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3일 브런치에 게재한 리뷰입니다.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AB6IX - 6IXENSE

시원하면서도 촘촘한 사운드 레이어를 쌓았던 전작의 특징에서 여름스러운 청량함을 덜어내고 앨범 전체를 채운 깔끔한 질감과 태도가 눈에 띈다. 타이틀인 'BLIND FOR LOVE'는 부드러운 신스 사운드를 배경으로 멤버들의 보컬과 랩이 흐름을 이끌어가는 딥 하우스 곡이다. 하우스 기반의 곡들이 보통 처음의 흐름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구성으로 만들어지듯 이 곡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한 변주나 기조의 변화 없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곧바로 이어지는 '민들레꽃 (DANDELION)'은 기타 연주와 트랩 비트가 특징적이지만 앞선 곡과 마찬가지로 기복이나 반전 없이 일관된 완성도와 태도를 유지한다. '_AND ME'나 'LOVE AIR', 'SHADOW', 'DEEP INSIDE', D.R.E.A.M.'과 같은 트랙들 역시 '한 방' 없이 세련되고 매끄러운 구성과 프로덕션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앨범에 감도는 이 매끄러움과 모노톤의 질감에 살짝 변화를 주는 트랙들 역시 있다. 앨범의 가장 첫 번째에 위치한 '기대 (BE THERE)'는 느린 비트와 피아노, 베이스만으로 곡이 시작되는데 코러스에서 벌스의 정서와 사운드가 완전히 뒤집힌다. 거칠고 둔탁한 비트와 소스 그리고 멤버들의 거친 랩이 반복되며 마치 드랍과 같은 역할을 한다. 'SUNSET'은 그루비한 랩핑과 터질 듯 한 비트와 보컬을 잔잔한 브릿지가 잡아주며 리드미컬한 흐름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피아노 연주와 멤버들의 코러스가 앨범의 모노톤 분위기를 전환하는 Dirty South 힙합 풍의 '이쁨이 지나치면 죄야 죄 (PRETTY)' 역시 앨범에서 가장 액티브하다. 퓨처 베이스와 딥 하우스, 뭄바톤, 트랩, 힙합 등의 다양한 장르에 시도하고 전 멤버들이 곡 제작에 참여한 정규 앨범임에도 전체적인 분위기와 질감을 통일하고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앨범이다. 다만 전작에서 돋보였던 생생한 에너지를 놓고 세련된 모노톤 일색의 앨범을 시도하기에는 아직 멤버들 각각의 정체성과 역량이 아직까지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매끄럽고 평이한, 세련된 구성의 곡일수록 그 곡의 정서를 멤버들 각자의 개성 있는 보컬이나 랩핑 스킬을 십분 발휘해야 본래의 의도를 전달하기 용이해지기 마련이다. 아직은 완성형 아이돌 그룹을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은 1년 차인 에이비식스가 그런 무르익은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기에는 아직은 시도하고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

온앤오프(ONF)- GO LIVE

하우스와 퓨처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각적인 댄스 팝 앨범들을 발표해왔던 온앤오프의 디스코그래피에서 포인트를 찍는 듯 한 앨범이다. 데뷔 초의 청량한 하우스 곡들을 연상시키는 '소행성(Asteroid)'는 규칙적인 초반에서 급작스럽게 복잡한 비트와 사운드의 코러스로 반전되며 독특한 텐션을 이끌어낸다. 트렌디한 팝 곡 '억x억(All Day)' 에너지를 끌고 가다가 코러스에서 터뜨리는 구성이 정석적이지만 준수하다. 박수 사운드 소스와 신스 사운드, 비트가 폭발하는 가운데서도 멤버들의 음색이 빛을 바래지 않는 보컬 믹싱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도 타이틀 곡인 'Why'의 구성은 흥미롭다. 웅장하고 긴장감 넘치는 소스로 시작되다가 감성적인 선율과 감각적인 신스 사운드의 벌스가 이어진다. 그러다가도 거친 비트와 스트링, 날카로운 랩핑으로 다시 분위기가 전환되고, 슬픈 선율을 펑키한 신시사이저가 연주하면서도 웅장한 스케일을 잃지 않는 독특한 질감의 코러스가 터진다. 이후의 구성에서도 앞의 흐름이 적절히 변주되며 유니크한 정서와 사운드를 전달한다. 이 외에도 후반 트랙을 장식하는 곡들 역시 완성도와 구성이 흥미롭고 준수하다. 앞선 트랙들의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를 뒤집으며 재지하고 독특한 선율의 피아노 사운드와 멤버들의 풍부한 보컬을 담은 'Moscow Moscow'나 모차르트의 '작은별'을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신스, 브라스 사운드로 재미있게 변주한 'Twinle Twinkle' 역시 앨범 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운드 디자인으로 가득한 앨범에 비해 비교적 무난한 아트워크는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최근 갑작스러운 멤버 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앤오프의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앨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다섯 개 트랙의 단출한 구성임에도 이렇게 재미있는 요소로 가득한 앨범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ATEEZ(에이티즈) - TREASURE EP.FIN : All To Action

[TREASURE EP.3 : One To All]에서 휴양적이고 청량한 느낌을 전하는 것에 잠시 머물렀던 에이티즈는 다시 본래의 서사적이고 선동적인 세계관과 에디튜드로 돌아왔다. 특히 트레저 시리즈의 첫 앨범으로 회귀한 듯하면서도 스케일을 더욱 키운 인트로 트랙 'End of the Beginning'과 'WONDERLAND'의 유기성이 인상적이다. 웅장한 멜로디 라인의 브라스와 쏘는 듯 한 랩핑, 직설적인 보컬의 조합은 안정적이면서도 자극적이다. 질주하는 듯 한 벌스에서 리드미컬한 트랩 비트의 코러스로 바뀌면서도 곡의 전체적인 사운드 컨셉을 놓치지 않는 구조는 특히 흥미롭다. 3번 트랙부터는 [Zero To One]의 수록곡들을 연상시키는, 감성적이면서도 무거운 흐름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수록곡들은 후반 트랙으로 갈수록 점점 가볍고 팝적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이 변화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시리즈 앨범의 전체를 아우르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러면서도 아웃트로인 'Beginning of the End'에서는 본연의 웅장하고 서사적인 멜로디와 사운드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시리즈와 팀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컨셉 시리즈 앨범이 난무하고 있는 흐름에서 모범적으로 팀과 앨범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남긴 앨범이다.

신혜성 - Setlist

뉴에이지 연주곡과 같은 흐름의 'When We Met (Intro)'를 시작으로 전체적인 곡의 멜로디 라인과 사운드, 정서가 전작들과는 다른 깔끔한 사운드와 구조로의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불과 2년 전에 발표한 [Serenity]와 비교해보아도 신혜성의 디스코그래피 전반에 자리 잡고 있던 1990년대~2000년대 발라드 레퍼런스가 상당히 씻겨나갔다. 타이틀 곡을 포함해 'You Are', '아직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에서 비교적 최근의 발라드 트렌드를 반영한 모습이 보이고 역량이 좋은 보컬리스 트인 만큼 안정적이다. 정규 1집 이후로 다시 한번 음악적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앨범.

Kei (김지연) - OVER AND OVER

케이 특유의 청명한 음색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유려하고 깔끔한 사운드의 발라드 트랙들로 채워진 앨범이다. 'I Go', 'Dreaming', 'Cry' 등 다수의 트랙들은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레이션, 스트링 사운드 등 클리셰적인 구성과 곡 구조를 통해 그동안 여러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던 케이의 가창과 표현 스킬을 정석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일련의 곡들은 풍부하고 폭발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케이의 깨끗하고 동화적인 목소리와 어울리는 멜로디 라인으로 짜여 있다. 특히 수록곡들의 정서와 사운드적인 특징을 함축적이고 감각적으로 담아낸 인트로 트랙 'Back in the day'는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앨범의 유일한 R&B 장르 곡인 '종이달'은 감각적인 아날로그 신스와 세련된 베이스 비트, 케이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저음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가장 독특하고 이질적인 곡이지만 앨범 전체의 청명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잘 어우러진다. 바다, 제시카와 마찬가지로 유니크하면서도 범용적인 음색을 지닌 보컬리스트인 만큼, 이후의 솔로 활동에서는 앨범 대부분을 발라드로 꾸리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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