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몸을 핥는 것이 소름끼친다. 녀석은 주인을 사랑해 마지않는 개라도 되는 양 루시우의 몸을 핥아대곤 했다. 꼬리라도 있었다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꼬리가 달렸으면 낫지.’

루시우의 아랫도리에 녀석이 부벼대는 단단하고 뜨거운 것은 너무 역겨웠다. 루시우는 기분 나쁜 것을 더 숨기지 못하고 진저리쳤다. 녀석은 그 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눈을 휘어 웃으면서 ‘좋아? 좋은거야?’하고 물어왔다. 녀석의 발음은 어눌했기 때문에 루시우의 귀에는 사실 ‘도아? 도으거아?’정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기분 나빠.”

루시우는 또박또박, 소리 내서 말했다.

“핥지 마. 네가 닿는 곳마다 소름끼쳐.”

녀석은 루시우의 목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루시우는 숨이 졸릴까봐 걱정하지 않았다. 녀석은 단지 루시우의 성대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그 위에 손을 대고 있을 뿐이었다. 녀석은 루시우더러 더 말을 해보라는 듯이 가르랑대는 소리를 냈다. 녀석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신 자주 짐승처럼 울고는 했다. 루시우는 녀석의 그런 모습도 싫었다.

“네가 만지는 곳은 전부 씻고 싶어. 비누로 벅벅 문질러서 살갗이 벗겨지도록 씻고 싶어.”

녀석은 루시우와 눈을 맞췄다. 루시우는 녀석을 보는 것이 지독하게 싫었다. 녀석을 보는 것은 언제나 루시우가 공포영화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거울의 반대편이 제멋대로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더욱 나쁜 것은, 거울 너머의 자신이 자신을 만지고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나쁜 점은, 거울 너머의 자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루시우는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을 따져보자면 기적적일 정도로 자기애가 충만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이 이뤄낸 성취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모두 아꼈다. 그는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보면 씩 웃었고, 아무도 주변에 없을 때는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서 ‘오늘도 멋지게 살자고’ 같은 허튼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욕정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것과 살을 섞고 배를 맞출 의사는 없었다. 그런 행위는 상상만으로도 루시우에게 배덕함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자신의 근원부터 부정하는 것만 같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녀석은 달랐다. 녀석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과 몸짓을 하는 루시우를 지극히 사랑했다. 사모하고 욕정했다. 녀석은 사랑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연인처럼 루시우를 안고 싶어했다. 녀석은 루시우 자신보다도 더 루시우를 사랑했다.

“넌 역겨워.”

루시우의 목에 손을 얹은 채 환히 루시우를 바라보던 녀석의 표정이 바뀌었다. 녀석은 다정히 진동을 느끼던 손에 강한 힘을 주어 루시우의 목을 조르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루시우의 뺨을 세게 갈겼다. 루시우는 머리가 휙 돌아가는 충격 때문에 어지러웠다.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녀석은 루시우의 거울상이었다. 하지만 루시우는 녀석을 이길 수가 없었다. 루시우는 거울 속의 자기자신을 안는 것을 주저하는 만큼 거울 속의 자기자신을 때리는 것도 주저했다. 그 것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것을 보는 데에서 오는 본능적인 거부반응이었다. 반면 녀석은 루시우를 더 사랑하는 만큼, 더 증오할 수도 있었다. 녀석에게는 그런 태세 전환이 손바닥 뒤집듯 쉬웠다. 녀석은 어느새 어눌한 발음으로 듣기 싫은 말을 속삭이며 루시우의 입가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 입술이 자신과 똑같이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루시우는 욕지기가 밀려왔다.

녀석을 발견했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루시우는 처음 녀석의 소문을 들었을 때를 생각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녀석이 범죄 현장에서 자꾸만 발견된다는 정보, 부정할 수도 없이 선명히 찍한 사진들. 어느날 밤에는 루시우 스스로도 자신을 의심했었다. 혹시나 몽유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이중인격이었던 것은 아닐까? 루시우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방문을 밖에서 걸어잠궜고, 자기자신의 활동을 24시간 동안 녹음하였다. 지독한 자기의심의 나날이 지나갔다.

다행히도 사건은 녀석을 생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루시우는 녀석을 보았을 때 진범이 있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안도했고, 녀석의 얼굴을 보고는 안도한만큼 놀랐었다. 거울 안에서만 보던 사람이 밖으로 뛰쳐나온 것만 같았다. 메르시는 녀석을 정밀 검진하고는 말했었다. ‘청력을 잃었어요. 소음이 너무 심한 환경에서 일해서 인 것 같아요. 탈론에서 데리고 다닌 모습을 보면 그럴만도 하죠. 언어는 배웠지만, 청력을 잃은 탓인지 발음이 좋지 않네요.’ 그녀는 루시우를 보고서 착잡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리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루시우, 당신과 유전자가 일치해요. 클론, 뭐 그런걸까요.’ 그 때 루시우는 유리창문 너머로 녀석이 침대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었다. ‘그럼 우리는 쌍둥이인거네요.’ 창문을 두드려도 녀석은 반응이 없었다. ‘아 참, 듣지 못한댔지.’ 루시우가 크게 손을 흔들자 그제야 녀석은 반응을 보였다. 녀석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걸어와 루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있잖아요, 메르시. 난 언제나 쌍둥이 형제가 있는 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요.’ 메르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루시우는 괘념치 않았었다. 녀석은 유리창 너머에서 루시우가 손을 짚고 있는 위치에 제 손을 똑같이 올려놓고는 활짝 웃었다. 루시우가 녀석을 좋아하는 것보다도 녀석이 루시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첫 일주일 정도는 행복했다. 녀석은 루시우를 따랐다. 루시우에게 찰싹 붙어있는 녀석을 보고서 다들 웃었었다. ‘루시우가 좀 매력적이긴 하지.’ 루시우도 그 재미없는 농담에 웃었다.

불안이 시작된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녀석은 루시우가 회의를 가는 때처럼, 탈론 출신의 녀석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오버워치 일을 하러 갈 때면 표정이 어두워졌다. 녀석을 방 안에 두고 다른 동료들과 가버릴 때면 더 그랬다.

‘속상했어?’ 루시우는 회의에서 돌아와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래주고 있었다. 녀석은 루시우의 말을 듣지는 못하지만, 루시우의 목에 정수리를 붙이고 루시우가 말하는 진동을 느끼는 것을 좋아했다. ‘속상했구나.’ 갑자기 녀석이 천천히 루시우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그와 눈을 맞췄다. 루시우가 ‘왜?’라고 묻기도 전에 녀석은 루시우의 뺨을 감싸고 끌어당겨 자신과 입술을 맞댔다. 루시우는 놀라서 얼어붙은 채로, 비정상적으로 가까운 녀석의 얼굴을 보면서 말캉한 것이 제 입술에 닿아있는 감각이 온 몸을 휘젓는 것을 느꼈다. 루시우는 녀석의 가슴팍을 세게 밀쳐내었다.

‘미쳤어? 뭐하는 거야?’

녀석이 듣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루시우는 침대 위에 뒤로 쓰러진 녀석에게 소리쳤다. 다음 순간 루시우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솟아오른 녀석이 어느새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벽에 찧는 고통에 비명질렀다. 메르시는 분명 우리 둘이 근력이 엇비슷하다고 했는데. 우리의 신체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루시우는 녀석을 할퀴고 밀어내고 때려보았지만, 녀석을 제 몸 위에서 몰아낼 수는 없었다. 루시우가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포기할 때까지, 녀석은 루시우를 제압했다. 루시우가 포기하자, 녀석은 다른 사람들의 입술을 읽어 배운 어설픈 호칭으로, 어눌한 발음으로 ‘루’하고 한 음절으로 그를 부르며 자신이 낸 상처를 핥아주었다.

그리고 그는 루시우가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를 잡아 끌고 방을 나섰다. 그 때야 루시우는 알았다. 자신은 바보가 아니었고 외려 똑똑한 축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녀석도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메르시가 측정했을 때, 둘의 근력은 엇비슷했는데, 왜 지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지? 루시우는 놀랍도록 쉽게 뚫리는 오버워치의 보안과,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길을 보며 너무 맞아서 울리는 머리로 생각했다. 이 것은 우발적인 도주가 아니다. 녀석은 지금 이 순간까지,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 탈출할지를 모두 그리고 있었구나. 으스러지도록 루시우의 손을 잡은채로 나아가는 녀석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얼마를 그렇게 갔을까. 몇 번을 도주하려다가 끌려오기를 반복했을까. 루시우는 어느 산등성이에서, 그들을, 정확히는 녀석을 찾으러 온 헬리콥터의 소리를 들었다. 녀석은 환히 웃으며 루시우를 보고는 무어라 중얼거렸다. 녀석의 어눌한 말소리는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루시우는 녀석의 입술을 읽을 수 있었다. ‘쭉 함께야, 루.’ 지독히도 거울과 같이 생긴 사이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둘은 닮은 구석이 없었다. 한 쪽은 깨끗한 얼굴이었고, 한 쪽은 얻어터져 얼굴이 피멍투성이로 부어있었다. 한쪽은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고 다른 쪽은 포로의 입장이었다.

루시우는 지금 자신의 가슴팍 위에서 강아지처럼 혀를 놀리는 녀석을 보며 흐느끼듯 웃었다. 입꼬리를 올릴 때마다 부은 볼이 아팠다.

“넌 미쳤어.”

물론 녀석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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