.


"히로미츠 잠시 도쿄에 갔다 올 건데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하십시오"

"도쿄는 왜??"

"사건 조사 차"

"아~ 조심히 갔다 와 형"


도쿄로 올라오는 길에 타카아키는 히로미츠에 대한 상태 파악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공안에 연락했다. 미리 조치를 취해놨는지 곧장 카자미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고, 공안에서는 돈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 돈을 주는 사람을 확신한 타카아키는 후루야가 그동안 대체 어떤 심정으로 돈을 보내왔을지 상상도 못한 채로 헛숨을 삼켰다.


"아무로씨요? 그만둔 지 꽤 됐어요... 이사간다고 했던가 어디 취업했다고 했던가... 최근에는 근방에서도 본 적 없어요"


그를 직접 만나서 상황을 듣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으니 우선 포와로로 향했던 그는 여직원이 해주는 말을 듣고 가볍게 숨을 쉬고 옷을 정리한 후 문을 나섰다. 잠시 고민하던 그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그를 부르는 것이 들렸고, 돌아봤더니 유명한 고등학생 탐정 쿠도 신이치가 있었다.


"모로후시 경부님?"

"...에도가와 코난...군?"


그의 걸음걸이와 당당해 보이는 표정, 습관인 듯 보이는 몸짓을 보고 이해는 안 되지만 어린아이였던 에도가와 코난을 바로 연상시킬 수 있었고, 그게 정답인 듯 눈을 살짝 크게 뜨던 그가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아...네 원래 모습으로는 처음 뵙겠습니다 쿠도 신이치입니다"


그가 돌아왔다는 신문을 본 시기와 나뭇가지를 받은 시기가 어느 정도 겹치는 것을 통해 쿠도 신이치 역시 동생인 히로미츠가 잠입해있던 조직과 연관되어있었으며, 그렇다는 것은 후루야의 행방도 알고 있을 거라는 결론까지 단번에 도달한 타카아키는 곧장 실행에 옮겼다.


"후루야 군은 어디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타카아키의 단호한 표정을 읽은 신이치는 그가 후루야라는 본명을 알고 있다는 점과 인사만 했을 뿐인데 제가 그와 연관이 되었다는 것까지 알아챈 타카아키를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짓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돌아오고는 앞장섰다.


"따라오시죠 경부님 안 그래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질문은 많지만... 장소는 가려야죠"

"감사합니다 쿠도 군"


신이치의 도움으로 경시청에서 한창 회의 중인 그에게 바로 접근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막는 사람은 많았고, 신분 확인도 철저했지만, 증인이라는 신이치의 말에 다들 어느 정도 물러서 주었다. 어느 문을 두어번 노크하더니 들어오란 말도 듣지 않고 곧장 들어간 신이치는 눈짓으로 아는 체를 하고 다시 회의를 하려는 후루야에게 바로 본론을 꺼냈다.


"형, 형을 찾아온 손님이 계시는데요"

"나를? 누가?"

"문밖에 계세요"

"? 죄송합니다 회의는 잠시 쉬었다 진행하죠 신이치 들어오시라 해"


신이치가 문을 열어주는 곳에 시선이 간 후루야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을 가진 타카아키였다.


"오랜만입니다. 아, 처음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게 맞습니까?"

"왜 여기까지...?"

"후루야 군에게 여쭤볼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여기까진 어떻게...? 신이치 군이랑은...?'

"포와로로 찾으러 갔더니 안 계신다고 하여 어찌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쿠도 군을 만났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전 분명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저보고 코난이라고 부르시던데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세요 형??"

"호오..."

"제가 제 소개를 하자마자 저보고 형을 어디서 만날 수 있겠냐고 물으셔서 모셔 왔어요"

"그... 제게 하고 싶은 질문이....?"

"이번 달 돈이 안 들어와서 직접 와봤습니다"

"그럴 리가요 분명 보냈...아"


변명인지 속이려는 건지 다른 말을 하려 입을 여는 후루야를 막고 그보다 먼저 타카아키가 단호하게 끊어냈다.


"카자미씨께 이미 확인했습니다 후루야 군 역시, 후루야 군이셨군요"

"그... 하... 카자미에게 이미 확인하셨다면... 예 접니다"

"...그렇군요"

"왜인지는... 안 물어보시는 겁니까?"

"예 제가 아는 후루야 군은 허튼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그럼 대체 여긴 왜...?"

"얼굴 보러 왔습니다"

"네????"

"아, 잊을 뻔했군요"


점차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표정이 되어가는 그를 뒤로하고 방을 나가려던 타카아키는 다시 돌아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멍하니 보고 있던 후루야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는 눈을 깜빡이다 잠시 후에 손을 확인해보니 올리브 가지였다.


"이건..."

"예 후루야 군이 놓고 간 가지입니다"

"이걸 다시 제게 돌려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장 필요로 하는 이가 후루야 군일 것 같아서...라고 한다면 알아들으시겠습니까"

"....."

"정말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


여전히 확답은 안 해주는 후루야를 뒤로하고 타카아키는 왔던 그대로 혼란에 가득 차 있는 후루야와 달리 멀쩡하게 걸어 나갔다. 그런 그에게로 회의실 내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고, 그중에도 흥미를 찾은 듯한 신이치의 눈빛이 곧장 날아들었다.


"형~"

"..."

"형...?"

"...하"


신이치의 부름을 듣지 못하고 본인을 향한 비웃음을 짓고 가지를 으스러질 듯 쥐며 눈가를 자꾸만 찌푸리던 후루야는 생각을 마쳤는지 곧장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 유유히 걸어가던 타카아키를 붙잡았다.


"예"

"010-0000-0000 제 번호입니다 저장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지금 이 일이 다 마무리되고... 제가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가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공안의 기억이 없는 히로미츠가 영원하진 않을 건가 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종종 누군가를 잊은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제게. 그리고 그 누군가는 후루야 군이겠지요 전부를 기억하기까지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히로미츠에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이가 저와 후루야 군 둘이니까요"

"히로가 기억하려는 그 기억들은... 어쩌면 평생 떠올리지 않는 게 좋을 지도 모릅니다"

"감당은 히로미츠의 몫입니다 그에게서 권리를 빼앗지 마십시오 그리고... ㅎ 전 히로미츠를 그리 약하게 키운 적도 없습니다 아마 저희가 다시 만날 때는 옆에 한 사람이 더 있겠군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치지 마십시오"

"...예 노력해보겠습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창가에 배치되어있는 벤치에 털썩 앉은 후루야는 타카아키가 택시를 불러 사라지는 것까지 보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생각에 빠져있는 그는 신이치가 반쯤 호기심을 가지고 자진해서 데리러 왔다.


"후루야 형"

"...아 미안 시간 많이 지났어?"

"으응 아뇨 그렇게 오래 지나진 않았어요 게다가 근래 일정이 빡빡했는지 다들 넋 놓고 쉬고 있어서 괜찮아요"

"그래? 그래도 진행해야지...궁금해?"

"ㅎㅎ 네"

"내가 안 알려줄 거라는 것도 알지?"

"네;;;"

"ㅋ 돌아가자"


혹시 알려줄지도 몰라 조용히 혼자 온 것이었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후루야에 신이치는 김샜다는 듯 그를 따라 회의실로 돌아갔다. 회의실로 들어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품 안에 잘 넣고는 옷차림을 점검하고 마이크를 두드렸다.


"으어ㅓㅓ"

"hey Jason wake up"

"Is he here...?"

"Yeah I’m here 다들 일어납시다 힘든 건 알겠으니 오늘은 빠르게 마무리 짓죠"

"호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그 잠깐 사이에 자던 몇몇을 깨우고 분위기를 환기한 후루야는 곧장 하던 회의를 이어 나갔다. 각국의 미해결 사건들 중 검은 조직의 소행으로 보이는 것들을 모은 후 실제로 검은 조직의 소행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들의 소행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누가 했는지를 회의를 통해 구분하는 작업이었기에 며칠 째 비슷한 내용을 회의하던 이들은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오랜만이야~"


그러던 어느 날 회의실 문을 상쾌하게 열고 들어온 여성은 끼고 있던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고는 인사를 건넸다.


"아 베르무트 오셨습니까"

"하... 저 썩은 사과도 집어 넣었어야 했는데"

"FBI의 작은 고양이 잘 지냈지?"

"...꺼져"

"어쩐 일이십니까"

"남은 잔당들이 뭉친다네?"

"예? 다 흩어놓은 것 아니었나요'

"글쎄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뭉친다길래 소식 좀 알려주러 왔지"

"언제 어딥니까"

"메일로 보냈는데 확인 안 했니?"

"메일로 보냈는데...여긴 왜 오셨습니까?"

"그야 심심하니까"


베르무트가 전달해준 정보를 가지고 현장을 급습할 계획을 짰고,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는 것이라 그런지 서류작업만 하던 이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카자미, 신이치가 이 곳을 나가지 않게 잘 감시해"

"와 너무하시네요 형 저를 너무 못 믿는 거 아니에요??"

"응 못 믿어"

"못 믿는다만"

"신이치군 얌전히 있어"

"쳇"


급습 당일날 신이치를 카자미에게 맡긴 그들은 작전을 짠 대로 움직이고 작은 전쟁을 벌이던 중 신입 FBI 한 명과 연락이 닿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Mr. 후루야 우리 신입이 연락이 안 닿는다는데"

"어느 쪽을 맡았죠?"

"서쪽 부근 주택가 인근이라 좀 느슨하게 했더니 쯧"

"여기도 마무리되었으니...제가 가죠 아카이 듣고 있습니까"

'엄호하지'


히로미츠는 타카아키와 도쿄로 올라와 밤 산책을 하던 도중 먼 곳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듣고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근처에 숨어서 보니 어려 보이는 외국인을 코너로 보내 보호하며 많은 수의 조직원과 총 한정으로 맞붙는 후루야가 있었다. 그가 조직원을 정리하고 시간이 지나자 다른 외국인들이 몰려와 그를 도왔다. 그 모습을 본 히로미츠의 기억에서는 유일하게 검은색으로 색칠되어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제거되고 눈앞에 있는 얼굴이 드러나고 있었다.


"...제로 내가...너를..."


상황 정리가 끝났는지 보호받던 외국인은 곧장 구급차에 실려 나갔고 다른 외국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히로미츠는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저기..."

"...??!!"

"아무로...씨?"

"누구시죠"

"아 조디씨 제가 전에 도움을 드렸던 분입니다"


이제 히로미츠는 소꿉친구의 별로 달라지지 않는 표정들을 전부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나서 그를 불렀을 때는 당황과 떨림이 같이 느껴졌고, 제로가 아닌 아무로로 그를 불렀을 땐 왼쪽 눈 밑이 살짝 떨리는 것으로 봐서 아픔과 상처를 받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기억이 없던 본인을 나가노까지 데려다주던 그의 표정까지 기억해낸 히로미츠는 더 이상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없었다.


"..?? 혹시 어디 아프신 건가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렇다면...?"


고개를 푹 숙인 그에게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당황한 후루야가 다가오려 했다. 그런 그보다 먼저 히로미츠가 결심을 했는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고 그를 불렀다.


"...제로"

"...뭐??"

"제로 미안해!!"

"너...!"


순간적으로 히로미츠는 제로에게 달려가 안겼고 그 반동으로 후루야는 들고 있던 총을 놓치고 뒤로 넘어갈 뻔한 것을 언제 합류했는지 모를 아카이가 등을 잡아줬다. 후루야는 당황하면서도 웃으며 히로를 받아줬다.


"아.. 아카이 감사.."

"제로 미안해 많이 힘들었지 내가 진짜 미안해ㅠㅠ"

"아니 히로 잠깐...잠시만"

"내가 대체 널 어떻게 잊을 수가 있었던 거야ㅠㅠ 진짜 미안해ㅠㅠ"

"기억이... 다 돌아온 거야...?"

"응 방금 다 돌아왔어 미안해 조금 더 빨리 알아채지 못해서"

"대체...어떻게... 잊고 지내길 바랐는데..."


후루야는 마주 울면서도 웃는 건지 아파하는 건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히로미츠의 기억이 돌아온 것은 다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총 한 정을 들고 많은 적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던 그의 뒷모습을 보고 검은 조직에서 나올 때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스카치를 구하기 위해 버본임에도 물러서지 않고 대치해줬던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히로미츠 우선은 제대로 서는 게 어떻습니까"

"형...?"

"후루야 군이 불편해 보입니다만"

"아...!! 미안... 괜찮아??"

"응 괜찮아 아카이가 잡아줬거든”

"라이..."

"스카치 오랜만이군 아예 죽은 줄 알았더니"

"그러게 제로 덕분에 살았지 그리고... 역시 넌 노크였고"

"호오 알고 있었나"

"노크가 아니라면 굳이 네 여동생을 우리한테서 보호하려고 하진 않았겠지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 눈은 정확해서"

"그렇군 반갑다 FBI 수사관 아카이 슈이치다"

"응 이쪽도 반가워 공안 소속 모로후시 히로미츠라고 해 뭐... 지금은 공안이 아니지만'

"라이가 FBI라면... 아까 제로가 보호하던 쪽도 FBI?"

"아 응 신입이래 이쪽은 조디 스털링 본부장"

"반가워요 모로후시 수사관"

"반갑습니다"


서로 소개를 하는 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타카아키는 후루야의 부상을 언급했고, 즉시 히로미츠의 관심은 후루야에게로 돌아왔다.


"타카아키 경부님"

"후루야 군 다친 곳은 괜찮습니까"

"아 네 뭐..."

"제로!! 너 혼자 위험하잖아!! 카자미씨는??"

"아무리 그래도 공안의 지휘자 둘을 동시에 한 사건에 둘 순 없어 히로. 게다가 엄밀히 말하자면 소속도 다르고"

"소속이 다르다...?"

"공안의 지휘자요?"

"아... 음...뭐 상관없으려나"


공안에 대해 너무 쉽게 언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후루야의 콧잔등이 찡긋거리고 잠시 고민하나 하더니 입을 열어 공안의 생태를 설명해주었다.


"우선 제가 처음에 경비기획과라고 설명했던 것은 기억하시나요"

"그때 직급 듣고 꽤 놀랐죠"

"각종 테러, 간첩 등의 조사와 정보수집을 맡고 있고 국가 위협에 대응하는 곳이 공안인데요, 카자미와 여기 있는 히로와 같이 대부분의 소속이 경시청 공안부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관리, 감독하는 곳이 제가 소속된 경찰청 경비기획과입니다. 뭐... 제가 조직에 잠입하느라 임시로 카자미가 제 손발이 되어준 거니 끝나면 경찰청으로 돌아가야죠 그리고"


여기까지 말한 후루야는 씨익 웃으면서 폭탄을 던졌다.


"방금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1급 기밀입니다"

"...뭐????"

"잠시... 후루야..."

"제로 너 아니....너...진짜"

"ㅎㅎ 히로 말릴 거면 빨리 말렸어야지"

"후루야 군 여전히 똑같군요"

"괜찮아요 어차피 여기 있는 분들은 제가 경비기획과라고 직접 말한 분들이고... 그건 윗분들이 허가한 부분이니까 여기까지는 언급해도 별 문제는 없어요"

"그렇다면... 다행인거겠죠...후루야 수사관?"

"네에~ 히로도 돌아왔으니 우선 경시청으로 돌아가죠 그곳에 여기 오고 싶어 안달 난 신이치 군이 있을 테니"

"히로미츠 숙소에 가 있을 테니 끝나면 오십시오"


빠져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아챈 타카아키는 히로미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후루야와 눈인사를 한 후 사라졌다. 경시청 회의실로 돌아온 그들을 맞이한 것은 신이치 뿐이었다.


"형!! 왜 연락을 안 받아요!!"

"응?"

"아카이씨도요!"

"음"


후루야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총에 맞아 박살 난 것을 보여주었고 아카이는 무음으로 해둬서 몰랐다고 말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카자미는?"

"저 혼자 여기 두고 알려주지도 않고"

"위험한 작전이었어"

"알아요 그니까 제가 여기 있었죠! 카자미씨는 아까 제가 두 분과 연락이 안 된다고 하니까 뭐 확인하더니 시간 재다가 어디로 급하게 달려가셨는데요?"

"어...잠시만..."


후루야는 아까 다친 어깨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헤집더니 마찬가지로 깨져있는 추적기를 꺼내고 낭패라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에로오!"

"히로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는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왜 상처를 헤집고...그건 뭐죠?"

"아 큰일인데..."


후루야는 지나가던 공안으로 보이는 한 사람을 잡고 카자미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신입인지 후루야를 알아보지 못하길래 조디가 다시 한번 물어보았고, 그제야 5분 전쯤에 경찰청으로 달려갔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경찰청...?"

"아... 다들 여기 있어 봐요!!!'


급하게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던 후루야는 마침 그곳에서 내리던 이사관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사관은 후루야를 보고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추적기와 휴대폰은?"

"둘 다 총에 맞아서 깨졌습니다만..."

"카자미에겐 내가 연락하지 그리고 모로후시 수사관"

"네..넵!!"

"여기 있는 것을 보니 기억이 돌아왔나 보지? 정리 되는대로 복귀하도록"

"넵!!"

"후루야 넌 병원부터 가도록"

"네"


이사관은 후루야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듯 그를 마주하고 나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그제야 후루야가 안도를 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뭐지"

"아까 말했잖아요 공안의 지휘관 이야기. 그중에서 탑이 저라서... 연락이 제때 닿지 않으면 긴급 소집으로 이어질 거라서 이사관님이 전해주신다니 다행이죠"

"그럼 지휘관은 현장에 안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현장 체질이라..?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FBI 분 중에 병문안 가실 분은 지금 저랑 같이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표로 몇 명만 가죠"


병원으로 간 후루야는 다른 상처들 중에서 잔뜩 헤집어져 있는 어깨 상처를 본 의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고, 어색하게 웃으며 무마했다. 그 후 히로미츠의 사망 처리가 철회된 후 신원 복구 작업이 이루어졌고, 검은 조직의 후처리도 종료된 후 후루야는 승급 및 경찰청으로 발령받은 히로미츠, 카자미와 함께 경찰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올리브나무는 평화를 상징하고 있어요~!

X 계정 : @blue___eyes__ (코난 계정) X 계정 : @luv_bluebead (주술회전 계정)

블루 아이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